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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9/20 02:23:53
Name 푸끆이
Subject [일반] 술 먹고나서 쓰는 잡설
1. 결혼에 대해

결혼을 하고보니 생각보다 결혼에 대한 장단점이 명확하게 보인다.
어떻게 보면 오랜시간 붙어있다는게 좋을수도 있지만 또 자유가 제한되니 답답하게 느껴질때도 있다.
그리고 같이 살던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도 느낀다. 내가 개판처럼 살아도 집안이 깨끗하던건 부모님의 보이지않는 노고때문이였다.

또한 결혼하고 생활패턴이 너무 크게 변화해서 아직 적응이 좀 필요할거같다.
사정상 와이프는 임용 대기라서 일을 쉬고있는 상황이다.
나는 일을 하며 퇴근하고 체력적으로 힘들때, 와이프는 퇴근하는 나만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고 퇴근하면 같이 뭔가를 해야하니
체력의 밸런스가 안맞다랄까. 그래도 요리나, 빡빡한 집안일들은 와이프가 다 하니 그에 대해서도 존중은 해줘야하니 어려운 문제다.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30대 중후반까지는 처지가 비슷한, 솔로인 친구들이 종종 찾아주니 솔로가 편하지 않을까?
다만 30 중후반 이후에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전부 다 장가를 가다보니 미혼으로 혼자 남고 놀기에는 체력도 떨어지고
결정적으로 새로운 자극에 대한 피드백이 작아질수밖에 없으니 그 전에 결혼이 가능하다면 하는게 맞는거같다.
당장 나만봐도 20대 초반보다는 꼴에 알고 경험한게 많아지다보니 새로운 것들에 대해 무던해지기 시작했다.

2.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멋진 알프스 산맥의 절경도, 끝내주는 한강뷰도 길면 1달이면 적응된다.
솔직히, 이성에 대해서도 적용이 된다. 사회에서는 입밖으로 꺼내면 큰일나는 얘기지만, 어느정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오래 잘 살려면 성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결과적으로 잘한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과거에 '내가 성욕이 넘쳐나서 문제다' 라는 취지의 글을 쓴적이 있었다. 거기에 댓글들로 결혼하면 해결된다는 댓글들이 달렸었다.
정말 결혼해서 매일같이 붙어있다보니 귀신같이 그런 문제가 해결되버렸다. 이 또한 적응의 문제일것이다.

3. 한국은 좋은 나라다.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다녀왔다.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을 좀 해보고 다녀오니 관점이 좀 바뀌었다.
파리의 숙소를 경험해보니 신발을 신고다녀야 하는 집이든, 수동 엘레베이터든, 도어락없이 열쇠를 들고다녀야 된다던가 등등의 불편함을 느꼈다.
서울이 성냥갑 아파트로 미관이 별로라지만, 어떻게 보면 관리비와 치안 등등 극한의 효율성 추구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식당에서도 한국이였다면 계산이든 추가주문이든 손들고 '이모!, 저기요!' 불러서 당장 해결하면 되지만
유럽에서는 서빙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때까지 기다려야 되고 계산도 한세월이였다.
자동차도 솔직히 10년이상 된 차들이 대부분이였고 한국의 팰리세이드나 카니발처럼 큰 suv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내 차가 18년식인데, 한국에서는 도로 다니면 나름 연식이 느껴지지만 유럽에서는 비교적 좋은 컨디션의 차라고 느낄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유럽을 갔다와보니 내 18년식 자동차와 90년대 지어진 구축 신혼집 아파트에 애착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4. 차를 끌고나니 관점이 달라졌다.

차는 돈먹는 하마라고 생각했고, 나 또한 서울에서 자랐고 술을 좋아하다보니 차를 끌 필요성을 전혀 못느꼈다.
다만 일을 하면서 업무상 차의 필요성을 느껴서 중고차를 하나 가져왔다.
차를 끌고나니 항상 막히는 강변북로, 항상 차가 막혀서 차끌고 나가기 힘들어지는 본가 은평구의 통일로.
다들 서울 중심지에 이악물고 살고 싶어하지만 차를 끌어보니 쾌적도는 서울 바깥이 넘사벽이다.
이번에 제주도를 갔다왔는데 제주도는 보통 차량정체가 없고 뻥뚫린 도로다 보니 같은시간 운전을 해도 운전재미와 피로도가 천지차이다.

5. 빈부격차

유동성의 증가와 코로나로 인해 10년새에 세계가 너무 크게 변한거같아 박탈감이 든다.
공부를 좀 해보니 5년전에만 태어나서 20년에 결혼했어도 20~25년에 비트코인이든 미장이든 신혼부부 청약이든 기회 한번은 잡았을거같다.
분명히 '너가 막상 그상황 되면 공포감에 휩싸여서 못했을걸?' 이라는 반응이 오겠지만, 그래도 기회를 잡았을거같다.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세계가 양극화가 되고 요즘 정보의 접근성이 좋아져 왠만한 악재에도 끄떡이지 않거나
회복이 매우 빠른 주가를 보면 박탈감이 든다.
앞으로도 분명 5년도 아니고 3년안에 큰 기회가 올텐데, 그 기회를 잡고자 하지만 이전만큼 큰 과실을 따먹기는 힘들고 난이도도 높을거같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다들 부의 양극화로 인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수능에서 세계사를 공부했을때 나라의 붕괴는 보통 빈부격차의 심화, 계급고착화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게 현재 지구촌인거같다.
나 또한 서울 집값 오르는거보면 박탈감이 느껴지는건 마찬가지다.
괜히 신혼부부들이 양가 부모님한테 최대한 손벌리고 대출 최대로 땡겨서 가용 가능한 높은 서울집에 매매로 시작하는게 아니다.
부동산이 계급화가 되고 있으며 부모의 계급이 세습이 된다. 갈수록 사다리 타는게 난이도가 어려워지는거같다.
이게 심화되면 세계사에서 배웠던 '~의 난, 혁명' 등등 국민들이 죽창들고 일어날거다.
이미 일본에서는 부모 뽑기라는 용어의 '오야가챠' 라는 얘기가 유행어로 돌고있다고 한다. 한국도 솔직히 다를까.
내가 비록 고소득은 아니고 중소득 정도지만, 슈카월드 영상 보다보니 프랑스에 저자산 고소득자의 불만 얘기도 나오던데 전세계가 똑같은거같다.

6. 정치의 양극화

세상이 매우 혼란하다고 느낀다.
세계사 배울때 벨에포크 시대처럼, 뭔가 매우 평화롭고 살기 좋은시대지만 뭔가 쎄하다.
현재는 핵무기때문에 전쟁 억제력이 있다고 하지만, SNS의 발달로 세계의 갈등은 더욱 확산되는거같다.
요즘 어떤 정책에 대한 글에 댓글을 봐도 항상 정치 얘기뿐이고 어떤 정책에 대해, 같은 시점으로 봐도 정치색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리는걸 느낀다.
이거는 솔직히 PGR21도 마찬가지라고 느낀다.
프랑스의 연금문제도, 결국 민주주의의 한계가 다가오는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나중에는 ai가 지배하는 사회가 더 낫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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