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봉꾼의 단점은 욕심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욕심이 없다. 그저 난봉이면 족하다. 그 난봉꾼이 외모가 뛰어난 여성들을 바꿔가며 짝짓기를 해도 마찬가지다. 외모만이 아니라 정신도 뛰어난 여성을 바래야 욕심이 큰 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봉꾼은 욕심이 없다. 그가 욕심이 많다는 건 잘못된 판단이다. 그는 작은 것으로 만족한다. 정말 커다란 욕심쟁이는 여성의 아름다운 정신을 원한다. 뿐만 아니라 난봉을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여성의 정신에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활기있고 윤기나고 반짝이는 여성을 바래야 욕심쟁이다. 그런데 여기저기 봉을 휘두르고 다니는 바람에, 활기가 줄어들고 윤기가 줄어들고 반짝임이 사라진다.
모르면 되지 않냐고? — 자신은 알고 있을 것이다. 기만하는 수밖에 없고, 기만하는 얼굴로 그 여성을 대해야 할 것이다. 조금의 기색들이 쌓여 그 여성을 어둡게 만들 것이다. 그 기만이 너무나 감쪽같아도 문제다. 그는 자신이 기만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여성을 향한 마음이 퇴색된다. 진정 욕심쟁이라면, 여성을 향한 자신의 마음까지도 최고로 만들고자 애를 쓰려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욕심쟁이가 아니거나, 눈뜬 장님이다.
❖
이와 마찬가지로 오로지 돈만 밝히는 부자도 욕심이 별로 없다. 그저 돈이면 만족한다. 그 이상의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가 진정한 욕심쟁이라면, 돈뿐만 아니라 다른 걸 바랄 것이다. 부자가 욕심이 많다는 건 잘못된 판단이다. 그들을 탐욕쟁이라 말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그들은 욕심이 없다. 고작 돈만 밝힐 뿐이다. 자신의 정신을 고양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없고,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욕구도 없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거대한 욕망도 없다.
❖
마찬가지로 포악한 독재자도 욕심이 별로 없다. 그는 그저 권력이면 만족한다. 그깟 권력 뭐 대단한 거라고, 그거면 만족한다. 사람들의 진심어린 존경과 찬사를 얻고자 하는 사람, 그가 바로 욕심쟁이다.
❖
세상에 온갖 문제는 욕심이 없어서 생긴다. 불교의 가르침은 잘못된 것이다. 욕심이 많아서 문제이니,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쥐똥만한 욕심을 가지고, 욕심이 많다니 그 무슨 해괴한 말인가!
욕심이 커야 한다. 욕망을 담는 마음의 그릇이 커야 한다. 세상에 온갖 문제는 욕심이 없어서 생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메슬로의 욕구단계설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생리적 -> 안전 -> 애정 -> 존중 -> 자아실현
난봉꾼은 생리적 욕구 단계에서 멈춘거고, 부자나 독재자는 안전의 욕구에서 멈춘거라는 얘기로군요.
명예 등을 원하는 존중욕구나, 도덕이나 심미적 만족을 추구하는 단계까지 못 간 거라 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