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을 미루고 또 미룰 땐, 유튜브를 보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면서 시간을 죽이기는 쉬웠습니다만, 왠지 심적 부담감이 생겨 일을 마치기 전까지 독서에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중요한 일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책을 읽었습니다.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이라는 책입니다. 인터넷 밈이라니. 하루종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쩔어 있는 제게 아주 친숙한 소재입니다. 집에서 좀 떨어진 도서관에 가는 수고를 하면서 빌려왔고, 완독했습니다.
재밌었습니다. 내안에 지식인이 깨어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책안에 인용된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집니다. 심지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소모임에 가볼까 생각까지 듭니다.
그런데 왜 재밌었는가를 잠시 생각해보자, 잘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웃기는 일입니다. 재미를 느낀 존재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니.
걱정스러운 생각까지 듭니다. 재밌었다로 충분한 매체들만을 소비하다보니, 생각이 재밌다-재미없다에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잠시의 반성.
유튜브, 가벼운 웹툰, 인터넷 커뮤니티의 잘못은 아니지요. 그들은 저를 즐겁게 해줬을 뿐. 단지 눕거나 걷기만 하다 뛰려니까 힘들었던 겁니다.
그래서 책을 다시 들여다 보면서 메모장에 한참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책은 인터넷 밈을 계보학을 이용하여 정의하고, 밈화를 일종의 놀이이자 창작 활동으로 설명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학문의 요소를 활용하여 밈의 특징을 묘사하고요.
친숙한 소재를 학술적으로 분석한 것이 신선했다, 그래서 재밌었다. 또 책의 난도가 엄청 무겁지 않아 더 즐거웠다.
정말 단순한 감상인데도 도달하는데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책을 읽기를, 한번 생각해보기를, 또 글쓰기를 잘했다 싶습니다. 그래서 독서를(무엇이든) 권유하고 싶은 기분까지 들지만, 참도록 하겠습니다.
PS. 처음에는 책 소개글을 써볼까 생각했었지만, 도저히 재밌게 전달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간에 방향을 틀었습니다.
참고로 혹시라도 책을 읽어보실 생각이 드신 분이 계시다면, 저자가 말하듯이 이 책은 유행하는 인터넷 밈들을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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