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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26 20:01
(수정됨) 대체로 평균내면 독재정권 특히 초대 지도자들은 민주정의 초기 지도자들보다
능력적으로 뛰어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리콴유나 폴 카가메 등등 세습 되거나 부정축재로 이어져서 문제지 한국이 다행스러운건 이승만은 뭘 더 하기에는 너무 노쇠했고 박정희는 비교적(?) 청렴했고 덜 잔인했으며 전두환은 권력욕 외에 치세에는 엘리트 관료를 중용했다는거죠
25/09/26 20:09
스아실 그렇게 보이는 것도 당시 한국의 위태로운 국제정세 상황 상 외국, 특히 서방 정권이 제제를 가할 경우 독재라는 취약한 국내 명분 상 간섭을 막기 힘들었기 떄문이라 보입니다 박정희는 그나마 10월 유신 이전에는 형식상으로라도 선거로 집권했다는 게 통했지만 전두환부터는 그런 최소한의 명분조차도 없었으니까요
25/09/26 20:15
그게 클 것 같습니다. 한국 다룬 외국의 발전국가론 보면 다들 체제 경쟁, 미국의 개입으로 막 나갈 수 없었던 상황 이야기 하더라고요.
25/09/26 20:09
다음 글에서 다룰건데,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가 경제에 왜 덜 나빴냐에 대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연구들이 있습니다.
일본이 보여준 동아시아 엘리트 관료의 뛰어남, 수출 산업 등에 대해서는 착취적 제도가 아닌 포용적 제도를 적용 등이요
25/09/26 20:21
(수정됨) 독재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고 나름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리고 보통 2차세계 대전 이후에 개도국 독재자들 이력보면 보통 서구권 유학갔다온 엘리트 출신 독립 운동가,사회 운동가인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독재체제여서 발전이 빠르다기 보다 후진국에서는 서구권 유학갔다온 엘리트가 정권을 많이 잡고 이들이 초창기에는 나름 잘해서 그런것도 있습니다. 보통 1기때 기존의 통치자들보다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독재하다가 말아 먹는 코스가 많더군요. 나라가 워낙 막장상태니 좀 똑똑한 엘리트면 초기에는 잘할 수 있는데 좀만 발전해고 사회가 복잡해지만 약빨이 다하는 거겠죠. 이 글쓴분이랑 논쟁 많이 했었지만 이론적으로는 '독재가 산업화 초기 경제 발전에 필수 요소가 아니다'라는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25/09/26 20:32
얼마 전에 든 생각인데 한국 독재의 특이점은 북한과의 전쟁 위험과 체제 경쟁이라는 변수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70년대까지는 북한이 우리보다 잘 살았으며 80년대 후반 이전에는 북한이 실제 남침하거나 전쟁을 일으켜서 패전하면 자기가 죽거나 권력을 잃게 될 위험성을 지도자가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상태였죠.
아프리카 독재자처럼 아방궁 짓고 마냥 향략에 빠질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실제로 체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나라를 발전시켜야만 했습니다. 또 반대 세력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게 단골 수법이었는데, 이런게 통하려면 어쨋든 나쁜놈인 북쪽보다 잘 해야 없는 정통성에 그나마 면이 서기도 했구요.
+ 25/09/27 07:08
한국과 대만의 권위주의 정부들이 다른 제3세계 독재자들과 명확히 차별됐던 점은
재정 건전성 관리와 교육 장려, 과학기술 육성으로 봅니다. 3가지 다 독재정권 유지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죠.
25/09/26 20:55
독재자는 권력을 공고히 하기전에는 성과를 바탕으로 집권하기 때문에 보통 유능하게 나라를 통치하나 시간이 지나면 결국 망가지게 되죠. 북한의 김일성이 좋은 예시인데 70년대초까지만 해도 북한이 우리보다 경제가 더 좋았죠. 하지만 이후로 북한경제는 아시다 시피 망가졌죠. 독재자는 게을러 지던지 정책의 효용이 떨어지고 낡아져서 언젠가는 망하죠. 한국이 운이 좋았던거는 각 독재자들의 퇴장이 늦지 않게 이뤄졌기 때문이죠. 박정희 말년의 경제 위기는 70년대의 중화학 공업투자로 외채를 많이 빌렸는데 그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폴볼커가 등장하고 금리가 급등했고 외채의 이자율이 폭증해서 발생했죠. 한국의 외채는 세계 3위엤고 이때 대학가에서는 외채망국론이 돌고 있었는데 실제로 외채 1,2위는 imf가 왔죠.어쨌던 그결과 1980년은 전후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였죠. 그 위기의 해결은 일본등의 채권국의 지불유예 같은 것이었죠. 아마 박정희가 살아있었다면 핵개발등의 이유로 최악이었던 한미관계때문에 일본등의 채권연장등이 미국 눈치때문에 어려울것이고 아마 imf가 1980년대 발생했을거예요. 즉 한국은 오래되면 생기는 독재의 부작용을 운과 냉전의 최전선이라 세계 눈치를 봐야했던 상황때문에 피했던 나라라고 봅니다.
25/09/27 06:10
(수정됨) 모두가 반대했던 그 중화학공업 투자 덕분에 2000년대 이후 선진국 진입이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죠.
