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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1/22 12:35:34
Name Lunatic Love
Subject 지하철 통학의 환상
그당시 대학합격후 제일 기대가 되던건 지하철이란 이동수단이었다.

나름대로의 환상이 있었다. 매일 특정시각 특정 간에 가면 이름모를 수수한 여학생이 기다리고 있고, 매일 만나면서 우연히 떨어뜨린 손수건이나 펜을 줏어주곤 가볍게 말을 건내며 청-0-춘을 시작하는 장면. *-_-*

대학생활 한달정도가 지난뒤 그 환상은 철저하고 비참하게 깨졌다고 봐도 무방했다.상큼한 여학생과의 조우는 사라지고, 아줌마들과 자리맞기-_- 전쟁과 늦은저녁 아슬아슬 콩나물 시루와 똑같은 - 에어콘 있으나마나한 싸우나 느낌의 막차. 포교활동과 잡상인...

지하철 이외의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삼화고속이란 조커-_-가 있었다곤 하지만 그 조커 가격이 꽤 쎄다. 어쩌겠는가. 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므로 득이 되는 것도 많았다. 서울로 가는 가장 쉬운방법으로의 지하철은 서울에 있는 공간으로 가기위한 최적의 것이었다. 아무래도 제일 많이가는 곳은 용산과 신촌. 대학생의 기본 아이템-_-으로 CDP가 대세였었고, 꼭 한번씩은 친구들과 같이 토요일 하루 날 잡아서 용산 가는게 신입생들의 통과의례-_-였다.

그런면에서 한번이라도 더 잘 아는 사람은 선두에 서고 가볍게 하루 술한잔 얻어 먹을 기회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



1.

그날도 변함없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신입생 환영회의 여파로 이미 몸속 수분의 70%가 알코올이 섞여있던지라 상태가 최악이었고 심한 구토증세와 멀미까지. 그래서 나름 조퇴처리-_-를 하였다. 아무리 놀아도 출석률은 95%였던지라 뭐 하루 즈음 제껴도 특별히 상관없었다. 지하철이 오고 다행히. 아주 다행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살짝 잠이 들었다. 차라리 자는게 더 나은 상황. 그런데, 누군가 나를 깨웠다. 한 할아버지였다.


- 학생. 공부하느라 피곤한건 아는데, 이 늙은이가 다리가 아파서 그러니 자리를 양보해 줄 수 있겠는가.


몸은 괴롭지만, 어쩌겠는가. 나름 흥쾌히-_-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몸상태가 안좋은지라 살짝 비틀. 그와 동시에 지하철의 덜컹거림에 인한 멀미기운발동. 소화의 신호로서의 트림이 아닌 속병-_-으로 인한 고로운 트림이 나왔다.

그러자 그 할아버지는 그를 보곤 가벼운 미소와 함께 나를 다시 자리에 앉혀주셨다.



- 학생이 더 몸이 안좋은 것구먼. 아프면 그냥 앉게나. 대학생들 공부하느라 힘들지. 암.



이후에 내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한분이 그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했고, 이후에
몸이나 마음이나 편하게 집에 돌아가서 병의 원인이었던 숙취를 해결했다.




2.


약속된 토요일이다. 친구와 용산에 가기로 한 날. 나름 정보를 얻고, 파나소닉 CDP가
대세이고 나름 싼 곳을 찾아놓고 갈 준비를 했다. 국철 주안역에서 만나 서울로의 먼 여행 - 직통이란 개념이 없었다 - 을 준비했다.

어디즈음 왔을까. 사람들이 슬슬 차기 시작한다. 한 할아버지 한분이 타신듯했다.
그러더니, 나와 내 친구 앞쪽으로 오시더니 버럭 소리를 지르셨다.


- 어른이 왔으면 자리를 양보해야지!! 요즈음 것들은 예의를 몰라!!


... 막장 폐륜아가 된 나와 내 친구는 뻘쭘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에 그 할아버지가 내릴 곳을 늦게 알아채고 허겁지겁 나가실때 왠지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지 않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



386세대 이전. 아버지세대와 할아버지세대.

그 어른들은 충분히 대접을 해야하는 의무가 젊은 우리에겐 있다. 그분들이 피와 땀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고, 역사의 연속성안에 한줄로 이어져 있다.

그 의무를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당연히 대접받아야 한다는 모습의 어른들보단 그 대접해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주며 우리들을 더 대접해주었으면 어떨까. 우리가 양보를 하며 어른들에게 예의를 보이는건 단순히 나이와 모습때문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건 대접받길 원한다면 상대방을 먼저 대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들과 젊은이들. 그리고, 어린이들.... - 이봐!! 개!!개!!개!!...-_- -
서로 잘났다며 요구하며 싸우는 것 보단 서로를 먼저 대우해주고 대우받으며 각자가진 특기로서 협동하며 시너지효과를 얻는것. 그게 더 효율이 높지 않을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묻는다니. AI앞에 다 훡휴 t(-_-t)




  







MBC게임과 온게임넷은 E-Sports란 문화아래 단순한 경쟁자이자 적일뿐인가.
아니면 동료인가.  





