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약팔러 온 바보왕입니다.
스팀에선 대규모 세일 말고도 종종, 아니 자주 세일을 합니다.
주중할인, 주말할인, 시리즈 특집, 제작사 특집 등......
이번에는
[디볼버 디지털]에서 유통한 게임들을 주말 동안 할인하고 있네요.
디볼버 디지털은 주로 인디급 게임을 제작.....보다 유통을 주로 해주는 곳입니다.
대신 유통하는 게임 대부분이 특유의 그래픽과 분위기를 가지고, "하는 재미"에 집중하려 한다는 공통적인 개성이 있습니다.
같은 도트 그래픽이라도 도트가 주는 생략과 "싸구려 같은" 느낌을 게임에 녹여내서 더 멋있는 감성의 일부로 만든다거나, 같은 재미라도 액션이면 줘패고 총 쏘고 죽이는 말초적인 재미를, 어드벤처라면 고심하고 후회하며 비정한 선택에 괴로워하는 재미를 주는 것처럼 말이죠.
닭 탈을 쓰고 방망이로 마피아 뚝배기를 부수는
[핫라인 마이애미]
은행 강도와 테리 보가드와 예수가 총들고 나쁜 사람들을 벌집핏자로 만드는
[낫 어 히어로]
총쏘는 로그라이크
[엔터 더 건전]
실패하고 망하고 양심마저 팔아가며 지독하게 살아남는 우주군인의 이야기를 다룬
[갓즈 윌 비 워칭]
고양이와 메트로이드가 합체한 갓갓겜
[가토 로보토]
.........같은 마니악하지만 재미있는 게임의 간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거 지금 다 할인중입니다.)
인디 게임 취향에 입문하고자 하시거나, 디볼버 게임 중에 눈독만 들였던 작품이 있거나, 아무튼 방망이로 마피아 뚝배기를 부수는 게 재미있었던 사람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디볼버의 다른 게임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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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서 오늘 디볼버 유통작 중에서도 특히 하나 소개해드릴 게임은 바로
Katana ZERO
라는 인디 게임입니다. 한글판이니 언어 부담은 없습니다.
사실 나온지 시간도 좀 됐고, 하도 갓겜이라 관심 좀 가질 법한 사람은 이미 다 레비아탄 한마리씩 기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래도 혹시나 새로이 관심 가질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약을 팔도록 하겠습니다. 하나라도 더 팔면 좋잖아요.
카타나 제로는 사무라이가 나오는 펑크 액션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예. 사무라이 펑크 맞습니다.
이 게임을 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고 생각나는 게, 어떻게 이렇게 노골적인 요소만 골라서 그려 놨느냐는 거예요.
그래픽은 웬만하면 쥐똥만큼도 못 알아보는 제 눈으로 봐도 이 정도까지 적나라하면 알아볼 수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사무라이, 입은 옷은 유카타 풍 피카츄 복장(방금 오타가 났지만 넘어갑시다), 그림체는 일본 도트게임 분위기에(아주 귀엽다고요)
배경은 디스토피아 도시, 날씨는 칙칙하게 비가 오고, 적은 마피아 조폭이고, 타이틀 로고는 네온싸인에,
게임 시작하자마자 보란듯이 칼과 총알이 날아다니며 치솟는 피가 아주 춤을 추십니다.
그런데 이게 식상하거나 진부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뻔뻔할 정도로 노골적인 전형을 당당하게 드러내다 보니, 온갖 어울리지 못할 것들이 싸그리 어울려서 기가 막히게 멋있는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아까도 말했는데 묘하게 귀엽습니다. 그리고 액션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잔인합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썩 잘 어울려요. 도트가 도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간지를 뿜습니다.
사무라이와 펑크라는 말에서 상상할 법한 모든 클리셰를 한 게임에 다 집어넣고 예술로 완성시키면 이게 나올 겁니다.
카타나 제로의 플레이는 칼질을 중심으로 한 플랫포머 액션(횡스크롤 액션)입니다. 처음에는 살짝 평범하지 않나..... 싶을 수도 있을 텐데, 조금만 해보면 여기서도 제작자의 미친 센스가 느껴집니다.
한 방입니다. 너도 나도 한 방이면 끝장나는 죽창인 거시에요. 핫라인 마이애미나 낫 어 히어로(혹은 브로포스!)와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게 칼vs총 + 플랫포머와 어울리면 또 플레이가 달라지거든요. 빠르게 오는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방향의 선택지가 탑뷰어에 비하면 좁고, 그렇다고 마구잡이 총질 선빵으로 보자마자 적의 반이 죽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총알은 굴러서 피해야 하고, 어려우면 받아쳐야 합니다. 예. 받아칠 수 있습니다. 칼로 총알을 말이지요! 잘만 하면 받아친 총알로 거꾸로 적들을 몰살하는 간지나는 플레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어려우면 주인공의 초능력을 활용하거나, 주변에 굴러다니는 스탠드를 집어던져 무기로 쓰거나, 스테이지의 지형을 잘 써서 히트 앤 런 플레이를 하는 등 꼼수를 동원해 가면서 적들의 공격에 부딪쳐 나가야 합니다.
