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6/24 08:05:41 |
Name |
Apatheia |
Subject |
[잡담] 게임의 법칙. |
'승리를 강탈당했다'
어딘가에서 많이 들은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울컥, 그 속좁고 유치한 소리를 지껄이는
자칭 축구 강국의 언론들에게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을 느끼면서도
무언가, 낯설지 않은 말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야 그 진원지를 발견했습니다.
벌써 석달 쯤 전이군요.
느닷없이 다운되어버린 모 방송사의 컴퓨터 앞에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날아가버린 게임 앞에서
분명 유리했는데, 내가 보기엔 그랬는데
그 사실을 조금도 인정해 주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는 사실 앞에서
그리고 결국, 패배로 결정된 결과 앞에서
입술이 파르르 떨릴 만큼의 분노에 떨었던 기억이.
그래요.
그 때 백지장처럼 하얗게 감광된 머리 속에 떠올랐던 건
단어는 다를지 모르지만, 말투는 틀릴지 모르지만
분명 저 말이었습니다.
승리를 빼앗겼다는...
그러고 보니 많은 점이 비슷하군요.
거기나 여기나 떨어지면 끝장인 토너먼트 중에 벌어진 일이고
하나는 전통의 강호, 하나는 욱일승천하는 신예,
컴퓨터의 드랍도 심판의 판정도
플레이어로서는 어찌 해볼 수 없는 성질의 문제라는 것과
그 불가항력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진행되었다 해도,
그 게임의 결과가 어떻게 났을지는
오직 신만이 알고 계신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그 때 그 사람은
지금은 돌아간 그들처럼 난폭한 경기를 하지는 않았었지만.
-운도 실력입니다.
그는 이 한마디로 모든 사람의 입을 막아 버렸었습니다.
그 한마디로
그는 명예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차이를 만들어 냈습니다.
석달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그 말이 얼마나 하기 어려운 말인지.
그 상황이 얼마나 수긍하기 어려운 상황인지를...
그리고 새삼, 자신의 패배 앞에
그 어떠한 구차한 변명도 없이
상대가 잘했죠 라고만 대답하는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SCV 한마리에 미네랄 50, 배럭 하나엔 미네랄 150...
진정한 게임의 법칙은 그런 것이 아니라
바로 저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에 필요한 것은 정정당당한 승자와
명예를 지킬 줄 아는 패자...라는.
-Apatheia, the Stable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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