반대자들의 논리대로 저임금 활용 노동집약 산업에 집중했으면 OEM 국가를 못 벗어났을 테고 그럼 국가 사이즈로 보아 잘 돼봐야 대만 꽁무니나 쫓는 나라가 됐을 겁니다. 박정희가 판단력 떨어져가던 적당한 시점에 퇴장했다는 점은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박정희였으면 IMF 갔을 것이다도 논리적으로 과장인 것이 1980년 말에 미국 정권이 (압도적 표차로) 레이건에 교체됐고, 오히려 한국 경제발전 숙명론에 따르면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라도 한국이 무너지게 놔두지 않았을 겁니다. (imf때 봤듯이) 일본의 추가 차관 제공도 실상 미국이 태클 걸면 불가능한 일인데 냉전 최전선의 반공 정권에게 그럴 리도 없구요. 그리고 80년대 중반부터는 그 중화학공업 투자의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며 3저호황의 꿀을 세계에서 제일 잘 빨아먹은 나라가 됩니다. 오히려 1970년대 한국의 수준이나 상황에서 중화학공업 육성 같은 선택은 권위주의 정권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죠. 분명 국운을 건 도박이었고, 실패했으면 중진국 함정에 제대로 빠졌겠지만 불과 20년 전까지도 국민 과반(조사에 따라 70%까지 나옵니다.)이 문맹이던 나라가 그 정도 도박 없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었을까요.
25/09/27 06:30
박정희의 중화학공업화도 결과적으로 한국이 중화학공업에 기반한 선진국행 막차에 올라탈 수 있었던 기가막힌 타이밍을 잡은 정책으로 회자되긴 합니다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경제문제와 관련해서 독재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 케이스죠. 애초에 중화학공업화를 강력하게 추진한 것도 경제적 마인드보다는 군부출신 독재자의 밀리터리적 고려요소(안보와 자주국방을 위해서 탱크나 총은 커녕 탄약조차 충분한 수량을 자체적으로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던 당대 산업 상황과 한미갈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국방력의 상수가 변수로 변해버릴지 모른다는 심리적 불안요소 등)에서 추진했던 기획이었고, 독재 정권이 경제 외적 마인드로 추진한 경제정책이었던 만큼 중복투자와 비효율, 운나쁘게도 부적절한 시장상황 등이 겹치는 바람에 진짜 나라 망할뻔한 위기로 치달았었고요. 어떤 면에서는 박정희는 자신이 추진한 중화학공업화 정책 때문에 죽은 거죠. 경제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면 민주화 항쟁의 강도가 그렇게 강도 높게 치솟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사회불안이 심각해지지 않았다면 정치권 내의 다른 인물들이 우두머리 교체라는 아이디어까지 떠올리는 사태까지는 안 갔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민주적인 절차나 정략적인 협상으로는 도저히 교체할 수 없는 인물이었으니 총까지 나오게 된 것일 뿐이고요.
말씀하신 부분에 많이 공감하는데, 박정희가 죽고 정치적 정당성이 취약한 전두환이 뭐든지 다 주겠다 대통령직만 인정해다오! 하면서 미국에 굽히고 들어가면서 한미관계 완화시키고 중화학공업부문의 중복투자 정리하고 시장상황도 호의적으로 돌아가고 하는 등의 우연과 운과 나름의 행동이 있었기에 현재의 모습까지 오게 된 것이지, 박정희가 계속 살아있었다면 당대의 국내상황은 물론 국제관계도 문제였고 독재자 특유의 경직성으로 더 안 좋은 방향으로 치달았을 가능성도 없던 게 아니죠.
25/09/26 20:57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민주정부 10년의 경제성장이 과연 박정희-전두환의 독재정권과 비교해 정말로 못미치는가 세세히 따져봐야죠.
맨땅에서 일으켰다는건 다시 말해 무언가를 조금만 해도 성과가 확 드러날만큼 기반이 보잘 것 없었다는 말도 되니까요.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찾아온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경제성장을 이룩한 민주정부의 공이 독재정권의 그것보다 못하다 할수 있나 의문입니다.
25/09/26 21:02
네 이말씀에 동의하는게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올라오는 것은 세계의 꽤 많은 나라가 했던 예시가 있죠. 태국이라던가 동남아의 많은 나라가 달성 했었죠. 거기에 중국이라는 가장 큰 케이스도 있죠. 그러나 중진국에서 선진국이 된 케이스는 일본, 한국, 대만정도로 대단히 희귀하죠. 중진국의 함정이 괜히 있는게 아닙니다.
25/09/26 21:19
저도 여기 동의합니다. 박정희 시절 고도경제 성장기만 이야기하면서 중진국의 함정을 극복한 시절을 그냥 없는거처럼 넘기는경우가 너무 많이 보이더라구요.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그 턱을 넘지 못한 국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25/09/26 21:59
인정하는데 순서가 뒤바꼈다면? 경부고속도로 중화학 단지 대신 호남곡창평야만 남았다면?
