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프나틱 팬입니다. 그리고 프나틱 팬이자 유럽 롤판의 팬입니다.

리그 내에서 경쟁할때야
어유 모지리들 롤 참 못하네 하고
서로서로 덕담을 살갑게 날려주지만

국제전만 가면 우리가 남이가, 를 시전하는 동네죠.

그건 그만큼 우리가 국제전 우승에 목말라 있기 때문입니다.
(밥먹듯이 우승하는 LCK팬들은 이거 모를겁니다 ㅠㅠ흑흑)

오늘 겜게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엘리아스 립, Upset (이하 업셋) 선수의
리그 우승을 기원하기 위해서 입니다.


업셋은 프나틱 팬들에게 있어
참 복잡한 애증이 교차하는 선수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2021년 월즈에서 초유의 귀국행..을 해버린 선수였거든요.
물론 정확한 이유야 아직 밝혀지지 않은 프라이빗한 사생활이지만
프나틱의 전력이 상당히 고평가받았던 때였고
무엇보다 조가..나름 할만하다고 평가받았었습니다.

PSG, RNG 그리고 한화생명.

2021년 한화생명은 쵸비 데프트 두 슈퍼스타가 있음에도
분명 강팀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가암히 이런 얘기를 할수 있었던 근간은
프나틱의 브레이크가 고장난 8톤트럭이라 불리던 파괴력
그리고 그 파괴력을 든든하게 뒷바침하는
업셋이라는 보증수표 덕분이었습니다.

2021년의 업셋-힐리생 바텀듀오는 진짜 괴랄했습니다.
라인전도 꽤나 잘치는데, 한타페이즈로 넘어가면 더 가관이었죠.

2021년 프나틱의 한타는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힐리생과 브위포 서폿 정글 듀오가 괴상한 각을 보며 진입합니다.
아담과 니스퀴가 섞여들어 모두가 뒤엉키는 진흙싸움이 되고
이게 뭔가 싶은 한타가 끝나면 킬을 쓸어담은 업셋이 서있습니다(?)

고삐풀린 야생마 마냥 눈이 벌게져서 달려드는 힐리생과 브위포
꽃미남마스크마냥 서양 미드의 A급 수문장으로 불리는 니스키.
쌩초짜신인이던 5렙 말파 미드로밍의 아담.
이게 밴픽이야 방구야 소리가 절로 나오던 야마토캐논..
그럼에도 프나틱이 이겨내던 이유는 순전히 업셋 덕분이었습니다.

한타마다 정확한 포지셔닝과 쏟아내는 딜,
메카닉도 걸출하고, 침착하되 과감한.
그리고 그 누구보다 뛰어난 킬캐치능력.
그러면서 죽지않는, 프나틱의 최후의 보루. 넥서스. 대원수.

강퀴해설도 말했죠.
프나틱은 난장판 끝에 업셋이 쓸어담아서 승리하던 팀이라고.

말그대로였고, 정말 보는 재미가 끝내주던 팀이었습니다.
심지어 보여주는 재미만큼 잘했구요.

물론 리그는 먹지 못했습니다.
이젠 2부에서도 보기힘든 아르무트의 기묘한 최고전성기였거든요
아니 걔가 그냥 큰 경기에선 클러치 플레이를 막....
진짜 저게 자연재해인가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는

그래도 프나틱팬들은 2021년 월즈에 대해 기대가 컸습니다.

...업셋이 경기 이틀인가를 앞두고 훌쩍 집으로 가기전까진....

진짜 그때 뉴스를 보고 이게 꿈인가 싶었습니다.
분명 아이슬란드에서 다같이 온천욕 하는 영상도 나오고
팀 분위기 좋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개뜬금없는 뉴스가 나오고
그렇게 21년 프나틱은 멸망했습니다.....

허탈하긴 했습니다.
큰 기대를 했고
제 최애원딜인 데프트와 맞붙는 업셋을 보고싶었는데 말이죠.

가족(와이프) 관련된 피치못할 사정이라기에
저 개인은 뭐 아쉽지만 그럴수도 있지 싶었는데
대다수는 아니었죠. 야마토와 힐리생을 제외한 같은 팀 멤버에게도
정확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게 크리티컬했습니다.
상도덕에 맞지않다는 얘기가 많았으니깐요.

