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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6/22 15:52:29
Name 흰둥
Link #1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90426?sid=103
Subject [일반] 서로가 서로에게 없는 것을 좋아해
몇달전 조선일보에 실린 에세이 한편입니다. 공감가는 일부분 올려봅니다.



혼자서 한국 여행을 자주 오는 50대 일본인 여성 마유미씨에게 물어봤다. 도대체 서울이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왁자지껄한 게 너무 좋아요. 특히 밤거리. 시장 골목. 식당 이모님들. 다들 힘이 넘치고, 남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말하고, 거기서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랄까. 맥주도 맛있고.

네? 맥주는 일본이 더 맛있는데. 아니에요, 한국 맥주 맛있어. 일본에 없는 맛. 산뜻한 맛. 인천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동대문으로 가서 닭한마리에 카스를 주문하는 마유미씨는 그 순간 느끼는 행복이 무지 크단다. 일본에서 살다 보면 주위를 살피면서 나를 억눌러야 하는데, 한국에 오면 자유로운 기분이 들어요. 해방감. 그래서 답답해지면 아아, 또 슬슬 한국 한 번 갔다 와야겠다, 그러죠.

신기하게도 내가 일본 여행 갈 때는 전혀 다른 이유로 자유로운 기분이 든다. 어딜 가나 정리 정돈 정중하여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다들 남에게 크게 관심이 없어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느낌이 있다. 아담한 집들은 각자의 구역마다 깔끔하고,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손에 물통을 들고 다니면서 반려견이 소변을 누는 자리마다 물을 뿌린다.

목욕탕에 가면 자기가 쓴 대야나 의자를 깨끗이 씻어 원래 있던 문가에 가져다 놓고, 지하철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하여 안방이나 다름없으며, 버스를 타면 노인과 어린이와 장애인과 느리게 걷는 사람을 위해 시간이 정지된 듯하다. 배려받고 배려하는데 그러면서 무관심한 분위기가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데 궁극의 경지에 이르렀다. 자기가 지나간 자리의 소리와 냄새마저도 자기로 인해 더럽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다.

...
(후략)



개인적으로 업무상 여행상 일본과 참 오래 엮여 살고 있습니다만,
한일이 가깝고도 먼나라 라는 말처럼 참 국민성 반대인 면도 많아서인지
한국의 다이나믹(변화가 심하고 잘 적응함) 열혈(대통령 2명 평화적으로 쫓아냄) 오지랖(정 과 종이한장차이) 등에 익숙해져 있다가
일본 가면
"어딜 가나 정리 정돈 정중하여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다들 남에게 크게 관심이 없어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느낌"
"배려받고 배려하는데 그러면서 무관심한 분위기가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데 궁극의 경지"
에 너무나 편안해 하다가 다시 한국 들어오면 적당히 지저분하고(거리 침뱉기, 길빵, 꽁초튁 등등등) 왁자지껄하고(도로에서는 신호바뀌고 1초 머뭇시 빵빵, 노깜빡이 칼치기, 불법주정차, 횡단보도 오토바이 등등등) 다른사람에게 거리낌없이 호구조사하는 분위기 등등에 또 당황스럽다가 또 어느새 적응해 사는 것의 반복이랄까요. 막상 일본가서 살래 하면 그 답답함(느림, 아날로그, 비싼 비용, 변화없는 사회, 융통성1없음 등등등)에 아 난 역시 한국인이구나 하지요 크크크

일본가서 운전하면, 운전이 성급하지 않고 도로포장이 매끈하니 잘되어 있어서 좋습디다. 근데 또 시간지나고 보니 그만큼 통행료/주차료 등이 살인적이고, 여행이 아니라 거주라면 또한 살인적인 보험료/차검료 등으로 또 한국만큼 큰차 타기도 쉽지않고 한게, 온통 울퉁불퉁 포장에 평탄화라곤 1도 신경안쓴 랜덤 맨홀들이 수없이 많아도 저렴한 비용에 마음은 편한게 아 난 역시 한국인이구나 싶고요 흐흐.

아무튼, 글 제목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없는걸 좋아한다는 말이 맞는거 같습니다.
기사에 나온 마유미씨도 그런거겠죠. 배려배려배려 하는 일본에 익숙하다가 한국오니 해방감...
자국(이성)혐오 같은것도 비슷한 맥락인거 같고요, 명시 '가지않은 길', '남의 떡이 커보인다' 는 옛말도 마찬가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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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99 AaronJudge
25/06/22 16:03
수정 아이콘
외국 여행이 그래서 좋긴 해요
집이랑 다르잖아요
할러퀸
25/06/22 16:10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좋습니다. 섬세한 시각이 잘 보이는 글 잘 읽었습니다.
밥과글
25/06/22 16:21
수정 아이콘
500미리 패트병 음료를 잔에 따라 마시지 않고 원샷 했다가 미개인 취급 받았다는 소리를 듣고
일본인이 말하는 해방감이 뭔지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영기사
25/06/22 18:59
수정 아이콘
그건 왜일까요? 옆사람도 마실 수 있게 잔에 따라서 마셔야 해서일까요?
밥과글
25/06/22 19:10
수정 아이콘
저도 추측이지만 그런 이유보단 우악스럽다는 거 아닐까요?

비유하자면 김밥 안 썰고 뜯어먹는 사람 보는 느낌?

갈비도 갈비살만 발라진 걸 선호하지 우리처럼 뼈갈비를 좋아하진 않는다더군요
25/06/22 21:09
수정 아이콘
고상한척 아닐까요?(저도잘모름)
25/06/22 16:29
수정 아이콘
다른 건 모르겠고 주차 및 운전습관만 좀 개선되면 좋겠네요. 그거 말고는 일본 부러운 점이 없어요.
서린언니
25/06/22 17:50
수정 아이콘
한국가서 공항 철도 내리려 할때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 보면서 돌아왔음을 강하게 느낍니다
25/06/22 18:32
수정 아이콘
일본에 놀러도 가고 일하러도 가고 정말 자주 가지만, 가면 갈 수록 내가 여기서 살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꼭 놀러갈 나라로 남겨 놓아야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manbolot
25/06/22 19:5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내국인한테는 지켜야할 규칙이 있는데 외국인한테는 어느정도 익스큐즈 되서 생기는 문제 아닌가 합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둘다 생각보다 사회에서 지켜야할 룰이 있는데, 한국이나 일본이나 딱히 이질적이지 않은 외모의 사람들이 있고 그 규칙을 안지켜도 되니 해방감 느끼는거 같아요
심핫바
25/06/22 20:39
수정 아이콘
한국의 후진적 운전문화랑 무법 오토바이들, 불법주정차에 담배꽁초와 가래침, 미세먼지, 지하철 어깨빵에 시달리다 일본가면 막상 부러우면서도 바퀴벌레와 쥐, 덥고 습함, 양옆으로 씽씽 달리는 자전거, 그리고 은근 쩐내랑 암내나는 사람들 있어서 마스크 필수... 적고 보니 생활난이도는 비슷비슷하네요
Asterios
+ 25/06/22 22:12
수정 아이콘
저는 일본이 적당히 낯설고 적당히 익숙해서 좋더라구요. 일본 분들도 그렇게 느끼시지 않을까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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