순서가 독재 후 민주화라서 가능했던것 같습니다
+ 25/09/27 08:20
우선 한국이 중진국 함정을 돌파한 시기를 빠르게는 1990년 전후, 가장 늦게는 2001년경으로 보니 김대중-노무현 덕분에 중진국 함정을
돌파했다는 주장은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김대중-노무현 시기의 경제성장을 박정희-전두환의 산업화와 떼어놓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 시절 육성된 중화학공업과 중후장대 제조업들이 자본/기술 축적, 노동 공급의 질 상승 등을 통해 2000년대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꽃을 피우고 선진국 진입을 견인했으니까요.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이 김대중-노무현 시기에 천지개벽한 게 아니잖아요. 이는 한국만의 특수성도 아니고 제대로 산업화 기반을 다진 뒤 민주 체제로 전환된 일본,한국,대만 모두 따라간 경로입니다. 심지어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저 대기업 집단들은 90년대까지만 해도 민주진영 학자들에게 재벌폐해론 등으로 공공의 적 취급을 받았고 대만처럼 중소기업을 육성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한국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선발주자 대만을 저 멀리 따돌리고 앞서가자 그런 얘기들은 쏙 들어갔죠. 뭐 지금은 TSMC, 미디어텍 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만에 다시 역전됐지만요. 중진국 함정에 빠진 국가들은 이유가 있습니다. 자원 의존형 경제 : 러시아, 말레이시아 어설픈 산업화 수준 : 태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잘못된 발전 전략 : 수입대체 산업화의 길을 택했던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 외교적 고립 : 이란 한국은 80년대 말에 이미 서방에 밀착돼 독자 브랜드로 자동차, 전자,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을 수출했으며 수준급의 철강과 선박을 만들 능력이 있는 나라였습니다. 인구구조도 이상적이었고 교육 수준은 날로 향상 중이었으니 어지간한 경로 이탈만 아니면 중진국 함정에 빠지기 어려웠죠. 물론 우리도 잘못된 길로 갈 수 있었습니다. 수출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대신 내륙도로 건설을 우선할 수 있었고 중화학공업이 아닌 저임금 활용 경공업에 투자할 수도 있었고 식민지배 배상금을 제철소 건설이 아닌 피해자 배상에 쓰고 끝냈을 수도 있었고 수출주도 산업화보다 수입대체 산업 육성의 길을 갈 수도 있었고 대기업 집단을 억제하며 중소기업을 밀어줄 수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후자가 당대에 더 인기 있었던 정책들이고 도덕적 정당성까지 갖추고 있었죠. 이런 선택의 결과들이 현재의 한국을 만든 겁니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했죠. 선진국 그룹의 사다리가 치워지고 중국이 부상하기 전 냉전시기 진영 내 푸쉬를 받으며 막차 잡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지금 베트남이 일본,한국,대만의 길을 따르려 하지만 이미 문이 닫혔다는 비관론이 팽배하지 않습니까. 이런저런 내부 논쟁과 대립으로 10~20년만 허송세월 했으면 한국도 베트남과 비슷한 처지였을 겁니다. 독재가 경제발전에 필수니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신생 독립 후진국에서 이러한 단기간 압축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해낸 사례가 동북아 권위주의 정부들밖에 없으니 민주적 정당성 미비로 그들의 功과 개발 과정에서 유능했던 부분까지 애써 무시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확증편향으로 오독하는 사람들이 있어 쓰잘데기 없는 말꼬리 잡기 방지를 위해 노파심에 덧붙입니다. 경제발전에 독재가 필수다 (X) 동아시아 선진국들의 과거 개발독재 정부들이 압축성장에 유능한 면이 있었다 (O) 민주주의로는 후진국이 경제발전 할 수 없다 (X) 민주주의로도 후진국의 단기간 압축 산업화가 가능하다 (△) => 이론상으로는 모르나 실사례가 없음.
25/09/26 21:01
독재가 낫다기보다 민주주의 경험이 없는 전후독립국에 독재자가 출현하는 것은 필연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독재자가 유능해서 경제발전을 한 게 아니라 죄다 독재자가 출현했는데 어느 나라는 나락으로 갔고 어느 나라는 이만치 온 거라고 봐야죠.
25/09/26 21:19
맞습니다. 최빈국에 정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민주정이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게 드러난 사실이죠.
다음 편에서는 구체적으로 몇 나라나 민주정을 유지했고 몇 나라가 성장했나를 볼 겁니다
25/09/26 21:10
민주주의가 원인으로 작용하려면, 민주주의의 원인은 무엇인지가 문제될 것입니다. 버튼 하나 누르면, 민주주의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민주주의로 시작할 수 있는게 아닐 테니까요. 민주주의에 앞서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있었던 거라 이해합니다.
