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훈 작가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미리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던 신작. <기병과 마법사>를 방금 다 읽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말 그대로 '기병'과 '마법사'의 이야기입니다. 서양식 중세 판타지극을 동양식으로 변용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듭니다.
소설은 세 가지 줄기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은데, 첫 번째는 권력 다툼과 그 미묘한 갈등에 대한 부분입니다. 중반 이후에는 전개로 두드러지는데, '역사책에 한 줄로 남고 싶은' 아버지의 기묘한 처세술과 주인공 영윤해의 이야기가 초반부를 담당하고, 중세식의 전투와 반란에 대한 이야기가 중반부, 그리고 '거문담'에 관련된 이야기가 밝혀지며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로 넘어갑니다.
소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개인적으로는 전쟁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듣기로, 배명훈 작가의 석사 논문이 1차 세계대전 독일의 전쟁 전략이었던 슐리펜 계획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들었는데, 밀덕의 혼을 자극하는(?) 전투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세세한 부분에서 서양의 중세가 아니라 동양의 중세가 두드러지는, 그리고 적당한 선에서 그 동양의 중세가 어느 정도 '현실과 닮아있다는' 지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판타지의 영역과 현실의 영역이 적절히 섞여있는 지점이 많아요.
다만 또 다른 의미로는 약간, 소설의 절정 이전까지 판타지가 아주 깊게 엮여있는지는 조금 애매하게 읽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판타지로써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건 아니지만, 중반 즈음에서는 그닥 두드러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래저래 얘기를 하긴 했지만 저는 여전히 배명훈 작가의 책을 좋아하고, 이번 책도 꽤 맘에 들었어요. 여전히 통통 튀는 이야기를 하는 작가이면서도, 또 여기 등장한 많은 인물들이 되게 '매력적이다'라고 느껴졌거든요. 유목인과 정착인의 중간 지점인 다르나킨 대감이나, 주인공이자 예언자, 그리고 '문'의 역할을 하게 된 영윤해까지도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