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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2/06 12:56:14
Name 마술사얀
Subject 야수와 남극일기
몇일전 유지태, 권상우 주연의 야수를 보았습니다. 영화음악에 관심이 있으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의 음악가 카와이 켄지가 영화음악을 맡은 작품입니다.

극장에 설치된 풍부하고 강력한 스피커를 통해 듣는 카와이 켄지의 음악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저의 심장을  쥐어짜는듯한 벅찬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야수 OST 를 사서 돌아오는길에 문득 카와이 켄지가 영화음악을 맡았던 남극일기가

생각났습니다. 제 블로그에 들러서 오래전에 써두었던 남극일기 관련 글을 다시 꺼내

읽는데 낯뜨겁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당시의 치열한 고민이 느껴져서 배시시 미소가

번지네요.  기회가 닿으신다면 두 영화 모두 한번쯤 관람하시길 추천합니다.

아래는 제 블로그에 써 두었던 그 글입니다.

-------------------------------------------------------------------------------------------
음악 Kawaii Kenji ... 스크린에 넓디 넓은 눈 벌판에 펼쳐지며 드러나는 초반 타이틀에

나즈막히 놀랐다. 단 하나의 작품만으로 나에게 거장이 된 사람들이 있다. 천공의성 라퓨타의

히사이시 조, 지상만가 이동준, 더록 한스 짐머... 그리고 Avalon 의 Kawaii  Kenji 가 그러하다.

Log Off, Voyage to Avalon, Nine Sister...  어느곡 하나 빼 놓을수 없는 명곡이지만.

Gray Lady(Ash) 는 뒤늦게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주옥같은 곡이다.



2003년 겨울. 졸업작품전을 마치고 우리팀은 말없이 각자의 짐을 꾸렸다. 답답하고 숨막히는

침묵이었다. 그날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나의 팀동료들에게 잔인한 힐난을 퍼부었다.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는 너희들과 마주치는 일이 없길바란다고.

지난 1년동안 졸업작품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방관 자체였으며, 아무리 후하게 보아주더라도

하기 싫은 레포트 마지못해 끄적이는 수준이었다. 내가 졸업작품에 공을 들이는 그 시간에

그들은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내가 졸업작품의 목표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느니 하며 드러내지 않는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들의 생각에도 분명 일리가 있었다.

졸업작품 잘한다고 취업지원한 회사에서 알아줄리 만무하고. 거기에 시간을 빼앗기느니

그 시간에 토익점수와 학점관리에 노력을 쏟는 편이 현명한 선택이며 일반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은 팀 동료를 잘못만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3일간의 졸업작품전에서 까지의 그들의 무성의함에 나는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

졸업작품전에 끝나면 다시 학교에 올일이 별로 없으며, 결국 마지막 식사가 될지 모르는 그 점심에

나는 이를 갈며, 그들에게 독설을 퍼부어댔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그길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롭던지. 난 언제나 이런식이었다. 무슨 엄청난

일을 한다고. 내 친구들에게 그렇게 상처를 줬단말인가. 그 기억. 외투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언제나처럼 귀엔 이어폰을 꼽은채 터벅터벅 걷고 있을때 핸드폰이 울렸다.

그때까지의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까의 다툼에도 기쁨에 흥분한 목소리의 팀 동료

목소리였다.

우리가 작품에서 60개조중 2등을 했다는것이다. 난 사실 상에 대한 기대같은게 전혀 없었다.

원래 졸업작품 수상은 그 졸업작품을 지도한 교수들의 나눠먹기식이란걸 잘 알고 있었고.

우리팀은 교수의 간섭과 압력을 피하기 위해서 지도교수 지정을 아예 안한채 자유과제로

냈던것이다. 말할것도 없이 1등은 주임교수가 지도한 작품이 수상을 했다. 그러나 난 기뻐할

기운도 없었다. 이미 오늘 나의 무절제한 분노에 크게 상심하고 있던터였다.

시상식을 위해 지금 당장 다시 학교로 돌아오라는 얘기에 고개를 저었다. 네가 받아둬. 나중에

얘기하자... 미안하다. 지금 너무 피곤해....

입술을 자근자근 씹으며 나에게 물었다.

이거였니? 니가 바라는게 이거였어? 남들이 인정해주고. 네가 대단하다는것을 알리고.

평범하지 않음을 스스로 끊임없이 확인하고. 이제 된거 아냐?

그러나 울고싶은 마음은 왜 그대로일까... 나를 폭주 전차마냥 닥치는대로 짓밟아 대며 이렇게

달리게 하는것은. 평범하고 싶지 않는 욕망.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도전... 이룰수 없는 꿈.

이뤄져서는 안되는 꿈. 이것들은 앞으로도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숙명...

그때 Kawaii 의 Gray Lady 가 이어폰에서 흘러나왔다. 익숙하게 들어왔던 음악인데. 그 순간엔

왜 그렇게 가슴을 미어지게 하던지. 유난히 매웠던 겨울 바람. 그 음악.... Gray Lady.