아직 성숙한 민주주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유재산에 대한 보호, 효율적 관료제, 높은 저축률, (보호무역이 아닌) 대규모 시장으로의 수출' 이게 어떻게 가능하겠는지가 관건이 되는 거라 봅니다. 그런게 되기 위해서는, 이성적 법질서와 교육된 국민들이 필요할 텐데, 법이 어떻게 이성적으로 만들어지고 이성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지가 문제이고, 어떻게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일하지 않고 교육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 거죠. 군사독재만이 유일한 답이라 주장하는 사람은 아마 없거나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그것이 방법이 되는 수가 있는 것이겠죠. 현대 민주주의는 이성을 기반으로 한다고 보는데, 어떤 사회에 '이성의 총량'이 늘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나폴레옹을 기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인데, 이때부터의 군대라는 것은 이성적 성격이 상당히 강했던 걸로 이해합니다. 총은 평등을 가져온 거라 이해하고요. 이성적 질서가 만들어지고 규율될 수 있는 원인이 되는게 근대 ・ 현대의 군대인 거죠. 그리고 군대가 이성적 관료조직으로 이어집니다. 징병제 국가에서 군대문화를 겪은 사람들이 기업으로 들어가 관료적 기업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부강해지지 않으면 외침에 의해 멸망하게 될 거라는 커다란 위기의식이, 국력 강화를 위한 진심을 만들어낸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원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과 동맹관계라는 점이 수출에 집중하게 만든 점이 있었을 것이고요. 외국과 교류하다보니, 그들 질서에 우리도 맞춰가면서 나아진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근대부터는 아마도 군대라는게 평등에도 유리하게 작용한 점이 상당히 있을 겁니다. 우리가 군대에 들어갔을 때, 동일 계급 내지 동기들끼리는 평등합니다. 그리고 전체 기간을 놓고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장을 답니다. 병장도 하고 이등병도 하는 거죠. 나이나 연차 순서로 계급이 정해질 때에는,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평등 성격을 띄게 되는 거라 봅니다. 이성과 평등이 곧 민주주의로 가는 요소가 됩니다. 단지 자유와 인권이 아직 없을 뿐인 거죠.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도 군대식으로 조직됩니다. 나이에 따라 진급하고, 동기들끼리 평등합니다. 군대로 인해 이성과 평등이 늘어나고, 여기에 자유와 인권이 덧붙어지면 민주주의가 되는 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유와 인권을 얻기 위한 투쟁이, 민주화 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사회에 틀잡혀 있는 조직(군대, 정부, 학교, 기업)으로부터 다소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바로 대학생이었다고 할 수 있겠고요. 우리나라는 대학생들이 많은 역할을 한 걸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대학생이 충분히 있으려면, 대학교가 있어야 하고, 대학교가 있으려면, 대학교를 보낼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있어야 하며, 대학교를 필요로 하는 산업을 해야겠지요. 농업이나 광업은 대학교까지 가야되는지 의문이 많이 들지만, 제조업이라면 대학생이 필요한 것이겠고요. 그 얘기는 대학생들 주도의 민주화 운동이 되려면, 먼저 산업화가 되어야 했다는 의미겠지요.
25/09/26 21:32
사유재산에 대한 보호 → 이성 필요
효율적 관료제 → 이성 필요 높은 저축률 → 군사적 위기의식이 도움이 될 수 있음, 평등적이고 중앙집권적 체제가 도움될 수 있음 (보호무역이 아닌) 대규모 시장으로의 수출 → 전세계 바다에서 상선을 보호해주고 있는 미국과 동맹이 도움될 수 있음(그외 신용에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 그밖에 자본이 있어야겠죠. 지하자원도 없는데, 자본을 어떻게 만들지 문제되고요. 너무 가난하니, 외화를 어떻게든 가져와서 투자를 해야 할 텐데, 씁쓸한 얘기지만, 그러나 사실이기도 한 건, 미국을 도와서 베트남에 파병한 것이, 달러를 가져오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라 봅니다.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은 것도 중요한 자본이 된 걸로 이해하고 있고요. 파병이든 배상금이든, 그러한 자본이 없었다면, 투자를 못해서 발전을 하지 못했거나, 혹은 외국자본만으로 투자를 하다보니 외국인들이 주로 부유해지게 되었을 뿐이었을 겁니다. 파병은 어떻게 했는가 하면, 군대가 있으니까 파병한 것이겠죠. 군대가 왜 있는가 하면, 북한(그리고 그 배후의 소련과 중국)과 전쟁을 했고 전쟁 위험이 계속되었으니 그런 군대가 있을 수 있었겠고요. 즉 많은 것들이 군대로 설명된다고 봅니다. '이성과 평등 그리고 자본' - 이 세 가지가 군대와 연관된 걸 볼 수 있죠. 그러나 군대식으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하기에는 그리고 문화적 및 경제적으로도 선진국에 이르기에는, 자유와 인권이 없죠.
25/09/26 23:09
첫 문장이 너무 좋네요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의 원인인지 아닌지 따지기 전에, 민주주의는 무엇을 원인으로 태동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는게 생각 못해본 고찰이었습니다
25/09/27 00:31
북유럽, 아일랜드, 싱가포르, 스위스 등 현재 1인당 GDP 상위권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의 경제 성장 구조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이 나라들이 경제 성장을 경험한 때와 군사 강국인 것과는 별 상관 없었구요. 당연히 군대가 이성의 총량이라는 기이한 주장과도 연관이 없습니다. 총이 평등을 가져왔다는 것도 근거를 전혀 모르겠구요. 총이 전장의 중심으로 등장하고서 유럽에선 오히려 절대왕권이 더 강해졌습니다. (16~19세기). 당연히 사병 계급을 다 겪었다고 그게 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지나친 논리의 비약입니다. 징병제 국가에서 군대문화를 겪은 사람들이 관료와 기업이 되어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것도 미국을 보면 전혀 아니구요. 미국은 양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전통적으로 군대의 규모가 작은 나라였는데 이미 2차 세계 대전 전에 전 세계 GDP 1위를 찍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슨 주장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글입니다.
