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0/20 06:55:39
Name 식용오이
Subject [잡담] 부모님과 나,
아래 어떤 글을 읽고.... 깊은 밤, 이런저런 옛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므로,
게시판에 이런 글 올라오는 것 싫어하거나 경멸하는 분, 시간이 돈인 분들은 부디 스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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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번도 부모님이 내 삶 깊숙히 개입하는 것을 기꺼워한 적 없었고
부모님 역시 그런 생각을 가져보신 적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도, 졸업-입학식장에도 한 번도 안오셨죠.

딱 한 번, 아버지께서 아들이 건강상의 이유로 -담배와 골방생활에 폐렴을 앓았더랬습니다-
충분히 군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학 4학년 여름방학때, 얼굴에 묘한 웃음을 띠우시며
"너 같은 시대착오적 커뮤니스트는 군대 가야 사람 된다. 강원도 공기 이 년 맡으면 몸도 좋아질거야. 수고해"라는 일성과 함께,
RT동기였던 도병무청장에게 빽을 써서 강원도 원통으로 날려버리신 초강력 새디즘을 발휘하신 때 빼고는.
면회, 절대 오실 분들 아니죠. 맞벌이기도 하십니다만, 휴가내서 제주도에서 원통 가느니 괌에 다녀오실 분들입니다.
결혼식때 와주셔서 솔직히... 고마웠다면 믿지 않으실테고.

지금도 부모님과의 연락은 천사이자 전서구인 제 처가 도맡고...
가끔 퉁명스런 인사말만 서로 오가는 막연한-_-사이입니다만 편하게 지냅니다.

평생 그런 적이 없다가.... 요새 하도 사업이 쪼들리고, 긴 출퇴근거리에 시달리다보니 중고 갤로퍼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어머니께 이메일을 썼지요.
"오백만 급전 좀 돌려주세요. 세 시간씩 서서다니기 넘 힘들어요. 이러다 아들 허리 상하면 둘째손자 볼 생각 마셔야죠"

금방 답장을 보내셨더군요.
"우리는 널 고등학교까지 키워줬다. 그리고 키우면서 대학이니 성적이니 그딴 소리는 뻥끗해본 적도 없다.
별로 원하지는 않았지만 니가 대학에 갔고, 학비때문에 고민하는 너를 위해 대출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보증씩이나 서 주지 않았느냐.
대학이나 나온 놈이 뻔뻔스럽게 부모한테 손 벌리다니, 동네 남새스러운 일 아니냐.
그러니 앞으로도 왠만하면 그런 일로 메일 보내지 마라. 특히 돈꿔달란 소리는 하지 말아라. 알면서 왜 그러냐.
부모가 봉이냐.
하지만 우리 사랑스런 손자에게 하루에 한 번 전화하게 하는 거 잊지 말아라. 나중에 (유언장보고) 후회하기 싫으면.
ps. 전화비는 우리가 내 주마. 그리고 둘째부터는 알아서 해라만 낳는 만큼 집넓히는 비용은 도와주겠다.
그리고... 능력 없고 돈 떨어졌으면 사업 접고 취직을 하던지.... 집에서 출근하는 우리 아가 수발하면서 애 키워라." -_-

드랍십 만들 돈 모자란다고 짓던 커맨드 취소할 수도 없고-_-;;;
공업 마메 한 부대 들이닥칠 게 뻔 한데 럴커업대신 수송업 누르고 앉았을 수도 없고-_-;;;
벌처들이 깝작대는데 꿋꿋하게 셔틀부터 뽑아댈 수도 없고-_-;;;;

스타에, PgR21에 뜸 했던 이유기도 하네요. 쑥쓰럽군요.

저는 한 때,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대한 '지원'이 왜 이리 형편없는가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참고서', '학습지'라면 이를 가는 아버지에게 심각하게 여쭙고 싶었습니다.
고 2때, '실력수학의 정석'을 사야 한다는 간절한 애원에 "교과서나 봐. 책에 나온 연습문제도 틀리는 주제에 무슨..."
이런 시니컬한 대답이 아버지께 나오는 순간 입술 바로 안 쪽까지 이런 질문이 올라왔던 적도 있습니다.
'아버지, 나 줏어왔지?'

