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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07 16:38:15
Name 빈슨
Subject [기타] 빈슨의 게임에 대한 기억 - (1)
게임기획을 지망하면서 자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다가 pgr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겠다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봤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면서 옛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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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원사운드 작가는 ‘이유가 어딨어. 그냥 하게 됐지.’라고 말했다. 시드마이어가 말한 ‘게임은 의미 있는 선택의 연속이다.’라는 말을 기준으로 한다면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은 눈을 뜬 순간부터 게임의 시작이며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태어난 이유를 찾으려고 헤매는 것이 우리 삶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생각을 한다.

30년을 거슬러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최초 전자오락은 슈퍼패미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 생일인지 어린이날 선물로 아버지가 사 오셨다. 당시 다량의 게임이 들어있는 팩이었는데 팩을 산 것이 아니라 대여해 오셨다. 당시에는 근처 컴퓨터가게에서 얼마의 기간 팩을 대여하는 방식이 있었고, 인기 있는 콘텐츠는 서로 대여하기 위해서 아저씨에게 여쭤보고 재빨리 뛰어가야 했다. 그리고 게임기가 생겨나면서 인류의 발전처럼 주변 아이들과 물물교환을 시작했다. 서로의 팩을 교환하고 친구 집에 놀러 가면서 내 의사소통의 방법은 시작이었다. 뭘 안다고 그때 닌자 거북이 팩을 빌려주며 만화책을 얹어주고 친구 집에서 접대 게임을 했는지 참 되돌아보면 신기할 노릇이었다.
이후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오락실 기기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처음엔 문방구에 있는 게임기에 정신이 팔리기 시작했다. 당시 기억으로는 ‘호열사’와 ‘캐딜락&디노사우르스’의 2종류의 게임기가 있었는데 대전 액션 게임의 경우 진입장벽의 어려움을 느껴서 고학년 형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대신하며 ‘캐딜락&디노사우르스’를 친구들과 함께하곤 했었다. 제한된 시간과 재화는 재미요소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때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용돈은 하루에 300원이었고 떡꼬치 하나 겨우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먹을 것은 돈 많은 친구에게 얻어먹고 나는 게임을 했다. 그리고 옆에서 남들이 하는 것을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구경하면서 스테이지 공략법에 관해서 연구했다. 직접 하는 시간보다 구경하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그 구경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재밌었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구경은 자려고 누울 때 눈 감으면 생각나는 첫사랑 여자아이처럼 내일이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더 많은 친구와 형들을 만났다. 당시 성당을 다녔는데 어린 시절 알던 형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우리를 오락실에 데려갔었다. 어른들 입장에는 달가운 형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모님들끼리 친한 집 사람들이 모이면 아이들은 오락실에 가기 시작했다. 처음 간 오락실의 기억은 소리가 참 강렬했다. 불투명한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삐용거리는 슬롯머신 소리가 울려 퍼졌었다. 당시 오락실은 비디오 게임만 있던 것이 아니라 구석에 슬롯머신이 배치되어 있었고 거기서 어른들은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이따금 왼손으로 버튼을 누르시고 오른손으로 담배를 머금으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 담배를 달고 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어릴 때는 그게 참 싫었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그때 내 인생 게임 킹오브파이터즈 시리즈를 만났다. 우선 가장 매료된 부분은 3명의 캐릭터를 플레이 한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게임들은 하나의 캐릭터로 3판 2선증제였지만 이 게임은 3개의 캐릭터로 5판 3선승제를 하니 재화가 부족한 나에게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게임이었다. 게다가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컸고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은 소재지만 94-95시리즈는 킹과 유리가 기술로 패배하면 옷이 찢어지는 연출이 있었다. 아마도 지금 머릿속의 음란마귀는 그때부터 함께 성장해왔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때부터 뭔가 승부욕이라는 욕구가 활성화 된 기억이 있다. 친구들에게 속칭 짤짤이로 지면 분해서 다음 날까지 티격태격하던 기억은 아직도 한 편에 남아있다. 그리고 속된 더티 플레이를 배워서 친구 외에 다른 형들에게 썼다가 욕지거리와 벽으로 날아간 의자의 기억은 어느 서스펜스보다 강렬한 기억이었고 사람 가려가면서 행동해야 한다는 처세술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오락실에 있는 암묵적인 룰, ‘다음엔 내가 게임을 할거야’라던가 ‘나 이거 다 쓰기 전에 나갈 생각없다’라며 기판 위에 돈을 거는 행동과 그 행동을 묵살하는 동네 형님의 ‘야 내가 좀 먼저 한다?’는 법과 그 법을 무시하는 힘의 논리가 있다는 것을 조기교육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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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글이라 자유게시판에 좀 더 맞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자유게시판에 올립니다. 성격에 맞지 않다면 다른데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kimbill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6-04-0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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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Plus
16/04/07 19:29
수정 아이콘
좋은 기획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16/04/08 15:00
수정 아이콘
응원 감사합니다
고스트
16/04/07 19:46
수정 아이콘
이 정도면 일상 이야기인데 게임의 게자만 나와도 강등되는군요.
16/04/08 15:01
수정 아이콘
어디든 작성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자 헤헤
16/04/07 19:58
수정 아이콘
크크 처세술의 시작
기판 위에 돈을 거는 행위.. 옛날 생각 나네요
16/04/08 15:01
수정 아이콘
진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기억이 있어요 그들만의 룰.
도로시-Mk2
16/04/07 23:52
수정 아이콘
잘 봤어요! 추천드립니당
16/04/08 15:02
수정 아이콘
유명인사가 추천까지 주셨다니 감사합니자 엉엉 연재는 언제나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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