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니 이제 어제군요.
챌린지리그 예선이 있었습니다.
아마 하루종일 결과가 궁금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분들도 계셨을테고, 응원한 선수가 이겨 기쁨으로 하루를 보낸 분도, 아님 저 처럼 축 가라앉은 분들도 계실테죠.
스타라는 게임을 알고나서, 아니 정확히는 스타라는 게임으로 예술을 만들어가는 선수들을 알고나서 저는 한없이 기뻤습니다.
타지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찾지 못해서 외롭고 아쉬웠던 제 마음을 선수들이, 그들의 경기가 한번에 뿌듯이 채워줬으니까요.
저와 비슷한 나이거나, 더 어린 친구들이 열정을 불태우고, 땀흘리고, 웃는 모습을 보는게 그렇게 좋았습니다.
어찌보면 대리만족이겠지만, 더 늦기전에 자신이 열광할 수 있는 걸 찾았다는걸 행운으로, 축복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전 그들과 사랑에 빠졌고, 그들 덕분에 좋은 친구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가끔은 제일 좋아하는 선수 하나를 빼고는 다 미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그 선수가 졌을때 상대방을 맘껏 미워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이미 모두를 사랑해버린 저는 오늘 제 첫사랑(진짜 첫사랑이 아닙니다.^^;;)이 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네요.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나면 전 항상 슬픕니다.
메가웹에서 응원하는 선수가, 혹은 팀이 이겼다고 팔짝팔짝 뛰고 손뼉을 치고 있을때, 조용히 옆으로 지나가는 상대선수.
처음 그런 일을 겪었을 땐 정말 말 그대로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아무도 듣지 못하게 "힘내세요." 한 마디 하는게 고작이였죠.
선수들은 말합니다.
이겨도 미안해서, 상대방에게 미안해서 웃을수 없다고.
그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기지 않으면, 지는 이 세계.
날카로운 작두를 타는 무당처럼 조금의 느슨함도 용납할 수 없는 이 세계.
서로를 누구보다도 잘 알며 아끼지만, 단 한번도 양보할 수는 없기에, 그렇게라도 미안함을 덜고자 하는 마음을.
아...세상은 너무 잔인합니다.
오늘 챌린지예선이 끝났지만, 선수들은 또 다른 리그를 위하여, 다음 경기를 위하여 환호하고 눈물흘리고 땀흘릴것입니다.
그리고 전 또 그들을 위하여 박수치고 안절부절 못하며 기도하겠죠.
부디 오늘밤에는 이긴 선수나 진 선수 모두에게 편안한 안식을.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재충전을.
그리고 좋은 운을.....
p.s.1.오늘 챌린지예선 때문에 꽤나 가슴을 졸이는 바람에 글이 좀 우울해져버렸습니다.
떨어진 선수들은 다른 리그와 다음 리그를 위해 더 노력하시고 더 좋은 모습 보여주실거라고 믿습니다.^^
글 읽으신 분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p.s.2.참, 한웅렬선수 오래 쉬셨는데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