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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2/27 23:10:23
Name 이직신
Subject [잡글] 전 정말 왜 이모양인지..


9년동안( 정확히 초등학교4학년때부터 수능친 현재나이까지) 사랑한 사람이 있습니다.

전번에 글로도 한번 썼었죠; 초등학교때는 보통 여자, 남자애들 막 괴롭히고 장난치는 사

이가 많은데 그 여자애와 전 이상하리만큼 뭔가 잘맞고 보통아이들과는 다른

정신교류(?)를 자주 했습니다..(자신이 읽은 책에 관해서 토론을 한다던지..ㅡㅡ;;)

그런 여자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6학년때까지 허물없는 친구관계를 가지고 그렇게 중학

교가 갈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근데 중1때 제가 한 꿈을 꾸었는데.. 그녀와 제가 꿈에서 초등학교때 얘기하던..

그시절이 꿈에 나타났습니다. 눈을뜨자, 이상하리만큼 뭔가 기운이 확~ 감싸더라구요..

뒤늦게, 내가 한게 사랑이였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이상하죠?)

그때부터 그녀 생각만하면 심장이 터질듯이 두근되고.. 매일 하교길을 그녀 얼굴 한번

보기위해 그녀 학교앞에서 몰래 숨어서 지켜봤습니다.

초등학교때 그렇게 친했는데 갑작스럽게 다가온 사랑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 이 나이에 무슨 사랑이냐.. 코흘리개 주제에..

이렇게 다짐하면서도 계속 그녀얼굴을 보는거에 만족해오던 전 고1 올라와서까지도

사그러들지도 않는 이 감정에 결국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기억안나다고.

어떻게 겨우 4년정도 밖에 지나지않는데... 얼굴이 그렇게 변한것도 아닌데..

전 그녀가 혹시나 내가 학교에서 그녀를 훔쳐보는 모습을 보지나 않았을까..

그래서 날 이상한놈이라 생각하고 모르는척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기억속에 의도인지 진짜인지 모르는체 사라져버린 저는

우울증까지 걸려버렸습니다..(너무 집착했나봅니다)



....


병원을 다녔는데 의사선생님이 차라리 그 안에 있는걸 모두 토해내듯이 그 사람에게

가서 토해내는게 나을거라고 하시는 말씀에.. 용기를 내어 올해 발레타인때...

고백을 결심했습니다. 우울증 걸린 시기부터 배워버린 담배라는걸 피워대며

눈오는 그녀집앞 골목을 3시간인가 기다렸습니다. 쵸콜릿과 장미한다발과 함께


그녀가 보이더군요. 한 남자와 손을 마주 잡은체..


..


고백 한번 못하고 그녀가 들어가고나서 그녀집앞에 쵸콜릿과 장미한다발을 놓고

그렇게 돌아왔습니다.


아.. 이제 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집요한 짝사랑 하나가 끊나자 뭔가 마음이 펑~하고

뚫리면서 눈물이 무지하게 쏟아지더라구요.

집에가는 버스기다리면서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저거 정신나간 사람 아닌가 싶을정도로

심하게 울었습니다.

근데 오히려 그렇게 울고나니 속이 시원하게 어느정도 마음을 접을수 있게되었죠.

그렇게 끈질긴 사랑이었는데 약간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새학기는 시작되고, 또 다시 짝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버스안에서 한눈에 들어온 사람.

이번에도 그저 예쁘장한 외모에 이끌려 좋아하는가보다 했는데..

죽은줄 알았던 그때 그 감정이 다시 북받쳐 올라오는것입니다.

다시 집요한 마라톤 짝사랑은 시작되어버렸습니다;


정말 숫기가 없는 저는 도무지 저의 외모, 키 등등의 조건으로 인해 연락처 하나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더군요.


그러나 그녀 얼굴 하루에 한번씩 보는게 행복이었습니다.


수능이 다가오자 더 심해졌습니다. 보통 이 시기가 되면 야자는 거의 안하고

각자 집에가서 공부를 하는데 전 그녀얼굴 한번 더 보기위해 그날부터 그녀집에가는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녀집에 가는 버스는 그리 쉽게 오지 않은 버스더군요;

짧은날은 30분 긴날은 2시간. 그렇게 추위에 그녀를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추위도 그녀 얼굴 한번보면 다 괜찮아지니까요...

..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녀얼굴 보려고 저희집에 가는 버스 5대를 보내고

콧물훔치며 기다리는데 갑자기 그녀가 대뜸 한남자품에 안겨 제가 기다리는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는겁니다..


