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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1/02 11:54:55
Name 영원한초보
Subject [일반] SBS미래한국리포트 개막연설
우연히 오전에 티비를 보는데 이런 프로가 하더군요.
정치계 유명인사들도 보이고 세계적 석학들도 있고 관심이가서 보게 됐습니다.
앞부분은 놓쳐서 보질 못해서 전반적인 이야기를 못하게 된게 아쉽습니다.
한국의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던거 같은데
뒤에 외국교수들이 나와서 한국에 대한 걱정이야기는 정반대 였습니다.
오히려 한국은 지나친 경쟁이 문제라는 것이었고요.
이는 먹고살기위한 어쩔 수 없는 한국현실이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복지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오늘 연설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학술적 이야기가 아닌 정치적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시시했던)
홍준표의원과 손학규의원의 연설이 차례대로 나왔습니다.

홍의원 연설의 시작은 지금까지 제가 생각하던 분의 모습은 아니였습니다.
저소득층에 복지확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주장했고요.
아무래도 국제적이고 다소 학문적인 자리이다보니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홍의원의 복지는 공정으로 부터 출발하더군요.
출발, 기회의 공정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서 문제라고 반드시 이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정이 보장되었을 경우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양극화 문제도 이야기하더군요
양극화는 세계적인 문제고 양극화가 없는 나라가 없다
미국은 한국보다 더 양극화가 심한 나라다
하지만 미국에서 양극화 문제가 한국보다 심하게 터져나오지 않는 것은
가진자들의 양보때문이다. 한국도 가진자들의 양보가 필요하다
이런 발언은 또 저한테는 의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한편, 손의원은 변화의 흐름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집트혁명부터 시작해서 서울시장선거까지
저소득층이 하는 이야기는 같이 좀 먹고 살자는 이야기라고
개인의 능력으로 혼자 사는게 아닌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흐름으로 가는 길은 보편적 복지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홍준표, 손학규 의원의 연설을 기대한것은 서울시장 선거부터 FTA까지 정치적 대립을 이루는 두 사람이
학술적 성격을 가진곳에서 얼마나 정치적위치를 감추면서 리포트처럼 표현해 낼까라는 재미였습니다.
그런데 홍준표대표는 결국 실패하더군요.
연설 마지막에 FTA조속한 통과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끝냈습니다.
근거는 앞부분에 다른 사람이 예로든 갈라파고스 언급밖에 하지 않고요.
앞부분의 저소득층을 돌보고 공정이 복지라는 주장은 뒷부분 발언으로 단순히 자리에 맞는 구색맞추기식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연설 주제는 경쟁의 딜레마였습니다.
홍대표가 주장하는 공정한 경쟁이 우리나라에서 과연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1. 출발, 기회의 공정
2. 결과에 대한 승복
홍대표가 말하는 이상적인 경쟁사회입니다.
보통 보수론자들은 진보론자들을 보고 너무 이상적이다라고 비판을 합니다.
그런데 저 논리를 듣고 있으면 누가 더 이상적인지 모르겠습니다.
1,2번 모두 지켜져야 하는건데 1번이 좀 잘 안지켜진다고 2번 무시하지 말고 지켜라
1번은 앞으로 지켜지도록 노력하겠다 이게 현재 한국정치 보수측 주장입니다.

오늘 제가 홍대표한테 느낀 점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이마트사장이 근처 구멍가게 아저씨한테가서 우리 공정하게 경쟁합시다하고 악수청하는 모습이였습니다.