하지만 대학시절엔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가라 근로장학금과 주말 노가다, 무한과외와 구라학원강사...
그도 안되면 동방 룸펜 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벗들과 다르게 이런 저런 집안의 구속에서 아주 자유롭다는 사실,
내게 정녕 내가 그 순간 원하는 것들을 해 볼 수 있는 권리가 온전히 있다는 사실이 어린 마음에도 대견했습니다.

가끔 귀향할 때 마다, 전교조니 교총이니, 소련이니 미국이니, 백*완이니 김*삼이니 하는 시사적인 대립도 했습니다.
사실 아주 치열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주로 악역을 맡으셨는데, 돌이키면 아버지께서 심심해서 제 도전을 받아주셨던 것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 마다, 피끓는 젊은 혈기에 오바 많이 하고, 화도 많이 내는 제 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으시지 않았을까 하네요.
어찌 됐건, 당시의 저로선 '아시는 것 같은데 도통 인정 안하시는' 그런 모습이 정말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사실, 그 때도 알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저 분들은 평생 말 그대로 '리버럴'이라는 사실을... 자유라는 것이 엄혹하게 침해되던 시절에도
최소한 가정에서만큼은 그런 기풍을 세우려고 노력하셨다는 사실을.
더 '진보적인' 생각과 태도를 보이실 수도 있는 분들이 어떤 면에서 되게 현실추수적이라는,
건방진 아쉬움만 아니었다면.... 그 때도 가슴 뜨겁게 감사했을텐데.

스무해쯤 전에는 서러웠고, 십년쯤 전에는 답답했고...
요즘에는 솔직히 섭섭한 맘도 없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이젠 부모님의 성격과 가치관, 원칙을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부부 사이에도, 아들과 딸에게도 짐을 지우지 않고 온전히 당신들께 주어진 삶과 천직을... 각자 감당하고 싶다는 욕망을.

"우리가 죽어 단 돈 천원이라도 남게 되면, 둘 이름 끝 자 하나씩 딴 OX장학금을 만들어 OO읍에 기증해라.
좀 적어서 부끄럽다고 생각하면 너희 셋이 보태는 것은 말리지 않으마. 그래도 거기가 너희들 고향 아니냐."
매년 새로 쓰시는 유언장이지만 처음 만드셨던 몇 해 전부터 항상 변하지 않는 1항입니다.
본가 컴퓨터에 숨겨둔다고 두신 것 같지만... 매해 설이면 이 아들놈이 몰래 보는 것은 모르시나봅니다.
그러니 협박 아닌 협박을 하시는 것일 터이지요. ^^

오늘, 제가 이제껏 살면서 배운 것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부모님이 손수 이마에 써서 보여주신 'Carpe Diem'과
'꿀리는 대로 살아도 좋지만 뒷 일은 늣들 스스로 알아서 해라'는 일종의 자강정신이 아니었나, 생각을 하게 되네요.

................

예전에,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노래가 인기를 끌다가 방송금지 철퇴를 맞은 적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살아온 길이 내 것이 될 수는 없으니, 내 인생, 걍 나에게 맡겨 달라는 애교 섞인 수준의,
그것도 쓰레시메틀이나 펑크록 분위기도 아닌 애절한 발라드가 말입니다.
물론 '아빠 설교마', 이런 노래가 그 후 미국에서 대히트를 한 것 보면 세계적 수준이란 게 어디나 비슷해 보입니다만.
답답하긴 답답한 시대였다는 것,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여성지와 스포츠지, 드라마와 영화는 더 이상 '내 인생 내가 누리고 싶다'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제 독자에게 시청자에게, 그리고 어린 아이들에게 융단폭격을 합니다.