지금도 회사에서의 나의 ID 는 Gray Boy 이다. 그 아이디를 볼때마다 생각한다.

내 꿈만큼.... 다른 사람의 마음도 중요한거야. 행복을 차지할 있는 능력보다도 중요한건

행복단념할 줄 아는 능력이란걸.....




영화속의 시리도록 맑은 하늘은 유지태의 대사처럼 이상하게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끝없이 펼쳐진

눈밭. 가도 가도 그 자리에 있는 지평선. 어느 누구도 만날수 없고 어느 누구도 도울수 없이.

대원 6명이 나란히 걷는 그곳은 외계의 다른 별이 아닐까란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대원의 질병, 크레바스로의 추락... 영화는 점점 대장 송강호의 광기와

생존을 위한 대원들의 몸부림으로 맞서게 된다. 탐험대원들에게 너희들은 내 가족이라고 했던

송강호는 뒤쳐진 대원을 냉혹하게 포기한다.



"힘들어서 그냥 하는말이 아니고요. 정말 더 이상 못걷겠어요..."

이미 대원의 목소리에는 흐느낌이 물려있다.

그러나 송강호는 냉혹하게 돌아서 앞서 있는 다른 대원들에 합류한다.

"대장님....."

"......"

"도형이형..... 도형이혀엉....."

망설임없이. 산악처럼 단단하게 송강호는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 순간 난 공포에 몸을 떨어야 했다. 송강호의 잔인함이 아니었다. 그 순간 송강호의 입장이

그대로 느껴지는 나의 계산때문이었다. 이미 한달동안 기계처럼 눈보라를 뚫고 천키로가 넘는

거리를 행군했다. 이미 쉽게 되돌릴수 있는 시간은 지났다. 여기서 포기를 한다고?

'도달불능점' 에 도전하기 위해1년은 족히 준비한 탐험전 고국에서의 기나긴 준비기간과 노력은?

나도 모르게 영화속 송강호가 되어버렸고. 송강호의 뒷모습과 나의 제작년 점심시간의 독설이

그대로 떠올려졌다. 결국 나에게나 송강호에게나 '도달불능점의 정복' 은 어느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삶의 목표였던것이다. 그것이 4년을 나눠온 우정이든 동료애로 형상화된 가족애든

말이다.



대원들의 생존. 임무완료라는 쉽게 양립할 수 없는 두가지 가치에 대한 첨예한 대립을 공포스럽다란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영화는 치밀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가 남극에 가는건... 죽으러 가는게 아니라 살러가는거야. 우리같은 놈들은 안락하게

있는 순간이 죽어있는 순간이거든'

긴긴 남극의 백야가 끝나고 밤이 찾아왔다. 다른 대원들의 희생을 딛고 그들이 정복한

'도달불능점'은 초라한 조명탄 불빛 아래 앙상한 나무 막대기 하나 꽂혀 있는, 지금껏 걸어왔던

똑같은 눈밭일뿐이었다. 아아... 유지태와 송강호가 느낄법한 그 좌절. 도달했고, 정복했기

때문에, 더 허탈한 순간을 나도 피부로 느낄수 있었던건. 내가 송강호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극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Kawai 의  Gray Lady..... 또 다시 내 가슴을 쥐어 뜯는

그 선율이 환청이었을까.... 그 순간 느껴졌던 2003년 외로운 하교길의 시린 바람이

환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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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High~!!!
06/02/06 13:13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어제 영화보러 갔다가 야수가 없어서.. (CGV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투사부 일체 보고 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후회 되네요 ^^;
난언제나..
06/02/06 13:25
수정 아이콘
남극일기 제가 본 영화중 정말 재미없는 영화중 하나데..
Den_Zang
06/02/06 13:59
수정 아이콘
글쓰신분 정말 글 잘 쓰시네요 ^ㅡ^; 잘 읽고갑니다~
정테란
06/02/06 14:38
수정 아이콘
남극일기가 재미없다???
재미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지요.
혹자는 걷고 자고 먹는거만 나오고 끝난 영화라고까지 하지만...
남극일기가 무슨 초월적 존재나 괴물이 나오는 블록버스터이길 바라셨는지...
그런면에서 초유의 환불사태까지 일으킨 오픈워터도 볼만하던데...
FoolAround
06/02/06 14:40
수정 아이콘
남극;;일기는 기대보다못했고..야수는 재밌었는데..
나르샤_스카이
06/02/06 14:59
수정 아이콘
남극일기...
전 제 생에 한국영화중에 가장 걸작이라 생각함.
영상. 음악. 시나리오. 연기. 모든게 완벽-_-..

