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누구나 예상했던 바대로 역시 그파 우승은 SK T1에게 넘어갔습니다.

먼저 T1 팬분들께는 축하의 말씀을 드려야겠고 이제 누구 뭐래도 2005년
최고의 팀은 T1임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네요. 다시한번 축하의 말씀을 전
합니다.

그러나 KTF. 4:1 완패보다는 그나마 나아진 4:2로 승부를 매듭지은 KTF에
게는 쓰디쓴 몇 마디 좀 해야겠습니다.

먼저 KTF에 유일하게 2패를 안긴 선수가 있지요. 바로 홍진호 선수입니다.
그리고 KTF에 유일한 2승을 안긴 선수가 있네요. 바로 이병민 선수입니다.

홍진호 선수는 현 KTF 멤버 중 가장 오랫동안 KTF를 지켜왔던 수문장에
가까운 선수이고, 또 지금은 KTF의 주장이기도 한 선수입니다. 그리고 이
이병민 선수는 가장 최근에 들어와 이적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선수입니
다.

가장 오랫동안 KTF와 함께 했던 홍진호 선수는(그리고 다른 KTF 멤버들은)
번번히 팀에 아픔을 남겨왔고, 오늘 새로운 활력을 불어놓은 이병민 선수만
이 승점을 따내 주었네요.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변화, 혁신, 새바람...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네요.

지금은 최강이 되어버린 T1에게도 아픔은 있었습니다. 티원 창단때부터 함
께 해왔던 김현진, 이창훈 선수를 내보내야만 했고, 영입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던 박정길까지 팀을 나가야했습니다. 대신 박태민이라는 걸출한
저그유저와 전상욱이라는 신성 테란을 대리고 왔습니다.

그러나 KTF는 어땠습니까? 숱한 패배를 통해 번번히 변화를 요구당했으면
서도 뻔뻔스러울만큼 관대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슬럼프 속에 있어도 팀
을 나가는 선수는 없었고,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KTF는 프로팀입니다. 여타 길드나 클랜처럼 애정과 정으로 뭉친 친목 단체
가 아닙니다. 프로는 성적으로 답을 내야하는 것이 현실이고, KTF는 매번
답을 내지 못하고 다음에는, 다음번엔, 이후에는 이라며 결과를 미루고 팬들
의 애정에만 기대왔습니다.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도 애정과 관대
함에 기대는 응석받이 같은 모습을 보여왔던 것입니다.

그 결과는 결국 성적으로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전후그파까지 먹어버린 티원,
게다가 엠겜 8명의 스타리거, 온겜 결승전에 진출한 최연성 선수. 듀얼에서마
저 아직 단 한명도 탈락하지 않고 스타리그에 오르는 기염을 토합니다.

반면 비슷한 투자를 보이고 있는 KTF가 거둬 올린 수확은 T1에 비해 너무 초
라합니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합니까? 과거의 성적에 매달려 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합니까? 일억씩, 몇천씩 손에 쥐는 선수들이 그동안 움직이기도 불편한
좁은 숙소에서 연습하는 선수들의 팀에 무너질 때(KOR, GO) 왜 프론트는
그 모습을 뒷짐지고 바라보기만 했던 것입니까?

이제 변해야합니다. 달라져야 합니다. 물론 그것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의 변
화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변화란 혁신에 가까운, KTF라는 팀
의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 대대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그런 변화입니다.

고여서 썩은 피는 과감히 빼내고, 새로운 피를 수열 받아야한다면 응당 그래
야 마땅합니다. 그것이 팬들과 선수들, 그리고 팀을 위한 유일한 해책이 아닐
까요?

개개인의 KTF 선수들도 좋아하지만, 그 이상으로 KTF라는 팀을 좋아하는 팬
입장으로써 한마디 드렸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