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22/11/06 18:41:00
Name Taima
Subject [LOL] 올 한해 티원 고마웠습니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 (수정됨)
역대급 결승 보고 기분이 좋았는데, 패배후 오열하는 케리아 선수 보고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케리아 선수는 '인생에 회의를 느꼈다'고 인터뷰 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티원을 응원하는데 '확신을 느낀' 1년이었고, 이번 결승이었습니다.

올 한해 티원은 '처음으로' 1년간 하나의 흐름으로 단합해서 뛰었다고 생각합니다.  (SKT 말고요. T1으로는.)

올해 티원은 1년 내내 흔들릴 때도 있더라도, 결국  참여한 모든 경기에 결승전에 갔을 정도로 솔리드한 폼을 '결국은' 보여준 멋진 팀이라 생각합니다.

결국은 첫 대회인 스프링 lck 외에는 모두 준우승이라는 아쉬운 성적에 머물렀지만, 그래도 저는 이것 또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면 갈수록 베테랑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리그오브레전드 판에서, 페이커 제외하면 대부분이 신인급인 T1은 오히려 불리해졌다 봅니다.

오늘 경기만 해도, 결국 제우스가 역체롤이다, 역대 최강의 신인이다 뭐다 해도 결국 '신인'일 뿐임을 모두가 깨닫고 말았지요.

사실상 페이커와 케리아를 제외하면 제대로 주전으로 뛰어본 것은 1년이 조금 넘은. 젊은 선수들입니다.

그에 반해 작년 챔피언 EDG, 올해 티원과 경쟁했던 젠지, 그리고 챔피언 DRX는 그야말로 베테랑 팀이었죠.

DRX의 슈퍼루키라는 제카조차 VG, BLG에서 담금짐을 거친 선수고,  티원의 베테랑(?) 케리아와 비슷한 길이의 경력을 가진 선수임을 생각하면 지금 티원이 얼마나 어린지 다시금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이런 어린 신인팀이 올 한해 가장 평균적으로 오랜 기간 좋은 모습을 보인 팀 중 하나였다는 점이 놀랍지만, 결국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했던거 같습니다.

사람들은 이번 결승이 절대적인 챔피언인 아폴로 크리드와, 언더독 노장 록키 발보아의 대결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백전노장 메이웨더와 젊고 패기넘치지만, 아직은 담금질이 필요했던 청년복서 카넬로의 대결에 가까웠던거 같습니다.

(지금 카넬로는 메이웨더에게 당한 완패를 밑거름 삼아, 복싱의 최고봉으로 군림하고 있죠.)

패배는 아쉬웠지만 올해의 티원은 무엇보다 과정이 좋았습니다. 실패해도 계속 시도하는 팀 컬러부터 '5인의 페이커'라는 느낌이랄까요.

케리아 선수의 5세트 전 간절한 기도. 그리고 페이커 선수의 독서로 마음을 다잡는 모습. 구마유시의 화려한 부활.

그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괜찮다는 페이커 선수의 말 까지. 충분히 팬으로써 영감이 되는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내년에도 이런 멋진 과정을 보여준다면, 결과가 어찌되었든 또 즐겁게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케리아 선수는 울었지만 페이커 선수는 담담했던 이유. 그건 이기든 지든 과정만 좋았다면 다시 또 내년이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그런 건 아니었을까요?

어차피 우승해도, 다음달이면 또 잊혀지고 무한한 대결의 구도로 '또' 가야 하는, 냉정한 스포츠 세계 아니겠습니까.

그럴수록 오래 가려면 '무한하게'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은 결승만 끝나면 끝나지만, 인생은 아니니까요 또 계속되니까요.

스포츠 자체는 얼핏 생각하면 단기적인 목표가 중요해 보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결국 오늘 이긴 선수가 아니라, 계속되는 시간 동안 가장 많이 성공한 선수가 최고가 되니까요.

경영저술가 사이먼 시넥은 책 '인피니트 게임'에서 세상을 '단기 게임'이 아닌 '무한 게임'으로 보라 조언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치면, 당장 참여하는 대회 우승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은퇴할 때까지) 무한히 계속되는 게임을 즐기고,

계속 게임을 게속하는 그 자체를 즐기는 태도. 그게 '무한게임'이겠지요. 팀이 무너지지 않는 한. 그리고 선수 생활이 끝나지 않는 한, 게임은 계속 되니까요.

