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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7/26 23:17:09
Name 노틸러스
Subject [기타] 2025 T1 홈그라운드 2일차 정산: 홈그라운드 이벤트의 명과 암
안녕하세요 노틸러스입니다. 더운 여름 잘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지난 이틀간 인스파이어 실내에서 하루종일 보내며 캐리어님의 은총에 너무나도 감사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문득 T1 홈그라운드의 1일차와 2일차에 느꼈던 것들을 공유해보고 싶어, 무거운 글쓰기 버튼을 다시 누르게 되었습니다.

퇴고를 많이 하고 사진자료도 많이 첨부하고 싶으나, 자고 내일 또 인스파이어에 가봐야 하기에 글로만 짧은 생각을 공유하는 점 넓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 해 제가 올린 글을 먼저 보시고 싶으시면, https://pgr21.net/free2/79791 를 읽고 오시면 연속되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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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은 작년에 이어 ‘홈그라운드’라는 이름 아래, 이전보다 더 대담한 규모의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작년 고양체육관에서 7,000여 석을 채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무려 약 15,000석 규모의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3일 연속 경기를 준비했습니다. 1일차와 3일차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2일차는 발로란트(VAL) 경기로 구성되었고, 제가 글을 작성하는 시점은 그 중 2일차를 마친 상태입니다. 두 날의 현장은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동시에 여러 고민을 떠올리게도 했습니다.

밝은점1 : IGNITE YOUR RED
작년에도 놀라웠지만, 올해는 더 큰 스케일이었습니다. 플레이오프나 결승전이 아닌, 단지 정규 시즌의 한 경기를 위해 단일 팀이 15,000석 규모의 아레나를 대관하고, 대부분을 홈팬들로만 채워버리는 이벤트는 사실상 현재 T1만이 시도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올해는 1일차 롤, 2일차 발로란트, 3일차 롤이라는 3일 연속 이벤트를 기획했죠. 

특히 첫날, Gen.G의 27연승을 끊어낸 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였습니다. 경기장 전체가 환호로 뒤덮였고, 4층에서 내려다본 그 장면은 말 그대로 전율 그 자체였습니다. 경기장 안팎으로 붉은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끊임없이 이동했고,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물론, 운서역과 인천공항까지도 T1의 브랜딩이 스며든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홈그라운드 슬로건 처럼, 티원의 색을 점화하기에 이번 이벤트의 결과(특히 승리)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밝은점2 : UNITED IN T1

(다소 구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면에서 지난 해 보다 발전한 행사 였다(고 생각합니다). 경기장의 음향, 조명, 연출 모두 T1이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고, 작년에 많은 질타를 받았던 응원도 이번에는 적당한 수준으로 이루어졌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특히 집중 응원석의 사전 오리엔테이션은 꽤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의 응원 덕에 작년에 비해 훨씬 기성 스포츠의 홈경기와 유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발전했다고 생각한 지점은 파트너사들의 참여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파트너사의 부스 진입이 저조했던 지난해와 달리, 홈그라운드의 메인 스폰서격으로 보이는 Spotify를 비롯해, Cass, 센트바이, 스틸시리즈, 펄사, 대웅제약, 정관장, 랄프로렌, SLEEK, speak 등 다양한 브랜드가 함께했습니다. Spotify 부스에서는 선수들의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함과 동시에 기존 유니폼에 스폰서 로고를 마킹해주는 이벤트가 진행되었고, 콜라보상품을 홍보한 Cass, 향수를 시향할 수 있었던 센트바이, LOL팀의 게이밍기어 Steelseries, VAL팀의 게이밍기어 pulsar, 자사 제품을 통해 팬들의 피로회복을 책임진 대웅제약과 정관장, 가상현실 기반의 동영상부스(?)를 제공한 랄프로렌, 멤버십 상품으로 팬들에게 증정된 SLEEK, 팬미팅 행사를 통해 팬들의 뇌리에 각인된 speak까지, 단순한 부스 설치를 넘어 각자의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T1 본사의 부스인 샵, 응원봉, 멤버십, 아카데미까지. 하나의 이스포츠팀이 파트너사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이틀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아, 심지어 경기가 열린 장소인 inspire도 파트너사의 장소였네요. 


밝은점3 : 아직 우리의 미래는 밝을.. 지도..?

솔랭유저수의 하락을 위시로 한 게임으로의 리그오브레전드에 대한 약세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일 겁니다. 다만, 여전히 오프라인이벤트로서의 이스포츠는 아직 매력적인 시장임을 증명하는 것이 이번 홈그라운드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교와 현장에서 이스포츠 산업을 가르치는 교수자의 역할을 하며, 여전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서 이스포츠에 대한 뉴비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말로 듣는 것 보다 현장 이벤트에서 실제로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감하는 것은 다를겁니다. 제가 우연히 초청할 수 있었던 한 스포츠 마케팅 교수님도, "이스포츠에 대해서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니) 오늘 현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고 하였습니다. 


특히, 2일차 발로란트 경기의 팬층은 1일차 팬층과 다소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통계적인 수치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제 체감도르로 '젊다고 하는 것이 더 실례일 만한 수준의' '어린 친구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가족 단위 관람객, 외국 관람객들도 많았죠. 상대적으로 젊은 관객은 보는 게임으로서의 이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밝게 예견하는 하나의 근거가 될 것입니다. 이를 동력 삼아 새로운 성장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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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점1 : 발로란트, 아직은 갈 길이 먼가..?

