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0/06 02:17:22
Name 아이리스
Subject [잡담]살아서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이 야심한 밤에..
오늘, 정말 깨달은 것이 있다면..
" 운전 중에는 운전자의 성질을 건들이지 말자.. 싸우지 말자" 입니다.

오늘 삶과 죽음, 내 인생을 한꺼번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기쁜고 또 허무한지 그동안 참을 인으로 마우스를 잡고있던 오른손이 write 버턴을 살포시 누르는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방금.. 대구에서 5시간 만에 서울 집(아~ 나의 보금자리)에 도착을 했습니다.
우선, 살아있다는 것에 하늘에 계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ㅠ.ㅠ

큰언니의 해산일이 다음주로 다가와.. 연휴도 있고, 미리 인사겸 작은 언니와 언니의 남자친구, 저.. 이렇게 3명이서 대구집에 내려갔다가.. 오후 늦게 출발을 했습니다..
안그래도, 내가 좋아라 하는 선수가 허무하게 연패하고, 올만에 목청높여 응원하던 삼성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 해서, '내가 응원하면 다 지는구나' 하고 상실감에 젖어있었더랬죠..
오늘도 여전히, 차만 타면 자는 나는 뒷자리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음악을 들었습니다.그리고, 스르륵~

얼마나 지났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기운에 잠을 깼습니다.
앞에 두사람이 또 신나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또 일때문이었습니다. 같은 회사 간부였던 두사람은 닭살커플이지만 일에는 냉정해서 자주 싸우곤 해서 그러러니 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그러러니가 아닌 상태로 흘러가더니.. 차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왔다갔다하고, 굉음에, 속도는 140을 향하고, 급브레이크에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죽는건가 하고...'으메~ 내가 무슨 죄냐구요..' 난, "둘 다 내려!! 뒤에 타!! 운전은 내가 한다" 하고 외치고... 싶었지만.. 분위기도 험하고, 일개 말단 사원이었는 난, 하극상으로 인하여 '아직 할 일이 많다며,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게 기도만 할 뿐이었습니다.ㅠ.ㅠ"

시간은 참으로 더디 가더군요.. 오는 동안.. 계속..
나의 오른발은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고..
나의 왼손은 핸들을 부여 잡고 있었고..
나의 오른손은 핸드 브레이크를 꽉 지고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내릴때는 손과 발에 쥐가 났습니다. 다행히, 오토라 왼발은 괜찮더군요..^^;;

오는 동안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못했던 일, 후회되던 일, 감사한 일...
그 중에..

우울증을 그동안 핑계로 친구들을 피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자주 만나둘껄...
남자를 못믿는다는 핑계로 노처녀로 엄마를 속썩였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소원 한번 들어줄껄..(이건.. 지금도^^;;)
소심한 성격으로 몇년을 넘게 좋아라 하는 선수를 직접 응원 못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코엑스에서 "하나둘셋, 000 화이팅!" 하고 한번 외쳐볼껄..
계속 져서.. 그를 질책하는 글들이 두려워.. 며칠동안 그의 홈페이지나 pgr 등의 사이트를 일부러 보지 않았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올껄..
또, 일하는데.. 급급해 대학생때나 지금이나.. 여러 사람들과 한번 어울려보지 못한 것도 참으로 후회되더군요.. 이렇게 웃긴 생각..(진짜 어처구니 없는 생각은 말을 못하겠네요..^^;;) 별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보고싶은 얼굴, 미안한 얼굴, 미운얼굴들과 함께..

여차해서, 무사히.. 도착을 했습니다. 집이라는게 이렇게 포근하게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두사람...
지금.. 같이 밥먹으러 갔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둘이 죽고 못삽니다..
같이 가자고 합니다..'니 같으면 밥이 넘어가냐?!'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생각없어"하고 전 그냥.. 집에 남았습니다. 참 어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내 신세가 참으로 처량합니다.
그냥.. 이 가을 새벽공기를 다시 마쉴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렵니다.




ps)아.. 운전을 하다보면 전진만 있을 수 없습니다. 후진도 있고 우회전, 좌회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많은 프로게이머들에게 목적지를 향하여 바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질책과 충고는 필요하다고 보니다. 다만, 그들이 집중하고 피땀흘려 노력하여 운행하고 있는 중에 그 노력을 져버리는 말들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들이 상처받아 정차를 하지 않을 까 걱정입니다. 물론 쉽게 그렇게 된다면 그가 프로로서 부족한 거겠지만요..

흠.. 새벽은 참 묘하네요.. 사람이 샌티멘탈해져.. 말을 많이 하네요... 두서도 없고.. 많은 일들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이만 낼 출근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좋은 한 주,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 주가 되시길 바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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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즐이
03/10/06 04:54
수정 아이콘
조심하세요오오오-

난폭운전은 정말 무섭죠... -_-;; 제가 할때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주위분들에게 여쭤봐야 겠군요. -_-;;
03/10/06 12:05
수정 아이콘
운전자와 탑승자의 기분은 체험해봐야 아는군요.. 정작난폭운전한 운전자는 공포나 삶의끝같은건 생각안해봤을겁니다. 제가 기분좋게(?) 몰때 속도좀 줄이라는 친구말과 제 동생이 몰때 걱정이 컸던 기억이 나네요.
03/10/06 13:13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 비유입니다.
아이리스님, 날씨가 쌀쌀한게 너무 좋습니다.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세요~
ataraxia
03/10/06 15:16
수정 아이콘
과속의 쾌감은...해본 사람만이...알죠..(퍽!)
아이리스
03/10/07 00:22
수정 아이콘
흐흐.. 저도 알죠.. 그 쾌감..^^;;
scent of tea
03/10/07 00:39
수정 아이콘
운전을 배우게 되면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는게 무서워 지더군요...그 전에는 다 어련히 잘 하겠지 하고 믿어버리니까 맘 편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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