+ 25/09/27 08:01
나폴레옹의 군대와 미국 독립전쟁의 군대는 병사들이 일렬로 서서 총을 쏘는 식의 전쟁이었습니다. 검, 창, 활을 쓰던 시대에는 실력차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총을 쓰자 전투력에 있어 평등해집니다. 다만 규율이 중요합니다. 일렬로 서서 전진해야 하는데 누군가가 이탈하면 안 되니까요.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모두 군대와 관련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문화와 제도가 그밖의 나라로 퍼진게 있을 것입니다. 나폴레옹 군대와 이성에 대해서는 프랑스 학자인 미셸 푸코의 책 <감시와 처벌>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군대 - 병원 - 감옥. 권력이 이성적으로 규율하는 것에 관한 책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25/09/27 08:27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데카르트 ~ 나폴레옹 : 이 시기는 천재의 시대라 봅니다. 철학과 과학에 있어서, 이성적인 천재들의 활약이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제국주의 침략과 교역이 진행되었습니다. 나폴레옹 ~ 히틀러 : 이 시기는 대중의 시대라 봅니다. 관료와 군대와 기업과 학교에 의해 널리 많은 사람들이 이성적 규율을 받습니다. 이와 함께 정치적으로는 프로파간다가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산업혁명이 있습니다. 인구증가와 도시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관련하여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란 책이 있고, 쇼펜하우어 ・ 헤겔 ・ 니체는 이 대중의 시대에 진행된 철학이라 이해합니다. 그 반동으로(쇼펜하우어와 니체) 혹은 그 확장된 공상으로(헤겔의 전체주의) 진행된 철학이라 이해합니다. 나폴레옹이 유럽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중요한 분기점이 된 거라 이해합니다. 그 시기 변화를 단지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으로만 말해서는 부족한 이해라 봅니다. 나폴레옹 군대의 특성과 그가 승리한 원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군대가 유럽을 휩쓴 결과, 귀족적 유럽이 이성적 질서를 널리 도입하게 된게 있습니다. 물론 나폴레옹 이전에도 진행되었던 이성적 질서화이겠습니다만, 중앙집권적 프랑스에서 관료화로 인해 특히 더 그러했던 것이겠습니다만 그걸 퍼뜨린 것은 나폴레옹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 그리스가 알렉산더에 의해 퍼질 수 있게 된 것과 유사합니다. 다만 나폴레옹은 군대조직 그 자체에 내재된 이성적 질서가 있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25/09/26 21:18
솔직히 본문의 중국 케이스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문제로 봐야지 독재 문제로 이야기하면 앞뒤가 맞지 않죠.
공산독재(라고 한다면)를 60-70년 한 셈인데 경제발전 본격적으로 한 게 언제부터인지, 그리고 문혁의 주체들이 어떤 '독재'를 했는지 따져보면..
25/09/26 21:22
그건 세 번 째 편에서 다루려고 했는데 동감합니다.
중국 독재도 결국 재산권 보호, 시장경제, 미국으로의 수출이 된 시점에서 경제 성장에 크게 성장하는 거죠.
25/09/26 21:22
제대로 된 중앙집권 경험이 풍부함(최소한 부족주의 탈피 못하면 답이 없음)
지리적으로 밀집된 상황(인프라 구축 비용 최소와 사상의 전파가 쉽고 사회담론의 동질성을 유지하기 용이함) 합방으로 최소한의 근대화는 겪고 뒤이은 전쟁으로 파괴된 신분제도 신분제도가 사라짐으로 교육열 증가로 우수한 인력들이 공급됨 합방과 전쟁으로 의외로 전국적으로 사회적 혼란 이벤트는 적음 선진국들이 좌충우돌하면서 만들어 놓은 데이터나 사례들이 풍부한 시대 전쟁으로 본의 아니게 동북아 자본주의의 최전선이 된 나라를 미국과 UN이 지원해 줌 이 정도 기반이 되어야 독재던 민주주의던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은 무시하고 독재는 필요했고 우수하다 이런 시나리오면 이재명 독재하라고 외쳐줘야죠
25/09/26 21:56
(수정됨) 인도의 경우 독립 이후 단 한번도 민주주의가 아니었던적이 없죠
중국은 단 한번도 독재국가가 아니었던 적이 없구요 인구나 지정학적 위치로 봤을때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는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는데 현재까지로만 놓고보면 중국이 인도보다 앞서있는건 사실입니다. 중간에 어떤 시기에는 중국보다 인도가 더 앞서있었죠 그야말로 독재의 명과 암이라고 할수도 있겠습니다. https://youtu.be/JMHuVIE4Jk8?si=U03nQwsnqMSyiGow
25/09/26 22:04
인도는 오랫동안 성장 못한 케이스가 맞죠
중국은 또 엄청나게 잘 나간 케이스고 한 두개 케이스가 아니러 모아서 보면 민주주의가 낫거나, 별 영향 없다, 가 정량적 비교하는 학자들의 중론이긴 합니다
25/09/26 22:24
민주주의는 아무리 봐도 최선을 기대하기보다는 최악을 피하자는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제도라고 봐서, 특정정권이 그 시기 할수 있는 최대의 아웃풋을 끌어낸다한들 당대에는 제 평가를 받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해도 그 시기에는 곧이 곧대로 평가되기 어렵죠. 큰 사고를 거하게 치지 않는한 그래도 누구보단 낫지 않냐는 의견이 다수일거라..
