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질게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https://pgr21.net/qna/175405
탕수육 부먹파, 찍먹파는 어떤 성격을 갖고 있을까, 에 관한 설문조사를 만들었는데 하루 만에 111명이 참여해 주셨더라고요. 이런 뻘 조사(?)에도 성실히 응답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 먼저 올립니다. 많이 참여해주신 덕분에 통계 분석을 진행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드디어 자게에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 정식 연구 목적이 아니며 그저 재미로 진행해 본 분석입니다. 입맛대로 분석했기 때문에 어설픈 부분이 당연히 있습니다.
*** 분석은 SPSS로 했고, 엑셀에서 편집했습니다.
*** 이 글은 링크의 제 블로그(브런치)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0. 데이터 정리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불성실 응답자를 추렸습니다.
1) 개인응답분산도: 각 케이스별로 문항 응답값(대개 1~6 범위의 리커트 응답)들의 분산Variance을 계산하여 분산 값이 지나치게 낮은 2건의 케이스를 제외 처리하였습니다. 참고로 분산이 낮다는 건, 소위 말해 '11111...' ,'333323333333..' 과 같이 모든 문항에 대해 거의 같은 응답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2) 종속변수 간 교차 검토: 총 세 가지 문항을 통해 탕수육 선호도를 측정했습니다.
부먹선호도: '부먹을 선호하는 정도'를 1~6점 척도 상에 평정
찍먹선호도: '찍먹을 선호하는 정도'를 1~6점 척도 상에 평정
부먹/찍먹 선호: 부먹 or 찍먹 (or 기타) 중에 한 가지만 선택
먼저 부먹선호도에서 찍먹선호도를 뺍니다. (부먹선호도) - (찍먹선호도). 이 값을 '상대선호도'라고 명명해 보겠습니다. 상대선호도가 양수(+)이면 찍먹 대비 부먹선호도가 높은 것이며, 상대선호도가 음수(-)이면 부먹 대비 찍먹선호도가 높은 것입니다.
다음으로 상대선호도와 '부먹/찍먹 선호'를 비교합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상대선호도와 부먹/찍먹 선호 응답이 일치했습니다(ex. 상대선호도가 양수이면서, 부먹을 선호한다고 선택). 그런데 딱 2명은 그와 반대되는 응답이 나타났습니다(ex. 상대선호도가 음수이면서, 부먹을 선호한다고 선택). 따라서 이 2명의 케이스는 분석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111명에서 4명(개인응답분산도 2명, 교차 검토 2명)을 제외, 총 107명의 데이터로 분석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 전반적으로 응답 내역들을 검토했고 딱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1. 응답 분포
먼저 응답자들의 기본적인 배경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107명 데이터는 '남자', '30대'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결과 해석 시에도 그 점을 감안해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탕수육 선호입니다. 부먹이 43%, 찍먹이 40.2%. '황밸'이네요. 왜 부먹파와 찍먹파 간의 논쟁이 한쪽으로 쉽게 기울어지지 않는지, 이 판도(?)를 보니 어느 정도 그럴만하다 싶네요. 참고로 부먹도, 찍먹도 아니라고 응답한 분들도 무려 16.8%나 되었는데요, 다음과 같은 응답들이 있었습니다.
볶먹
반 찍 반 부
둘다 상관없음
먹는것 자체
볶먹
반반
담먹
소스랑 같이 볶아서 나오는 것
꿔바로우처럼 처음부터 부어져있거나, 소스에 볶아져있다면 무관
애초에 소스 포함 요리돼서 나오는 것
무관
볶먹
반반
상관없다
쳐먹 (물주가 먹자는대로 먹습니다. 더치면 다수결 혹은 알아서 먹습니다)
볶먹
잘 만든 탕수육은 부먹 그게 아니면 찍먹
사주는 사람 마음
간장
볶먹, 상관없음, 반반 의견이 꾸준히 나타나는 가운데, '간장'도 있고요(사도세자/시파), 부먹과 찍먹을 초월하여 본질에 집중한 의견도 있었습니다(먹는 것 자체, 사주는 사람 마음, '쳐먹(물주가 먹자는대로)'). 개인적으로는 이쪽 의견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울긴 하네요. 붓든 찍든 일단 배는 채우고 봐야죠.
참고로 응답자 중에서 실학파('직접 해먹으니 더 맛있네'), 서학('소스없이 먹으면 더 맛있다')을 지지하는 의견은 없었습니다. 역시 남이 사준(만들어준), 소스 있는 탕수육이 근본인가 봅니다.
2. 부먹/찍먹 중에서도 당신은..?
이번에는 부먹 or 찍먹을 고르신 분들의 정파적 견해를 조사한 결과입니다. 참고로 각 문항은 피지알의 명문(
https://pgr21.net/pb/pb.php?id=freedom&no=42883) 짤로부터 영감을 얻어 직접 제작한 것들입니다.
