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22/11/06 22:42:23
Name DeglacerLesSucs
Subject [LOL] T1에게, 그리고 케리아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
우선 이번 2022년... T1의 여정을 지켜보는 순간들이 무척 즐거웠고 벅찬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이 더욱 아쉽기도 합니다.
이번엔 DRX의 서사가 워낙 가슴을 울렸기에 결과가 어떻든 박수치면서 시상식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응원하는 선수가 그렇게 아쉬워하고 분해하는데 제가 어떻게 후련한 마음으로 박수를 칠 수 있겠습니까.. 결국 데프트 선수의 인터뷰도 방금 전에야 유튜브로 봤습니다. 그제서야 축하한다는 혼잣말을 할 수 있겠더라고요.

아쉽고, 정말 아까웠어요. T1 유튜브에서는 선수들이 "까비"라는 말을 쓸 때 "So close"라는 말로 번역하곤 합니다. 정말.. 정말 손에 닿을 듯한 거리였던 것 같아서 아직도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가 보낸 1년도 정말 멋졌거든요. 다섯 명의 선수 모두 많은 것을 증명한 한 해였습니다.
처음으로 1년 내내 주전을 보낸 세 선수는 모두 시즌 중에 많이 성장한 모습 우리 모두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힘든 경기를 했지만 지난 시즌 팀 전체가 흔들릴 때도 시험에 들지 않고 팀을 이끌어준 제우스,
캐리력으로 처음 주목받았음에도 팀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역할을 맡아가면서 수 차례 언성 히어로가 되어준 오너,
그리고 올해 누구보다 많은 비판을 받아야 했으나 중요한 무대에서 자신의 껍질을 한 번 더 깨준 구마까지..

그리고 페이커! 저는 이 선수 10년 보고 응원할 수 있었던 게 정말이지 행운이 아닐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나이를 먹고 회사생활을 하고 학생 시절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너 아직도 롤 보냐"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곤 합니다. 그 때마다 제가 입버릇처럼 하던 이야기가 있었어요. "난 페이커 활동하는 동안만 롤 볼거야. 페이커가 그만 두면 나도 그만 보겠지"
모르긴 몰라도, 그런 이야기를 할 때의 저 역시 "내가 이제 롤을 봐도 얼마나 더 보겠냐"는 생각을 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올해 페이커는 [그래? 그럼 앞으로도 한참 더 보면 되겠네] 하고 대답을 들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앞으로 저는 이 선수의 은퇴나 유종의 미 같은 것은 먼저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의 끝은 그가 정할 것이고, 저는 그 때가 되면 [그렇구나, 그동안 수고 많았어] 하고 인사하겠죠.

그리고 케리아 선수.. 제가 2년간 보면서 느낀 케리아는 T1에서 가장 승리를, 우승을, 최고의 자리를 강하게 갈망하는 선수였습니다. 자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우승만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인 것처럼 모든 것을 걸고 달려온 선수였어요. 그래서 멋졌고 그래서 이기길 바랐고 그래서 오늘 그의 좌절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면서 안타까웠습니다.
사실 케리아에 대한 믿음은 지난 2년 내내 흔들린 적도 없고 그가 T1에 있는 한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 T1에 올 때만 해도 큰 무대에 약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곤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올해 스프링이나 월즈 결승에서는 그런 모습은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챔프 유형을 가리지 않는 플레이의 완성도 역시 여러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 선수는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나갈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가 자신의 가치, 그리고 자신이 이루어낸 것의 가치를 조금 더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주제 넘은 바람도 품어 봅니다.
오늘은 삶 자체에 회의를 느낄 만큼의 깊은 좌절을 겪었지만, 그가 올 한 해 이루어낸 것들은 "결국 올해도 우승을 놓쳤다"는 한 마디로 줄여 쓰기에는 정말 빛나고 소중한 것임을 마음 속 한 구석에 지니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최종 목표에 이르지 못했으나, 나는 분명히 성장했다는 그 사실, 올해는 아쉬웠으나 올해의 성장처럼 내년에도 나아간다면 꿈꿔왔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그 가능성을 긍정하는 것이 앞으로의 1년과 창창한 선수생활을 더욱 행복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좌절도, 현역으로서 같은 포지션의 역대 최고 선수 반열에 오른 롤도사의 존재도 새로운 동기부여의 재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T1의 모든 선수들 그리고 구원투수로 여기까지 와준 벵기감독과 이하 코칭스탭들 덕분에 올 한해 이런 일 저런 일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많이 즐거웠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고, 내년에도 멋진 여정을 함께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945 [LOL] 롤드컵 결승전을 2회 이상 뛴 선수들 [51] Leeka15114 22/11/07 15114 3
75944 [LOL] 아름다운 패배란 환상이다. 그러나.... [25] 랜슬롯14391 22/11/07 14391 11
75943 [LOL]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뱅기' 배성웅 감독 "아트를 풀고 대처 가능할 줄 알았다" [279] Leeka25641 22/11/07 25641 6
75942 [LOL] [오피셜] KT 래피드스타 정민성 코치 영입 [37] SAS Tony Parker 16666 22/11/07 16666 0
75941 [LOL] 몬가 일어났지만 풀어낸 사람이 없는 [66] 무냐고17424 22/11/07 17424 7
75940 [LOL] 데프트는 중국에 있던 2년간 얼마나 LPL을 평정했나? [19] Leeka15217 22/11/07 15217 18
75939 [기타] [바둑] 2022 삼성화재배 결승 신진서 9단 vs 최정 9단 프리뷰 [17] biangle12117 22/11/07 12117 4
75938 [LOL] 스스로의 기원 그리고 팬으로서의 꺾이지 않는 마음 [32] 모아찐12781 22/11/07 12781 6
75937 [LOL] 데프트가 마포고 학생이던 김혁규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TXT [26] insane16205 22/11/07 16205 25
75936 [LOL] 주말 사이 LEC/LCS 스토브리그 떡밥정리 [11] BitSae15169 22/11/07 15169 0
75935 [PC] 페르소나5 로열 후기 (스포) [16] 피죤투11512 22/11/07 11512 2
75934 [LOL] 2022 월즈를 보며 느낀 감상들 [49] Baphomet G16701 22/11/06 16701 34
75933 [LOL] 데프트의 '꽉찬' 커리어를 알아보자 [19] Leeka16380 22/11/06 16380 14
75932 [LOL]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25] 어빈22844 22/11/06 22844 25
75931 [LOL] 롤드컵 우승 스킨 수익 피셜들 [58] Leeka22687 22/11/06 22687 3
75930 [LOL] T1에게, 그리고 케리아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 DeglacerLesSucs13426 22/11/06 13426 16
75929 [LOL] Don't ever say it's over, if I breathin'. [43] Baphomet G15147 22/11/06 15147 19
75928 [LOL] 데프트만 가진 유일한 기록들 [18] Leeka15041 22/11/06 15041 12
75927 [LOL] 리그 레전드한테 내민 악마도 절레절레할 계약 [30] 월희15706 22/11/06 15706 7
75926 [LOL] DRX 우승기념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8] OneCircleEast13550 22/11/06 13550 2
75925 [LOL] 2022년 롤드컵 퍼스트 팀을 정해 봅시다. [86] 일모도원15463 22/11/06 15463 2
75924 [LOL] 역대 롤드컵 본선 다승 순위 (30승 이상) [14] 니시노 나나세16130 22/11/06 16130 2
75923 [LOL] 오늘 기준으로 달라진 역체 라인의 위상을 알아봅시다. [245] Bronx Bombers23229 22/11/06 23229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