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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01 08:38:00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윤관의 여진 정벌, 그리고 척준경 - (0) 혈전의 서막

일찍 일어난 김에 모닝 글~

문화사 등 좀 깊게 들어가는 부분은 당분간은 못 합니다. ^_^);; 이해해 주시구요. 좀 어려울만한 건 다 내년으로~

뭘 할까 하다가 문득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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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란과의 전쟁이 마침내 끝난 후, 고려는 천리장성을 완성시킵니다. 국력을 꽤나 소진한데다 어차피 강동 6주를 얻은 상황이니 유지만 하면 된다는 거였겠죠. 9대 왕 덕종은 거란 황제를 일단 모시기는 하는데 까칠하게 나오니까 쌩까 버리기도 했습니다. -_-; 일단 요와 송 양 쪽에 조공하지만 이 둘도 고려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됐죠. 거란은 질릴대로 질려서, 송은 지금 고려가 송을 버리면 고립무원이니까요. 저번 조공 관련글에서 소동파가 고려를 어떻게 욕 하는지는 보셨을 겁니다. (...)

이렇게 간만에 좀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 상황, 고려는 그 전성기를 누립니다. 10대 정종부터 18대 의종까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려는 내부가 안정됐고, 외부로도 큰 갈등 없이 살게 됐죠. 이 시기는 문벌 귀족이 지배하던 때로 뭔가 일은 많이 벌였는데... 알려진 게 별로 없습니다. 임팩트가 없었나봐요.

훗날 되새겨본다면, 이 때는 고려의 황금기, 어쩌면 한국사에 있는 황금기 중 하나로 분류해도 될 것입니다. 라고 하는데 저도 몰라요 0_0 그리고 이거 공부하려면 자세히 파 들어가야 되니까 공부할 생각도 없어요. 외전에는 다룰지도 모르겠군요.

뭐 그 후 무신정권 백 년, 몽골간섭 백 년은 굳이 따지면 왕씨만 이어질 뿐 새로운 정권이 계속 들어섰다고 봐도 되겠죠. 무신정권이 왕을 갈아치우지 않은 건 그 정도로 시스템을 바꿀 필요를 못 느꼈고, 그 정도의 명분도 없기 때문이었겠죠. 이 때는 일본처럼 막부 시대라 해도 될 겁니다. 그 뒤를 이은 몽골이야 뭐 먹기도 힘든데 알아서 항복해 주니 살려준 거구요. 그 뒤야 뭐 '-') 고려는 이렇게 지배층이 계속 바뀝니다. 조선이랑은 다르게 역동적이긴 하죠. 그게 좋은 건지는 둘째로 하구요.

이번에 다룰 내용은 이 문벌 귀족기에 있었던 일입니다.

14대 왕 헌종과 15대 왕 숙종은 딱 단종과 수양의 관계입니다. 그래도 조선보다는 명분이 있었던 게, 고려에서 형제계승은 흔한 일이었고, 헌종이 어리고 몸이 약한 상태라서 13대 왕 선종이 그 동생에게 물려줄 거라 생각했겠죠. 하지만 의외로 헌종에게 갑니다.  그리고 헌종은 "자기가 어리석다는 걸 알고" 숙부한테 왕위를 넘겨주죠. 예, 잘도 그랬겠습니다마는.

이 양반은 참 희한한 게 세조랑 수명도 똑같았고, 욕 먹으면서 오르긴 했는데 어쨌든 정치는 잘 했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특이하죠. '-'a 참고로 고려의 성종과 조선의 성종도 수명이 같았습니다. 심지어 자기 동생 죽인 것도 닮았어요. -_-;; 거기다 제 2의 건국이라 할 만한 광종이랑 비교되는 것도 태종이랑 비교되는 세조랑 비슷한 점이죠. 심지어 척신 정치를 불러왔다는 것까지 비슷하니 이거 원 (...) 아무튼 그의 시대에, 큰 일이 일어납니다.

요나라랑은 으르렁거릴 때는 다 지났고 이제 좀 평화롭게 지내던 중이었고, 여진과도 여전히 평화로웠습니다. 장성까지 쌓았는데 지깟 것들이 뭘 하겠어요. 숙종 때의 고려사를 보면 쭈욱 쭈욱 내조해서 조공 바치고 가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언제는 여기서, 언제는 저기서 참 짜증날 정도로 조공이 많았죠. 숙종 입장에서 얘네들이 조공이라는 명목으로 고려 물건 뜯어가는 날강도들로 보일지 그냥 어여쁜 속민들로 보일지는 미지수죠.

여진족은 고구려, 발해 때도 간접 지배를 많이 해야 될 정도로 따로 노는 놈들이었습니다. 이들이 말갈이랑 그대로 연결됐을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일단 연결됐다고 치죠. 사나운 놈들이라서 전쟁터에서는 유용하게 쓰였지만, 딱히 하나로 세력을 모을 줄을 몰라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이들은 고려와 요 사이를 번갈아가며 강한 데에 붙었고, 고래 싸움에 등 터지기도 많이 했습니다. 어쨌든 여진은 고려에 확실히 복속돼 있었습니다. 그 옛날 고려 명장의 계보를 만든 유금필(이젠 그냥 유금필이라 할게요) 때부터 계속돼 온 복속이었죠.