사족)써놓고 보니까 오해할 만한 부분도 있고 본것을 100%전달하지 못한것 같습니다.
       글쓰기 버튼을 누르는게 무서웠지만 그래도 다른분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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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
11/11/02 12:25
수정 아이콘
출발, 기회에 대한 공정...그리고 결과에 대한 승복...
사실상 흔히 말하는 '강남 중산층', 그러니까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보수층분들의 기본적인 생각이실겁니다.
제 아버님과 장인어른 두 분 다 시골에서 끼니도 제대로 못 때우고 농사짓고(심지어 소작농) 소 키우면서(심지어 남의 소) 공부를 하시고
인근 도시의 고등학교로 진학한 뒤, 상경하여 대학교를 나오신 분들 입니다.
물론 가족들(형님이라던지 아버지)의 뒷바라지가 있었지만, 사실상 당시 경제피라미드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집단에 속해 계셨던거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금은 경제 피라미드에서 '나는 강남 중산층이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 정도는 충분히 되신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이런 분들은 '나는 정말 열심히 해서 이렇게 됐다. 지금 내 나이에 나보다 못사는 사람들은 열심히 안한거다.'라는 생각을 하고 계십니다.
본문의 홍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출발점에서 기회는 모두에게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해서 현재의 위치를 차지하신거죠.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당신 강남 중산층정도 됐으니까 당신보다 못사는 사람 주게 세금을 왕창 내놓아라'라는 말을 하면 억울 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들께서 열심히 하신 결과,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보다 잘 살게 되었는데 그 차이를 좁히겠다고 정부가 내 결과물을 가져간다고 생각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제 아버님과 장인어른이 이런 생각을 하신다는건 아닙니다-_-;

이런 이유로 (마찬가지로 본문의 표현을 빌리자면)'결과에 대한 승복'을 해야한다,
즉 본인들이 노력햇느냐, 노력하지 않았느냐로 인해 생긴 빈부의 격차는 결과물로서 남겨두어야 옳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간혹 노력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소득도 있지 않느냐며 부동산 등을 예로 드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생각없이 산 땅이 폭등하여 떼 돈을 번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인근 상권 하나하나 따져가며 관절염에 걸릴정도로 발품을 팔아서
부동산을 구입한 뒤 수익을 올린 분들도 많습니다.
결국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월급이든 개인이 '노력하여' 합법적으로 재산을 얻은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부자세금'을 물려서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분배하려는 정책은 자연스럽게 매우 싫어하게 되는거죠.
제가 볼 때는 이것이 흔히 말하는 '강남 보수층'의 핵심을 이루는 사고방식입니다.

이미 빈부의 격차가 생겨버린 지금에 와서 '출발선에서 기회의 평등함'을 말하는 보수집단의 사고방식은
얼핏 보기에 본문의 예처럼 이마트 사장이 구멍가게 아저씨에게 공정하게 경쟁하자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30년 전 두 사람이 같은 구멍가게에서 시작했고, 한 사람은 마트를 차릴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한 사람은 구멍가게로 남았다면,
누가 과연 마트 사장에게 '넌 잘못 되었다'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물론 이 모든 것에는 마트 사장이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전제하여야겠죠.
XellOsisM
11/11/02 12:43
수정 아이콘
6.25이후 어찌 보면 누구나 동등한 스타트라인에 서서 시작했을때나 통용될만한 이야기 아닐까요.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빈부격차는 존재했겠지만, 보편적인 사람들 이야기 입니다.
설령 30년전에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가 "덜 노력한 사람"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대물림 되면 안되죠.

최소한 비슷한 위치에서라도 시작해야 되는데.. 지금 한국의 시스템에서 그것이 가능이나 합니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처럼, 누구는 공교육+등록금알바, 누구는 아무 문제없이 생활하면 이미 스타트라인은 차이가 나죠.
물론 합법적이고 자본주의 사회라면 아무~ 문제 없지만..
시스템자체가 앞선 사람은 더욱 앞서게, 뒤쳐진 사람은 따라갈수 없게 만드는데 이거부터 바뀌어야죠.