"또 다른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기성세대가 이리 많다. 돌을 던질 지, 포용할 지 너희들이 결정하라"

사랑 뿐만이 아닙니다. 돈 벌어오는 자, 집안에 앉을 의자도 없는 자, 밥해 주고 빨래하는 자, 옷 사주고 용돈 주는 자...
이 사람들의 본격적인 반란의 움직임은 이미 사회적인 큰 흐름으로 보입니다.
여든에 황혼이혼소송 내는 할머니, 남편 명퇴하자 마자 재산분할 청구하는 아낙들의 사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채팅방으로, 룸싸롱으로 순회공연 다니는 유부남 배틀크루저들... 나이트로 전화방으로 몰래멀티를 뛰는 유부녀 해처리들.
서로간에 사랑과 이해는 남지 않고, 허울뿐인 제도와 명분, 체면만 남아 있어도 GG치기를 거부하는 일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세계 최고 수준의 이혼률에, 이런저런 이유와 사연으로 못 헤어지지만, 사실 부부라고 하긴 부끄러운 관계들을 합치면
약간 과장해서 대한민국에서.... 원래적 의미의 일부일처제와 가족제도, 결혼제도는 상당부분 무너졌다고 봐야 할 겁니다.

이럴 때, 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과연 무얼까. 되도 않는 고민을 해 보게 됩니다.
'결손가정'이라는 극히 불손한 표현부터 몰아내기, 내 삶이 그런 것 처럼 부모(자식)의 삶도 소중하고 유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사랑도, 그리고 불륜도 로맨스도 좋지만, 자신의 씨앗들에게 양육과 교육이라는 최소한의 삶의 조건은 제공하는 책임,
미혼모의 자식이건, 동성애자 커플의 입양아이건 주관적 편견이나 객관적 불이익을 주지 않는 사회적 성숙....
뭐 그런 것들 아니겠습니까.
혼란이 있고, 아픔이 있고..... 반발과 무리도 따르겠지만 그런 길로 갈 테지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피할 수 없다면 즐겁게 넘겨라, 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군요.
제가 좋아하는 격언 가운데 하나랍니다.


식용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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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20 09:35
수정 아이콘
일요일 오전, 8시간이나 퍼자고 허리 아파 낑낑대면서 일어나 어제 먹다 남은 오징어를 씹으면서 식용오이님의 글을 읽으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식용오이님의 시니컬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추억해라! 추억해라!"라며 강요하고 있는 거 같아요, 제 안의 제가 일상의 저에게.
저희 아버지도 시니컬 하나는 장난 아니셨는데, 무뚝뚝 구할에, 씨익 일할 정도 될까. 아버지와 저의 밥상머리에서 대화를 듣고 애인이 말하길, "가족 맞아?"라고 했을 때 전 그저 씨익 쪼갰었는데. 아버지도 그 말을 들으셨다면 역시 그랬을 것 같다는.
암병동에서 사형선고 받으신 양반에게 "딴나라당기관지 보지 마세요, 그나마 한겨레가 나아요."라며 개겨 보기도 했지만, 당신의 침묵 투쟁, 혹은 금식 투쟁에 이길 수 없어 결국 기관지들을 사오곤 했었지요.
평생을 친야 성향으로 사셨던 분이, 친구분(정확하게 군대동기분)들이 박통을 그리워 하는 정서로 술잔을 기울 때면 입 싹 닫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오셨던 분이, 그리고서 아들놈과 이런저런 사는 얘기(사실 몇 마디 나누진 않을망정)를 안주삼아 술 걸치시곤 했던 분이, 민들레를 보면서 소리 없이 함께 우셨던 분이, 왜 딴나라당일까, 결국 이 양반의 모든 논리 이면에는 반DJ정서 하나밖에 없는 건 아닐까. 고개 참 많이도 갸웃거렸던 같네요.
당신 가신 후에, 밥상머리에서 정치, 시사 문제를 가지고 몇 마디 나누지는 않을망정 퉁명스럽게 논쟁할 상대가 없어서 꽤 허전해 하는 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씨익 쪼개던 것도 기껏해야 1년 전 무렵이었는데 꽤 오래된 기억으로 느껴지네요.
암튼, 좋은 글 읽고 이런저런 기억 떠올려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아, 근데 해장술이 그리워지는 건 무슨 까닭일까요. -_-;;;;;
황세웅
02/10/20 10:59
수정 아이콘
부모님과 나와의 관계는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출발점의 사작이겠죠.
아무리 미흡하고 불안한 출발점이라도 끝은 항상 서로간에 이해와 사랑이 함께 한다는 것을 알기에.....
작은 위안과심란했던 나의 마음을 다시 잡아볼려고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02/10/20 11:02
수정 아이콘
휴일 아침, 식용오이님의 아뒤를 발견하곤, 이게 왠 대박인가? 싶습니다.
일전의 태풍피해는 모두 마무리 되셨는지요. 저번 식용오이님의 글 속에서 얼핏 지나 간 교보문고와 태평로 지명 보고서는, 한미르에서 그 쪽 지도 프린트해서 보면서 추억에 젖곤 했습니다. 한동안 프린트를 가방 속에 넣고 다녔지요.
식용오이님 부모님께서는 참 멋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당당하고 싶은데, 언제나 저를 짓누르는 강박관념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짧은데, 그 기억 속의 아버지는 너무도 엄격했습니다.
난 절대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그런데...
중국속담이던가? 무자비한 아버지 밑에서 원망하며 자란 자식이 나중에 똑같이 그런 아버지가 된다던데...
하여튼 난 절대로, 절대로...
인간속성... 을 깨뜨리겠다고... 난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이게 지나치게 날 구속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옛이야기 틀린 것 없군요. 결국 어떤 방향으로든 영향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아버지, 어머니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네요. 역시 좀 어린가 봅니다. )
제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서(그래봤자 20년 안쪽이지만 ^^;) 아빠는... 아직 꼬마라 잠 안 자고 칭얼거리는 저를 재우느라 자장가를 불러주시던 그 저녁의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직업이 목사님이시다 보니.... 거의 성악가를 방불케 하는 낭랑하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우리 아기 착한 아기~ 소록소록 잠들라~' 하는...좀 단조풍으로 군가 느낌이 나는 자장가 있지 않습니까? 애들 재우기보다는 깨우기에 딱 맞을 것 같은 목소리로 그 노래를 불러주시던 모습.

