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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4/23 21:12:12
Name Sickal
Subject 변해야 살지...
나도 모르게 중얼 거린 말이었다. 무엇을 보고 중얼 거렸는지, 왜 그 말이 나왔는지, 어떤 사고 방식을 거쳐서 도출된 말이었길래
'변해야 살지'라는 말이 나왔는지, 처음에는 알 수가 없었다. 조금씩 현실적인 감각으로 돌아오자, 잘려진 말의 앞뒤 꼬리와 그 뒷면까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에 자주 했던 말이었던 것이다. '변해야 살지.' 이 말은 영원한 건 없다 라는 말과 이란성 쌍둥이일 것이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아
패배하고, 좌절하고 극심한 괴로움에 탈모도 생기고 끝내 은퇴까지 하고 마는 선수들을 볼 때마다, 한 때 테란을 상대로 주구 장창
옵저버 드래군을 고집하던 프로토스의 내로라 하는 테란 킬러들이 연전 연패하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임요환 선수의 '뻔히 아는' 드랍십에
이리 저리 휘둘리며 해처리 하나 둘 내주고 결국 역전패 당하는 저그 유저들을 볼 때 마다, 1.07 버전 시절에 9드론 발업 저글링 후
이어지는 패스트 러커에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이 GG를 치는 테란 유저들을 보면서 했던, 그런 말이었고 지금 하는 말이었다.

조용호 선수에 대한 소사를 쓸 때 말미에 잠깐 언급한 바 있었지만, 테란은 찬 달 과 같다. 가장 발전 가능성이 많았던 종족, 컨트롤이
극한으로 가면 갈수록 강해지는 종족, 모이면 강한 종족, 아직도 투자 대비 효용가치의 척도를 알 수 없는 바이오닉과 메카닉 부대...
물론, 아직은 여전하다. 고수가 즐비해진 지금은, 1~2년 전의 스타 판과는 그 밑바닥부터가 다르다. 하지만, 테란의 발전은 현재
멈춰있다고 말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 프로토스전의 빌드는 원팩 더블과 투팩, 원팩 원스타가 3립 하던 시절을 지나
2팩 더블의 강력한 성장기를 맞이했고, 가장 최근의 FD에서 그 갈래가 합쳐지는 모습을 보였다. 묶인 것은 풀어야 하나, 스스로 묶은
매듭은 풀기 어려운 것일까. 대 프로토스 전 초반의 머린 생산을 이제는 흔히 보게 되었다.

대 저그전 역시 마찬가지다. 신속함이 강점인 바이오닉 테란은 가격대 성능비라는 또 하나의 장점을 갖고 있었고, 이는 부자형이
추세인 게임의 흐름과 맞물려 더블 커맨드에 흡수되어 버렸다. 바이오닉 테란이 가진 기동성을 포기한 대신에, 테란 유저들은
화력의 극대화를 꾀한 것이다. 울링이 아무리 많아도 바이오닉 부대가 일정 수가 넘어가고 조합이 갖춰지면 전투의 결과는
뻔하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초반의 타이밍을 노리는 벙커링은 수많은 저그 유저들에게 심적인 데미지까지 같이 안겨주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슈팅 셔틀이 차단되고, 사우론 저그가 무너지고, 한방 러시가 낭만이 되었으며, 1해처리 플레이가 사라져 간
스타크래프트 게임계에서 그간 실질적인 득세를 쥐고 있던 테란이 끝끝내 제국의 누수를 막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멸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토스는 테란을 견제하는 방법을 시도했으며, 테란과 동등한 자원을 가진 상태에서 유리해지는 방법을,
즉 자원을 더 가져가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저그 역시 테란의 한 방 조합이 갖춰지기 이전에 그들의 사장되었던 병기인
디파일러를 들고 나오게 되었고, 그 컨트롤 역시 예전과 비할 바가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토스와 저그, 둘 모두가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운영'이라는 측면에서의 주도권을 찾아왔다는 점일 것이다.