...


다음날 학교가서 이런 얘기를 친한친구에게 얘기하고있는데 옆에 있던

많이 친하지 않던 친구가 듣다가 ' 어? 걔 우리동네 사는데 ' 하고 안다고 하는겁니다.

녀석에게 물어봤죠. 정말 남자친구가 맞냐고


맞다고 하더군요..



...


긴글 그냥 너무 답답해서 끄적여 봅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저에 대한 열등감이 너무 강해, 또 너무 용기가 없어서..

말 한번 꺼내지못하고.. 이제는 오히려 기다림이 더 익숙해져버린

제 자신이 너무나 한심합니다. 화가납니다.

이제 이런 정신나간짓 할바에 차라리 사랑하지말라고 그렇게 스스로 말해보지만

오늘도 그녀가 혹시 보충수업은 하지않을까 싶어

수능을 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7시에 기상.. 10시까지 또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렸습니다..





정말 그냥 마음 훌훌 털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싶은데

왜이렇게 집착하는지..

마치 사랑못하면 죽을사람처럼. 답답하기만 합니다.






PS: 말도안되는 헛소리 들어주신분 감사합니다. 그냥 답답한 맘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있는데로 날리다보니 하나의 쓰레기가 탄생해버렸네요. 즐거운 연말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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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나라
06/12/27 23:17
수정 아이콘
경험상 사랑은 아무도 없는 새벽에 도둑같이 찾아옵니다 (쓰고보니 꼭 성경귀절 페러디 같네..)

지금 글 쓴 분의 그런 경험은 그 새벽날 찾아올 사랑을 보기 위한 단계라고 말 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저도 젊은 날에 글 쓴 분과 같은 열병이 생각 나네요
06/12/27 23:30
수정 아이콘
그리고 20대 중반쯤 되면 사랑 따위 없다는걸 알게 되죠. 전 사랑을 안 믿거든요. 다만 그 때를 즐길뿐이지.
이승용
06/12/27 23:34
수정 아이콘
이직신님.. 그떄 그렇게 힘들었던게.. 몇년만 지나면 다 추억입니다..
열병, 추억, 열병, 추억 그러다가 늙어가는거죠..

저도 몇년전에 심하게 그랬었기때문에 많이 공감이 가네요^^
힘내세요~
내일은 해가 뜹니다~!! 아자~!!
06/12/27 23:35
수정 아이콘
저도 님과 같은 나인데... 저도 주위에서도 그렇고 저 자신도 소심한 면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감정표현에 서툴고 진짜로 애정을 나누고 싶은 상대에게는 잘 다가가지 못하는 놈이죠...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님처럼 그렇게 누군가를 강렬하게 좋아하는 모습이 죄송스럽지만 조금은 부럽기도 하네요...음 아직 경험자가 아니라 뭐라고 말씀을 못드리겠네요...그렇지만 스스로를 비하하고 싫어하는 것은 정말 해서는 안되는 짓이라는 것은 님도 알고 계시죠?
06/12/27 23:37
수정 아이콘
어째 전혀 공감을 못하겠는 건...
제 주변에 여자란 엄마랑 할머니뿐이기 때문일까요 -_-;
잇힝~!
06/12/27 23:40
수정 아이콘
저또한 방금 잊지못하던 그녀싸이에 들어가 그녀의남자친구사진을 보고서 마음을 접어버린 한남자인데말이죠.. 그녀와 그남자친구의 다정한 모습 일부러 몇번씩 보았습니다... 보면볼수록 그들은 행복해할떄 왜나만 혼자서 속앓이했는지에 대한 후회도들더군요..그리고 이제 속앓이그만하고 내일부터 나자신에게 투자하며 살려구합니다... 글쓴분도 그들 행복한 모습 지켜보시고 눈물다짜내시면서 힘든세월지나심 더성숙한 사랑하실수있을거라봅니다..
이직신
06/12/27 23:52
수정 아이콘
열병... 정말 맞는말같군요
병이라면 한순간 지나가면 좋을려면.. 불치병이 될까봐 두렵군요.
지금 좋아하는 그녀를 놓치는거보다 앞으로의 사랑도 이렇게 될까봐.. 그게 더 무서워요
그래서그대는
06/12/28 00:05
수정 아이콘
저도 막무가내로 좋아하는 여자애가 내리는 버스정류장앞에서
1시간동안 기다린적도있고 결국엔 얼굴보고왔죠
학원에서 수업받다가 학교에서 상담하다가 늦게끝난
여자에 위로해줄려고 끝났는 문자받고 학원에서 학교로 미친듯이 뛸때도 있었고요
지금생각하면 다 추억이죠
지금도 1년정도 계속좋아하는 여자에가 있지만
제 모습이 이뭐병이라 그냥 바라만 보고있습니다
힘내세요
06/12/28 00:14
수정 아이콘
님도 즐거운 연말보내세요^^
지금은 죽도록 아프고 힘들어도 그 설렘과 두근거림이 님에게 눈물나도록 그리운 날들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전 그 순수한 두근거림을 자꾸 잊어가서 그게 슬퍼집니다..
WinsterPP
06/12/28 00:19
수정 아이콘
제가다 답답하군요.. 글을 리얼하게 잘쓰셔서 그런지..
아니면 제가 너무 빠져들어 읽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그녀들이 다 남자친구가 있는 현실이라니.
그저 안습입니다
06/12/28 00:30
수정 아이콘
정말 순수하시네요.. 누구나 다 순수한 사랑은 간직하게 마련이겠죠.
저도 그랬고, 죽 그래 왔고, 지금도 그렇기에 왠지 모를 공감이 가는군요.
동병상련이라는 게 이런 걸까요.