25/09/26 22:39
뭔가 긍정적 임팩트가 체감이 안되는 면이 있죠.
묘한게 경제성장론은 엄청난 임팩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본적인 플러스 요소를 안정적으로 깔아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 체감이 잘 안되죠
25/09/26 23:06
민주주의는 필수적으로 유권자들의 교육수준을 요구하지요.
교육수준이 뒷받침되지 않는 신생국의 민주주의는 결국 엘리트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신생국의 독재 역시 엘리트주의 형태가 될 수 밖에 없구요. 그래서 신생국의 경우 민주주의와 독재를 구분하는게 큰 의미가 있나 싶기는 해요.
25/09/26 23:17
민주주의냐 독재냐보다는 그 당시 정권이 어떤 정책을 썼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에서도 대충 그런 논조였던 것 같습니다.(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우리나라는 장기독재로 갈 분위기였는데 거기서 여러모로 천운이 따라서 민주주의로 간 케이스라고 봐야할 듯 싶고..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던 시점에는 민주주의 국가였는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서.. 결론은 체제보다는 정책이 더 중요하고 나라의 경제가 일정 궤도에 올라오면 독재보다는 민주주의 쪽이 조금 더 발전에 유리하다? 정도입니다
25/09/26 23:37
(수정됨) 독재냐 민주주의냐보다 더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자본주의냐라고 보지만
애초에 민주주의는 경제 성장을 담보로 태동하거나 커가는 거기도 하고 현재를 희생하되 장기적인 미래를 바라보는 정책의 경우 민주주의는 독재만큼 빠르게 결정할 수가 없죠. 일례로 민주주의 내에서 김재익의 경제 정책이 제대로 이뤄졌을까에 대해선 의문이 듭니다. 적어도 여러 산통을 겪은 뒤에야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고 (전두환이 공이라고 쳐줄만한 건 그래도 자신이 잘 모르는 경제에 관해서는 김재익에게 일임했고 최대한 밀어줬다는 거니.. 물론 김재익의 경제 정책이 다 옳았던 것도 아니고 독재 내에서 다 이룰 수 있던 것도 아닙니다만) 박정희 시절에도 비판 받았던 국민에게 손해를 전가하면서 수출 산업을 키워가는 방법이나 한일기본조약, 베트남 파병 같은 것도 빠르게 합의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겠죠. 독재만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독재라서 얻을 수 있었던 이득이 분명히 있었다는 얘깁니다. 번외로 경제쪽은 투자에 관심을 가지면서 책들을 읽어보며 공부하는 입장에 지나지 않지만 제가 여러 책들이나 강연들을 보면서 (특히 현재 읽고 있는 자본주의자 선언을 보면서) 독재냐 민주주의냐보다 보호무역이냐/자유무역이냐.. 우리가 보호무역이 아닌 자유무역을 택했으면 이렇게 발전이 가능했을까가 더 궁금하네요. 요것도 힘들었을 거라 보긴 하지만..
25/09/27 00:23
동아시아가 군주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서 그렇지.
고대 로마, 베니치아 공화국, 영국 등등해서 귀족정+공화정 같은 집단 지도 형태로 경제발전하고 부강해진 나라들은 많죠.
25/09/27 00:29
긴호흡의 정책을 일관성있게 나아갈 수 있는 권위주의 정권이 초기 산업화에 유리하다고 알고있었는데 이후에 쓰시는 글도 궁금하네요. 이 글도 찬찬히 읽어보겠습니다.
25/09/27 00:32
에스토니아같은 신생 독립국은 독재 없이 가장 빠르게 발전한 케이스 아닌가요...?
말씀하신 일부가 주장하는 2차대전 이후로 좁혀도 에스토니아처럼 근 30년만에 선진국반열에 올라선 나라도 있죠..
25/09/27 00:35
워낙 인구가 적은 나라라서...울산이랑 비슷한 나라면 조건을 따지기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홍콩이나 싱가폴 같은 예도 있으니까요
+ 25/09/27 08:15
(수정됨) 에스토니아는 사실상의 독재체제인 소련치하에서 이미 중진국 수준이 되었다고 봐야합니다. 이미 소련내에서도 산업화가 어느정도 되어있었고 교육수준이 높은곳이었죠.
민주주의로 접어든후 지도자들이 역량이 있었고, 윗댓글에서 언급된것처럼 소국인것도 큰 듯 합니다. 문화, 언어가 유사한 선진국 핀란드가 옆에 있던것도 크고.... 독립 후에 핀란드가 상당히 많이 도와줬고 워낙 가까워서 핀란드인들이 주말에 많이 놀러와서 돈쓰고 간다고 합니다. 문화,언어는 비슷한데 물가가 싸니... 소국이라 이런 정도만해도 경제에 큰 도움이죠. 지금도 교역비중 1위가 핀란드네요. 소련내에 있던 구성국들이 붕괴 후 어떻게 됐는지 추적하는 것도 국가 발전연구에 있어서 꽤 재밌는 주제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1990년까지는 같은 체제 하에 있다가 독립한거니....
