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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9/01 17:19:15 |
Name |
설탕가루인형 |
Subject |
[설탕의 다른듯 닮은]김동준과 박동희 |
☆★ 여는글 (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지난 조용호과 김두현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다음 화는 김동준'선수'와 반 바스텐의
글이 될 거라고 했는데, 글의 방향이 급선회하게 되었다. 일단, 크루이프의 경우에서
느꼈듯이, 내가 반 바스텐의 전성기시절의 경기를 잘 보지 못했기 때문에, 글을 쓰기
위해 정보를 얻어야 했고, 아는척 하는 것도 조금 버름할 뿐더러, 결정적으로 더
김동준과 비슷한 길을 걸은 사내를 기억해 냈기 때문이다.
언제나, 어느 스포츠나 수비지향적인 선수보다는 공격지향적인 선수가 더 주목을
받고 더 많은 인기를 누린다. (베켄바워나 홍명보 같은 경우는 예외다)
축구로 치자면 화려한 개인기로 많은 득점을 기록하는 선수가 묵묵히 수비를
해내는 센터백보다 인기가 많을 것이고,
야구로 치자면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타자를 윽박지르는 투수가 인기가
많고, 작전에 의한 팀플레이보다 시원한 스윙으로 홈런을 치는 타자에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기 마련이다.
스타크래프트로 치자면, 확장을 하고 안정된 타이밍에 치고 나가는 선수보다
없는 병력으로도 상대의 병력과 치열하게 교전하며 승리를 따내는 선수가
아무래도 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불같은 강속구와 용암같은 마음을 지녔던 두 선수를 소개한다.
1. 시작
☆ 김동준
내가 김동준이라는 게이머에 대해 언뜻이나마 듣게 된 대회는 데이콤 보라넷배
프로게이머 올스타전이었다. 워낙 옛날 대회라 전적도 남아있지 않고, 나도
직접 본 것이 아니라서 확실히는 얘기할 수 없지만, 내가 들은 이야기는 대층
이러했다. '김동준이란 게이머가 랜덤으로 10몇 연승을 거두면서 우승을 했다더라'
99년도에 열린 대회이니 프로게이머란 직업도 생소할 때다.
친구의(이것도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 말을 들으면서, '우와...프로들도 랜덤으로
우승을 할 수 있구나...'라는 막연한 동경을 가지게 했던 일이었다.
그 후 김동준은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및 상위권에 랭크되며 뛰어난 실력을
인정 받기 시작한다.
★ 박동희
이 이름을 지금 알고 계신 분이라면, 아마도 최소한 본인보다는 나이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동희는 최동원 이후 롯데에서 나온 최고의 우완투수이다.
박동희는 부산고 시절1986년 네덜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다승 선수로
기록되며 기대를 모았고 고려대 시절인 89년에는 대륙간컵 최고 우완투수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고교3학년이던 1985년 봉황대기에서 전무후무한 '방어율 0'
을 기록하며 초고교급 선수라는 평판을 듣기도 했다. 또 88올림픽 때는
노모 히데오와 맞짱을 뜨기도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박동희는 1990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하자마자 (부상으로 들쭉날쭉한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1경기에 출전, 145이닝동안 146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가공할만한 실력을 뽐냈고,급기야 '선동열의 후계자'라는 극찬을 받게 된다.
입단 3년차인 1992년 한국시리즈에서 2승 1세이브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쥐게 된다. (정규리그에서는.......음.........)
2. 공격수 [명사]<운동·오락> 단체 경기에서, 공격을 기본적인 임무로 하는 선수.
☆ 김동준
지금 스타리그를 시청하시는 분들께 '최고의 공격수가 누구냐' 고 물으신다면
열에 일고여덞은 '투신' 박성준의 이름을 댈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동욱이나 홍진호 등의 이름을 거론할 것이다. 그러나, 임요환 등장 이전부터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아마도 1초의 망설임도없이
'김동준!' 이라고 외칠 것이 분명하다. 그의 별명이 무엇인가.
