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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19 01:21:28
Name epic
Subject [일반] 최소 비용으로 치즈 케익 만들기
'홈베이킹'에 무심한 분들을 대상으로 써보겠습니다. (어차피 저도 초보 입니다.)





집에서 케익 만들 때 가장 좋은 기구는 전기밥솥 입니다.

얼핏, 오븐이 없어 할 수 없이 밥 짓는 물건으로 '뻘짓'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황동 코팅의 내솥 전체가 고루 데워지는
'인덕션 히팅 시스템'에다 메뉴 선택, 시간 조절을 통해 다양한 조리가 가능한 것이 요즘의 전기밥솥 이죠.

예열 안해도 되고 태워 먹을 일도 없고 편하고 결과물도 훌륭하고-

다만 오븐처럼 각종 '틀'을 이용해 다양한 사이즈로 만드는게 어렵습니다. 반죽을 작은 용기에 담고 밥솥에 넣으면
안되는건 아니지만 열효율이 많이 떨어져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고 고루 익지가 않습니다.


그리하여 진짜 뻘짓에 도전 해봤습니다. '프라이팬'으로 미니 치즈케익 만들기.

몇 번 해보고 나름 최적화한 레시피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처음 해보는 분들을 위해 최소비용 버전으로.

이런거 정말 처음 해본다면- 별로 어려울건 없지만 (사실 보통의 '한식' 보다 훨씬 쉽습니다.)
시간이 좀 걸린다는걸 알아두시길.



약 2인분 기준. 또는 혼자서 1끼 식사 대용.


재료 :

우유 200ml
달걀 1개
설탕 2스푼
밀가루 1스푼 (강력분(빵용 밀가루) 빼고 아무거나. 밀가루 대신 전분도 괜찮음.)
마가린 15g (오뚜기 파운드 마가린 450g에 1천원. 사기 싫으면 그냥 식용유 1스푼. 올리브유는 피할 것 - 향이 강하므로.)

식초 1스푼(또는 레몬즙)
소금 약간

선택 재료 :
바닐라향 아주 약간(4~600원 정도면 살 수 있음.)



기구 :

작은 스텐볼 (다이소 투톤 믹싱볼 1천원 추천)
거품기(적당한 크기의)
거름망(손잡이 달린 체)
작은 프라이팬(다이소 18cm 코팅팬 3천원 추천) + 뚜껑 (냄비 뚜껑, 스텐 쟁반 등으로 대체 가능)
(실리콘 주걱(없어도 됨))




재료에 관한 설명 :

치즈 케익 만들 때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크림치즈'를 쓰는 겁니다. (200g에 5천원 정도)
그 다음으로 우유에 슬라이스 치즈를 녹여 크림치즈로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데운 우유 100ml 당 5장 녹여서 만듭니다.)
여기서는 그냥 우유로 치즈를 만들어 쓸겁니다. 치즈의 풍미가 약하지만 식감은 비슷하게 납니다.


마가린은 물론 버터 대신 쓰는 겁니다.(450g 기준으로 버터가 5천원, 'BL마가린'(버터향 나는 마가린)이 3천원
오뚜기 마가린이 1천원 정도 합니다.) 마가린이 트랜스 지방 때문에 해롭다는건 미신에 가깝습니다만
(요즘 나오는 마가린은 1% 미만으로 버터와 별 차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맛이 떨어집니다. 그뿐이라면 그뿐이죠.
마가린은 처음 샀을 때 전자렌지에다 5초쯤 데운 후 5 x 3 x 3토막으로 10g씩 잘라서 잠깐 냉장실에 굳혔다가
상온에 보관하면 쓰기 편합니다.


밀가루는 '박력분'(과자용 밀가루)을 쓰는게 정석이긴한데 중력분(국수, 수제비용)을 써도 별 차이 없습니다.
박력분 1kg에 1,400원대. 큐원 중력분은 870원. 집에 쓰던 밀가루가 있다면 99% 중력분 입니다.
(밀가루 새로 샀다면 적당한 크기의 락앤락에 덜고 남은건 봉지를 둘둘 말아 테이프로 고정한 후 랩으로
감아 보관 합니다. 밀가루 쓸 때마다 봉지 열어서 붓거나 퍼담으면 가루가 많이 날리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편합니다.)


바닐라향은 전분에다 바닐라향을 입힌 하얀 가루 입니다. 400원 또는 600원 하는 작은 봉지로 구입하면 아주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바닐라향을 내기 보다는 계란 비린내를 잡기 위해 넣는데, 굳이 안 넣어도 됩니다.
(집에 고기 구울 때 쓰는 맛술 '미림'이 있다면 대체할 수 있습니다.)




기구에 관한 설명 :

빵 만들 때 반죽을 부풀리기 위해 이스트(효모)를 발효하거나 베이킹 파우더를 씁니다. 케익은 주로 '머랭'이 그 역할을
대신 합니다. 머랭은 계란 흰자에 설탕을 넣고 하얗게 크림 상태로 거품을 낸 것을 말합니다.
머랭을 만들기 위해 스텐볼과 거품기가 필요 합니다. 여기서는 계란 1개만 가지고 머랭을 만들기 때문에
작은 스텐볼이 필요 합니다.


