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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2/28 01:20:32
Name 푸끆이
Subject [일반]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세상에 대하여

요근래 중고거래 사기를 하나 당했습니다.

갤럭시탭 S7+ 정품 커버를 구하려고 중고나라에 검색을 해서 선입금 택배거래로 하나 샀는데
막상 배송와보니 S7+모델이 아닌 S7모델 북커버가 온것이였습니다.

저는 판매자분께 정중하게 '다른 모델이 왔습니다. 환불 부탁드립니다.' 라고 보냈는데
판매자가 확인을 했음에도 다음날까지 답장이 안오더라구요.
쎄한 느낌이 들어 작성글 보기를 해보니 판매글은 삭제 + 회원탈퇴 했더라구요.

꼬롬한 구석이 있다고 확신이 들어, 겁좀 줘야겠다 싶어서 이틀뒤에는 공무원증을 대충 신상가리고 첨부하면서
'나 공무원이다. 행정적인 처리 하는데 자신이 있다. 마침 경찰서도 가깝다' 라고 보냈더니
계속 읽씹하던 판매자가 '물품 보내면 확인 후에 환불을 해주겠다' 고 칼답이 왔습니다.

저는 '너가 이미 판매글 삭제 + 회원탈퇴 전과가 있는데 뭘 믿고 먼저보내냐. 내가 보냈던대로 선입금해주면 물품보내겠다.'
라고 하니 또 읽씹하더라구요.

그리고 이틀 뒤 오늘, 관할 경찰서 사진을 찍어서 또 한번 겁을 줬습니다.
직접 찍은건 아니고 인터넷에서 대충 퍼온 경찰서 사진으로
'경찰서 앞이다. 고소장 접수하러 가는길이다' 하니까 또 바로 칼답이 오더라구요.

이번에도 또 물품 보내면 확인후에 환불을 해준다길래
'그깟 소액 필요없으니 그냥 얼굴한번 봅시다.' 라고 겁주니 이체를 해주더이다.
그래도 경찰서 사진을 보내니 효력이 있었나 봅니다.

제가 그동안 읽씹당한게 아까워서 이체를 받자마자 다음날정도 보내줄 생각으로 반나절정도 읽씹했습니다.
판매자는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더라구요. 그새 제 번호로 더치트 등록도 했더라구요.
본인은 그렇게 1주일내내 읽씹을 해놓고서는, 저한테는 반나절정도 읽씹했다고 온갖 욕설을 퍼붓습니다.

여자친구한테 문자내용을 보여줬더니, 내 주소도 노출된 마당에 그 사람이 어떤 몹쓸 짓을 할지 모른다고 그냥 얌전히 물건 보내주랍니다.
솔직히 제가 당하면 백프로지만, 찌질한 문자 내용을 봐서는 판매자가 사적보복을 할만한 깜냥은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1주일동안 마음고생을 했는데 그냥 얌전히 보내주는게 너무 자존심 상하더라구요.

근데 문득, 요즘 세상이 너무 막나가는 사람에게 유리한 세상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에 서울시 성북구에서 일어난 아파트 화재(아빠가 자식들 구하려고 뛰어내린 사건)도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 물건에 세입자가 들어가서
배째라하고 막 살다가 화재가 난 사건이더라구요.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생각에는 백프로 동의합니다. 결국 내가 피해보면 내 손해니, 이상한 사람은 피하는게 상책이죠.
근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사회에 너무 팽배해져서 이것 또한 사회에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드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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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이
23/12/28 02: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냥 얼른 보내주세요. 똑같이 때리면 고통만 늘어나지 이익이 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아래 댓글보고 하나 추가하자면, 상대가 해코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로 괴롭힐지 말지를 생각한다면 그것도 잘못된거라 생각합니다. 상대가 힘이없든 강하든 동등하게 대해주시는게 좀더 올바른 방향아닌가싶습니다.
23/12/28 02:38
수정 아이콘
첨부터 사기칠 생각으로 거래한 사기꾼이라기보단, 좀 질이 안좋은 판매자를 만나신 것 같네요.

그래도 여자친구분 조언을 듣길 잘 하셨습니다. 해코지 할 배짱이 없어보인다고 하셨지만, 문자 몇 통으로 사람 모르는거죠. 큰 범죄자 주변 사람들 인터뷰 해 보면 "평범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심약해보여서 그런 큰일을 저지를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런 경우도 많은데요. 요즘 한국사회가 그런 것도 사실이지만, 잃을 게 많은 사람일수록 몸을 사려야하는건 고금을 관통하는 진리입니다. 일본에도 金持ち喧嘩せず(부자는 다투지않는다) 라는 속담이 있죠.

현명한 여자친구분 놓치지 마시길.. : )
23/12/28 08:07
수정 아이콘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게 맞기도 한데 문제는 세상이 똥밭이 되어가고 있다는게 참 씁쓸합니다..
사람되고싶다
23/12/28 08:37
수정 아이콘
딱 죄수의 딜레마죠 뭐. 개인 입장에선 무조건 피하는 게 맞는데 사회 전체적으로는 선한 사람이 피해를 받거나 최악의 결과가 나오거나. 사회의 범위가 넓어진 이상 어쩔 수 없어요. 뭘 해도 다시 볼 사람이 아니니까.

경제적인 접근만으론 절대 해결 못해요. 애초에 개개인에게 우월전략이 존재하니까. 근본적으로 도덕에 호소해야하는데 우리나라가 또 이익만능주의 도덕을 비웃는 사회가 됐다 보니...

