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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3/30 13:50:47
Name 쌈등마잉
Subject [일반] 『진보집권플랜』-조국의 ‘진보집권플랜’을 둘러싼 논의들과 나의 입장
[감상] 조국·오연호,『진보집권플랜』
- 조국의 ‘진보집권플랜’을 둘러싼 논의들과 나의 입장


확실히 조국의 ‘진보집권플랜’이 화제입니다. 지난 20일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은 조국을 ‘겉과 속이 다른 강남좌파’라고 비판했습니다. 외고를 비판하지만 자기 딸은 외고에 보냈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보수진영에서는 이를 재생산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에 대해 조국은 "나는 내속의 '위선'과 '언행불일치'를 직시하고 이를 고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동아의 공격에 위축될 생각은 없다. 동아는 '강부자', '고소영'층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강남좌파'할퀴기에 여념이 없다."라고 대응했지요.

조국을 둘러싼 또 다른 논쟁 중의 하나는 김규항과 진중권의 것입니다. 김규항은 조국을 비판하면서  본 책의 제목을 ‘<시민집권플랜> 혹은 <민주집권플랜>’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진보란 먹고사는 데 별 걱정이 없는 중산층 엘리트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변화를 대다수 인민들을 위한 변화라 과장하는 게 아니"며, "자신들에겐 충분한 변화더라도 대다수 인민들에게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두 저자가 주장하는 적극적인 선거연합을 통한 정권교체는 '대다수 인민들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진중권은 "현재 진보정당은 집권 전망도 수권 능력도 없다. 이것이 철인좌파마저 모자 눌러쓰고 진보정당을 외면해온 바람에 생긴 빌어먹을 현실"이라며 정당 활동에 인색했던 김규항을 비판합니다. 그리고 선거연합에 대해서도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다가올 연합 속에서 되도록 진보의 가치를 많이 관철시키는 것이지, 그 연합에 딱지나 갈아붙이는 것은 확실히 아니"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김규항의 주장이 이해됩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우파 자유주의 정권임에도 끊임없이 ‘진보’의 탈을 쓰고 활개하여 진짜 진보가 망각되는 현실을 끊임없이 개탄했었습니다. 그렇기에 유시민과 손을 잡으려는 진보정당과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극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지요. 하지만 진중권의 말마따나 현재의 진보정당의 현실 앞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다소 무기력해 집니다. 김규항은 진보의 정체성을 공고히 확립하고 그것을 타협적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사실 원론적인 말이지요.