첫날 매진과는 다르게, 둘째 날 발로란트 경기는 체감상 경기장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일본 인기 팀인 제타 디비전을 초청하고, T1이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은 이벤트였음에도 아직은 시기상조였을까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을 것입니다. 발로란트 팬층의 상대적 어린 연령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구매력, 1일차 팬 응대에 실망한 3일권 구매자의 일탈, 해외 팬의 접근성, 늦게 열린 일본 티켓 구매 등. 제타디비전 팬들이 한국까지 직접 오기에는 비용과 시간이라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을 것이라 봅니다. 어두운 점을 앞으로 어떻게 밝힐까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어두운점2 : 전통스포츠구단과는 다른 게임단의 업무 전문성 분야

전통스포츠 구단은 홈구장이 곧 사무실입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이벤트가 반복되며, 이러한 상황에서 노하우와 운영 능력이 쌓입니다. 반면, 이스포츠팀은 그렇지 않습니다. 홈그라운드 자체가 비정기적이고, 운영 인력의 강점은 다른 데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홈그라운드에서도 사전 구매 대기, 멤버십 이벤트 지연, 입장 시스템 혼선 등의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만일 이것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면, 홈그라운드라는 좋은 이벤트는 팬들의 민심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국내 게임단 중 가장 큰 규모의 T1에서 이러한 문제가 계속 일어난다면, 인력이 부족한 다른 팀들의 경우 홈그라운드를 더욱 큰 사이즈로 운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앞으로의 수익사업을 구현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장애물이 있는 상황. 개선해야 하기는 합니다. 


어두운점3 :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을까?

여러 매체를 통해 볼 때, T1의 지난해 홈그라운드 이벤트는 적자가 아니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올해의 홈그라운드도 준비했을 것이라 추론하구요. 더욱이 올해는 인스파이어라는 파트너사와의 협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관료 등의 부담을 줄였을 것이고, 승리성형을 받은 아티가 굿즈 판매의 강자로 올라서는 등 작년보다 더 좋은 머천 매출도 기록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저도 오늘 아티 굿즈에 10만 원 이상 질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외부 공간을 대관해 대형 이벤트를 여는 방식은 리스크가 큽니다. T1조차 발로란트 매진을 만들지 못했다면 말이죠. 

앞으로 계속 이 홈그라운드 모델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준비와 창의적 기획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사람의 창의성’이라는 자원에 기대게 됩니다. 이게 산업적으로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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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그래도, 재미있었던 이틀

명과 암이 있고, 완벽하진 않았지만, 저는 여전히 홈그라운드라는 시도 자체에 박수를 보냅니다. T1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규모의 도전이었고, 팬으로서도 또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도 재미와 의미가 있었던 이틀이었습니다.

어짜피 가만히 있으면 꺼질 불꽃이라면, 지금은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 시기일 것입니다. T1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들이 무언가를 선도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연고지의 개념은 아닙니다만, 저는 언젠가 모든 팀들이 스스로의 이벤트를 당연하게 진행할 수 있는 자신들의 아레나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야 산업이 더 커지고,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이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남은 내일 하루, T1도 농심도 또 팬들도 모두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T1A 부스에서 즐겁게 놀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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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나이프
+ 25/07/26 23:4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T1의 브랜드를 바탕으로 한 발전된 시도와 아이디어들이 돋보입니다. 특히 공간 세팅에 드는 비용을 3일에 걸친 행사로 효율화했다는 점, 롤 뿐만 아니라 발로란트까지 아우르며 시장성을 테스트해본 점이 고무적인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수익창출에 고심해온 롤이스포츠가 오프라인 티켓 수익이라는 사업모델을 게임체인저로 가져올 수 있을지, 어느 정도의 큰그림을 보는지 궁금하네요. T1같은 인기팀의 경기라면 정규경기도 10,000~20,000명 규모의 관객동원이 가능하다는 건데, 이 정도면 고척돔 정도 규모는 채울수 있다는 이야기네요. 아무리 흑자행사여도 한시즌에 한두번 단발성 행사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테고, 이를 토대로 그정도 규모를 가진 행사가 가능한 곳과 협업을 통한 보다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인지 궁금도 하고 기대도 됩니다. 솔직히 그 규모의 이스포츠 전용 경기장 건립은 무리일 것 같고(몇년이 걸릴지...) 협력할 수 있는 경기장을 찾아서 주 1회라도 상설화할수는 없을지, LCK와 다른 팀들도 모험이겠지만 새러데이 쇼다운 같은 매치는 적극적으로 규모있는 경기장에서의 오프라인 경기를 홍보/투자/추진해볼수는 없을지, 아니면 최소한 관중동원력이 확인된 T1 한팀만이라도 이를 통해 적자를 벗어나는걸 보여준다면 지금의 어두운 상황 속에서 약간의 희망이라도 생길 것 같습니다.
노틸러스
+ 25/07/26 23:50
수정 아이콘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오히려 지금이 단발성 행사라 15,000석을 채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야구처럼 매 경기 다 채울 수 있는 팬층까지 되나.. 싶기도 하지만 

뭐라도 계속 해봐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김삼관
+ 25/07/27 07:36
수정 아이콘
발로란트의 경우는 올 겨울부터 도쿄로 이전하는게 확정이다시피 하다고 하니 더 뿌리가 잘 내려있는 지역 바탕으로 성장하지 않을까싶습니다 아직은 발로란트 팬층이 한국지역에서 그 큰 경기장을 메우기엔 부족한 게 현실인 것이고 이건 그렇게 걱정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아직 한국지역은 학생들이 주축인 문제일뿐 시간이 걸리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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