역설적으로 그렇게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길수록, 단기전에서도 여유를 갖고 더 잘 경기할 수 있습니다.

DRX의 뒷심의 비결인 '꺾이지 않는 마음'은 결국 불타는 의지가 아니라, 게임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이었으니까요.

"사실 살면서 얼마나 성공했든 몇 번을 실패했든, 죽을 때 인생에서 이겼다고 공표되는 사람은 없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승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생에서 다수의 무한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커리어는 그중 하나다. 양육, 우정, 학습 같은 게임에서는 절대 승자가 될 수 없다. 이기면 즐거워하고 지면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게임을 이어 나갈 수 있다. 우리는 생명이라는 무한게임의 유한한 플레이어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한번 1등으로 끝나지 않아, 기업도 인생도... ‘무한게임’ 하라” 사이먼 시넥https://biz.chosun.com/notice/interstellar/2022/08/06/55VUB3Z5SNARDDCUPE7J3KS7JQ/

DRX는 과정을 즐겼고. 티원은 그 힘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아직 너무 어린 팀이니까요. 아직도 코인이 너무도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그리고 팬들도, 우승이라는 단기적 목표를 얻으면 좋겠지만, 그와 별개로 이렇게 멋진 과정을 보여주는 한 영원히 '과정'을 같이 즐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내년에도 아마도 같은 로스터로, 좀 더 현명해지고, 좀 더 경험이 쌓일 티원을 기대하면서 겨울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치죠 호타루
22/11/06 18:45
수정 아이콘
뭐 그럴 일은 없길 바라고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만에 하나 상혁이가 선수를 그만둔다면 누굴 응원하지? 하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었습니다. 오늘 케리아의 눈물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민석아 오래오래 함께해서 상혁이랑 같이 롤드컵을 들자꾸나.
22/11/06 18:50
수정 아이콘
(군대이슈라는 마스터키를 제외하면) 사실 선수생명은 당분간 길어질 것 같습니다.
베테랑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요. 페이커 선수의 경우 군대 이슈는 없어졌다는게 중론이니 당분간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2/11/06 18:47
수정 아이콘
분해하는 케리아를 보고 내년을 더욱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잘 딛고 일어설거예요.
22/11/06 18:52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안타까워서 이야기 한 거지 사실 케리아 같은 분함도 팀에 꼭 필요한 컬러지요. 잘 극복하길 바랍니다. 지금 과정도 충분히 기뻤습니다.
AlwaysAwake
22/11/06 18:57
수정 아이콘
저도 티원의 미래가 기대되고 내년에도 잘할거라 믿지만 페이커에게 남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 아쉬움이 더 큰 거 같습니다.
올해 내내 잘했고 보는 재미도 줘서 너무 고맙지만 3준우승이 심적으로 아쉽고 힘든건 팬으로써도 어쩔수가 없네요. 선수들도 당장 많이 힘들텐데 내년에 더 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22/11/06 19:0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요새 반대로 생각합니다. 군대라는 아예 손 쓸 도리가 없는 이슈만 아니면 페이커에게 시간이 많이 남은거 같아요.
그 근거로, 페이커 외에도 최근에는 한 번 세대교체를 거쳤던 선수들 끼리는 몇 년간 세대교체라는 기미가 없고. 점점 연령대가 올라가고 있거든요.
데프트 야가오 루키 등등 보면 부상 이슈만 아니면 의외로 시간은 많이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선수 생명을 연장하는 기록을 매년 갱신하는 강자인 메시, 르브론 같은 케이스로 남아줄 수 있을거 같습니다. 물론 그 한계가 어디인지는 저도 모릅니다만.
흘레바람
22/11/06 19:00
수정 아이콘
올해 꼭 우승했으면 했는데..
내년엔 디펜딩챔피언 DRX도 있을 거 같고,
슈퍼팀 2년차 젠지도 있을 거 같고,
6개월 안 쉰 너구리 있는 담원도 있을 거 같고,
암튼 무섭습니다.. ㅠㅠ
22/11/06 19:03
수정 아이콘
사실 그 중 로스터가 유지되는 팀은 T1, 담원 밖에 없을거 같습니다. DRX는 감동적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여튼 올해 경혐이 워낙 쌓여서 희망 있는거 같네요.
올해 챔피언 DRX를 위협했던 팀은 T1 제외하면 결국 작년에 짬을 보여준 EDG였으니까요.
흘레바람
22/11/06 19:22
수정 아이콘