저는 선거연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규항의 말처럼 자유주의 우파에게 근본적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진보정당이 자유주의 우파에게 흡수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진중권은 "중요한 것은 공통의 가치를 마련하는 것. 유럽식 ‘사회국가’의 이념 아래 서민복지와 남북화해를 추구한다는 최저 강령에는 세 주체가 모두 동의하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선이 최소한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선이 지켜진다면 분명 많은 민중들이 더 나은 삶의 조건을 획득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실상 문제는 이러한 진보적 가치가 과연 실질적으로 관철되느냐의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조국은 “남북 문제에서는 군축, 평화공존,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경제에서는 자유시장주의, 시장만능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시장에서 패자를 아우르는 정책을 추구하고, 양심·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시한 각종 정치적 기본권의 확대·강화를 지지하는 것이 진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계급적으로 보면 진보는 강자나 부자의 편이 아니라 약자나 빈자의 편”이고, “특권을 가진 엘리트의 편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편”이라고 했지요. 그러면서 “서민과 보통 사람이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봅니다. 진보의 길이 곧 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저는 어디에 가서든 공개적으로 진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조국은 강남에 살고 있고, 서울대 법대 교수고, 딸은 외고에 다닙니다. 김규항이 볼 때 조국은 ‘좌파’라고 하기에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조국이 또다시 ‘진보’를 오염시키게 될까봐 많은 걱정을 하는 것이지요. 김규항에게 조국은 “양심적 자유주의자”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이 조국을 유시민과 같은 선상에 놓인 것으로 파악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10년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는 의미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지요. 저는 조국이 자유주의 정당이 아니라 진보정당과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가 표방한 진보가 우보단 좌에 가깝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제시하는 정책들도 대개 사민주의를 통해서만 수렴 가능한 것들이고요.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독자파’가 압승을 했습니다.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민노당’과의 결합에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분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조건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과 선거연대는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당은 자신의 신념과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이런저런 바람에 휘둘려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고 현실 정치에 구현하기 위한 전략은 있어야 합니다. 선거 연합은 그러한 전략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선거 연합 없이는 진보정당이 자신의 뜻을 결코 현실화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흡수가 되는 것을 끝없이 경계하면서 연합의 ‘공동의 가치’에 진보적 가치를 이입하는 것에 힘을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만약 진보적 가치가 관철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합이 요구된다면 무조건 반대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차이’만을 부각시켜 고립을 자처하는 것 또한 반길 수 없습니다. 앞으로 굵직굵직한 선거가 연달아 진행됩니다. 진보가 더 이상 자유우파의 동원 대상이 되지 않으면서도 국민들과 괴리되지 않게끔 함께 고민하여 현명한 걸음을 해야 할 것입니다. 현실이 그럼에도 저는 다시 한 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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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30 14:09
수정 아이콘
와~~~ 저랑 같은 생각이 같으시네요 추천 한방드려요 ^^ 세르지오 추게로
11/03/30 14:18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진보' 가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종북' 논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만해도 한나라당이 어떤 부정부패를 저질러도 '종북' 논란이 있는당보단 한나라당을 찍을것이기 때문입니다.
윗글중 '진보의 정의' 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서 '남북관계' 에 관한 언급이 나오는데 진보 측은 북한의
대변인 노릇만 할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발언은 커녕 중립자측면의 발언조차 안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진보의 정당한 주장과 발언도 일부 종북 세력이 가담함으로서 보수쪽의 공격을 받고 흐지부지 되어 국가를 둘로 쪼개는 일이
너무나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마당에 왜 북한을 과감하게 포기할수 없는가에 대한 이유가 정말 알고 싶습니다
11/03/30 14:28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이 써지는 이유 자체가 진보측이 자신의 문제를 아직도 파악 못하고 딴데서 문제를 찾고 있다는걸 증명하는겁니다
한나라당에 대항해서 승리하려면 어짜피 민주당을 끼우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인데 민주당이 진보는 아니죠 거친표현이지만
해먹을 능력이 부족한 한나라당쯤 된다고 볼때 진정한 '진보' 세력의 연합으로 주류세력이 되고자 한다면 한자리수 초반의
지지율가지고는 택도 없다는거죠 그런 마당에 선거연합? 진보세력끼리 선거연합해서 10%나 나옵니까? 그마저도
표 뺏어오는 쪽이 한나라표가 아니고 민주당표인데 오히려 방해만 될뿐이죠 일단 자신들의 몸뚱아리를 한자리수 후반
10%대 초반까진 끌어 올려놓고 선거연합이니 어쩌니 해야지 지금 문제가 연합을 안해서 문제입니까?
결국 저렇게 의미있는 지지율을 획득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종북논란에서 벗어나는겁니다
저런 문제제기는 제대로 헛다리 짚은거죠 백날 저래봤자 절대 소용 없을겁니다
11/03/30 15:12
수정 아이콘
Co님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네요
해먹을 능력이 부족한 한나라당이라는 표현 참 마음에 듭니다

어쨋거나 진보 정당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하자면
저도 진보 정당들은 어째서 "탈 빨갱이" 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도저히 해결이 안됩니다
분당까지 하면서 나왔고 (제 생각에) 지지율을 올리려면 김정일 사진을 밟는 퍼포먼스를 해도 부족할 판에 그간 진보신당이 보여준 대북 발언들은 저럴꺼면 왜 갈라섰나 생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죠
60년대라면 모를까 북한이 진보 계열 당에 뭔가 공작 자금을 준다거나 하는 이유로 그럴꺼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못갈라서는 이유가 뭘까요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민노와 진보의 분열은 종북과 친북의 분열이었나?
항즐이
11/03/30 15:23
수정 아이콘
솔직히 진보 세력이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꽤 사치스럽습니다. 여전히 생존이 1차 목표인 정치세력일 뿐인데 분열하기 바쁘죠.

