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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참가해 주셨고 저도 좀 열심히 놀았던 ( ..); 비속어 토론. 일단 거의 결론이 난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이리저리 말은 많았지만, 솔직히 저도 모르겠어요 -_-;
저 같은 경우는 pgr의 성향이랑 꽤 맞아 떨어져서 이런 저런 거에 찬성을 많이 하게 됩니다. 대학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욕을 정말 입에 담지 않고 살았거든요. 하다못해 열라 이런 것도 안 썼습니다. 조낸 이런 거는 생기기 전이었고... 여기서 생각해 봐야 될 게, 저 부산놈입니다. 조사가 들어갈 자리에 욕을 넣는
[내가 xx 뭐를 xx 어떻게 xx 했는데 xx ... 진짜 이렇게 말하던 친구 있어요. 전혀 싸우거나 흥분하는 상황 아니었는데도요] 곳에서 살았죠. 좀 튀었다고 할까요 -_-a 강조하는 말은 언제나 "진짜" "억수로" 정도였죠.
+) 오죽하면 이 때문에 저희 아버지는
[욕 쓰면 다 양아치]라고 알고 있으셨죠 ( ..); 동생이 그것 땜에 피해 많이 봤죠.
희한하게 서울에서 살게 되면서 조금씩 욕을 쓰게 되고 (부산 내려갔다가 x발 한 번 하니까 친구들이 놀랬더랬습니다) 군대 간 후 욕을 달고 살게 됐죠. -_-a 지금은 다시 자제하자 쪽입니다만...
욕에 대해서 이래저래 생각을 좀 해 봤습니다.
김삿갓이나 이래저래 욕을 집어 넣어서 풍자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분명 욕은 강한 임팩트를 주고,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으며, 억압에 대항한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로 쓰일 때가 많죠. 가령 강풀이 성기 같은 한자 쓰지 말고 자지(-_-) 같은 순우리말 쓰자고 했던 거라든지요. 아 이건 좀 다른가요. 수업 중에 지나치면서 들은 말인데, 욕이 지금처럼 흥하게 된 것은 지나친 규제에 대한 반감으로 운동 비슷하게 된 거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가령 영화 등 각종 매체에서 너무 규제하다보니 최근 영화에서는 그에 대한 반동으로 욕을 쓰게 된 거라구요. 그런가 하고 넘어갔습니다만...
[권위] [위선] 같은 걸 깨드릴 때도 욕은 좋은 장치로 쓰이죠. 겸손과 예절로 가득 찬 좋았던 캐릭터가 속마음을 드러낼 때, 혹은 타락할 때
[쓰레기들]이라든지
[쥐새끼들] 같은 말을 쓰며 썩소를 지을 경우... 뭐 그런 게 아니더라도 악역의 본심을 드러낼 때도 욕이 쉽게 쓰입니다. 반면, 친숙함을 나타낼 때, 서로 격이 없는 걸 나타낼 때도 욕은 잘 쓰이죠. 뭐 그 외에도 "리얼리즘"?
문제는, 이 반대로 쏠릴 때가 많다는 거죠.
정장 같은 딱딱한 옷을 버리고 캐쥬얼한 옷을 입자 -> 그걸로 통일
뭐 이런 걸로 대표되는, 흔히 "개성"을 말하면서 다 똑같은 길로 가는 거요. 욕도 그래요. 어느새 욕을 쓰지 않는 사람, 캐릭터는 겉멋만 있고, 예의바른 "척" 하는 사람이 돼 가죠. 뭐 겪어 본 적도 있구요 -_-; 착한 척 한다 이런 말도 들었고, 살짝 충격이었던 건 입에 욕 달고 다니는 여자애한테 적당히 하라고 하니까 "여자라고 그러는 거냐" -_-; 담배도 그런 적 있지만요. 이젠 욕을 적당히 쓰라는 것 자체가 억압의 의미가 됐나... 했죠.
+) 여성부 뭐 이런 문제로 연결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뭔가 저항으로 시작했던 게 오히려 주류가 되면서, 즉
[권위] [위선]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했던 것이 거꾸로
[욕을 안 쓰면 위선자다] 이런 상황으로 바뀌는 거죠. 점잔 떤다 이런 말 많잖아요. 지나친 규제에는 저항해야겠지만, 그것 때문에 예의 같은 것을 아예 필요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거요.
그런 생각 들면서 욕을 더 안 쓰게 되었습니다. 반대쪽 극으로 가는 것 역시 원치 않거든요.
그렇다고 아예 쓰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원래의 극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죠. 욕에는 분명 좋은 효과가 많거든요. pgr에서는 못 쓰겠지만 아 xx 꿈 같은, 짧고 강한 임팩트가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욕만 쓰자고 하면 다른 좋은 표현들이 모두 그거 하나로 통일됩니다. 감탄도, 슬픔도, 안타까움도, 급박함도, 이런 저런 곳에 욕 하나를 쓰는 건 효과가 있지만 그걸 모두 욕으로 대체하는 건 반대로 가는 것일 뿐이죠.
사람마다 그게 다를 것이고, 그 다름에 따라 각자의 캐릭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신나게 쓰면서도 선을 지키는 경우 있고, 적당히만 쓰는 데도 선을 넘는 경우가 있으니 그 기준을 정하는 건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뭐 그래도 '~'a 어떻게 중간을 맞춰봐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좋게 좋게... 확실한 기준을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최대한 그 쪽으로 가는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거죠.
어릴 때 제가 욕을 안 쓴 건 다른 이유도 있는 거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들 너무 쓰니까 나는 쓰지 말자" 이런 거 같거든요. 답은 어디일까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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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제 얘기만 한 거 같은데.
어차피 신조어는 계속 생길 거고, 정치적 이슈도 계속 생기겠죠. 논란이 될 비속어들이 정말 많을 겁니다.
너무 자주 하면 안 되겠지만, 이런 식의 토론이 앞으로도 계속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