....얼마 전 아빠의 오래된 책상을 정리하다 뜻밖의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책상 제일 윗 서랍, 옛 교회 도장과 묵직한 문서철, 낡은 명함들 사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놓여 있는 그것...
스티로폴 조각에 사인펜으로 눈코입을 그리고, 색동 포장지 조각으로 옷을 입혀서, 이쑤시개로 다 쓴 풀 통에 꽂아 놓은, 어설픈 허수아비. ...그건 제가 유치원 다닐 때 만들어서, 아빠한테 드렸던 거였습니다.
아빠가, 자그마치 13년 동안... 말썽만 부리는 큰딸이 그래도 처음으로 부모님께 드린 선물이라고, 그 보잘것없는 허수아비를 책상 맨 윗 서랍에 넣어 두셨었구나... 하는 생각에 순간 우습게도 눈물이 날 것 같더군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빠가 일주일 중 가장 바쁘신 날입니다.
저녁예배 전에 전화라도 꼭 드려야겠네요...
사랑한다고까지는...^^a 쑥스러워서 말 못할지 몰라도, 저 잘 있다고, 밥도 잘 해먹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꼭 전화 드려야겠네요.

식용오이님 글을 읽다가....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나서 이것저것 끄적거려 보았더니 원 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그저 추억담이 되어버렸군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응삼이
02/10/20 13:30
수정 아이콘
모두들 훌륭한 아버지 밑에서 크셨군요.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는 사람으로선 소외된 느낌입니다.
옛날에 아버지라는 소설이 유행일때도 일부러 읽지 않았던 저로선 씁쓸합니다.
02/10/20 13:58
수정 아이콘
외지에서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다보니 어린시절 기억이 너무도 빨리, 하수구 속으로 구정물 빠져 나가듯 사라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식용오이님도 자기사업을 하시는군요. 부모님들은 어쨌거나 번듯한 직장에서 월급 잘 받고 다니는 것을 그래도 좋아하시니까요. 매번 전화를 걸 때마다 밥은 먹고 사냐?고 물으시고..(으레적인 말이 아니라 정말로 밥은 먹고 살까 궁금해하십니다. 원래 몰골이 말이 아닌지라.)

