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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8/29 18:50:29 |
Name |
퉤퉤우엑우엑 |
Subject |
[소설] 殲 - 7.a mystery |
난 집에서 시야가 흐릿해지며 쓰러졌다. 그 이유는 엄청난 두통 때문이었다.
엄청난 두통을 느낀 것은, 공원에서의 일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공원에서의 일. 그것은 내가 미친듯이 도망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무엇에게서...?
공원에 있던 어떤 일에서부터 도망쳤다. '어떤 일'. 즉, 내가 사람을 죽였던 일.
내가 왜 사람을 죽였느냐고 하면, 모르겠다. 그저 나 자신이 내가 죽였다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 뿐.
적당한 이유로는, 그가 먼저 나를 죽이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죽는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았지만.
그가 날 죽이려 했다면, 왜 날 죽이려 했는가? 그건 아무도 알 수가 없어.
내 생각에, 그는 단지 살인귀였으니까 아마 날 노리지 않았을까. 단지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말이야.
왜 사람을 죽이고 싶었냐는 질문은 아무 쓸모도 없다.
그것보다는 내가 왜 공원에 있었느냐는 것이 더 중요해. 그럼. 그렇고말고.
내가 공원에 있었던 이유. 집에서 두통이 느껴져, 밖으로 나가면 나아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두통이 느껴진 이유'가 모든 것의 원인이 된다고 전제를 두자.
그리고 두통이 느껴진 이유는.
다름아닌, 「꿈」때문, 이었지.
그러니까 결국은 그 빌어먹을 악몽이 내가 사람을 죽이게 만들었다고 보면 되는건가.
조금은 억지스러운 것 같지만(하하, 조금이라고?) 깊이 생각해보면 옳은 것도 같다.
악몽이 아니었다면 내가 두통을 느낄 일도 없었을거고.
두통을 느끼지 않았다면 공원에도 나가지 않았을거고.
공원에 나가지 않았다면 그 살인마가 날 노리지도 않았을거고.
그 놈이 날 찌르려 하지만 않았다면 내가 그 놈을 죽일 일도 없었을거고.
내가 그 놈을 죽이지 않았다면 도망치지도 않았을거고,
결국엔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악몽 때문이야. 악몽만 아니었으면 이런 일은 애초에 일어날 이유조차 있지 않았어.
─집에 도착했다.
상당히 어려운 생각을 해서인지 조금은 머릿 속이 복잡하지만 별로 신경 쓸 정도는 아냐. 잊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가방을 던지고 나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석식을 먹었다지만 뭔가 부족해 통에 온갖 과자를 담아서 의자에 앉아 TV를 쳐다보며 먹었다.
시간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멀리 있는 자명종이 가방에 가려져 있는 덕에, 또 그걸 치우러 가는 것이 귀찮았던 덕에 집어치웠다. 아무 프로그램이나 틀어보면 시간을 대충은 알 수 있겠지.
광고 중인 채널을 돌리려 리모콘으로 손을 뻗쳤다.
똑똑, 하고 노크소리가 현관에서 들렸다.
"선배!"
똑똑똑, 하고 한번 더 노크소리─라기보단 쾅쾅쾅, 문을 부수려는 듯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과자통은 뚜껑을 연채로 책상 위에 놓고 잡으려던 리모콘은 전원을 끄는 용도로 사용한 뒤 현관으로 나갔다.
"설마 오늘도 쓰러져 있는 거에..."
일부러 문을 강하게 열었다.
맞는다면 조금은 아플 정도로.
"오늘은 있네요."
내 오른쪽에서 누군가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에에, 문 그렇게 세게 안열어도 잘 열릴거에요."
악마같은 자식.
뭔가 변명을 하려 했지만 일부러인지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태일 때문에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래서 왜 온건데?"
의자에 앉아 있는 태일을 보고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물었다.
"아, 물어볼 게 또 생겨서요."
뭔가 방금 생각이 난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죠? 지금 바로 물어도?"
태일의 질문에, 입 안으로 '어'라는 말을 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한 문장으로 질문을 정리하려는 듯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조금 늦게 태일이 입을 연다.
"혹시, 어제 일이 다시 기억났다거나 하지 않았어요?"
"어제 일?"
"네. 어딘가에 나갔었다면서요. 그게 정확히 어디에 나갔다거나 하는 일이요."
"아, 그런 말이라면..."
확실히 기억이 다시 나기는 했지.
그래...확실히. 아주 확실하고, 명확하게. 좀 지나칠 정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야.
"기억이...다시 났던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사람을 죽였다 는 부분을 제외하고 말할지에 대해 고민하며 일부러 말을 끌었다.
제발, 깊게 물어보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다.
"정말요?! 어디 갔었는데요? 어디요?"
"네가 사람이 죽었다던 공원에 갔었어(순간 차라리 다른 곳에 갔었다고 했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에요?!"
상당히 놀란 듯, 내가 다 놀랄 표정을 짓고 얼굴이 빨개지며 태일이 다시 말을 잇는다.
"공원에서 뭐 본 건 없어요? 예를 들면, 약 같은 걸 들고 있는 사람이라던가."
"약? 약이라니. 그런 걸 본 적은 없어. 다른 거라면 몰라도."
"아아, 물론 속에 숨기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당연히 나이프를 들고 있던 사람 따위를 물었을 것 같았는데, 이건 무슨 의도인거지.
'약'...이라.
