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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13 23:15:57
Name 임욱재
Subject 5차전후반... 홍진호선수의 얼굴을 보며...
홍진호선수를 알게된건 코카콜라배 결승때 였습니다.

이미 한빛때도 본선에 올라왔었던 그였지만
당시 초보 시청자 수준이었던 저에게는
모든 시선이 테란의 희망, 임요환선수의
당시의 신출귀몰했던 플레이에 집중되어 있었던지라
홍선수의 플레이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사실 홍선수의 한빛배 본선진출도
근간에 '플레쉬백'을 보면서 처음 알았을 정도였으니까요 ^^;)

코크때도 별 다른 것은 없어서
결승전까지 임요환 선수의 플레이는 꼭꼭 챙겨보았지만
결승전에 올라왔던 홍진호선수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습니다.
(일단 경기를 관심깊게 보지 않았었기 때문이었죠)

홍선수가 대테란에 극강의 실력을 보이는 선수이며
가난하면서 쉬지않고 공격을 퍼붓는 스타일이라
'폭풍저그'라고 불린다는 사실도
결승전 시작전에 중계진의 멘트를 듣고서야 알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1차전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플레이는 아직까지도 회자되듯이
대저그전 극강테란을 상대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것이었고
그 한판은 홍진호선수를 그동안 몰랐던 그간의 저의 무지를
깨우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홍선수가 제머리속에 각인되었던 일은
그 멋진 1차전 후에 일어났습니다.

비록 정말 멋진 경기였지만
엄청난 장기전을 패배한 그였고
임요환선수에 비해 너무 모든면에서 밀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로서는
1경기 패배후 조금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한빛배에서의 장진남 선수의 모습이
홍선수와 오버랩이 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경기후, 2경기 시작전..
홍진호선수가 보여준 표정과 그 눈빛...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지금도 홍선수를 생각하면
붉은 코크유니폼, 짧은 금발머리에
여드름이 아직 가시지 않은 얼굴에서 떠돌던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찬 미소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홍선수는 그의 자신감이 결코 허풍이 아니었음을
2, 3경기에서 보여주었고
4경기에서도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저그의 무덤 라그나로크에서
기발한 성큰러쉬러쉬로 저에게
그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습니다.

그 이후로도 극강저그로, 저그 최강자로서 군림한 그 였지만
저는 그의 첫 이미지 때문인지
정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수성한다는 느낌보다
항상 최고의 자리를 위해 '도전'하는 선수로 그를 보아왔습니다.

어쩌면 그점이 제가 홍선수를 너무나도 아끼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사람이 못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산의 자리에서 군림하며 너무나 강한 파워를 지닌 사람은
왠지 거부감이 들어서 일겁니다. ^^;)

사실 오늘도 은근히 서지훈 선수의 선전을 바랬습니다.
뭐 다른 이유가 아닌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결승전을 바랬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경험상 홍선수가 유리하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죠.

4차전까지의 경기는 그간 프로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끝도 없이 높아진 저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명경기였다는 것은 많은 분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운명의 5차전..
초반 스탑럴커로 승기를 잡는 듯했던 홍선수가
9시 멀티를 내주고 자신의 곳곳의 멀티를
드랍쉽과 한방러쉬에 잃어가면서 패색이 짙어져 가고 있을때..

타임머신 안의 그의 표정이 카메라에 비추어지는 순간.
저는 그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그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왠지 패배를 해도 시원시원하게 인정을 하고
'담에 꼭 갚아줄께..'라고 웃으면서
마침내는 그 약속을 역시 웃으며서 지킬것 같았던 그의 표정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적어도 저의 눈에는 말입니다...

그만큼 홍선수가 이번 결승전에 많은 것을 걸었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동안
'난 져도 잃을께 없어.. 그러니까 더 앞으로 달려갈꺼야!'
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던..
제가 좋아했던 그의 그 느낌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됩니다.

