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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09 22:07:25
Name 외로운할요걸
Subject 팬을 위한 e스포츠가 되어주세요.

나도 실제로 '관전'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꽤 있다. 그때는 집에서 혼자 보거나
동생과 같이 보는 것과는 정말 다르다. 집에서 보게 되면 혼자서 "아우, 아까워,, 오오!!"
뭐, 이런 식의 감탄사를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물론 좋아하는 선수의 경기는 언제나
재밌고 승부의 결과가 나기 전까지 흥미진진하고 긴장되긴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실제로 '관전'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그 흥분감과 긴장감이 몇배가 된다.

예를 들면, 예전 MSL 오프를 갔을 때 그때가 마침 강민 vs 이병민의 페럴런라인즈에서의
역사적인 리콜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평소 티원 선수에게만 관심이 있고 그런 이유로
집에서 경기를 보게 되면 곧 잘 집중하지 않고 보던 타 팀 선수의 경기였지만
오프 현장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열기가 전달되서 인지 상당히 집중을 해서
보게 되었고 또 그런 이유로 소름끼치는 리콜을 보고는 그냥 조용히 집에 앉은 것처럼..
"오오,," 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우와!!!!!!!!" 하고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는 거다.

하다못해 가수의 라이브 현장을 TV에서 음악 프로그램으로 볼때와 그 가수의 콘서트
현장에서 함께 할 때는 천지차이다. 흥분감이 배가 되고 즐거움이 배가 되어 하루종일
유쾌한 기분에 흠뻑 젖게 된다.

스포츠라면 당연한 것이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잘하고 있으면 함성이 터지는 것이고
안타깝게 지고 있으면 아쉬움의 함성이 터지는 것이다. 혹여 4드론이나 5드론과 같은
필살전략을 보게 되더라도 집에서처럼 "헉!"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어, 어떻게!!! 오오오오오오!!"하고 좀 더 리액션이 커지기 마련인 것이다.
그건 일부러 타 선수에게 지금 필살전략이 이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당연한 '표현'일 뿐이다.

팬들이 현장에서 라이브를 즐기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TV, 인터넷, 하다 못해 문자중계로도 경기의 경과를 다 확인할 수 있는 데 뭐하러
사람 비좁고 잘해야 앉고 그렇지 못하면 아픈 다리 두드려가며 서서, 사람들 많아
공기는 탁하지- 사계절 사람이 들어차 더운 기운에 갑갑한 그곳에서..
왜 굳이 그 곳에서 경기를 보고자 사람들이 몰려드는 가 말이다.
당연히, 그 흥분감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현장감. 좀 더 즐겁고 좀 더 경기에 빠져들고
싶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며 즐기고 싶은 것이다.

월드컵 경기를 집에서 맥주 마시며 느긋하게 즐기는 것보다 어디 광장, 어디 운동장,
그렇게 대형 스크린 갖다 놓고 서로서로-선수에게도 들리지 않을- 응원을 하며
덥고 벌레들 몰려드는 야외에서 관전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물론 귀맵과 같은 문제를 아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특정
목적을 가지고, 베럭, 저글링 등을 큰 소리로 언급하는 관중은 적다. 대부분 벙커링을
준비하는 선수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치거나, 혹은 그 벙커링에
대항하기 힘든 12드론 앞마당을 가고 있는 선수의 대응에 아쉬움을 토하고 있는
관중이라는 것이다. 드론 한마리가 죽어도 으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고 중요
교전에서 더 많은 유닛이 살아남는 것을 보면서 기쁨의 환호를 지르는 것과 다르지
않는 것이다.

관중을 퇴장시킨다는 것이 경기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귀맵과 같은 것 때문에 선수간의 경기에서 그 공정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도 관전하는 사람없는 곳에서 경기를 치루게 되는 것은
e스포츠의 초창기 때나-녹화방송 같이-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 e스포츠를 역행시켜
초창기로 돌리고자 함이란 말인가?

귀맵과 같은 문제는 당연히 경기장 시설에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완벽한 방음 시설을 구사해야하고 팬들은 팬들 나름의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어야 하고 선수들은 선수들 나름대로 팬들 앞에서 자신이 준비해온 전략 전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야 하는 것. 그것이 최선의 결과가 아닌가. 그게 팬들이 조용히하고
경기 중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e스포츠의 관전 문화를
역행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현 관전문화가 매우 성숙하다-
라고 판단할만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관중을 퇴장시키거나 관중에게
"잘못하면 다 내보낸다"식의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장기적인
효과를 노리는 것이 있어서 문제를 안겨준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팬'을 위한 산업이다. 그걸 보고 즐기는 사람들 위해서
최선의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스포츠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이 연봉을 받고 연습을 철저히하고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 e스포츠를
총괄한다고 할 수 있는 협회가 '팬'을 위한 것이 아닌 어떤 '문제거리'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관중퇴장에 대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진다.