야수는...흠..
식상한 스토리..
놀랍고 와닿을만한 메세지가 없는점..
투박한 화면처리..(달콤한 인생과 비교됨)
퇴보하는 연기력..
물론 권상우야 기대도 안해서 발전된 모습을 봤지만.. 유지태는 갈수록 퇴보하는 것을 느낌.. 소리치는 법정씬에서..할말을 잃었습니다-_-..
외출 이후로 후회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박서야힘내라
06/02/06 14:59
수정 아이콘
야수는 재밌었는데 왜 흥행에서 실패했는지...둘다 안타깝게 유지태 씨 작품이네요
마술사얀
06/02/06 15:16
수정 아이콘
야수는 ... 내용면에서 공공의 적2 와 매우 흡사했지만. 유강진이라는 매럭적인 조폭 두목 캐릭터가 빛을 발했던듯 합니다. 뭐 그것도 결국 대부 나 무간도2 의 두목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나르샤님이 말씀하셨다시피 유지태 연기는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그 공백을 유강진역의 손병호씨가 메우고도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러모로 비교되는 한국형 느와르 달콤한 인생보다는 때깔이 좀 떨어지지만 딱히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영화였던것 같습니다. 왜 감독들이 스턴트 대신 배우가 직접 연기하는 화면을 훨씬 선호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고요. 음악은 말할것도 없이 뛰어나죠. 음악없이 화면만 보면 좀 어설프고 유치한 액션도 카와이 켄지 음악을 입히니까... 그 파괴력이 어마어마 했다는. ....
니코로빈
06/02/06 15:34
수정 아이콘
저도 야수 참 재미있게 봤는데 생각보다 빨리 막이 내린 것 같아 아쉽습니다. 권상우씨 진정 야수같은 그 모습 정말 매력적이던데요??
남극일기는 늦었지만 보려고 준비중입니다! 남극일기는 송강호씨를 너무나 좋아해서 보려고 했는데 개봉당시 아무리 보자고 해도 다들 싫다고 하는 바람에 (혼자 보기는 더욱 싫고) 놓쳤던 영화입니다.

전 인터넷 평점을 잘 신경쓰지 않고 보고 싶은 것은 다 보는 편이라 정말 형편없다고 소문만 영화나 소리 소문없이 막 내린 영화도 곧잘 보는데 친구들의 경우는 어느정도 대중에게 검증된 영화를 보려해서 영화볼때 아주 곤욕입니다.
가을의전설
06/02/06 16:02
수정 아이콘
남극일기 처음엔 흥미진진 했지만 결말이 좀 허무하더군요.
천생연
06/02/06 16:22
수정 아이콘
야수, 홀리데이 모두 100만 돌파했더군요. 야수는 약 102만명, 홀리데이는 약 100만명인데.. 홀리데이는 남은 상영 기간과 호응도를 보아하니 200만은 넘을듯 싶네요.. 야수는 상영 사실상 종료.. 왕의남자 945만, 투사부일체 500만 넘겼네요. 왕의남자는 신기록 갱신도 가능해보이고, 투사부일체는 600만 정도까지 바랄수 있을듯..
은경이에게
06/02/06 16:23
수정 아이콘
야수...세상에서 젤재미없던 영화같은데--;; 뭘 표현할려는지는 알곘는데 내용연결도 잘안되고 권상우씨의 ㅅㅄㄲ 이거만 기억나는..
저같이 평범하게 영화를 보는사람들에게는 정말 강력비추입니다.;;
FoolAround
06/02/06 16:25
수정 아이콘
↑ 저도 평범하게보는데 아주재밌었어요... 같이간사람도 아주재밌었다고하고..다 취향차이죠 평범하게보는거랑 진지하고 분석적으로 보는거 따질건 아닌거같은데요
비호랑이
06/02/06 20:09
수정 아이콘
야수는 안봐서 모르겠고.. 남극일기는 엄청난 돈 들여서 고작 이런영화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물빛은어
06/02/06 20:42
수정 아이콘
그래도...여.친.소. 같은 2시간짜리 C.F.보다야...
참고로 저는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극도로 싫어합니다..
06/02/06 23:02
수정 아이콘
야수 너무 잼있게 봤는데.. 공공의 적2보다 더 잼있는것 처럼 보이더군요
이뿌니사과
06/02/06 23:32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둘다 아직 못봤는데..
바다밑
06/02/06 23:48
수정 아이콘
야수 액션 싫어하는 여친이랑 보러갔는데... 보는 내내 걱정되는 영화였습니다
아 이거 그냥 혼자 볼껄 그랬나? 하고...
근데 여친 되게 재밌었다고 하더군요
이유는 권상우때문이었다던데.... 여자들은 영화의 재미없고,없고,를 사람중심으로 생각하는것 같더군요(무극도 장동근때문에 재밋었다는것만봐도..)...가만 남자도 그런가?
천생연
06/02/07 01:38
수정 아이콘
바다밑//남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문근영, 전지현... 솔직히 그정도 흥행몰이 할 영화는 아니었는데... 이번에 데이지도 진부한 스토리로 재미없을것 같은데 남자들 대부분이 기대하고 있더군요. -_-;; 전지현씨 여파가 크긴 큰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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