결과에 승복하는건 사회구조부터 바꾸고 납득할만한 상황에서나 말할수 있는것인지
현 구조상에서는 웃기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아나키
11/11/02 12:48
수정 아이콘
문제는 '노력한 사람'인 할아버지, 아버지가 당신들께서 젊은시절, 혹은 노년기에 당신들 스스로 누릴 수 있는 여유를 대부분 포기하면서까지
원한게 바로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의 후손들보다, 내 후손이 더 유리한 스타트 라인에 서는 것] 이라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스타트 라인을 억지로 맞춰버린다면, 거꾸로 '노력한 사람'들의 그 노력은 허사가 되는거죠.
결국 '적당한' 차이가 있는 스타트라인이 만들어져야 할텐데...그 '적당한'이라는게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XellOsisM
11/11/02 12:59
수정 아이콘
이해는 됩니다. 당장 제 아버지만 하시더라도 그렇고, 저 또한 혜택받은 후손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나 또한 이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아무 변화없이 현재를 따르는건 제 기준과는 다르네요.
경쟁사회는 공정한 경쟁이지. 그들이 말하는것은 볼공정한 경쟁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불공정함을 없애려면 시스템부터 바꿔라. 그러하면 결과에 승복한다. 라는게 요지입니다.

얉은 지식으로 댓글을 달려고 하니 어렵네요.
11/11/02 13:06
수정 아이콘
근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건 현재 기득권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거시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죠.
영원한초보
11/11/02 13:15
수정 아이콘
열심히 노력해서 쌓아놓은게 없기때문에 제가 아나키님 부모님 마음을 모두 이해한다는건 오만일 겁니다.
그래도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노력해서 얻은 대가를 인정하는 것은 모든 사회의 기본이니까요.
그리고 자식에게 할 수 있는한 모든 걸 해주고 싶어하는것도 아마 미래에 저도 같은 마음일 겁니다.
성공의 길을 쭉 걸어온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생각이 모든걸 자기 능력이루 이루어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살면서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사회없이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사회구조 내에서 자신이 어떤 혜택을 누리고 있고
그걸 받치고 있는 요소가 단순히 경쟁이라는 한가지 요소가 아님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나키
11/11/02 13:29
수정 아이콘
제 부모님을 이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_-;
직업상 강남권에 계시는 중산층 분들을 자주 접하고 있고, 제가 말씀드린 대부분은 그 분들 입에서 나온 생각들입니다.
부모님 이야기는 그냥 그런 분들 중에 과거에 대해 알고있는게 제 아버님과 장인어른 뿐이라서 말씀드린 것 뿐이구요.

말씀하신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부분이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사실 그런 분들을 보면 '나도 도움을 받아 이 자리에 있다'는 생각은 많이들 하십니다.
다만 생각에 차이가 있더라구요. '이 사회가 나에게 도움을 주었다'라는 생각보다는 '누구누구가 날 도와주었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또 유달리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 사람'에게 극진한 경우가 많죠. 심지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부분까지 도움을 주려는 경우도 허다하게 많습니다.
이게 바로 흔히 말하는 '비리'가 되고 '유착'이 되는거겠죠.
레지엔
11/11/02 13:21
수정 아이콘
음 중간에 하나 거슬린게 있는데... 미국이 양극화가 더 심해도 한국보다 말이 없는건 그게 고착화되어 있다는 점에 제일 크고, 미국의 기조 자체가 '못났으면 못사는게 당연하다'라는 인식이 큰데다가, 부자들이 기부를 통해서 양보하는 '제스쳐'를 보였기 때문이지 실질적으로 부를 양보했다고 보기도 좀 어렵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얼마 전까지 신분의 상승과 하락이 쉬웠고, 지금도 하락은 아주 쉬운 상황이죠. 이 상태로 한 10-20년 굳어진다고 치면 한국의 양극화는 더 심해졌음에도 불만은 더 적은 상황이 올걸요.
대한민국질럿
11/11/02 22:01
수정 아이콘
기부에 대해서 절세혜택을 올려주거나 하는식으로 부자들에게 국가의 영향력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적어도 IRS정도의 수사기관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세금포탈이 만연한 지금에는 세금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행정부의 힘이 너무 약한듯 싶습니다. 하지만 워낙 정경유착이 강하다 보니 그런게 가능할지는 미지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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