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범이 나타났다 — 의미와 대립 ::
※ 어렵고 긴 글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올립니다.
'나무'가 의미하는 바는 본래 '나무가 나타났다'이다.
'표범'이 의미하는 바는 본래 '표범이 나타났다'이다.
정의는 본래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의미이다.
'무언가'는 원초적이지 않다.
'무언가가 나타났다'가 원초적이다.
표범이 나타날 때마다 '표범'이라 부른다.
그리고 타인의 정신에
표범이 나타나게 하려고 '표범'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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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표범이 다쳤다.
표범이 자고 있다.
표범이 사라졌다.
등을 표현한다고 하자.
표범을 다른 단어와 엮어서 사용하다보니,
이제
표범이 온다.
표범이 나타났다.
라고 표현하게 된다.
표범은 더이상 '표범이 나타났다'가 아니다.
원초적 의미로부터 변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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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어느 부족어로 간단히 설명해보겠다.
표범을 마하마
사라졌다를 카쿠르
나타났다를 샤파미라고 하자.
어느 원시적 부족에
마하마란 단어가 생겨난다.
표범을 볼 때마다 마하마이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경계한다.
마하마는 '표범이 나타났다'는 의미이다.
이제 표범이 사라졌다는 표현이 생기게 된다.
마하마 카쿠르
그러자 이제
표범이 나타났다는 의미로
마하마를 쓰지 않게 된다.
마하마 샤파미
라 표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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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본다.
이것은 단지 언어발달의 원리가 아닐 것이다.
신경조직화의 보편원리일 것이다.
완성된 체계에서 보면,
두 가지의 합성일지라도,
처음에는 단순하게 하나로 가리킬 것이다.
그러다가 다른 사용례가 생겨나고,
그러다가 분석적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단순하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원초적인 것 : 마하마는 정이다.
차이있는 것 : 마하마 카쿠르는 반이다.
분석적인 것 : 마하마 샤파미는 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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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예에서는 양이 없었다.
이제 보다 까다로운
정량적인 것을 설명해보겠다.
대상 : 언어
20A + 50B + 30C : 호루두
50A + 10B + 20C : 카마두
30A + 30B + 20C : 미히두
이렇게 언어가 만들어졌다고 해보자.
이는 연립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A : f(호루두, 카마두, 미히두)
B : g(호루두, 카마두, 미히두)
C : h(호루두, 카마두, 미히두)
이렇게 답이 나올 것이다.
완성된 분석적 체계의 관점에서 볼 때
혼합된 것이
이를 통해 순수하게 정제된 것이다.
표범이 나타났다 — 이것을 마하마라 할 때
이는 혼합된 것이었다.
정반합을 통해 생성된
마하마 샤파미는 순수하게 정제된 것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호루두, 카마두, 미히두는 각각 혼합된 것이고
A, B, C는 순수한 것이다.
호루두, 카마두, 미히두는 무엇인가?
그것의 예는 눈에 있는 광수용체를 가진 망막세포다.
그것은 순수히 특정 주파수에만 반응하는게 아니다.
20A + 50B + 30C : 호루두
이런 것처럼 혼합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적인 시각경험은 순수하다.
따라서 시각처리를 통해서 저 연립방정식을 풀고
순수하게 정제해내는 거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앞서 이야기한
마하마 정반합과 유사하지만 더 복잡할 것이다.
다만 광수용체는 물리적 성질에 따라 반응하는 것일 뿐이므로
마하마처럼 의미를 변경할 수 없고,
따라서 광수용체가 아닌 후방의 뉴런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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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시각, 구조, 양을 모두 다루었으니
이제 보다 단순한 설명을 해보겠다.
'이것이 신경조직화의 보편원리일 것이다.'
라고 주장했으니, 이를 단순하게 보일 필요가 있다.
10110을 보고 C라 부른다고 해보자.
10100이 등장했다. 이제 이를 CB라 부른다.
10110을 보고 이제 CA라 부른다.
이로써
101 : C
00 : B
10 : A
이렇게 된다.
원초적으로는
10110이 A였지만,
종합에 이르러서는
101이 A가 된다.
10100만으로는 이러한 분화가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10100 : CB
10111 : CD
10101 : CE
이런 것들의 경험을 많이 하다보면 자연히
10110 이걸 더이상 C라 하지 않고 CA라 하게 될 것이다.
CB → CD → CE
이렇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보존되고 있는 건
101이었고, 그것이 C와 매칭되는 것이다.
이진법과 알파벳만으로 설명한 이것이 바로
앞서 마하마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뇌신경망과 인공신경망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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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그저 인지적인 걸 놓고 이야기했다.
이제 가치를 놓고 예시를 통해 설명해보겠다.
어느 대상 P가 있다.
어느 뉴런 G가 있다.
마하마가 뇌속에 G 세포를 가지고 대상 P를 보고 있다.
P를 볼 때마다 G가 활력을 얻는다.
P가 더 클수록 G가 더욱 강한 활력을 얻는다.
P의 크기를 1~100으로 하자.
P가 1~80 정도에서는 아무 일이 안 일어난다고 해보자.
P가 80을 넘자 고통이 일어난다.
이제
P가 80을 넘을 때
뉴런 G도 덩달아 강렬해지고 그 결과
뉴런 H가 활성된다.
G → H로
H의 역치를 넘긴 것이다.
즉 P는 두 종류가 있다.
G와 GH다.
GH는 위험한 것이고,
G는 안전한 것이다.
이를테면 GH가
코끼리나 사자나 하마일 수 있을 것이다.
마하마 즉 표범에게는 위험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많이 하다보면,
P가 40인 것에
G로 반응하는게 아니라
GJ로 반응하게 될 것이다.
정반합으로 다시 매칭하자면 이렇다.
정 : G
반 : GH
합 : GJ
GH는 위험하고,
GJ는 안전하다.
그러나 GJ는 원초적으로는 그저 G라 불렸을 뿐이다.
G라는 맥락하에
H와 J는 대립적 관계에 있게 된다.
그리고 H와 J를 가르는 경계는
가치적인 것
즉 위험과 안전이었다.
처음에는 H의 부정은 없었다.
H의 부정에 해당하는 뉴런은 없었다.
그러나 정반합으로 발달하자,
H의 부정으로서 J 뉴런이 생겨난다.
이는 원초적 상태에서는
부정을 의미하는 뉴런이 없다는 걸 가리킨다.
따라서 논리를 돌리기 곤란하다는 걸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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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앞에서는 단순히 80을 놓고 on/off로
H와 J를 다루었지만,
실제로는 각자 강도를 갖고 대립할 수도 있다.
P가 클수록 H가 강렬해지고
P가 작을수록 J가 강렬해지며
다만 G가 아예 활성되지 않으면
J도 활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H와 J는 서로를 억압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이렇게 양적인 대립구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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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와 J는 다음과 같이 변화할 수도 있다.
코끼리가 있지만 사망했다고 해보자.
두려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코끼리가 사망했음을 인지하자,
P가 약해지고 J가 강해진다.
이는 마치 위험한가 아닌가를 놓고
P와 J가 논쟁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J는 위험하지 않다는 근거
'사망'을 가져왔다.
사망한 걸 인지한 결과
J가 강렬해진 것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J의 활력이 사망 여부를 살피게 만들고,
그 결과 J가 강렬해진 것일 수도 있다.
P와 J가 그저 80경계를 놓고 on/off로 나뉘면 그렇게 될 수 없지만,
만약 둘다 강도를 갖고 양적으로 대립하고 있다면,
열세인 J도 신경활력을 갖고 있고,
그걸 가지고 근거를 찾아 회귀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