..아담의 Lonely Wife UwU 사건도 있었지만
뭐 유야무야 그렇게 묻혀버린 그날의 진실을 뒤로하고
2021년 제가 사랑하던 고장난 8톤트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2022년.
원더와 라조크, 그리고 휴머노이드로 상체를 꾸린 프나틱.
고점과 저점을 더욱 높인 로스터. 근데 이제 기복이.............ㅡㅡ

그럼에도 업셋-힐리생은 더 대단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21년이 더 좋았지만
22년 업셋도 눈이 부셨죠.
마주치는 바텀 듀오들 마다 피똥을 쌌습니다 아주.
힐리생은 이것이야말로 회광반조인가 싶을정도였고

브레이크가 고장난 8톤트럭은 다시 부활하는가!
이번엔 리그 먹나! 싶었는데 하필이면 또
요즘은 죽을 쑤는 라센과
아르무트와 마찬가지로 2부에서도 안보이는 콤프의 최전성기..크크

하지만 2022년 월즈에선 사실 기대가 크진 않았습니다.
말로야 4강도 꿈이 아니다! 했지만..

그도 그럴것이 2022년 프나틱에는 세가지 상수가 있었습니다.
업셋/선수들의 널뛰는 기복/발밴픽
거..뒤의 두가지가 좀 이상하죠?

네. 그래서 사실 별 기대 못했어요.

플인에선 라우드에게 된통당하며 아 내가 롤잘알이구나!
조별 1라운드에서 2승 1패하며 어 내가 롤알못이구나!
하지만 2라운드에서는 귀신같이 전패를 하며 아 내가 롤잘알이구나!

..네.

그리고 업셋도 팀을 떠납니다.
(남은건 원더라족휴머레클룩즈의 희대의 23프나틱..!)
저는 사실 업셋이 다시는 프나틱에 안 돌아올줄 알았어요.

하지만 올해가 시작하며
업셋-미키엑스라는 꿈에서나 그리던 엑조디아가 완성됐다는 소식에
헐레벌떡 다시 희망을 불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윈터? 3위로 마감했습니다 (아니 칸나가 왜 유럽에 있는건데..)
하지만 업셋은 여전했습니다.
여전히 날카롭고 여전히 잘하더라구요.

지금 스프링 스플릿와서는
감히 업셋이 유럽에서 롤 제일 잘한다고 말하고 싶을만큼
진짜 너무너무 잘해서 감탄하며 보고있습니다.
진짜 한번도 안보신 분이라면 조금 추라이 해보세요.
주사위를 5분 간격으로 굴리며
오스카 라좈 휴머 상체 3인이 눈이 썩는 플레이와 기복을 남발해도
업셋은 그 난장판에서도 고고하게 잘하고 있습니다. 태산같아요.

포지셔닝이면 포지셔닝
딜링이면 딜링
킬캐치면 킬캐치
메카닉이면 메카닉
진짜 모든 부문에서 빛이 납니다.

저는 업셋이 이번 시즌엔 꼭 리그 우승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정말 진심으로 한번은 했으면 좋겠어요.

아니 스코어도 했고 기인도 우승했고
심지어 그 해리케인도 우승했는데 왜 업셋만 ㅠㅠ

진짜 진심으로 업셋이 우승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올해가 진심 적기라고 보고 있어요.
두번다신 안 올 수 있는 미키엑스와 듀오하는 이 황금같은 기회에
드디어 업셋이 우승하고 걸맞는 평가를 받는 것을 보고싶습니다.

..야 업셋 이놈아, 올해 못하면 언제할건데!! ..ㅠㅠ



마치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데프트 팬이었던 저는 업셋에게서
조금 덜 공격적이고 조금 덜 본능적이지만
조금더 유려하고 물 흐르는 듯한 데프트를 봅니다.

누굴 누구에게 갖다대냐 너무 과한 칭찬아니냐 롤알못이냐
..라고 하신다면 여러분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삶이 무료하신 분들.
다음날 안 바쁘신 분들.
새벽 시청이 부담되지 않는 분들.
LCK의 완벽한, 너무 잘하는 롤에 질리신 분들.
날것 그대로를 사랑하시는 분들.
한번 유럽을 시청해보시고, 우리 업셋을 눈여겨 봐주세요.
기깔납니다.

..아 근데 생각해보니 프나틱은 정규 다 했고 이제 플옵만 남아서
이번 주말엔 경기가 없네요.. 어헣



진짜, 전력을 다한 진심으로
업셋, 엘리아스 립 선수와
우리 모지리 프나틱의 우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