참고로 총 6개의 문항이 있는데 각 그래프 제목에 보시면 '(부먹)', '(찍먹)'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부먹)'의 경우, 부먹 or 찍먹 중에 부먹을 고르신 분들께만, '(찍먹)'의 경우, 부먹 or 찍먹 중에 찍먹을 고르신 분들께만 질문했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한 문항씩 응답 결과를 살펴보죠.
먼저 '소스를 붓기 전에 주변에 동의를 먼저 구한다'에는 긍정적인 답변, '탕수육을 먹기 전 일단 소스부터 붓고 본다.'에는 부정적인 답변이 우세했습니다. 이 결과를 종합하면 북인('그냥 부어버리면 그만..')보다는 남인('붓더라도 허락은 받고 부어야..')이 득세하는 형국이군요. 그럼 대북과 소북 간의 비교는 어떨까요?
보시다시피 대북과 소북을 각각 지지하는 응답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미안할 일은 아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되고(대북), 눈치를 보신다는 분들도 꽤 됩니다(소북).
이번에는 찍먹파의 상세 입장입니다. 한 번만 찍는다는 의견이 다수이군요(노론 지지). 하지만 많이 찍더라도 부먹으로 치부될 정도까진 아니다. 하여, '여러 번 찍든 한 번 찍든 우린 다 같이 찍먹파'라는 유대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찍먹이신 분들은 소론과 노론의 중간쯤 되는 입장이네요.
3. 부먹/찍먹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어떤 성격일까?
이번에는 메인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부먹/찍먹 선호와 성격 간의 관계입니다. 성격지표는 BIG 5 + 정직/겸손으로 구성된 HEXACO 모델을 참고하여 문항을 구성하였습니다. 더 많은 문항을 넣고 싶었지만 그러면 응답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응답이 귀찮아서 포기하시는 분들이 속출할 것 같았기에(ㅠㅠ) 6개 성격 지표별로 3~4개 문항만 넣었습니다. (문항 수가 적어서 내적합치도가 좀 낮게 나오는 영역이 있습니다. 그래서 6개 성격 지표를 떠받치는 개별 문항들 까지도 분석에 포함시켰습니다)
1) 대부분 지표가 양적 변수이기 때문에 피어슨 상관분석을 진행했습니다(부먹/찍먹 여부는 부먹 = 1, 찍먹 = 2로 코딩했고, 기타 의견들은 결측 처리).
2) 조금이라도 뭔가 나온 거 같다, 싶은 지표는 다 건져내고 싶어서 유의수준을 좀 넉넉하게 잡았습니다(~marginally significant).
3) 전체 데이터 기준으로는 건질만한 게 별로 없어서 성별, 세대별로 데이터를 나눠서도 각각 분석했습니다.
4) 가독성을 위해 통계적으로 유의(p<0.10)한 값만 표기하고 나머지는 삭제했습니다.
과연, 분석 결과는 어땠을까요?
뭔가 미묘~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차피 사전 가설 같은 것도 없었으니 일단 제 입맛대로 해석 의견을 올려보겠습니다. 크게 눈에 띄는 영역을 ①~④ 로 구분하였습니다.
① (전체) 친화성 원점수와 찍먹 선호도 간의 양의 상관(.179)이 나타났습니다. 좀 약한 상관이긴 한데, 그래도 있는 그대로 해석해 보자면 '남을 잘 배려하고 온화한 사람일수록 찍먹을 더 선호한다'일 텐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보고 '찍먹'의 사회적 규범으로서의 의미를 떠올렸습니다. 즉, 단순 기호에 의해 찍먹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회적인 규범으로 간주하여(다른 사람을 생각/부어버리면 싫어할 사람을 배려) 찍먹을 선택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입니다. 물론 계수 자체가 낮고, 친화성 2번 문항('나는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잘하지 않는 편이다')은 오히려 부먹선호도와 상관관계가 있었기에 별 의미를 둘 수 없는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② (세대별) 20대에서는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이 부먹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관계수가 .710으로 굉장히 높습니다. 소스와 고기가 한 데 버무려진 무질서?를 추구하는 것일까요(X소리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30대의 경우,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이 찍먹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학교 → 직장으로 넘어가면서 탕수육 메타가 찍먹 → 부먹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이유를 알기가 어렵네요. 아무튼 이 부분에서는 '탕수육 찍먹/부먹 선호하는 사람들의 특성이 세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약간의 가능성을 확인한 데 의의를 둘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③ (성별)(세대별) 남자, 40대 이상(사실상 40대)의 경우, 성실성 점수와 부먹 선호도 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성실성1, 성실성3 문항에서 그런 경향이 나타났는데요, 이들 문항은 성실성의 하위 특성으로 간주되는 '질서(정연성)'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해석하면 일의 순서나 절차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찍먹보다는 부먹을 더 선호한다는 의미입니다. '자고로 탕수육이란, 고기에 소스를 올리는 것 까지가 원래의 (정해진) 순서인 게지' 뭐 이런 속내일까요?