차선은 레몬 마켓의 해결책처럼 리뷰 열심히 달고 확인해서 검증된 사람하고만 거래하거나 아예 당근 쓰는 거겠죠. 아니면 중고거래의 리스크 비용을 인정하고 안전거래를 쓰는 게 보편화되든가요.
마일스데이비스
23/12/28 08:57
수정 아이콘
그렇지 않습니다. 그 판매자는 리턴이 적은 도박에 계속 베팅하고 있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계속 그렇게 살면 반드시 크게 데이는 타이밍이 옵니다.
일월마가
23/12/28 11:08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살다보니 느낀 점인데 ..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했던 행동이 나중에는 돌아오더라구요 .. 그게 어떤 형태로 돌아올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요.
23/12/28 09:23
수정 아이콘
근데 그건 뭐 세상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상식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아닌 시절이 훨씬훨씬 많았어요.
자존심이 밥먹여주진 않으니까요.
세상엔 미친사람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미쳤다기보다 스트레스나 각종이유로 인해 스위치만 있으면 당겨지는 사람들이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일단 방아쇠에 손가락은 올라가있는 상태인거죠.
그나마 미국같은데가 아니라 실제 총이 없으니 즉발기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23/12/28 10:10
수정 아이콘
법이 물러서 그런거 아닐까 싶습니다.
저 세입자도 엄격한 법 집행해서 바로 쫓겨났으면 안 생겼을 사고이고, 글쓴이 님한테 판 사람도 이런 종류의 사기는 처벌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면 더 빠르게 대응했겠죠.
법이 전부가 아니고, 사람 사는데 인의가 중요하다 지만 사는게 그렇게 무르게만 되지 않더군요.
Far Niente
23/12/28 10:36
수정 아이콘
저도 부조리에 공분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신고하는 타입이었는데, 아내를 만나고 많이 바뀌었습니다.
법이 무르다고 하지만 결국 주먹과 칼끝이 더 가까운 법이라,
미 교도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다 알지만 그렇다고 그게 막나가는 사람들의 범죄율에 영향을 주느냐 하면 아니라고 보는지라
23/12/28 10:52
수정 아이콘
굳이 돈 받은 마당에 들고 있을 필요가 있나요.
별 의미 없는 행위인 것 같습니다.
뭐하지
23/12/28 10:53
수정 아이콘
원하는 걸 얻었음에도 자신의 마음 고생한 걸 생각해서 상대에게 똑같이 되돌려주려는 심보를 가졌다면...
죄송하지만 어떤 피해를 입게 될 경우 지분이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님이 하는 행위는 결국 자신의 분이 풀릴 때까지 하는 짓인데 애초에 저런 인간들은 대부분 자존감과 경제력이 박살난 상태라 더 크게 상처를 받습니다.
그 상태에서 님의 분이 풀릴 때까지 분풀이를 한다? 잃을 거 없는 인간들은 님이 느낀 상처x100으로 받습니다.
그래서 보복하는 것이고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아직까지 현대에 살아남아 널리 쓰이는 이유가 이러한 것 때문입니다.
자존심 내려놓고 사세요. 그거 하등 쓸모 없습니다. 내 목숨만 위태롭게 할 뿐입니다.
운전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특히 운전할 때는 자존심 꼭 내려놓으세요.
마일스데이비스
23/12/28 13:51
수정 아이콘
본문은 날 먼저 때린 놈에게 분풀이를 하고 싶은 거지 자존심이랑은 상관이 없는 것 같고, 자존심은 차라리 자신감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전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운전할때도 오히려 자존심이 없는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자기증명을 하려고 들죠, 자존심이 충만한 사람들은 자기증명에 애쓰지도 않습니다..
Far Niente
23/12/28 14:34
수정 아이콘
윗분이 말씀하신 자존심이 있는 그대로의 의미라면
님이 말씀하신 자존심은 자존감에 가깝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 자존심은 그렇게 쓸모있는 감정이 아닌 것 같은데
마일스데이비스
23/12/28 15: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려 하든 간에 스스로의 존엄과 나를 골탕먹인 자에게 분풀이를 하려는 거랑은 상관이 없죠. 상대방에게 분풀이를 한다고, 나를 추월하거나 위협운전을 한 사람에게 앙갚음을 한다고 내 존엄성이 세워지거나 지켜질 일은 없습니다. 그건 확신이 없는 사람들이 자기 위치를 확인시켜줄 깔개가 필요한 것 뿐이죠
Far Niente
23/12/28 16:51
수정 아이콘
님이 윗분의 자존심이라는 단어를 잘 못 해석해서 쓰신 것 같다는 겁니다
그 스스로의 존엄을 나타내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으로 사용된다는 거구요
자존감은 필요하죠 쓸데없는 자신감이 안 필요할 뿐
마일스데이비스
23/12/28 16:52
수정 아이콘
잘 알겠습니다.
도로헤도로
23/12/28 13:47
수정 아이콘
영화 '타겟'보니 똥도 무섭더라구요.
미친놈들이 워낙 많다보니 적당히하고 피하는게 답인 것 같습니다.
RapidSilver
23/12/28 17:46
수정 아이콘
똥이 잘 보이는 세상이고
저도 누군가에게 똥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흑흑
푸끆이
23/12/28 18:22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송장은 방금 발송했습니다.
댓글들 보며 많은걸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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