프라이팬 - 저는 16cm짜리 키친아트 미니 프라이팬에다 맞춰서 만들었습니다만 18cm짜리로도 괜찮을 겁니다.
김치전 부칠 때 쓰는 납작한 팬 중에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는게 28cm 정도로, 18cm면 꽤 작습니다.
자주 쓰이지는 않겠지만 있으면 계란 후라이 한 둘 부치기 좋고 적은 양의 음식을 데우거나 조리하고 또 돈까스 따위를
기름 많이 쓰지 않고도 통째로 튀길 수 있는 등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 코팅팬을 오래 쓰고 싶다면 수세미, 세제로 닦지 말고 그냥 밀가루를 좀 뿌린 후 고무장갑 낀 손으로 박박 문대고 나서
물로 씻어내면 됩니다. 게다가 이 편이 기름기가 훨씬 깨끗하게 닦입니다.)

실리콘 주걱은 반죽을 깨끗이 부을 때 필요 합니다. 설거지 할 때도 도움이 되구요. 없으면 그냥 숟가락으로 긁어도 됩니다.





시작 :


1. 달걀 1개를 미리 냉장고에서 꺼내 놓습니다. 너무 차갑지 않은 편이 좋거든요.


2. 먼저 치즈를 만듭니다.

프라이팬에 우유 200ml를 두 스푼 정도 남기고 붓습니다. (나중에 남은 우유가 필요 합니다.)
중간불로 데우다가 김이 나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이고는- 식초 1스푼을 넣고 잘 저어 줍니다.

하얀 가루가 둥둥 뜨면서 약간 노란빛을 띠는 투명한 물과 분리되는게 보일 겁니다. 불을 끄고서

밑에 적당한 용기를 대고 거름망 위에다 프라이팬의 내용물을 붓고는 물이 다 빠지도록 둡니다.
그러면 그 하얀 덩어리만 체 위에 뭉쳐져 남을 겁니다. 이게 '우유 치즈' 입니다.

(거르고 난 물은 물론 마셔도 되고 핫케익 등을 만들 때 우유 (또는 버터밀크) 대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3. 유리나 사기로 된 적당한 크기의 용기에 마가린 15g(1.5토막)을 넣고 전자렌지에 2-30초 돌려 적당히 녹입니다.
(물론 식용유라면 이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잘 으깨 줍니다.


4. 마가린이 녹은 용기와 빈 스텐볼을 나란히 놓고 달걀을 깨어 각각 노른자와 흰자를 담습니다. 노른자는 마가린 위에
흰자는 빈 스텐볼에. (스텐볼에는 물기가 없어야 머랭이 쉽게 만들어 집니다. 거품기도 마찬가지.)

노른자와 흰자 분리하는 방법은 간단 합니다. 스텐볼 위에서 달걀을 반으로 잘 깨고는 달걀껍질 반쪽씩을 양손에 든 채
노른자가 터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반쪽 껍질에 번갈아 왔다갔다 부어 옮기면 흰자는 알아서 밑으로 주르륵 흘러 내립니다.

스텐볼의 흰자에 노른자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 합니다. 머랭이 잘 안만들어 집니다.


5. 마가린 + 노른자 용기에다 아까 만든 치즈를 넣고 우유 1~2스푼도 붓고 소금도 약간 넣습니다. (많이 넣으면 망합니다.)
마가린이랑 치즈가 엉긴 가루 상태로 뭉칠텐데 숟가락으로 곱게 으깨가며 잘 저어 크림 상태로 만듭니다.



6. 드디어 가장 커다란 관문인 머랭 만들기 시간이 왔습니다.
머랭 만들 때 요령을 모르면 30분을 해도 실패 합니다. 팔아파서 포기하고 전동 거품기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긴한데,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더구나 달걀 1개 분량이면 별로 힘들지도 오래 걸리지도 않구요.

먼저 스텐볼의 흰자에 거품기를 좌우로 흔들어 살짝 거품을 내고 설탕 2스푼을 넣습니다. 원래는 3번 정도 나눠서 넣지만 양이
적기 때문에 별로 상관 없습니다. 그 다음에-

보통은 거품기로 원을 그려가며 계속 돌려서 거품을 내는데, 제가 검색과 시행착오를 통해 찾아낸 최선의 방법은 이겁니다.
거품기 손잡이를 양손바닥 사이에 두고는 기도하듯 앞뒤로 비비기. 이러면 거품기가 빙빙 돌아가면서 공기를 주입하게 되죠.
이 편이 힘이 덜 들고 빨리 거품이 일어납니다.

거품기를 돌리다 보면 처음에 투명했던 흰자에 커다란 공기방울이 덮이고 다시 미세한 방울로 바뀌면서 점점 불투명하게
변해 가다 나중에는 하얗고 끈적하게, 휘핑한 생크림처럼 되갑니다. 부피는 계속 늘어나구요. 처음의 흰자에 비해 상당히
많이 불어날 겁니다.