"근데, 약을 들고 있는 사람이라는 건 왜 묻는거야?"
"아아, 맞아요. 선배는 뉴스 같은 거 안본댔죠."
경멸하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서, 빨리 다음 말을 하기를 재촉했다.
"그, 사인이 나왔어요. 전에도 말했죠? 외부 상처는 없었다고. 그런데 독약 같은 걸 먹은 것도 아니라는 거에요."
뭔가 상당히 중요한 것을 빼먹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이유없이 갑자기 죽었다고 하기는 좀 그러니까 그냥 갑작스런 발작으로 결론 내렸다던데, 그걸 별로 신뢰한다거나 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아요. 최소한 저도 그걸 믿지는 않고 있으니까."
아무튼 알겠어. 그런 이유였구나.
"혹시라도 데스노트가 정말로 있다거나..."
문득, '빼먹은' 것이, 살짝 떠오른 듯 했다.
뭐랄까...떠오르기 직전에서 조금이 부족해. 답답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죽을리가 없잖아요. 안그래요?"
......
맞아...!
'외부에 상처가 없다'고?
"잠깐만, 정말 그 사람 상처하나 없었어? 어느 곳에도?"
"그렇다니까요.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잖아요."
하하. 그건 거짓말이지? 그렇지?
상처가 하나도 없다는 거, 말도 안되잖아. 웃기는 군.
그 사람은 바닥을 피로 물들이고 죽었어.
그런데 상처 하나 없이 있었다는 건 대체 뭘 말하고 싶은거냐. 도저히 말이 안되잖아.
"선배, 왜요? 또 머리가 아프다거나 그런거에요?"
"어, 아, 아...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요?"
"응...? 에, 나, 정말 그 정도로 이상한 얼굴이었나."
"솔직히 말하자면, 더 이상 이상한 얼굴이 있다는 것도 비생물학적이긴 하지만 방금은 정말 그랬어요.
웃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 다른 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요하지 않아.
지금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죽음이다.
그 사람의 죽음 그 자체보다는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거지.
어째서, 대체 왜 상처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거냐고.
바닥을 피로 물들인 그 사람이 상처하나 없다는 건 말도 안되잖아.
아아, 그래.
아마 그 상태가 너무 심하니까, 그걸 차마 발표하지 못한걸거야.
"선배,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시간도 늦었고..."
방안에서 시계를 찾다가 없음을 알고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잠깐. 몇개 더 묻고 싶은 게 생겼어.'
우선 그 피에 대한 것부터 물어봐야 한다.
직접적으로는 당연히 안되지. 그 정보가 믿을만한 건지, 그것부터.
"그거, 정말 믿을 수 있는 거야?"
"뭘요? 어떤거요?"
"상처하나 없었다는 거."
"음, 충분히 믿을 만한 정보에요. 상처가 있으면 혈흔이라도 남았겠죠. 제가 다시 갔을 땐 아무것도 없었는 걸요."
"아, 그래...직접 다시 가봤다 이거군."
"네. 아무래도 백문이불여일견이라니까."
그...래...
'다시' 가봤다 이거지.
'다시'......라...
적어도 두번 이상은 갔었다는 말이...라면...
"태일아."
"네, 선배."
어째서 '다시'라는 표현을 쓴거냐.
"언제 거기에 간 적있어?"
"예? 아, 아니요."
아니라고...?
"뭐야. 그럼 왜 다시 가봤다고 한건데."
내가 지금 의심하고 있는 건 바로 내 앞에 있는 후배.
아니, 의심이라기보단, 만약 그 때 그곳에 있었다면 뭔가 더 얻을지도 모를,
그리고 그 장소에 있던 그 사람이라면 왜 이런 식으로 나에게 아는 걸 묻고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목걸이를 매고 있던...그 낯익던...사람...
아아, 맞아.
태일이 아래를 보고 있는 것과 그 목걸이는 바로 그 사람하고 닮아서 내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던 거였어.
그렇지. 그래서 왠지 모를 이상한 느낌을 받은거였어.
그리고, 지금 태일은 '다시'라고 말했다.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아아, 제가 그랬나요? 말실수를 했나보네요."
태일이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자연스럽다. 뭔가, 내가 실수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틀려.
뭐...?
─틀려.
'틀려'라고 누군가가 말하고 있는건가.
─틀려.
누군가, 라고 해봐야 나와 태일이 밖에 없을텐데.
아니, 이 목소리는 태일은 절대 아니다.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소리...
─틀려.
내 안에서 들리는 소리. 그런데 뭐가 틀리다는 거야?
혹시, 내가 공원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이 태일이라고 생각한 것을 부정하는 건가?
─틀려.
틀리다고, 대답한 건가.
그렇다면 그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후배라는 말인가.
.................
.......................
.............................
...................................
갑자기 속이 잠잠해졌다.
침묵은, 긍정. 이라던가. 더욱이 틀리다는 말을 반복했으니까─
그렇지. 그 사람은 곧, 태일.
그런거야. 분명히 옳아.
"태일아."
나직이 부르자, 문으로 향하러던 태일이 뒤돌아서며 대답한다.
"네. 왜요?"
'어......'하고 길게 망설이며 끌다가, 말했다.
"너, 어젯밤에 공원에 있지 않았어? 혹시, 총이라든가 그런 것 들고 말야."
p.s그 동안 연재에 치중하지 못한 점 사과드리며, 하루에 2화를 전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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