믿..긴 하지만 18년 이후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ㅠㅠ
여튼 30대까지 프로게이머 하고 싶다니까 그건 이룰 거 같은데
월즈 한번만.. 딱 한번만....
이정재
22/11/06 19:55
수정 아이콘
drx는 유지죠
이경규
22/11/06 19:09
수정 아이콘
오피셜인진 모르겠는데
데프트 "원피스는 별 거 없는 것 같다. 지나온 순간들이 더 소중했다." 라고 한 말도 인상깊네요.
진짜진짜라면
22/11/06 19:47
수정 아이콘
케리아 선수가 패배하고 나서 우는 거 보면 승부욕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몰아붙이고 자책 많이하는 타입인 것 같은데 오늘 충분히 잘했으니 마음을 조금 더 편하게 먹고 회복의 시간을 잘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구라쳐서미안
22/11/06 20:24
수정 아이콘
고생 많았습니다.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지 못한 건 아쉽지만, 여태까지 해 온 것만으로도 올 한해 많이 행복했습니다. 푹 쉬시고 건강하시길...
청보랏빛 영혼 s
22/11/07 13:05
수정 아이콘
케리아 선수의 울음은 지난 1년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기에 흘릴 수 있는 눈물인거 같습니다.
정상급 선수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패배에서 배워야 한다.' 라는 것이 있는데
어제의 DRX에게 데프트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잖아요.
경험과 교훈을 얻은 롤드컵 여정이였다고 위로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응원글이 더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940 [LOL] 데프트는 중국에 있던 2년간 얼마나 LPL을 평정했나? [19] Leeka15251 22/11/07 15251 18
75939 [기타] [바둑] 2022 삼성화재배 결승 신진서 9단 vs 최정 9단 프리뷰 [17] biangle12158 22/11/07 12158 4
75938 [LOL] 스스로의 기원 그리고 팬으로서의 꺾이지 않는 마음 [32] 모아찐12837 22/11/07 12837 6
75937 [LOL] 데프트가 마포고 학생이던 김혁규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TXT [26] insane16253 22/11/07 16253 25
75936 [LOL] 주말 사이 LEC/LCS 스토브리그 떡밥정리 [11] BitSae15209 22/11/07 15209 0
75935 [PC] 페르소나5 로열 후기 (스포) [16] 피죤투11592 22/11/07 11592 2
75934 [LOL] 2022 월즈를 보며 느낀 감상들 [49] Baphomet G16880 22/11/06 16880 34
75933 [LOL] 데프트의 '꽉찬' 커리어를 알아보자 [19] Leeka16430 22/11/06 16430 14
75932 [LOL]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25] 어빈22984 22/11/06 22984 25
75931 [LOL] 롤드컵 우승 스킨 수익 피셜들 [58] Leeka22946 22/11/06 22946 3
75930 [LOL] T1에게, 그리고 케리아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 DeglacerLesSucs13607 22/11/06 13607 16
75929 [LOL] Don't ever say it's over, if I breathin'. [43] Baphomet G15198 22/11/06 15198 19
75928 [LOL] 데프트만 가진 유일한 기록들 [18] Leeka15093 22/11/06 15093 12
75927 [LOL] 리그 레전드한테 내민 악마도 절레절레할 계약 [30] 월희15725 22/11/06 15725 7
75926 [LOL] DRX 우승기념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8] OneCircleEast13591 22/11/06 13591 2
75925 [LOL] 2022년 롤드컵 퍼스트 팀을 정해 봅시다. [86] 일모도원15491 22/11/06 15491 2
75924 [LOL] 역대 롤드컵 본선 다승 순위 (30승 이상) [14] 니시노 나나세16184 22/11/06 16184 2
75923 [LOL] 오늘 기준으로 달라진 역체 라인의 위상을 알아봅시다. [245] Bronx Bombers23296 22/11/06 23296 6
75922 [LOL] 구마유시 인스타 라이브 방송 정리 [74] 리니어19069 22/11/06 19069 40
75921 [LOL] 올 한해 티원 고마웠습니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 [15] Taima14078 22/11/06 14078 12
75920 [LOL] 다음 데프트는 누구? - LCK 현역 최장기 월즈 무관 선수 TOP 14 [33] qwerasdfzxcv14195 22/11/06 14195 4
75919 [LOL]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 [39] 마스터충달16714 22/11/06 16714 76
75918 [LOL] 롤이스포츠 역사상 최고 시청자 경신 [22] newness16028 22/11/06 16028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