④ (세대별) 20대 데이터 한정, 외향성과 부먹 선호도 간의 강력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외향성이라는 성격 안에는 자신감, 활기, 모험 추구, 낙관적 태도 이런 것들이 들어가는데, 좀 더 과감하고 진취적인 20대가 그만 확 소스를 부어버리는 일을 저지른다는 의미일지; 물론 안타깝게도 이번 조사에서 20대 응답자는 15명 밖에 안 되므로 속단은 어렵겠습니다.
4. MBTI와 부먹/찍먹
요 근래 핫한 MBTI 성향과 부먹/찍먹 간의 관계도 조사해 보았습니다.
간단히 집계한 자료인데요, INTJ / INTP / ISFJ 인 분들이 좀 더 많았습니다(위 그래프). 그 외에 '모름' 의견도 상당히 많았고, 안 나온 유형도 몇 개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MBTI 유형별 부먹/찍먹 선호 분포를 보면, 워낙 사례 수가 적어서인지 이렇다 할 결과를 낼 수는 없었습니다. 가장 다수인 INTJ, INTP, ISFJ의 경우, 찍먹이신 분이 부먹이신 분보다 조금 더 많군요.
5. 부먹/찍먹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어떤 성격일까?(2)
이번에는 MBTI 각 축별로 부먹/찍먹선호도, 부먹/찍먹 여부 값에서 차이가 나타나는지 상관분석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MBTI 유형 변수를 총 네 개의 변수로 쪼갰습니다(EI, SN, TF, JP). 그리고 상관분석을 진행하기 위해 숫자로 코딩했습니다.
참고로 MBTI 결과는 응답자 분들께서 직접 적어주신 값에 따른 것입니다. 실제로 응답하신 분들이 MBTI 정식 검사를 하셨는지, 정직하게 말씀하신 건지, 각 세부 수치는 어땠는지 이런 건 모릅니다. 그럼 다음의 분석 결과를 보시죠.
안타깝게도 이번 상관분석에서는 건질 만한 게 없었습니다. 그나마 세대별 분석으로 갔을 때, 40대 이상 데이터에서 JP와 찍먹 선호도 간의 음의 상관관계가 간신히 나타났네요. 해석하면 판단형(J)일수록 찍먹 선호도가 더 높았다는 의미입니다.
MBTI 각 축별 부먹/찍먹선호도 점수 상의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이번에는 독립 T검증을 진행했습니다. 독립 T검증은 보통 두 개 집단(여기서는 E(외향성) VS. I(내향형) 등) 간 점수 지표 상의 유의한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알아보는 절차입니다. 분석 결과, 대부분 유의한 값을 찾을 수 없었고 다음의 딱 두 가지 결과만 건질 수 있었습니다.
20대에서 외향형E이신 분들이, 내향형I이신 분들보다 찍먹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40대 이상에서 판단형J이신 분들이, 인식형P이신 분들보다 찍먹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근데 이 결과들은 앞서 보셨던 상관분석 결과와 반대네요. 아까는 외향적인 20대가 부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죠. 그리고 성실성이 높은 40대 이상에서 부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죠(참고로 판단형J는 성실성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이건 검사 종류의 차이 때문인 걸로 보여집니다. 심리학 전공자인 제 입장에서는 HEXACO 기반의 앞선 분석 결과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싶네요.
6.
[참고] HEXACO 검사와 MBTI 검사 간의 유사도 비교
MBTI 값과 HEXACO 값 간의 상관분석 결과를 위 그래프에 정리했습니다. 보시면 패턴이, 1989년에 진행되었던 MBTI 대 성격 5요인 비교 연구와 거의 비슷하게 재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점은, 여성 데이터의 패턴입니다. 기존 연구들에서는 TF가 친화성과 대응되는 면이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TF가 친화성보다는 신경성과 더 높은 상관성을 보였다는 점이 이색적이네요(.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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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탕수육 선호 - 성격 간의 분석 결과를 마쳤습니다. 단순히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진행한 작업이었는데 의외로 파고들다 보니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것 같습니다. 뭔가 속 시원한 결과를 얻은 느낌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결국 재밌으면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분석을 끝내면서 들었던 생각인데, 사실 '부먹 VS. 찍먹' 이외에도 아직 우리가 풀어야 할 'VS. 난제'들은 산더미같이 쌓여 있습니다. 벌써부터 데이터를 모으고,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를 들여다볼 생각에 두근두근 해지네요. 마치 대학원생 1학기로 돌아가 처음으로 데이터를 만져 볼 때의 그 설렘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아이디어 들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도 설문조사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