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구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면에서 지난 해 보다 발전한 행사 였다(고 생각합니다). 경기장의 음향, 조명, 연출 모두 T1이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고, 작년에 많은 질타를 받았던 응원도 이번에는 적당한 수준으로 이루어졌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특히 집중 응원석의 사전 오리엔테이션은 꽤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의 응원 덕에 작년에 비해 훨씬 기성 스포츠의 홈경기와 유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발전했다고 생각한 지점은 파트너사들의 참여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파트너사의 부스 진입이 저조했던 지난해와 달리, 홈그라운드의 메인 스폰서격으로 보이는 Spotify를 비롯해, Cass, 센트바이, 스틸시리즈, 펄사, 대웅제약, 정관장, 랄프로렌, SLEEK, speak 등 다양한 브랜드가 함께했습니다. Spotify 부스에서는 선수들의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함과 동시에 기존 유니폼에 스폰서 로고를 마킹해주는 이벤트가 진행되었고, 콜라보상품을 홍보한 Cass, 향수를 시향할 수 있었던 센트바이, LOL팀의 게이밍기어 Steelseries, VAL팀의 게이밍기어 pulsar, 자사 제품을 통해 팬들의 피로회복을 책임진 대웅제약과 정관장, 가상현실 기반의 동영상부스(?)를 제공한 랄프로렌, 멤버십 상품으로 팬들에게 증정된 SLEEK, 팬미팅 행사를 통해 팬들의 뇌리에 각인된 speak까지, 단순한 부스 설치를 넘어 각자의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T1 본사의 부스인 샵, 응원봉, 멤버십, 아카데미까지. 하나의 이스포츠팀이 파트너사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이틀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아, 심지어 경기가 열린 장소인 inspire도 파트너사의 장소였네요.
솔랭유저수의 하락을 위시로 한 게임으로의 리그오브레전드에 대한 약세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일 겁니다. 다만, 여전히 오프라인이벤트로서의 이스포츠는 아직 매력적인 시장임을 증명하는 것이 이번 홈그라운드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교와 현장에서 이스포츠 산업을 가르치는 교수자의 역할을 하며, 여전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서 이스포츠에 대한 뉴비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말로 듣는 것 보다 현장 이벤트에서 실제로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감하는 것은 다를겁니다. 제가 우연히 초청할 수 있었던 한 스포츠 마케팅 교수님도, "이스포츠에 대해서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니) 오늘 현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고 하였습니다.
특히, 2일차 발로란트 경기의 팬층은 1일차 팬층과 다소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통계적인 수치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제 체감도르로 '젊다고 하는 것이 더 실례일 만한 수준의' '어린 친구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가족 단위 관람객, 외국 관람객들도 많았죠. 상대적으로 젊은 관객은 보는 게임으로서의 이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밝게 예견하는 하나의 근거가 될 것입니다. 이를 동력 삼아 새로운 성장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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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점1 : 발로란트, 아직은 갈 길이 먼가..?
첫날 매진과는 다르게, 둘째 날 발로란트 경기는 체감상 경기장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일본 인기 팀인 제타 디비전을 초청하고, T1이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은 이벤트였음에도 아직은 시기상조였을까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을 것입니다. 발로란트 팬층의 상대적 어린 연령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구매력, 1일차 팬 응대에 실망한 3일권 구매자의 일탈, 해외 팬의 접근성, 늦게 열린 일본 티켓 구매 등. 제타디비전 팬들이 한국까지 직접 오기에는 비용과 시간이라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을 것이라 봅니다. 어두운 점을 앞으로 어떻게 밝힐까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어두운점2 : 전통스포츠구단과는 다른 게임단의 업무 전문성 분야
전통스포츠 구단은 홈구장이 곧 사무실입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이벤트가 반복되며, 이러한 상황에서 노하우와 운영 능력이 쌓입니다. 반면, 이스포츠팀은 그렇지 않습니다. 홈그라운드 자체가 비정기적이고, 운영 인력의 강점은 다른 데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홈그라운드에서도 사전 구매 대기, 멤버십 이벤트 지연, 입장 시스템 혼선 등의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만일 이것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면, 홈그라운드라는 좋은 이벤트는 팬들의 민심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국내 게임단 중 가장 큰 규모의 T1에서 이러한 문제가 계속 일어난다면, 인력이 부족한 다른 팀들의 경우 홈그라운드를 더욱 큰 사이즈로 운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앞으로의 수익사업을 구현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장애물이 있는 상황. 개선해야 하기는 합니다.
어두운점3 :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을까?
여러 매체를 통해 볼 때, T1의 지난해 홈그라운드 이벤트는 적자가 아니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올해의 홈그라운드도 준비했을 것이라 추론하구요. 더욱이 올해는 인스파이어라는 파트너사와의 협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관료 등의 부담을 줄였을 것이고, 승리성형을 받은 아티가 굿즈 판매의 강자로 올라서는 등 작년보다 더 좋은 머천 매출도 기록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저도 오늘 아티 굿즈에 10만 원 이상 질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외부 공간을 대관해 대형 이벤트를 여는 방식은 리스크가 큽니다. T1조차 발로란트 매진을 만들지 못했다면 말이죠.
앞으로 계속 이 홈그라운드 모델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준비와 창의적 기획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사람의 창의성’이라는 자원에 기대게 됩니다. 이게 산업적으로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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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그래도, 재미있었던 이틀
명과 암이 있고, 완벽하진 않았지만, 저는 여전히 홈그라운드라는 시도 자체에 박수를 보냅니다. T1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규모의 도전이었고, 팬으로서도 또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도 재미와 의미가 있었던 이틀이었습니다.
어짜피 가만히 있으면 꺼질 불꽃이라면, 지금은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 시기일 것입니다. T1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들이 무언가를 선도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연고지의 개념은 아닙니다만, 저는 언젠가 모든 팀들이 스스로의 이벤트를 당연하게 진행할 수 있는 자신들의 아레나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야 산업이 더 커지고,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이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남은 내일 하루, T1도 농심도 또 팬들도 모두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T1A 부스에서 즐겁게 놀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