머랭은 스텐볼을 뒤집어도 쏟아지지 않을 때까지 내면 됩니다. (그 이상 돌리면 다시 풀립니다.)
한 5분 정도는 걸린다고 예상하는게 좋구요. 이 '비비기' 테크닉이 질리거나 팔이 아프다면 본래의 '원그리기'로
전환해도 됩니다. (한쪽 방향으로만 계속 돌려야 하구요. 중간중간 아주 빠르게 돌려주는 편이 더 잘 됩니다.)



7. 머랭이 완성되면 숟가락으로 머랭을 2스푼쯤 떠서 아까의 마가린+노른자+치즈 그릇에 넣고는 섞어 줍니다.
섞을 때 머랭을 마구 휘저으면 고생한 보람도 없이 다 꺼져 버리고는 망합니다.
머랭을 섞을 때는 바닥부터 조심조심 퍼올리는 식으로 해야 덜 꺼집니다.

8. 머랭 스텐볼에 밀가루 1스푼(+바닐라향)을 고루 뿌리고 7을 아까 머랭을 떠낸 빈 곳에 살살 담은 후
가루가 보이지 않고 색이 균일하게 나도록 전체를 잘 섞습니다. (역시 바닥부터 조심조심 퍼올려서.) 반죽 완성.


9. 우유 데웠던 프라이팬을 잘 씻은 후 물기를 닦아 냅니다. 식용유를 약간 뿌린 후 키친타올이나 휴지로
옆면까지 고루 기름칠을 합니다. (완성된 케익이 깨끗하게 떨어지게 하기 위해.)
여기다 8의 완성된 반죽을 담습니다.

반죽을 담고 주걱이나 숟가락으로 고루 펴 줍니다. 젓가락으로 1~2번 젓고 바닥에 탕탕 내리쳐 공기를 뺍니다.



10. 뚜껑을 덮고 (뚜껑 없으면 스텐 쟁반이나 큰 냄비 뚜껑 등으로 대신 합니다. 가스렌지 약약불로 익힙니다.
(약불의 절반 정도) 가스렌지 화력 등 변수가 있어 각기 다르겠지만 10~15분 정도면 완성 됩니다. 윗면이 손에
묻어나지 않으면 다 익은 겁니다.

프라이팬이 계속 달궈지기 때문에 중간에 잠깐 껐다가 켜는게 좋습니다. 타이머 설정해서 5분 후에 껐다가
다시 3분 후에 켜서 5분 더 익히고 하는 식으로. 안그러면 바닥이 살짝 타는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다 익었으면 그대로 잠시 식힌 후 조심해서 옮겨 담습니다. 처음에는 좀 부풀어 올라 있다가 점점 꺼져서 납작해질 겁니다.
치즈케익은 차게 식혀야 맛있습니다. 냉장고에 두었다가 블랙 커피와 함께 먹는게 좋죠.





시식 후-

짜다. 소금을 줄이세요. 반대면 늘리고.
달다. 설탕을 줄이세요. 반대면 늘리고.
바닥이 탔다. 그냥 바닥은 남기고 먹으면 됩니다. 다음엔 더 약한 불로 더 오래 익히세요.
계란향이 강하다. 노른자를 반 정도 덜어내 버리세요. 저는 보통 그렇게 합니다.
바닐라향이 너무 강하다. 바닐라향을 줄이세요.
조리 시간에 비해 너무 양이 적다. 위 레시피에 양을 3배로 늘린 후 밥통에 만능찜으로 2~30분 익힙니다.

치즈향이 약하다.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우유 치즈는 발효를 안해서 원래 향이 약하거든요.
이 점이 맘에 안든다면 크림 치즈(+생크림 또는 요플레)나 슬라이스 치즈(+우유)로 만들어 보세요.
아니면 소금 대신 '허브 솔트'를 넣어 향을 보충해 보세요.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재료도 그렇고, 프라이팬으로 하면 식감이 덜 부드럽습니다.)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케익이
만들어질 겁니다. 익숙해진다면 더 비싼 재료들로 더 큰 사이즈에 도전해 보아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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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04/19 03:22
수정 아이콘
외식조리과인 제가 느끼기에는 요리는 레시피나 재료보다는
역시 노하우에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느낍니다 크크
조리에 "기본"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 후에는 조리사의 감각과 노하우죠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되는게 요리입니다 크크
임요환의 DVD
11/04/19 07:55
수정 아이콘
코알랄라!! [m]
Cazellnu
11/04/19 10:48
수정 아이콘
언젠가 사진이나 동영상자료도 볼수있으면 더 좋을것 같습니다.
글로배워서 망한게 한두게가 아닌지라..
coolasice
11/04/19 12:24
수정 아이콘
버터나 밀가루 저런식으로 쓰는거 실제
업소에서도 애용되는 방법입니다 아주 유용하죠! 특히 버터를 대략 10g씩 맞춰서 큐브모양으로 잘라놓으면 엄청 쓰기 편해지죠 [m]
11/04/19 13:28
수정 아이콘
오...혹시 생크림 케익편도 기대해도 될까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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