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쯤 전에 스타2 마스터 / 롤 플래 를 동시에 찍었었습니다(
https://pgr21.net/?b=6&n=51660).
이후, 일도 바빠지고 목적을 달성했다는 생각에 열의도 식어서 대회나 챙겨보고 가끔 생각날 때 게임하는 정도였는데, 공허의 유산 출시 이후 당분간 없을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라는 생각에 다시 붙잡게 되었네요.
비슷한 또래의 분들중에는 아직도 10대, 20대 못지않은 실력으로 마스터, 그마를 별 무리없이 찍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전 이제 좀 버거운 느낌이 들더라구요. 군단의 심장에서도 손이 못 따라간다는 느낌이었는데 공허의 유산에서는 그게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게임은 더 빨라지고, 매크로와 마이크로가 동시에 요구되는 경향이 커진게 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터정도까진 어찌저찌 비벼볼만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 다시 래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배치를 5전 전승으로 통과하고 순항중에 ELL 조정때문에 마스터 위주로 만나서 쭉 연패하고 다시 이기고..하다가 조금 전에 다이아를 찍었네요. 일단 한 고비를 넘긴 느낌입니다. 마스터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겠지만요.
아직 게임수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빌드가 정립되지도 않은 시기이지만 테란유저 입장에서 래더하면서 만난 + 리플/대회를 통해 본 각 종족별 트렌드에 대해 간략히 써보겠습니다. 래더 인구가 많아졌으면 하는데, 진입장벽이 많이 높은지 인구가 많은 것 같진 않네요. 다이아 위쪽의 고수층과는 다르겠지만 플래이하 경기에선 이렇구나..하고 가볍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테란 vs. 테란
초반 시작은 거의 사신입니다. 초반 사신 싸움에서 누가 이기냐가 게임의 승패를 가를 정도로 사신의 활용이 중요해졌습니다. 극단적인 3병영 사신 플레이도 종종 나오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초반에 1기 이상의 사신은 필수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초반이 지나가면, 이후의 양상은 군단의 심장에서의 테테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병+탱크+의료선 중심의 운영에 바이킹, 해방선 등의 바리에이션이 있는 정도가 대부분이지만, 공성 모드에서 의료선 탑승에 가능해진 변경점 때문에 속도감이 엄청납니다. 2베이스 내지는 3베이스 안정화 이후에는 끝날때까지 싸우는 느낌입니다.
2. 테란 vs. 저그
지뢰를 위시한 사신의 초반 견제를 얼마나 피해없이 막아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사신에 한번 휘둘리기 시작하면 그대로 쭉 밀리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반대로 초반에 별 피해없이 무난하게 막아내면 중반 이후에는 저그의 쇼타임이 시작됩니다. 바퀴+궤멸충 조합을 기존의 바이오닉 조합으로는 상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반 사신 견제 이후 화염차->밴시로 이어지는 콤보로 최대한의 견제와 정찰을 해내야 하는게 테란의 숙제가 된 느낌입니다. 궤멸충 너무 센거 같아요.....ㅜㅜ
3. 테란 vs. 프로토스
테란은 생더블 or 1사신 이후 멀티, 토스는 초반 사도 견제 이후 차원 분광기를 통한 사도 플레이나 예언자 콤보가 많이 나옵니다. 여기에 더해 소위 탑블레이드로 불리는 수정탑+광자과충전 러쉬가 병행되기도 하구요. 사도 덕분에 군단의 심장에서는 토스 상대로 입구를 잘 막지 않던 테란이 이젠 무조건 막아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지게로봇 투하에 주로 쓰이던 궤도 사령부 마나는 초반 사도 이후 상대 토스의 전략을 파악하고 혹시 모를 암흑 기사에 대비하기 위해 스캔에 더 투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구요. 군단의 심장에서의 핵광추보다 더 강력한 초반 견제 수단이 생긴 토스를 상대로 최대한 빨리 안정화를 시키는게 중요해졌습니다. 중반 이후 양상은, 기존에 많이 보이던 거신 대신 분열기나 바로 고위 기사 테크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이 보이는데, 토스유저들이 느끼는 거신의 너프가 생각보다 큰 느낌입니다.
예전에는 상위 티어의 상대를 만나면 승급이 가까워졌다 + 이기면 고득점! 이라는 생각에 신났는데 이젠 무섭기부터 한걸보니 마스터를 언제쯤 갈 수 있을지 걱정되긴 합니다. 제대로 래더를 하는 클랜이나 연습 상대를 많이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래더 재밌어요! 많이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저같은 아재도 반짝거리는거 달고 즐겁게 하지 않습니까..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