헌데, 그게 바뀌기 시작합니다.

1103년, 동여진추장 영가가 사자를 보내 내조합니다. 이후 고려에서는 그를 큰 세력으로 인정하고 꽤나 친하게 지낸 모양입니다. 이들이 살던 완안부에 고려인 의사가 있었는데, 영가의 가족의 병을 치료해준 후 고려로 돌아와 이렇게 말 하죠.

"흑수에 살고 있는 여진은 부족이 날로 강성하고 병사가 더욱 정용합니다"

1104년까지, 이 둘의 관계는 참 화기애애했습니다. 영가가 다른 여진 부족에 승리했다는 말을 듣자 숙종이 사신을 보내 축하해 줄 정도였죠. 아니 이 쯤되면 뭔가 눈치 채기는 했을 겁니다.

1004년 1월 6일, 천오백명이 넘는 동여진인들이 고려에 들어옵니다. 무언가를 피해서 고려에 귀화하려는 느낌, 무엇이었을까요? 이틀 후, 숙종은 장희빈을 위해 환국을... 아 이게 아니라 임간을 판동북면 행영 병마사(요렇게 끊는 거 맞나)로 삼아 부월을 주어(도끼 맞죠?) 대비하게 합니다. 날짜가 적히지 않은 날, 동여진의 오아속이 정주 관문에 기병을 이끌고 이르렀거든요.

하지만 다음 달 8일, 패전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 때 임간은 적을 얕본 건지 장성 밖에서 요격했고, 적이 후퇴하자 깊숙히 들어갔다가 역습을 받고 밀려났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주를 뻇기고 정주까지 밀립니다. 놀란 숙종은 장수 하나를 동북면행영도통으로 임명하니... 그가 바로.

윤관입니다. 예,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되는 거죠. 패배로요. orz 그는 소수의 적을 물리치긴 했지만 대패합니다. 뭐 그래도 우아속도 놀랐는지 아니면 그냥 찔러만 본 건지 바로 화친을 청하죠. 일단 급한 위험은 간 상황, 숙종은 긴 고민을 시작합니다. 윤관은 이렇게 보고했습니다.

"신이 여진에게 패한 까닭은 저들은 기병인데 우리는 보병이라 대적할 수 없었습니다"

숙종은 이대로 끝날 생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는 거대한 정벌을 구상합니다. 그냥 치는 게 아니라 동북면의 땅을 우리 걸로 삼으려 한 거죠.

"문ㆍ무ㆍ산관ㆍ이서로부터 장사하는 사람, 종 및 주ㆍ부ㆍ군ㆍ현에 이르기까지 모든 말을 가진 자를 신기(神騎)로 삼는다."
"나이 20 이상의 남자로 과거 응시자가 아니며 말 없는 자를 신보(神步)로 삼는다."
"승도를 뽑아서 항마군(降魔軍)으로 삼는다."

이외에 조탕(돌격대?), 경궁(활--a), 정노(석궁), 발화(방화병)등 특수부대 내지 정예병이라 할 만한 병력이 신보에 소속된 건지 따로 배치된 건지 포함됐습니다.

이렇게 생긴 부대가 바로 별무반, 그 수는 17만 8천, 고려의 모든 역량을 동원한 병력이었습니다. 거기다 이들은 방어가 아닌 공격을 위한 부대였죠.

하지만 숙종은 이들이 출정하는 걸 보지 못 했습니다. 너무 흥분한 탓인지 몰라도 1105년 그는 죽었고, 아들 예종이 그 뒤를 잇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사업을 충실히 이어 작전을 실행합니다. 목표는 여진족!

고려시대에 뭔가 있는 듯 하면서도 실속 없이 끝났다 해서 인기도 없는 윤관의 9성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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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이 때 완안부는 급속히 세력을 늘리며 주변 여진족들을 흡수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고려에 내조하며 아부를 떨었죠. 괜히 선조 때 누르하치가 병력 보내주겠다느니 벼슬 하나 달라느니 하자 조선에서 경계한 게 아닙니다. 과거의 경험이었죠.

따지고보면 숙종이든 예종이든 윤관이든 정말 상대를 잘 못 만난 겁니다. 9성을 돌려준 게 1109년이고 금이 건국된 게 1115년이었습니다. 거기서 금이 요를 멸망시키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10년이었죠. 9성을 돌려준 것 때문에 금이 컸다 하지만, 이미 클만큼 큰 상황에서 고려가 여진에 덤빈 상황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게 성공까지 갔던 게 신기할 정도죠. 고려군이랑 싸웠던 여진의 그 장수들, 그 병력들이 금을 건국하고 요를 멸망시키고 송을 압박했던 자들이었던 겁니다. (...) 완안오아속이 누군고하니... 금을 세운 완안아골타의 형이었죠.

생각해 보세요. 4군 6진 개척 때 누르하치가 있었다면? 0_0...