바로 '세계(혹은 우주) 최강의 공격수'가 아닌가. 2001년 즈음에 유행했던
'환상의 테란'이란 소설에서 많은 사람들이 꿈꾸던 테란의 이상형인 김대건의
메카닉과 임요환의 바이오닉을 갖춘 가상의 인물 '임대건'이 등장했지만,
또 다른 동네에서는 '우주 수비' 유병준과 '우주 공격' 김동준을 섞은 '김병준'이
최고의 테란이라는 이야기도 종종 나오곤 했다. (플레이 성향이 극과 극인 두 플레이어가
친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김태형 해설은 최근들어 종종 신인들의
게임이 정형화되고 지나치게 안정을 추구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많이 하는데,
김동준에게는 '안정' '정형' 따위의 단어는 아예 뇌리에 입력되지 않은 듯한
공격적이고 변칙적인 플레이로 일관했다 (다음장에서 다루기로 하자) 일단
여기에서 알아야 할 점은, 스타크래프트 역사를 통털어, 박성준을 제외하고는
김동준 앞에서 '공격수'라는 말을 꺼낼 수 있을만한 자격을 갖춘 게이머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는 점이다.
★ 박동희
흔히 빠른 공을 가진 투수들이 그러하듯, 박동희 역시 공격적 성향을 가득 가진
피처였다. 어느날 부터인지, 타자를 윽박지르는 투수를 보기가 너무너무너무너무나
힘들어진 한국프로야구지만,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빠른 공을 앞세워
공격적인 카운트를 잡아내는 투수들이 제법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중에서도, 박동희의 직구는 정말 살인적이었는데, 박찬호가 한양대시절
157이라는 광속구를 찍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공식기록상 최고구속(156)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가지고 있는데 수비적으로
피칭을 하는 투수가 있을까? 초구는 닥치고 직구. 불같은 강속구를 내세운
그의 매세운 공격력에 상대타자들은 번번히 삼진을 당하고 고개를 떨궈야 했다.
그의 일생을 돌이켜 보면 컨트롤과는 거리가 멀고. 기복이 심했으며, 부상이 잦았고,
좋은 변화구가 없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그의 직구가 좋았다는 뜻도 되지 않을까.
3. 플레이 스타일
☆ 김동준
많은 사람들이 한동욱을 보며 '포스트 임요환' 이라고들 한다. 언뜻 보면 저그전에
강하고, 토스전에 약하며, 좋은 컨트롤을 가졌고, 비교적 준수한 외모를 가진 그에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오히려 한동욱이 '포스트 김동준'이라고 생각한다.
임요환의 플레이의 핵심은 바로 '타이밍'이다. 연습으로 얻을 수 없는 이 동물적인
감각이 그의 플레이에 절반 정도가 녹아 있고, 나머지 절반에는 전략, 컨트롤,
연습량, 독기 등이 들어갈 것이다. 헌데, 한동욱의 플레이의 핵심은 이 '타이밍'이
아니다. 바로 '공격'인 것이다. 그는 상대방이 약한 타이밍을 비집고 단도를 꽂아넣는
선수가 아니라, 끊임없이 검을 휘두르며 적을 향해 나아가는 스타일이다.
즉. '공격을 통해 이득을 보는'플레이를 펼친다는 점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늘 이런
키를 쥐고 게임에 임하는 게이머를 난 지금까지 몇 명보지 못햇다.
김동준, 임정호, 박성준, 한동욱 정도일까.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것이 바로 김동준이었다. 그는 유리한 상황에서는 공격으로 경기를
끝내려 했고, 불리한 상황에서는 공격을 통해 반전을 노렸다. 그의 경기에는
언제나 일꾼이 없었고, 선혈이 낭자했으며, 그래서 박진감이 넘쳤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야 할 것은 그가 오랫동안 '랜덤'으로 활약했다는 점인데,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 게임계였던 시절이긴 했지만, 3종족을 어느정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는것은 대단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윗선이라면, 아마도
최인규나 기욤밖에는 없을 것이다.) 랜덤 선수들의 고질적인 약점인 동족전만
배면, 그는 훌륭한 랜덤유저임이 틀림없다.
마지막으로는, 창의성을 들 수있는데, 테테전 벌쳐활용이 일반화 된 것은 내 기억에
임요환이 베르트랑을 상대로 했던 4강전(02 스카이인걸로 기억한다)에서 전 경기에
벌쳐를 통한 플레이를 보여준 이후이다. 그런데 김동준은 그 옛날옛적 벌쳐가 왕따
취급당하던 시절에도 테테전에서 종종 초반에 소수머린와 벌쳐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상황에 따라 고정관념없이 유닛을 섞어 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 박동희
나는 삼성 - 해태 - LG 라는 다소 약삭빠른 응원행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어릴때였음에도 불구하고, 박동희는 이상하게 좋았다. 이직도 기억나는 장면은
새 시즌을 준비하며 박동희가 야심차게 준비한 그립이었는데, 보통 패스트볼은
3개의 손가락으로 던지는데, 박동희는 놀랍게도 검지와 엄지만으로 공을 쥐고
던진다는 내용이었다. (기억은 확실하지만, 내용은 확실치 않을 수도 있다-_-;)
멋 모르고 테니스공을 두 손가락으로 쥐도 던졌다가 검지와 중지 사이로 볼이
새어서 포수를 보던 형을 난감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동네야구에서 폭투는
곧 포수의 노동을 의미한다) 왜 그렇게 그를 좋아했을까. 아무래도 그의 매력적인
직구때문이었을게다. 어린눈에 보기에도 경이로울 만큼 빨랐던 그 공말이다.