--------------------------------

으음; 관련기사를 링크로 해서 수정하려고 했는데;;
잘 모르겠네요.. ^-^;; 그냥 관련기사 부분은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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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09 22:12
수정 아이콘
팬을 위한 e스포츠는 좋습니다만 팬이 e스포츠의 유일한 지상명제는 아니죠. 모든 스포츠에서 팬들이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예컨데 바둑이나 골프 테니스에서는 팬들이 조용히 있는게 기본이니까요. 뿐만아니라 관중퇴장 규정은 최악의 경우에나 적용될 것같습니다. 관중퇴장이 주는 부담감을 생각해보면 사실상 사문화된다고 봐야죠.
06/06/09 22:15
수정 아이콘
선수와 구단이 원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협회 단독의 결정이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요.
06/06/09 22:47
수정 아이콘
정답은 방음벽의 설치죠
06/06/09 22:59
수정 아이콘
팬이 지상명제가 아니라...
그럼 무슨 스타가 예술 작품이라도 된다는 건가요 -_-;; 그 자체만을 놓고 감상하게...
개인적으로 전 모든 프로스포츠는 팬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영혼의 귀천
06/06/09 23:22
수정 아이콘
경기 내용에 지장을 줄 정도의 함성(이른바 귀맵이라는..)에 조치를 취하겠다는 거지, 그냥 팬들의 환호에 대해 뭔가 제제를 가한다는 건 아니잖아요.
아예 입닫고 보라는 게 아니고 귀맵 논란이 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규제인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조취 아닙니까?
귀맵 논란으로 상처입는 것은 선수들은 물론이요, 그 선수를 아끼는 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우선적으로 방송사측에서 방음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상책이겠으나 현실적인 여건상 지금 당장은 어렵겠고... 그러니 저런 특단의 조취가 나오는 거겠죠.
프로리그 후기 리그부터는 전용 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겨 경기한다니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될 것이고, 스타리그에 한해서 문제가 되겠군요.

앞에 김호철님께서 쓰신 글에도 한 번 말했지만 팬들이 딴 맘만 안먹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환호하고 싶으면 환호하면 됩니다.
다만 '배러억~'이나 '5시~!!', 또는 '투저그~!!'이런 거만 안외치면 되는 거죠.
06/06/09 23:33
수정 아이콘
영혼의 귀천님// 제가 이런 얘기하는건 그것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강민 선수 팬이라서 단순한 팬들의 환성에 대한 비판에도 약간 민감해서 그런 것이긴 합니다만, 팬이 꼭 어떠한 의도를 갖지 않고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그게 경기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설혹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의심하는 것은 피할 수 없고요. 일례로 임요환 선수의 대 저그전 스탑럴커 사건. 누가 꼭 알려줄라고 소리지른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임요환 선수가 그 소리 듣고 피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피했죠. 그럼 일반 팬들이 의심합니다. 그럼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합니까? 임요환 선수가 결백하다고 자신 입으로 말했으니까 '니들(팬들)은 그냥 짖어라~'하고 계속 의심하게 놔둘건가요? 의심의 경로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필요없어™
06/06/09 23:35
수정 아이콘
그런데 솔직히 발견될 듯 말듯 하는 장면을 보면 혼자 집에서 보면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릅니다. -_-;;
온겜도 엠겜처럼 시설을 갖추고 그 다음 이런 방안이 마련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06/06/10 00:03
수정 아이콘
팬을 위해서 존재하지만 팬도 어느 정도 선은 지켜주는게 좋죠.. 의심의 경로를 막아야 한다는데에 공감하지만 지금 하루 빨리 되는게 아니자나요..뚝딱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너무 소음이 심하다면 지금 같은 임시책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네요.. 옹겜 용산에 이전한다고 하던데..어찌되는지 궁금하네요.
오픈엔드
06/06/10 00:08
수정 아이콘
멋지고 좋은 플레이(예를 들어 기가 막힌 콘트롤이나 몰래전략을 통한 결과로 어떤 극적인 장면이 나왔을때)가 나왔을 때
환호를 지른다고 퇴장시키기야 하겠습니까..
문제는 몰래전략같은 것들을
선수가 준비하는 과정(건물이 지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나오는 함성이겠죠.
그 정도는 팬들이 조심해줘야하는, 또 충분히 조심할 수 있는
에티켓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골프도 선수가 스윙하기 전에는 다들 조용히 해주잖아요.
샷 날리고 나서는 막 환호해주고 말이죠.

