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5/26 21:10:12
Name Artemis
Subject 그들이 아름다운 이유
사실 저도 패닉상태입니다.
제가 응원하던 선수들이 줄줄이 떨어진 마당에 안타깝고 속도 상하고 화도 납니다.

편애모드인 서지훈 선수는 본선에도 못 올라왔고, 제 게임계 4대천황 중에 하나인 차재욱 선수는 팀킬을 당했으며, 신진 플토로 응원하던 송병구 선수도 분패했으며, 챌린지 시절 꽃밭토스에 반해버려서 지금껏 가장 좋아하는 플토유저인 강민 선수도 오늘 떨어지고...
내가 응원하면 다 지는 건가? 하는 생각에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존 강자가 무너지고 신진 세력이 활보하는 지금이 별로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들 때문에 앞으로 스타리그가 계속 발전하고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요.
최근 몇몇 선수들의 군 문제도 그렇지만, 기존 유명 선수들이 떨어져 나가면 이 판은 과연 누가 지켜줄까요?
그건 지금 우리가 '신인'이라고 부르는 선수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타리그를 주위 깊게 보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던 기존 선수들이 더 높은 곳으로 가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만큼 새로운 세력이 부상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반증도 될 테니까요.

어차피 애정이란 게 강요해서 생기는 게 아니란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멋진 플레이를 보게 되면 그걸로도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이번 스타리그 상위리그는 무관심이 될 공산이 큽니다.
근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온게임넷이 손해볼 건 없다고 생각해요.
스폰서인 신한은행으로서는 조금 속이 쓰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면, 24강으로 재편되고 상금이 늘어난 마당에 선수들에게 더 많은 동기부여를 했다는 점에서 신한은행의 선택이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을 테니까요.
어차피 기회란 왔을 때 잡은 사람의 것이 아닌가요?

또한 요새 저그가 득세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도 할 테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저그 진영의 각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양박으로 대표되는 실력과 이제 신인이라고 부르기엔 어색해진 마재윤 선수의 플레이는 아마 저그 진영에 있어서 전환점이 되지 않았을까 모자란 실력에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홍진호 선수 대 전상욱 선수의 경기.
전상욱 선수의 8배럭을 막아내는 홍진호 선수를 보면서 이제 저그에게 있어 8배럭은 극복 가능한 시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스타리그는 홍진호 선수뿐만이 아니고 기존 저그들이 꽤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오늘 변은종 선수의 경기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응원하는 입장에서 강민 선수의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변은종 선수가 얼마만큼 이번 경기를 별려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더욱더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무관심 혹은 신인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았던 선수들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그 끝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제게도 그닥 유쾌한 일은 아니죠.
알고 보면 지금 상위에 있는 선수들은 제가 응원한 선수들을 누르고 간 것이니까요.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갖고 싶습니다.

저도 사석에서는 흥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농담도 하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선수들이나 팬들에게 실례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독일에서 월드컵이 벌어지는데, 우리나라와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았던 팀이 결승에 올라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줄까요?
우리나라에서 했을 때는 표도 많이 팔리고 관중도 많겠지만, 독일에서 열리는 것이니만큼 빅매치가 아니면 세계인의 관심이 덜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에겐 아닐 겁니다.

스타크래프트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쨌거나 그들은 우승을 향해 뛰어가는, 목표를 가진 개개의 선수들이며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습니다.
관심은 덜하더라도 지켜봐 주고 즐길 수는 있지 않을까요?

더 많은 영웅이 태어나서 이 판을 풍요롭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 저는 스타를 좋아하기에, 좋아하는 선수만 보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선수와 더 많은 멋진 경기를 보고 싶어요.

노력하는 그들과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이 바닥이 커질 수 있었고 앞으로도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경기하는 자도, 응원하는 자도, 그걸 지켜보는 자도 모두 화이팅입니다!!


-Artemis


p.s.
그래도 다음 리그에는 제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선수들의 좋은 성적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길 기대합니다.


p.s.2
염보성 선수 대 박명수 선수 경기 대박이네요.
누가 이 선수들 보고 신인이라고 하겠습니까?
이런 맛에 스타 보는 건지도 모르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05/26 21:15
수정 아이콘
8강이 전부 신예로 채워진다고 해도 종족이 고르게 있으면 재미있게 지켜볼만할텐데... 저저전(뭐 어떤 동족전이라도 연속적으로 보면 쉽게 질리죠.) 중심으로 8강부터 결승까지 주욱이어지면 어지간한 인내심으론 못봅니다.ㅡㅡ)a
06/05/26 21:23
수정 아이콘
흥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버린 제가 반성해야겠습니다.
반성! 반성!
아~흑...그래두 왜이리 아쉬운지요ㅜ.ㅜ
오늘만큼은 이성적이 될수 없기에 PGR들어오는것두 참을라구요.
괜시리 무책임하게 남탓하고픈 맘에 정말 견딜수 없습니다. 에효...
서정호
06/05/26 21:24
수정 아이콘
흥행이 걱정되면 지금 올라온 선수들한테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됩니다.
언제까지 임요환 홍진호 같은 선수들에게만 기대를 걸겁니까?? 그들이 스타계를 떠난다면 스타를 안 볼건가요??
06/05/26 21:35
수정 아이콘
흠... 저는 종족전 그닥 싫어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테테전은 조금 경원시하지만 저저전은 좋아해요. 화끈해서요.^^
06/05/26 21:3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같네요. 저도 임요환 선수가 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탈락하고
송병구 선수와 강민 선수마저 떨어지자 아쉬운 마음이 강하게 남았는데
그래도 계속 올라온 이들을 응원할 생각입니다.(박명수 선수가 이런 마
음에 불을 질러버렸네요^^;;) 한동욱 선수가 포스트임요환이라는 옛 별
칭을 부활시키면서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인가, 박성준 선수가 드디어 동
명이인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이런 식으로 기대와 관심
을 보내주려 합니다.