전쟁 앞에 이데올로기 놀음은 없다는 말처럼, 생존이 목표가 된 상황에서의 정치적 타협을 할 수 없는 역량이라면 애초에 현실 정치에 발담글 이유가 없습니다.

종북의 민노당이 싫으면, 어리바리하고 당색도 흐릿한 민주당을 이용해 먹을 생각이라도 해야죠.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언제까지 끌고갈지도 궁금합니다.
타테이시아
11/03/30 15:24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진보정당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북한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 그냥 독재국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에 대해서 강한 말 한 마디 못하는 것이 진보정당들이 가진 가장 큰 한계입니다.
우파 자유주의가 진보를 잡아먹는다고 생각할게 아니라 자기네 안의 생각 자체를 정리하는게 중요합니다.
마르크스가 내세웠던 사회주의라는 기치가 저 북쪽의 나라에서 실현되고 있는지 그것부터 평가하라는 것입니다.
쌈등마잉
11/03/30 16:48
수정 아이콘
대부분 진보정당의 문제로 북한에 대한 태도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시네요. 제가 민노당에서 진보신당이 분당되는 것을 너무나 기뻐했던 이유가 바로 그 종북 문제 때문인데요(그래서 다시 합당 이야기가 나올 때 극구 반대했고, 이번 당대회에서 독자파가 압승해서 안도했지요). 여전히 '진보정당=종북' 테제가 먹이고 있다는 것을 보면, 진보신당의 입장과 쇄신의 것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차사마
11/03/30 18:23
수정 아이콘
진보주의자들 대부분이 이런 근본주의자라는 점이 안타깝네요.
한국에서 유럽식 복지라..? 식민지 정책으로 막대한 부를 쌓거나, 부가가치 높은 기술을 보유했거나, 북유럽처럼 많은 광물, 석유, 천연가스가 존재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이들이 바라는 유럽식 사민주의는 실현되지 못할 겁니다. 기껏해야 못 사는 남미국가 수준의 복지해택 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식의 이념 근본주의가 아니라, 자신들이 바라는 복지를 위한 경제적 플랜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이들 중에 복지의 바탕이 될 선진국 수준의 부를 창출하고 실현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 존재하는 지 의문이고(이제껏 경제에 대한 걸 구체화 시킨 좌파 정치 인사는 없었습니다), 만약 유럽식 복지를 직접세 확충으로 풀려고 한다면, 절대 이들을 뽑을 일은 없을 겁니다.
포포탄
11/03/30 20:48
수정 아이콘
진보집권플랜은 제가 읽어보질 못해서 책에 대해서 평을 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한달전 열렸던 민란토론회에 갔다왔을때 어느분이신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정당내 정당'의 개념을 들고 오셨던 분이 있어서 인상깊었습니다. 지금 민노당과 진보신당,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그외의 여러 정치이념적 간극을 인정하면서 선거용정당을 만들자라는 내용이였습니다. 물론 도로 민주당같은 사태가 염려되지 않은것은 아니였으나, 민주당 개혁위를 맡고있는 천정배의원의 긍정적검토 및 강령내 민주당혁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정당 통합운동의 방향을 설정하는 내용을 담겠다고 발표하고, 다각도로 검토에 들어갈만한 사안이라고 결론이 났었죠.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얼핏 분열만 하는것 같이 보이지만, 지금 각 정당들은 정체성확립하기를 통해서 오히려 도로민주당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인 것으로 추측합니다. 진보정당들도 모르는것은 아니겠지요. 지난번과는 판이 다른 통합을 하고 있다고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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