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는 국경을 가리지 않고 좋은 법이지만, 반대로 한국에서 좋은 영화는 세계에서도 좋은 영화일 수 있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좋은 토양과 좋은 날씨와 좋은 주인이 필요한데, 영양가 없는 흙위에 세워진 온실에서 자란 화초를 더 튼튼하게 키운답시고(실제로는 딜러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찬바람까지 쐬여주는 것이 과연 화초를 위한 것일까?

스크린쿼터 축소(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폐지)를 영화의 질과 스텝들의 처우와 따로 얘기할 수는 없다고 본다. 막말로 배곪는 스텝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충무로 아이들'─지금은 헐리우드 키드라는 말따윈 쓰고 싶지도 않다─이 되고자 했던 내가, 내 친구들이 영화를 포기했는데. 미치지 않고서는 영화를 만들 수 없는데, 현실 앞에선 차마 미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지.

실상을 모르고 겉만 비대하게 자라버린 화초를 '아 이제 팔아도 되겠구나' 하고 바깥에 내놓은 건 좀 아니라고 본다. 본질을 명확히 판단하고, 어디가 곪아 있는지 진단한 다음에 거기에 대한 처방을 내려야지. 즉 나는 정부의 지원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다만 정부의 지원이 스크린 쿼터의 축소와 동반되었다는 사실이 부정적일 뿐이다. 어찌되었건 속만 뜯어고치면 훨씬 더 튼튼할 수 있는 화초를 내다팔기 위해서 찬바람 쏘이고 있잖아.

이왕 줄어든 거 어쩔 수 없다. 치사빵꾸똥빤스 쌀나라 관료들이 손해볼 짓은 절대 안하는 주의란 걸 생각하면, (그리고 우리네 경제,외교관료들이 똘추란걸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 곧 알게 될지도 모른다.

정부의 지원이 투명한 자금운용으로 연결되어 '써드(3rd)'스텝들의 처자식도 먹여 살릴 급료를 지급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충무로 아이들'이 미치지 않고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러한 체질개선이 스크린 쿼터 축소에 의한 결과라는 치졸한 자존감따윈 없었으면 좋겠다. 이상.

ps. 블로그에 포스팅한 내용이라 반말투입니다. 일일히 고치려다가 좀 강한어조가 필요한 부분도 있어서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ps2. 저 사실 좀 소심합니다. 태클은 살살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