아련히 떠오르는 낡은 지하철에서의 기억.
아직은 내가 어리기에 많은 것을 보지 못하는 것같다.

모르겠다. 나중에 머리위로 눈이 쌓이듯 머리색이 변할때 즈음엔 생각이 바뀔지도.




by Lunatic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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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넘
07/01/22 12:38
수정 아이콘
매번 느끼는 거지만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할때는 뿌듯하지만
그 이후의 자리를 양보받은분들의 행동에 의해
그 뿌듯함은 2~3배가 되기도 하고
순간의 짜증으로 돌변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Cazellnu
07/01/22 12:55
수정 아이콘
플래티넘님 뭐 그런것 까지 생각하면 머리 아프고 스트레스 받죠
양보했다면 뒤는 생각하지 않는게 좋다고 봅니다.
양보를 받은사람이 보따리를 내놓으라건 감사를 하건말이죠
07/01/22 13:38
수정 아이콘
삼화고속이면 집이 인천방면이신가요?...
당시 11시면 지하철막차 때문에 일어서야 했던 저로서는 부럽던 교통수단이었습니다. ^^;;
07/01/22 14:43
수정 아이콘
저도 이제 신입생이되고 지하철통학을 해야하는데 신입생환영회가
얼마나 빡센가요?
07/01/22 14:55
수정 아이콘
전태규 선수 얘기가 생각나네요, 지하철 얘기 하니깐;
노약자 석에 앉은 태규 선수, 노인 분께서 들어오시는데 그 날 피곤해서 자리 일어나기가 싫어서 아픈 척[?]을 했는데 한 아이가 "어, 프로게이머 전태규다!"이러니깐 다음 정거장에 그냥 내렸다고 하는...=_=;;;
곧 있으면 친구들도 지하철 타고 다닐 수도 있는데[20살...] 저에게는 아직 꿈만 같은 일이군요.
SpaceCowboy
07/01/22 15:04
수정 아이콘
어른과 젊은이의 관계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온과 엠 형제는 좋은 모습으로 공존했으면 좋겠습니다.
07/01/22 15:32
수정 아이콘
뭐.. 경쟁할 건 경쟁 하되 저도 공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레이브
07/01/22 19:05
수정 아이콘
윗사람도 아랫사람에게는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법이지요.
BuyLoanFeelBride
07/01/22 21:08
수정 아이콘
저는 대체로 제가 피곤하면 앉아있는 편입니다. 물론 부탁하면 기꺼이 비켜드리지만, 와서 성질부리는 사람하곤 맞서싸우죠-_- 그리고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분들 데려와서 앉힙니다-_-;
브라운신부
07/01/22 21:53
수정 아이콘
전 몸이 심히 안좋아서 자고 있는데 우산으로 찌르시던 할머님도 뵌 적 있죠.. 영화찍을뻔 했다는..정말 그러면 안되지만--;;
07/01/22 22:29
수정 아이콘
왠만하면 문 옆과 기둥 사이의 그 좁은 공간(명당이죠 - -b)에 기대어 서서 갑니다. 내릴 방면의 문 쪽으로요. 특히나 출근할때는 자리에 아무 생각 없이 앉았다가는 못 내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슬픈비
07/01/22 22:34
수정 아이콘
저는 거의 대부분 자리를 양보하는 편인데요,

고맙다는 인사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앉으시란 말하기도 전에 손으로 밀쳐내고 앉지만 말아주세요..
07/01/23 01:17
수정 아이콘
빈자리가 드문드문 있으면 아예 앉지도 않고 서있는 편인데 젊은이들중엔 저 같은 사람들도 제법 있지 싶은데 .. 설마 저만 특이한건가요?
07/01/23 01:52
수정 아이콘
대학 시절 집이 경기도 남쪽이고 학교가 서울 북쪽이라 정말 힘들게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전철 두 번 갈아타고 가는데 거의 두 시간 걸렸으니.
1학년 한 해동안 힘들어서 체중이 30Kg나 빠졌었었죠.
(물론 그 전 무게가 장난이 아니긴 했지만요 ㅡ.,ㅡ;;)
다행히 자고 있는데 깨우거나 앉아 있는데 욕들어 먹은 적은 없었는데.
여러분들 얘기 듣거나 글 보면 그런 일들이 종종 발생하나 보네요.
07/01/23 10:40
수정 아이콘
전 정말 못보고 있었는데 어르신이 정중히 일어나 주겠냐고 물으시길래 흔쾌히 일어났죠; 근데 일어나서 보니 저쪽에 노약자 석은 두자리나 비어있고 그 어르신은 두정거장 가서 내리시던군요 -_- 전 한 15정거장 남았는데 쭉 서서 갔습니다 ㅠ
07/01/23 19:42
수정 아이콘
전 그냥 차라리 안앉아 버립니다,,,
그냥 서서가다가 종점에서 갈아타면 앉아서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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