25/09/27 05:19
본문에서 말했듯이 독재냐 민주정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국가 내적 수준에서 경제에 확연히 중요한 요소는 인구구조와 교육이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독재는 커녕 왕정시대에 선진국으로 접어들었다는 걸 생각해야 합니다. 독재냐 아니냐 이전에 어떻게 교육을 시켰냐, 어떻게 공부하도록 유도했느냐가 명확한 차이점이라고 봅니다. 독재가 중진국 수준까지는 경제발전에 유리하고 선진국 도약에는 불리하다고 말하는 지점이 여기일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독재자는 국민들의 전반적 교육수준이 올라가는 걸 원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접근을 반대로하면, 경제를 고도로 발전시킬 국민들은 어떻게든 교육을 받아서 독재자들을 밀어내는 거라고 봅니다. 당연히 세세하게는 운도 작용하고 외교 환경의 차이같은 것도 존재하고 하겠지만, 크게 봤을 때 근본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도 독재를 이겨내는 것도 결국 교육의 힘인 거죠. 독재냐 아니냐가 경제발전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 게 아니고, 동일한 원인으로 인한 연관관계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25/09/27 05:38
우리나라에서 독재를 언급할 때 흔히들 떠올리는 독재의 모습이 실상은 독재의 보편적인 형태라기보다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특수했던 상황의 독재 형태를 독재의 일반적인 형태로 상정하는 것에서 오는 오류도 있다고 봅니다. 뭐 인간이 자기가 살아온 역사에 무의식적인 친숙함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기에 너무 타박할 모습까지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자신이 상정한 개념이 어느정도가 보편적 형태이고 어느정도가 특수한 형태인지를 생각해본 후에 논의가 진전되는 게 보다 생산적 방향이 되겠죠.
우리가 독재라고 할 때 언급되는 개념은 실상 2차 대전 이후 신생독립국의 독재자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독재자란 타입들 내에서도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나라가 X신일 때 명장이 나오는 이유' -> '안 나온 나라는 망했기 때문'이란 말과 상통하는 면이 있는데, 식민지배와 반식민지정치운동가에 대한 법적, 물리적 탄압이 강경하게 이뤄졌던 난세 속에서 벼려진 인물들이라 호오를 떠나서 매우 특출나게 남다른 면이 한두가지는 있는 인물들일 수밖에 없거든요. 여담으로 그 난세를 이겨내고 살아남지 못한 인물들은?? 그렇읍니다. 죽었으니까!! 흑흑. 선천적인 이유에서든 후천적인 과정을 통해서든 남다른 역량을 가진 자들이 권력을 쥐었을 때의 독재와 그저그런 역량을 가졌음에도 권력을 잡은 자의 독재는 과정도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죠. 전자에만 주목해서 독재의 리턴만 이야기하는 것은 후자의 리스크를 빼고 독재를 논구한다는 것과 같아지는데, 독재-민주주의 논쟁만이 아니라 어떤 사안에서도 리스크 빼고 리턴만 체리피킹해서 논하면 꿀 뚝뚝 떨어지는 황금같은 방망이가 안 되는 것이 거의 없게 돼버리죠. 여담으로 민주화 이후 정치인들 꼴이 엉망이고 수준낮다 생각되는 이유도 어쩌면 비슷하고요. 김대중이나 (공과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밖에 없는) 김영삼만 해도 독재의 서슬퍼런 압박과 위협을 결과적으로 모두 이겨내고 생존한 사람들이라(그것도 단순히 민주화 운동 집단의 1인이 아닌 최선두에 서서 우두머리 역할을 하면서 그만큼의 거대한 압력을 받아내면서 그러했죠) 거기서 다져진 역량으로 나름의 위대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죠.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지도자가 이런 정도의 역량을 갖을 수 있던 것도 어쩌면 특정한 시대의 특정한 환경 하에서만 가능했던 특수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호불호와 공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편이지만) 자신의 역량과 경력으로 (추가적으론 정치적 장에서 특수한 사건 없이 통상적인 정치국면에서 선거를 통해) 대통령 지위까지 올라갔던 노무현과 이명박 정도 이후로는 정치인 개인의 역량 자체가 사회의 평균 내지 약간의 상급 레벨보다 과연 조금이라도 더 높기는 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각각의 정치지도자가 삶의 여정 속에서 거져왔던 난국과 투쟁, 그리고 검증 과정의 강도가 달랐고 따라서 역량을 완숙하게 주조할만한 환경의 차이가 일정부분은 이런 요소에 영향을 준 부분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역량 형성의 부분요소일 뿐이고 그것으로 환원해서 논의할 수준의 것은 아니긴 하지만요. 사실 이런 문제가 있기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 엘리트 집단을 어떻게 한 사회에서 형성해낼 것인가 그것도 단순히 사회 구조적으로 정치인이란 기능적 위치가 존재해서 거기에 누군가가 들어가서 권력을 휘두르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 그런 권력을 적절한 혹은 되도록이면 매우 높은 역량과 균형감각을 갖고 생산적으로 사용할 인재를 어떻게 사회에서 만들어낼 수 있을까가 문제가 되는 것인데, 선학을 따른다고 이제와서 이미 민주화된 한국 사회에서 독재적인 강압으로 정치인을 벼려낼 수는 없는 것이고 보다 민주주의적인 시스템 내애서 그런 과정을 자연스럽게 구성해내고 운영해나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게 부족한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사회에서 이런 시스템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의회제도인데, 예전에도 문제였지만 sns시대가 되어서는 넒은 의미에서의 의회제도가 과연 정치인을 성장시키고 검증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관해서 부정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만 이런 것도 (역사적으로 특수한 상황이란 말을 쓰기에는 거창한 말인 것 같고) 나름의 한국적 특수성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독재와 반독재의 틀로 구성되어 있던 역사인지라 민주주의적인 의회제도(단순히 선거-법제화 과정만 얽인 좁은 의미보다는 대학교의 청년정치, 학계와의 지식연계, 사회 각 분야와의 네트워크 속에서의 정치 인재 육성과정을 포함한 넒은 의미에서)를 발전시킬 시간이 부족했고 민주화 이후에도 우두머리 정치가 상당기간 지속돼서 보다 일반적인 자유민주주의 의회시스템을 실천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용방법을 익혀나갈 시간이 부족했었으니까요. 뭐 과거는 어차피 과거고 우리에겐 앞으로 어떻게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나갈 것인가가 중요하겠죠.