'박동희의 공은 스로잉하기 전에 배트를 휘둘러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제구가 정확치 않았던 탓에(부상이 항상 따라다녔기도 하지만)
늘 아슬아슬한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었다. 또, 본좌 오브 본좌였던
선동렬과 같이 등판을 할 때는 이상하게 타올라서 미칠듯한 투수전을 보여주었던
것도 재미거리였다. 나는 매우 어렸지만, 그들이 마운드에 함께 섰을 때, 어떤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뭐랄까, '누구도 이게임에서 나에게 이공을 빼앗을 수 없어'
라고 말하는 느낌이랄까.
4. 아킬래스 건
☆ 김동준
나는 김동준이 그의 팬 까페에 'GG'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읽었을 때의 감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왜냐면, 그 감정은 태어나서 느꼈던 가장 복합적인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작 이 정도에서 포기하려는 그에게 '분노'를 느꼈고, 더 이상
그의 플레이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펐'으며, 이제 그의 아슬아슬한 경기를
보면서 마음졸이지 않아도 됐기에 생긴 '안도감' 그리고 나의 영웅을 잃은 듯한
'허전함' 까지 느꼈으니 말이다. 이후로 조정현, 김정민, 최인규, 강도경등을
차례로 잃으며 이젠 어느정도 익숙해진 감정이지만, 처음 느꼈던 그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었다. 그가 은퇴를 하게된 데에는 그의 플레이에 어느정도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것은 역시 지나친 공격일변도로 인한 패턴의 단조로움과
후속병력의 부실이었다. 방송무대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어쩌면 이와
상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비방 대회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마음 편히 플레이할
수 있지만, 방송에서는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특유의 창조적인 플레이가
많이 나오지 않았고, 공격이라는 사명일 띠고 진출한 첫 병력이 잡혔을때,
그의 본진에는 늘 적은 수의 병력만이 있었다. 첫 병력에 많은 투자(컨트롤/신경)을
했기 때문이었다. 또 본 병력이 진출했을 때 돌아들어오는 병력에 대해서도
그는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 이런 경우에 그는 맞엘리전을
택했고, 겜큐에서 임요환을 상대로 한 멋진 승리도 있었으나, 분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것 역시 '최고의 공격수'를 지향했던 김동준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이 아니었을까.
★ 박동희
그는 늘 아슬아슬했다. 경기자체가 아니라 큰 틀에서 말이다. 기복이 매우 심한
편이어서 잘 던지는 날은 선동렬과도 연장 혈투를 벌이기도 했고, 5~6타자를
연속으로 삼진으로 돌려세우기도 했지만 또 안좋은 날에는 대학투수마냥
얻어맞기 일쑤였다. 시즌내내 잘하다가 포스트시즌에서 망치기도 하고,
시즌내내 평범하다가 포스트시즌에서 폭발하기도 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슈퍼베이비. 늘 유망주였다. 다음해에는 잘하겠지. 다음해에는 나아지겠지.
제구력도 좋아지겠지. 그렇지만, 박동희는 늘 박동희였다.
또 부상도 그의 발목을 잡곤했는데, 20대 중후반부터 얻은 관절염은 정말로
악영향을 끼쳤다. (롯데 의료진의 미진한 대응도 한 몫하긴 했다. 삼성으로
이적한 후, 삼성 의료진에서 3개월만인가에 완치를 시켜서 어이없어 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마무리로 변신한 후에 94년에 세이브2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점점 내리막길을 겪고, 삼성 이적후에도 별다른 활약을 못하고 쓸쓸히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 마치며
늘 5번째에는 '미래'라는 순서가 왔지만, 이번에는 여기서 접을까 한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두 '선수' 로서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동희는 지도자 연수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고, 김동준은 선수가 아니라
해설자로서 자신의 갈 길을 가고 있으니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
가진바 재능에 비해 꽃을 활짝 피우지는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잡을
두명의 위대한 '공격수'들에게 감사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다음 글은.......글쎄, 나다와 판니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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