그 정도의 관전 문화는 팬들이 만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해요.

방음벽 설치하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팬들이 기본적인 사항들만 잘 지켜서
지금처럼(온게임넷경기장만 해당되지만..)
선수들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고,
같이 호흡하는 느낌으로
응원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겠어요?
영혼의 귀천
06/06/10 00:47
수정 아이콘
Neptune님께 쓴 댓글은 아니었지만 부연하자면요,
당연히 방송사측에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하는 건 맞는 말이지만, 현실적인 여건 상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거죠.
제가 직접 메가웹을 가보진 않았지만 방송상으로만 봐도 엠겜과 같은 방음벽을 설치하기엔 장소가 상당히 협소해 보였습니다.
또한 그 스튜디오에서 스타리그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역시나 타임머신을 설치하기란 상당히 어렵구요.
팬이 방송사 입장 생각해 줄 필요까지는 없지만, 이를테면 그렇단 말이죠.
때문에 윗 댓글에서도 써 놓았듯이 프로리그의 경우에는 후기리그는 상설 경기장을 이용한다고 하니 별 문제 없어 보이고, 엠겜 역시 방음벽이 있으니 상관없을 테고... 온겜의 스타리그나 기타 개인리그의 경우만 팬들이 조금 자제해 준다면 훨씬 융통성 있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본문과 별 관계는 없는 말이긴 하지만..
방송사측에서는 괜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팬들의 함성을 잡는 마이크의 위치를 다시 한번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엠겜의 경우는 간혹 지나치게 특정 인물(아마도 마이크 바로 앞에 앉은..)의 소리가 크게 전송되는 경우가 있더군요.
06/06/10 01:34
수정 아이콘
궁금한게 있는데 방음 유리 두깨가 얼마나 되죠?
... 엠겜은 한 10cm면 되는 것 같던데 그 정도 공간은 메가웹에도...
외로운할요걸
06/06/10 04:29
수정 아이콘
뭐,, 제가 할 말은 글에서 이미 다 나왔지만 몇몇 덧글을 보고 부연설명을 드리자면.. 제 말이 지금 현재 팬들의 관전 자세가 옳다는 전제하에서 나온 말은 아니라는 겁니다. 분명 팬들도 성숙한 의식이 만들어져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대부분은 어린 청소년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편이고 어떤 성숙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감정 표현에 좀 더 솔직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떠나서라도 지금 현 관전 문화는 이러저러한 문제가 많긴 많죠. 글에 잘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제 논점은.. 그런 관전문화에 대한 협회의 태도라는 겁니다.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관중에 대해서 어떻게 처벌하겠다는 식의 태도는 사실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방송사든 협회 측이든 팬들의 환호성 같은 문제를 자기들 입장에서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자세가 부족했다는 거죠. 그리고 주의를 주겠다 든지 문제 행동을 한 관중을 내보내겠다는 식도 아니라 관중 전부를 밖으로 내쫓겠다는 식의 발언 또한 그 정도 면에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몇몇 오프를 참여해 본 경험적인 이야기로는 관중의 환호가 격렬해 질 때 스텝분들이 주의를 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협회에서 생각하는 문제행동의 범위가 어떤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이겠지만, 만약 스텝분들이 주의를 주는 정도의 환호 마저도 제재를 하려고 하는 의도라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프로리그 플레이 오프 관전이었는데 격양된 팬들이 다소 소리를 크게 지르긴 했지만 어떤 전략 노출을 위한 고의성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또 그 상황에 대한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다소 민감한 경기 때는[특히 플레이오프 같은] 감독이나 선수가 좀 더 예민해져 있기 때문에 팬들의 환호나 행동에 좀 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현재 여건상 팬들의 반응을 차단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지금 당장이야 팬들이 조금 자제를 하는 방식으로 경기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지만 장소가 협소하다든지 현실적 여건이 어렵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팬들에게 자제를 요구하는 건 e스포츠의 응원문화 특성상 별로 효과적이지도 지속적이지도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이야 어쨌든 결론은 제대로 된 경기장이 필요하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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