뭐 그렇게 생각하자니 걔네도 상대를 잘 못 만나긴 했죠. 자, 왜 하필 이 글을 쓰게 됐을까요? 세종대왕의 4군 6진이랑 좀 연결시켜 보려고? 물론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고려 명장의 계보는 유금필로 시작됩니다.


그 끝은 이성계죠.

그 사이에 전쟁도 많고 무신정권도 있었던만큼 수많은 명장, 맹장들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정말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는, 사람이기나 한 존재가 있었으니...

유금필은 최소한 50명이라도 병력을 이끌고 통솔력 위주의 활약을 보였으며, 이성계 역시 활솜씨는 보여줬지만 그 기본적인 공적은 통솔력이었죠. 이들은 어디까지나 역사서에서 삼국지 찍는 존재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 혼자 무협지를 찍고 있는 이가 있으니... 사람들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 합니다.

"여진족이란 건 없다. 단지 그가 목숨을 허락한 오랑캐들의 리스트가 있을 뿐이다."
"그는 발해 때도 살아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그가 살짝 재채기를 해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그것이 백두산 폭발이었다."
"그는 만주에 발을 디뎠다. 그 때문에 만주가 사람 하나 못 살 정도로 초토화됐고, 고려가 만주로 확장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 '사냥'이란 단어가 실패의 가능성을 내포하므로, 그에겐 오직 '살상'만이 있을 뿐."
"일식은 그가 태양과 눈싸움을 할 떄 일어나는 현상이다."

현재에도 그 말도 안 되는 혈통이 이어졌으니 그가 바로...








척 노리스입니다.

그의 오랜 선조, 고려 여진 정벌의 주인공, 홀로 무협지를 찍는 사나이! 소드마스터 척!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는 사나이!

척.준.경. 이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미 그의 전설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맨 처음 임간이 패했을 때 아군이 패하자 그는 임간에게 무기랑 갑옷 입힌 말 하나씩만 내 달라고 했습니다. 임간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라서 허락했고, 그는 바로 적진에 돌격, 장수 한 명을 베고 사로잡힌 아군 둘을 되찾아 옵니다. 이 사이에 잠깐 틈이 생겨 반격하자 적이 후퇴했고, 적이 다시 몰려오자 적장을 쏘아 죽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화려한 무공의 서막에 불과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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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팔십이인철
11/12/01 09:34
수정 아이콘
아 잔인하십니다.
차라리 읽는게 아니었는데....
다음편을 어찌 기다릴고!!!
아이유랑나랑
11/12/01 09:35
수정 아이콘
척준경 이야기도 사극으로 나오면 재밌을텐데.. 친구 이름이 거시기여서 안되려나요

글 잘보고 있습니다. 항상 좋은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m]
11/12/01 09:57
수정 아이콘
아아 안돼 여기서 끝나다니...!!!!

는 웃자고 하는 소리고, 언제 한번 날 잡고 눈시님의 옛 글들을 복습해야겠습니다. 글 속에서 '예전에 내가 말했던 XXX' 라는 식으로 인용이 등장하면, 이젠 가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Je ne sais quoi
11/12/01 10:50
수정 아이콘
으아~ 어서 다음 편으로~~~ 확 궁금해집니다. 이제 끊는 솜씨도 더욱 발전하시네요 -_-;
아키아빠윌셔
11/12/01 10:51
수정 아이콘
소드맛스타와 그의 베프 왕존슨의 이야기가 이어지겠네요!
레지엔
11/12/01 10:52
수정 아이콘
드디어 소드마스터 척이 나오는군요! 그의 친구 빅 존슨도 볼 수 있겠네요(..)
11/12/01 10:56
수정 아이콘
음. 근데 여진도 당황했을 것 같기도 하네요.
막 성장해가면서 요와 붙어볼까 하는 시점에 뜬금없이 고려와 붙게 되었으니...
DoroDoro
11/12/01 15:59
수정 아이콘
소드마스터 등장이군요.
역사를 무협지로 만드신...

그의 무용담중 얼마나 역사적 근거가 있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루크레티아
11/12/01 16:37
수정 아이콘
그런데 어쨌든 당시 고려의 국력도 무시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었으니 여진과의 충돌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것을 놀랍게만 평가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시엔 어차피 송이나 요나 둘 다 겉만 멀쩡하고 정치적으론 상막장 헬게이트 테크트리를 충실하게 타고 있었으니 사실상 동북아에서 금과 맞장떠서 싸움이 될 만한 수준의 국가는 고려뿐이었지요. 게다가 투철한 고구려 계승의식 덕분에 조선과는 다르게 조정도 나름 한 성깔 하는 이들이 모여서 광군사 30만도 조직하고, 별무반도 조직했으니 조선의 4군 6진 개척과는 성질을 다르게 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부 다 경원 이씨 덕분에...
배에힘줄
11/12/01 20:14
수정 아이콘
역사에 한톨관심없는 저를 설레게 하시다니 다음편 속히 게제요망요--;
폭주유모차
11/12/01 21:56
수정 아이콘
이순신장군님과 더불어 제 피를 끓게 만드는 그분에대한 글이군요!!!! 아아 소드마스터시여!!!! 빨리 다음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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