......그래도 우승은 홍진호 선수가(응?)
헤르세
06/05/26 21:42
수정 아이콘
이번 리그 저그 6 테란 2 남은 건가요? 헐...
올림푸스 8강과 똑같네요. 이렇게 된 이상 2 테란 중 한명이자 서지훈 선수와 같은 팀인 변형태 선수가 우승하는 수밖에...흐흐^^;;;

사실 강민 선수가 떨어져서 속이 무지무지 쓰립니다 ㅠ_ㅠ
음악세계
06/05/26 21:43
수정 아이콘
강민 떨어져서 완전 속상했는데
두번째 경기가 그나마 위안이 되네요
최연성 박성준 경기인 줄 알았습니다.
ㅡㅡV 최강의 신인 결전!!
스피넬
06/05/26 23:39
수정 아이콘
솔직히 신예들을 보고 있으면 기쁨이 반이고, 씁쓸함이 반이죠
분명히 게임 전체에 환영할 일이고 지켜보는 맛이 있지만,
전 이상하게도 뒷맛이 씁쓸하네요^^;;
Cazellnu
06/05/27 01:18
수정 아이콘
저그의 시대가 도래하는것인지 우승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인식이 달라지니 아직은 이를 수 있겠습니다만 이번만큼은 저그로 도배된 저그의 시대가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요즘은 득세를 함과 동시에 3일천하로 끝나게되는 경우가 많은것 같은게 예전처럼 기세가 타오르는 순간이 길지가 않아서 인데 요번 대회는 어떻게 될 지 궁금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3471 신한은행 스타리그 16강전을 보고 난 후에... [13] 샤샤샥3942 06/05/27 3942 0
23470 [잡담]산다는게 뭘까요? [24] Leo Messi3673 06/05/27 3673 0
23468 월드컵을 이용한 광고의 스팸메일화... [9] 테페리안3551 06/05/26 3551 0
23466 이번 스타리그(신한1st)에 남아있는 스토리들 [23] 백야3843 06/05/26 3843 0
23465 한국최강을 가려라 EP.2(MIL 카스리그) [4] kama4220 06/05/26 4220 0
23463 할말이 없군요. [20] Figu5109 06/05/26 5109 0
23462 아니 뭐 저런선수가 다 있습니까. ( 스포 유! ) [90] 가루비8174 06/05/26 8174 0
23461 그들이 아름다운 이유 [9] Artemis3528 06/05/26 3528 0
23459 스타리그 신한은행 16강~ 경기(지금 경기중!) [152] 체념토스4959 06/05/26 4959 0
23458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보고자 하시는 분들께 [62] 아슷흐랄4423 06/05/26 4423 0
23457 짝패를 보고 든 잡생각 중 일부. [11] 산적3535 06/05/26 3535 0
23456 현대유니콘스의 부산 연고지 이전?? [36] C1_leader3780 06/05/26 3780 0
23455 수비형을 깬다... [27] 김정재3479 06/05/26 3479 0
23452 파이터앤포럼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90] 토돌냥5950 06/05/26 5950 0
23449 강민... 난 당신을 좋아합니다... [18] Neptune4028 06/05/26 4028 0
23448 피지알 평점 시스템에 대해 건의합니다. [35] 지니쏠4206 06/05/26 4206 0
23447 [강민응원글] 드디어 때가 왔다.. [26] Zera_3970 06/05/25 3970 0
23444 최연성선수도 조용호선수도 아쉽겠지만....... 지금 순간 가장 고개를 숙일사람은...... [46] SKY928171 06/05/25 8171 0
23443 박용욱 VS 최연성 815에서의 경기....(결과있음) [31] 브릴리언스5318 06/05/25 5318 0
23442 차라리 우승을 목표로 하지않은것이 프로게이머에겐 좋다? [27] Pride-fc N0-14281 06/05/25 4281 0
23441 강민선수 보고 저그전이 쉬운줄 알았습니다... [24] 김정재5236 06/05/25 5236 0
23411 [BETA] pgr21 전용 웹채팅채널 테스트 합니다 [23] kuaa7299 06/05/23 7299 0
23440 '첫사랑'의 작가 조소혜님이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9] Dostoevskii3925 06/05/25 392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