서지훈선수가 우승의 감격으로 흘렸던 눈물만큼이나
마음속으로 울분을 삼켰던 많은 홍선수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아직도 홍선수의 항상 도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저같은 '스타매니아'를 위해서라도,
다시 그때의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니 그 누구보다도 홍선수 자신을 위해서
살짝 비치는 입술의 미소에 담긴
그 끝모를 자신감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모든 프로게이머에게 경의를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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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13 23:18
수정 아이콘
오늘의 홍선수는 오로지 저글링럴커만 연습한 듯.
피투니
03/07/13 23:26
수정 아이콘
--; 1경기. 에서도 나왔듯이 저글링+히드라+럴커+무탈.까지. 엄청난 조합과 컨트롤을 보여줬죠;; 오로지 저글링럴커는 조금 심한듯;;
Lolita Lempicka
03/07/13 23:31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정말 5경기가 끝으로 치닫을 때쯤 홍진호 선수 표정이 너무 가슴 아팠죠..
저도 홍진호 선수의 그 자신만만한 표정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뭐 다시 볼 수 있겠죠~ 당연히~ ^-^
오늘 결승전을 보면서 홍진호 선수가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 너무 멋있었습니다. 홍진호 선수~!!
03/07/13 23:35
수정 아이콘
그래도....
당신은 오늘 정말 멋졌습니다..
아무리 결과가 평가해주는 세상이라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 마음속엔 당신이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03/07/13 23:36
수정 아이콘
왠지 모르게 코멘트 하나의 위화감이 드네요

마치 누군가를 우습게 보는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흠.....
똘레랑스
03/07/13 23:38
수정 아이콘
쓰러진 자의 꿈.. 몹시도 가슴이 아팠지만..
지난 이년간 달려왔듯이 좀더 가야할 길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죠. 힘내 폭풍!
ilikerain
03/07/13 23:39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 ~
화이팅
우승 꼭 이루시길~
Forthesky
03/07/13 23:39
수정 아이콘
^^ 두선수 정말 수고 많이 하셨죠
한가지 결승전 뒷이야기라면.. 담주에 있을 결승전 주인공들중에
강민선수는 보이고, 이윤열선수는 안보이더군요.
이제 초점은 담주 토요일 이윤열 대 강민 으로 넘어가는데 흠..
어찌 된걸까요 ㅎㅎ
설탕속개미
03/07/13 23:41
수정 아이콘
아...홍진호!
그렇게 잘 싸웠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4차전까지 너무 힘을 쏟은건 아닌지요. 뭐 매 경기마다 숨넘어갈뻔 했습니다만 5차전에서의 뒷심이 약간은 모자른듯 보였습니다. 홍선수의 땀만큼이나 힘들어 보이더군요. 에너지고갈 ㅜ.ㅜ 그러나 역시 홍선수의 플레이는 멋있더군요. 또한번 뻑갔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두분다 명승부 펼치셨습니다~!
불우스타
03/07/13 23:55
수정 아이콘
그래도 마지막에 안경을 고쳐 쓰는 그의 모습에선 강함이 느껴졌습니다. 분명 다시 그 무대에 오르시리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두 선수다 멋졌어요, 정말.
이카루스테란
03/07/13 23:57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가 저글링 럴커만 연습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1~5차전까지의 서지훈 선수의 지속적인 압박. 두개의 가스를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상황. 그 속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한 것 뿐입니다.

많은 저그 유저들이 럴커와 저글링 조합을 통해 시간을 벌면서 하이브 유닛으로 결정타를 날리는 전략을 많이 사용하는데 홍진호 선수도 유사하게 플레이하더군요. 홍진호 선수가 못해서 졌다기 보다 서지훈 선수가 워낙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03/07/14 00:13
수정 아이콘
테란이 미워요~T.T
BlueBird
03/07/14 00:37
수정 아이콘
1등이 아닌 2등은 알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홍진호 선수의 플레이는 많은 사람들 머릿속에 명경기로 각인 될 것입니다.
폭풍 저그.....화이팅!!!!!!
03/07/14 01:55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막상 홍진호가 패배하고 나니까 뭔지모를 묘한. 그러면서도 서글픈 기분이 드는군요.. 왜일까요.. 바클리를 응원하던 90년대 중반이 생각납니다.. 하아.........
03/07/14 05:13
수정 아이콘
5차전에서는 게임을 제대로 못봤습니다. 패색이 짙어가는 노스탤지어에서... 그 상황의 그의 얼굴이 정말로 궁금했습니다. 계속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못떼겠더군요. 그는 침착한 표정이었고 끝까지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죠.... 과연 그는 후에 노스탤지어라는 맵을 노스탤지어란 단어로 기억할 수 있을까요... 홍진호... 전에 어떤 분의 응원문구였죠.. 붉은 진짜 호랑이... 그 표효를 다시 한번 더 들을 수 있기를,,,
한신애
03/07/14 16:22
수정 아이콘
코크배에서 당대 최고로 인정받던 임요환을 막판까지 몰고갔던 그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서, 말 그대로 언젠가 호랑이가 될 선수처럼 보여서 그 날로 바로 홍진호 선수 팬이 되었는데 오늘까지 왔네요. 비록 어젠 우승을 놓쳤지만, 홍진호 선수 다시 한 번 도전하는 모습 보여주길 바랍니다! 언젠가 반드시 우승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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