식용오이님 말씀을 들으니 옛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어린시절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1.우리 부모님이 가장 부부싸움을 많이 한다.
2.우리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다.
3.우리 부모님은 우리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다.
-->위 세 항목에 고개를 끄덕이시는 순간, 구세대 부모님을 두셨다고 시인하시는 겁니다^^

맞고 들어오거나, 개한테 물리고 들어오면 칠칠맞다고 쫓겨났습니다. 심지어는 체벌의 한 방법으로 누나와 제가 제일 좋아했던 독서 금지령을 내리기도 하셨습니다. 매일 미술대회 나가서 상장을 받아도 붓 하나 안사주셨죠. 결국 고등학교 1학년 때 지긋지긋해서 그림을 때려쳤습니다. 3년을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랐지만 결국 안사주셨습니다.. 결국은... 동네 쓰레기장에서 자전거를 하나 주워서 타고 다녔습니다(^^) 재수를 하겠다고 졸랐다가 집에서 쫓겨날 뻔했습니다. 제 편을 들던 누나는 쫓겨나서 1년 반을 밖에서 살았습니다.(누나가 대학에 다닐때였죠, 그 때 누나 방을 찾아갔을 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냉방에 스티로폼 하나 올려 놓고 겨울을 났거든요. 그 추위속에서 바퀴벌레의 시체들이 다락을 가득 메우고 있더군요. 누나는 그 때 공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참 기억하기도 싫은 그렇고 그런 시대였습니다.

지금도 그 영향인지 아이를 낳지 않고 있습니다. 애를 한 둘 둔 친구들은 애는 낳으면 알아서 큰다고 큰소리 칩니다. 솔직히 그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용기에 탄복합니다... 저는 아직도 아이가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이 삼십이 겨우 넘어서 부모님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게 되더군요. 제가 학생들을 5년여 간 가르쳐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든 생각은... 나는 그래도 참 잘컸다^^라는 위안이었습니다. 물론 참 훌륭한 부모님도 많습니다. 어쩔 때는 부럽기도 하고 질투나기도 할 정도로요. 하지만 아이를 달랑 하나만 낳는 요새 추세 속에서 잘 키워내기란 쉬워 보이지 않는군요. 저는 그래도 엄한 부모님 밑에서 꿋꿋이 자라난 사람들을 신뢰합니다.

(가끔 공공 장소에서만 그런 생각이 납니다. 온통 휘젓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집에서 컸으면 벌써 시체가 되어있겠거니 ㅋㅋㅋ) 저도 어쩔 수 없을까요? 이미 무뚝뚝하다고 아내에게 찍혔으니... 피는 못속이는 듯.
02/10/20 13:59
수정 아이콘
p.p.님 부산 가고 싶어요~ 바쁠 수록 더 생각나니.. 이걸 어찌해야 할지.
언뜻 유재석
02/10/20 16:55
수정 아이콘
....젊은 청년입니다..여기서 밝히기는 조금은..힘든..그런 삶을 살아온..저는.. 뭐랄까~ 친구들의 아니 거리를 걷는..모든 이들이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왜 아직 이런방에서 사나.. 왜 나는 귀찮게 연탄불을 갈아야 하나. 왜 나는 비싼옷을 사입지 못하나...
정말로 정말로 바보 들이나 하는 생각 이었습니다.. 제가 한숨쉬던..그때에도 이제 쉬셔도 될 어머님은 힘든 몸을 이끌고.. 단100원이라도 더 버시려고 인내라는걸...배우셨나 봅니다..
이제는 그때 보다 외형적으로는 살만 해졌지만... 그때.. 주무시던 어머님
등에 붙어 혼자 눈물을 삼키던 제가 지금은 용성 할수 없네요..
나아 주신걸로도... 이렇게 조금이나마 사람구실 할 수있게 해주신것 만으로도 정말 머리숙여 감사합니다...
식용오이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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