이런 제약 걸린 플레이가 처음에는 조금 답답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당하게 어려운 게임들이 늘상 그렇듯이 적응할수록 점점 게임이 화끈하고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을 받게 해줍니다. 시작하자마자 총알이 튀고, 칼날이 번쩍 번쩍 하는 사이에 적들이 서걱 서걱 베이고 쓰러지고, 앗 하는 사이에 적들이 짚단처럼 무너지고 하늘을 날아가고 그 사이로 주인공이 유유히 뛰어가는 장면은 한번 맛을 들이면 느낌을 못 잊습니다. 핫라인 마이애미하고도 비슷하죠.
한편 죽창 플레이로 인해 올라간 난이도를 조금 완화하기 위해, 주인공에게는 초능력이 주어집니다. 시간을 느리게 하거나, 앞으로 일어날 일을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예지 능력을 갖고 있지요. 특히 시간을 느리게 하는 능력은 날아오는 총알에 좀 더 안전하게 대응하도록 해줘서 초반에 아직 게임에 적응 못한 플레이어가 숨통을 좀 트이게 해줍니다. (그런데 사용 시간이 묘하게 짧은데다, 감속 풀리면 플레이 흐름이 꼬여서 나중으로 갈수록 초능력 따위 안 쓰는 게 오히려, 그나마 게임을 쉽게 해준다는 거는 함정)
예지 능력은 게임 플레이에 직접 어떤 영향을 주진 않고, 액션 게임에서 으레 있는 "죽고 재시작"을 설명하는 장치로 쓰입니다. 다시 말해, 주인공이 죽고 체크포인트로 돌아가는 게 왜 가능한지를 게임의 허용이 아니라 서사 속 근거로써 설명하고 있어요. 실제로 액션을 할 때 플레이어가 개입하는 부분은 주인공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 즉 어떻게 할지 주인공이 머릿속으로 계획을 짜는 부분입니다.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가 액션으로 게임하는 장면 모두가 사실은 일어나지 않은 일인 겁니다. 해당 부분을 깨서 플레이어가 목적지에 도달한 뒤에야 주인공은 "계획대로" 움직입니다.
게임의 규칙이 이야기에서 나온다는 점은 카타나 제로라는
[이야기]의 전달력에도 엄청난 도움을 줍니다. "이건 왜 이러냐"를 무심히 넘기지 않고, "이게 이래서 그렇거든"이라는 대답으로 이어지니까요. 심지어 게임에 흐르는 브금조차도 카타나 제로에서는 이유가 나옵니다. 주인공이 살인 현장에서 워크맨을 듣는 (그것도 아무거나 듣는 게 아니라, 그 날 자기 기분, 혹은 임무 내용에 가장 어울리는 걸 *골라서* 듣습니다) 싸이코 내지는 PTSD 환자라서 그렇다는 식으로요. 이렇게 서사에 곁가지가 많아지면, 플레이어는 사실 이야기가 좀 심심하다고 해도 마치 심오하고 치밀한 이야기의 중심으로 온 것처럼 느끼면서 플레이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게임 서사는 재밌습니다. 서사 자체만 놓고 봐도 그렇다는 소립니다. 스포일러를 빼고 싶으니 이야기는 직접 게임을 통해 보셨으면 합니다만, 꽤나 무게 있고 처참한,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부담스러운 것도 아닌, 괜찮은 이야기입니다. 당장 슬럼과 뒷골목을 전전하면서 칼로 다른 범죄자들을 죽여야 하는 네온싸인 SF 사무라이의 이야기라면 척 봐도 심심하진 않겠지요. 물론 낙관적이지도 않고요.
서사 자체에 분기는 없습니다만, 대화 중에는 다양한 선택지도 있어서 고를 때마다 다른 대사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몇몇 대사는 무심히 지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속에 중요한 이야기의 단서가 숨어 있어서, 부분적으로나마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아, 그리고 대사 연출이 참 재밌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억양, 심리, 말의 높낮이, 목소리 크기 등이 달라지면 대사의 색도 바뀌고, 폰트에 애니메이션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때로는 장면에 긴장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이게 장면을 풀어지게 하는 개그의 일부가 되기도 하는 게 참 신기합니다.
무엇보다 카타나 제로의 최고 장점은 앞서 말한 하나하나의 장점이 하나로 모였을 때 나오는 정서의 완성입니다. 이 게임에는 그냥 잘 만든 도트 그래픽만으로도, 그냥 잘 쓴 이야기만으로도, 그냥 간지나고 시원한 액션만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던 뭔가가 있어요. 굳이 표현을 해야 한다면, 저는 이걸 "우울함인 동시에 외로움인 것"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미칠 듯이 재밌는데도 이건 아니라고 하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그게 무슨 맛이었는지 느끼고 싶을 때, 저는 이 게임을 한번씩 다시 켜곤 합니다.
단점이 없진 않습니다. 일단 도트 그래픽이란 게 취향을 탑니다. 네모네모 스폰지밥이 툭툭 튀는 그래픽이 생리에 안 맞는 사람이라면, 불행하지만 안 맞는 게임을 억지로 할 의무는 없는 거잖아요.