테란이 안나가면 그만인 시절은 가고, 테란에게 압박감을 심어주는 플레이를 하는 것, 이것이 현재 저그가 테란을 상대로 무서운
모습을 보이는 이유이며, 프로토스가 더 이상 200 vs 200 싸움을 가만히 손을 놓고 보지 않게 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두 종족이 선택한 방법 역시 극적으로 닮아있다. 프로토스는 아비터라는 마법 유닛에 '제 2멀티'를 가져가는 운영으로 승부를 걸고 있고
저그는 '디파일러'라는 마법 유닛에 '3 해처리'라는 운영으로 테란을 상대하고 있다.

차게 된 달은 기운다.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상대를 불문하고 이겨버리는 절대 게이머의 포스 조차 끊긴지 오래되었다. 하물며
그들이 플레이 하는 '스타크래프트' 라는 게임 내의 종족에서야 더 말해 무엇을 찾겠는가. 테란의 이 침체기가 어디까지 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 곧 바로 극복할 수도 있으며, 과거 저그가 테란을 극복하려 하던 그 전철을 되 밟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테란 유저들의 마인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 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그 마인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급적이면 '선수'에 의해서이길 바라며, '맵'이나 '패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궁극적으로 '유즈맵을 통한 패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그 전에 '선수들의 자의지'가 있어야
그 종족의 진정한 발전 - 혹은 순환 - 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대는 이제 테란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본다. 변할 것인가? 대가를 치르고 변화를 받아 들일 것인가? 둘의 차이는 엄청나다.

PS - 그 게이머는 결국 다른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쪽으로 성공했으니 '변해야 살지'라는 말에는 잘 부합한다고 해야하나...
PS2 -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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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디에이터
06/04/23 21:1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고 잘 봤습니다만, 테란은 아직도 많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베슬의 emp활용이라든지 , 고스트으 활용등...
EpikHigh-Kebee
06/04/23 21:14
수정 아이콘
지금 저그는 발전을 급속히 하고있는 중이라고 봅니다 디파일러가 있는 드랍은 정말 장난이 아니죠.
다른종족도 또 변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하는 동안 스타는 계속 인기를 유지할 수 있겠죠? 스타 2가 나오기 전까지 변화했으면...
06/04/23 21:31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guitarmania
06/04/23 21:41
수정 아이콘
멋진글입니다
발전이 가능한 게임이 스타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XoltCounteR
06/04/23 21:52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06/04/23 22:19
수정 아이콘
최근의 저그의 발전은...
뭔가 ...아스트랄한 측면이 있는것 같네요..
그걸 누가 점 제대로 써 줬으면..
06/04/24 10:30
수정 아이콘
수준급의 실력을 갖춘 유저라고 해도,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이해를 완전하게 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바꿔 말해서 발전의 여지는 항상 남아있다는 것이고, 이것을 찾아내는 것은 선수 스스로가 되어야겠죠.

단 맵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강요하는 것은 왠만하면 지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초반을 만들어내는 맵은 그런면에서 조금 꺼려지는게 사실입니다.
초반이 너무 극단적이면, 중반의 소강상태는 필연이고, 이것은 결국 중후반의 교착 상태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맵이라는 도구가, 선수들의 플레이에 있어서 진화를 만들어내는 촉매제의 역할을 해주는 것은 환영합니다.

앞마당 노가스맵의 사용을 통한, 저그의 진화는 긍정적이라고 보여집니다.
루나의 더블커맨드 대처로 생긴, 저그의 3해처리 트렌드도 같은 맥락이구요.

그것은 급격한 컨셉의 도입이라기 보다는, 세심하면서도 과감한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에서 나올 수 있겠죠.

그것을 위해서는 스타자체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맵퍼분들이 맵 제작에 참여해야 된다고 봅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측면은 서로 엮여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수위 조절이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결과만을 보고, 무조건 맵퍼분들을 비난하는 것은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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