25/09/27 06:10
중국의 독재체제도 워낙 현실적인 위협이 크다보니 그들의 강점만 두드러지게 보이는 면이 있는데 리스크가 그렇게 과소평가할만한 부분인가도 조금은 의문이긴 합니다(유튜브에서 떠들듯이 시진핑 체제 곧 망한다! 그런 식의 리스크까지는 아니긴 합니다만).
독재체제의 강점 중 하나는 비효율적인 효율성을 어느정도 긴 시간동안 감당할 수도 있다(아닐 수도 있지만)는 점인데, 정책이 최종적인 리턴을 확보하기까지의 긴 시간축 내에서 발생하는 중복투자와 그에 따른 사회적 정치적 비효율성을 감당해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겠죠. 중국이 어쨌든 현재까지는 이걸 잘 해내오긴 했지만 과연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거든요. 굳이 미중갈등 같은 경제에 가하는 직접적 외부충격이 아니더라도 내부적으로 보더라도 과연 나름 중진국 내지 중진국 말단 정도까지는 올라온 경제력을 가진 인민들을 과거 저발전국 시절의 인민들 다루듯이 관리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 의문이 있습니다. 현재의 중국을 만들어내는 데 크게 기여한 중국의 교육시스템과 경쟁시스템이란 것(그리고 이와 연계된 노동시장)도 과연 무한히 사람을 갈아넣을 수 있을까.... 아무리 중국이 특정 선도지역만 특정 계층의 집단만 비대칭적으로 부유해지고 인구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가난하다 하더라도 절대적 가난에서는 많이 벗어난 상태고요. 중국도 현재는 최소한 탕핑족은 각 가정이 나름대로 감당할 수준은 되니까 사회현상이 되었죠. 마치 우리나라 70년대 말 재수생 비율 폭증 현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해방 이후부터 언제나 일관되게 교육열도 그대로 교육 시스템도 그대로였지만, 교육 시스템에서 걸러낸(대입실패) 아이들이 과거에는 제깍제깍 노동부문으로 이동했는데 안 되기 시작한 상황이 발생했었죠. 중국도 그 거대한 인구를 대상으로 걸러내기 시스템을 교육에서 그리고 노동부문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그것이 기능하지 못하는 오류발생 요소라는 게 의외로 생각치도 못한 부분에서 터져나올 수 있는데 이걸 단순히 합법적 폭력만으로 계도하거나 테크노크라트의 직접적 개입과정만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도 극빈 상태의 인구가 아닌 나름 몇개월 내지 몇년은 추가 부담을 감당하며 생활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인민을 대상으로, 이런 부분들이 좀 의문이긴 합니다... 다만 설령 이런 리스크가 있다고 치더라도 그런 요소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슬프게도 당장 직면한 위협에 위안을 줄 요소는 아닌 게 되긴 하겠지만요 크크
25/09/27 05:46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결국은 독재/민주주의 여부보다 유능한 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것으로 학계에선 의견이 모아지고 있나 보군요. 저는 경제발전이라는 것의 본질이 소비->투자->고용 의 사이클이 플러스 되먹임을 통해 계속 커지는 것이라 이해하고 있는데요. 국가 단위든 세계 단위든 이게 무한정 커질 순 없는 것이고 언젠가 찐빠가 나면서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시대가 올 것 같거든요. 만약 그 때가 온다면, 식민지 건설 같이 각자도생 정글메타가 국가 단위의 유능한 정책이 되는 것일까 궁금하긴 합니다. 거기서 또 만약 그렇다면, 한 정책의 유능성 평가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고 우리는 어떻게 유능성을 평가할 것인지... 결국 주관이고 정답이 없고 내가 힘들면 남을 짓밟더라도 살아남는 게 하나의 동물로서 인간의 본질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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