조작도 묘하게 다른 게임과 달라서 적응하기는 어렵고 까먹기는 쉽습니다. asdw로 이동과 점프를 다 해야 하고, 공격을 하면 칼을 휘두르는 방향으로 몸이 슬쩍흘쩍 튀어나갑니다. 2단 점프가 되기도 하지만, 땅에서 위쪽으로 칼을 휘두르면 점프가 꼬이기도 하고, 치고 빠지기 중에 칼을 잘못 휘둘러서 반격 찬스를 날려먹고 벌집이 되는 일도 잦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는데, 적응하기도 어려운데 까먹기도 쉽습니다. 다른 게임을 하다가 이 게임 다시 돌아오면, 이 xx놈의 조작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서 쌩트라이를 몇 번 해야 합니다.
난이도 곡선도 좀 어정쩡합니다. 이 게임의 어려움이라는 게 결국 "나도 한 방"이라는 데서 오거든요. 필연적으로 이 죽창 요소를 증폭시키는 적의 행동 속성, 트랩 배치, 레벨이 생긴 모양새 등에 게임의 디자인이 많이 의존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카타나 제로가 적의 등장은 좀 순차적으로 하는 것 같다가, 뒤로 갈수록 적의 배치와 비율이 슬금슬금 꼬입니다. 변칙을 자주 써요. 적보다 트랩이 훨씬 많은 (그리고 트랩 자체도 좀 심각하게 악질인) 레벨도 하나 나오고요. 그리고 이런 변칙에 대한 사전 단계는 없습니다. 이러니 뒤쪽에 헬구간이 좀 과하게 몰리고, 각 구간마다 플레이어의 적성을(실력 말고 적성입니다.) 심하게 타는 것이 감점 요소입니다. (어 여긴 왜 이렇게 갑자기 어려워? 어 여긴 또 왜 갑자기 쉬워지지???)
그리고 마지막 단점이...........
이거 이야기가 완결이 안났습니다. 한참 재밌다가 끊어져요.
이거 쓰는 지금도 감질나서 몸이 막 배배 꼬이고 빡쳐서 손발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에 관심이 생긴 분이 계시면 얼른 이 게임을 사서 제작자를 혼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악플을 같이 달아주세요. "네이놈 제작자야 너 때문에 내가
[검열됨]에 맞아버렸으니 책임지고 후속작을 내놓으라"고요.
인디 게임이라는 게 보통 보면 "인디 아닌 게임"과는 구분되는 간판으로 써먹힐 때가 많습니다. 좋은 게임이 폄하를 당할 때도, 반대로 눈뜨고 못 봐줄 폐기물이 변명을 싸지를 때에도 "이건 인디 게임이니까"라는 수식어가 달리곤 하죠.
하지만 오늘 소개드린 카타나 제로에서는 인디라는 말을 그냥 떼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언더테일이 좋은 인디 게임이 아니라 그냥 좋은 게임이듯이, 그냥 이건 도트 그래픽으로 만든 그냥 칼부림 게임이에요.
그것도 더럽게 잘, 진짜로 재밌게 만든 칼부림 게임.
카타나 제로가 정식으로 나왔을 때, 마침 세키로가 인기였습니다. 저도 그때 세키로를 하면서 이 게임도 같이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자신을 갖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이라면 세키로와도 비교할 자격이 있습니다.
.....뭐 물론 세키로와 대등한 게임이란 건 아니고^^ 아니 뭐 그 정도까지 가려면 아무리 카타나 제로라도 발전했으면 싶은 부분은 아직 많죠. 그래픽이야 취향이고 감성이니 논할 필요가 없지만, 앞서 말한, 몇 되진 않지만 엄연히 게임에 방해되는 단점부터 개선해야 할테고, 게임의 분량도 세키로에 비빌 만큼 대폭 늘려줘야 하고, 적들도 다양해지면 재밌겠고, 보스도 더 많아져야 하고...... 하지만!
적어도 카타나 제로와 세키로를 비교하고자 할 때, "아니, 이 게임은 인디니까 그건 감안하고요......"라고 궁색하게 변명할 필요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변명하기에 이건 너무나 잘 만든 수작입니다. 그리고 저한텐 갓겜입니다. 그러니 소위 대작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당당하게 그 앞에 서서 경쟁하고 도전할 수 있는 엄연한 "사무라이 펑크 액션 플랫포머"라고 저는 이 게임을 평가합니다.
더구나 이렇게 좍좍 시원하게 칼부림하고 사람을 써는 싸이코 같은 재미는 세키로에도 없습니다. 카타나 제로에만 있어요.
핫라인 마이애미 1은 빼고.
인디 게임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처음에 말했지만 사실 다 해보셨을 것 같고요. 평소 인디 게임을 자주 하진 않으시는 분들도 이 참에 간지나는 도트 액션 게임이란 게 뭔지 한번 호기심 가지고 찾아보시면 절대 후회는 안 하시리라 진심으로 믿고 약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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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볼버 스팀 할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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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라인 마이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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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 어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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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더 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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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즈 윌 비 워칭 (주의 :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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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로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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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나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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