개인적으로 그런 순수하신 모습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리하
06/12/28 00:36
수정 아이콘
순수한 두근거림을 계속 간직하고 있으면 뭐, 다른 사람들은 간직하고 있는 게 기특하다느니 말하지만 마음 앓이 하는 사람은 빨리 이런 감정이 사라졌으면. 하고 바란다죠. 힘내세요.
체게바라형님
06/12/28 01:13
수정 아이콘
좋아하면 표현하세요.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감정의 사치일 뿐이죠. 고백하면 무조건 고백하지 않은 것보다 낫습니다. 남자친구가 있다고 해도 고백하세요. 그리고 기다리겠다고 말하세요.
아리하
06/12/28 01:32
수정 아이콘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그럼 저도 감정의 사치때문에 이리저리 마음을 앓고 있는거군요. 표현하지 못하는 사랑도 존재하는 거랍니다. 그 마음을 드러냈다 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게 겁이 나서 그저 바라만 보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주신다면 좋겠네요. 고백하지 않고 친구로 남느냐, 고백하고 다시는 못보느냐. 두가지의 상황이 있다면 어느쪽을 택하시겠어요?
짤짤이 소년
06/12/28 02:04
수정 아이콘
일단 모자부터......-┌
06/12/28 03:36
수정 아이콘
이런거 보면 사랑을 하기 힘든 지금의 환경이 오히려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크크;;
buffering
06/12/28 09:15
수정 아이콘
고백하지않고 혼자 속 앓이하는거면 감정의 사치 맞습니다. 연애가 혼자 열병을 앓는 것 보다 더 쉽지는 않습니다. 뭔가 쌍방간의 관계가 있고 교류가 있어야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는 고백하지 않고 친구로 남아서 혼자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보다는 고백하고 다시 못보는 편이 훨씬 발전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저도 이뭐병 시절에 이러니저러니하다가 상담도 받고 그랬었거든요. 사실 두번다시 못볼 것 같다는 두려움도 나 스스로 가지는 것이고, 실제로 꼭 그렇게 되는 것만도 아니더라구요.(웃음) 모든 열정을 품은 분들이 고백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시기바랍니다.
이승용
06/12/28 11:50
수정 아이콘
사실 고백을 하고 채이면 -> 그냥 고백하지 말고 친구로 지낼껄이라는 생각과..
고백을 못하다가 다른사람과 잘되면 -> 안되더라도 고백은 해볼껄..^^;;

사람 사는게 다 그렇더라구요^^
열심히 사랑하시고, 열심히 아프세요..
정말 나중엔 다 추억입니다^^
ILoveH?;;;
06/12/28 22:02
수정 아이콘
저도 방금.. 좋아하던 애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릴 듣고..
이브날 사귀게 됐다네요.. 조금만 더 일찍 내가 고백 해볼껄 하는 생각이..
땅을치며 후회를 해도 해결이 되지 않네요.. 의욕을 잃어가며 있네요..
나름대로 여자친구도 많이 사겨보고 여자에대해선 자신있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바보였던..;;
이직신
06/12/28 22:13
수정 아이콘
감정의 사치.
아프고 지치고 답답해서 그렇게 생각해보고싶은데,
그저 좋아하는사람 얼굴 한번보면 잠시나마 그런 감정 다 지워져버리니..
문제예요,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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