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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4 17:20:24
Name 지나가는회원1
Subject [일반] [그다지 진지하지 않은] 총선 소회 : 이번 총선의 숨은 공로자들
더민주+문재인 지지자로써 전혀 예상하지 않은 승리에 아주 행복한 날입니다.
전 새누리당 192~206석과 국민의 당 25석, 정의당 3석을 예상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더더욱 행복한 정알못이네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로 느낀 점을 써보고 싶습니다.

저는 시골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60대 이상이 전체 출석인원의 70%쯤 되는 그런 교회요.
목사님은 설교 시간에 종편 소스로 정치 얘기를 하시고, 무슨 얘기를 해도 "응 1번~" 하실법한 분들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 때, 1번을 찍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단 한 분도 없었습니다.
1번 당의 하는 것을 보고 정치를 혐오하지만 대안이 없어서
(전쟁과 가까운 세대라 북한과 공산주의 얘기만 해도 부들부들 하시는 분들이니 2, 4번 찍기는 좀 어려우실거 같습니다.)
그 동안은 어쩔 수 없이 1번을 찍었었는데, 이번에는 3번과 5번으로 그 표들이 다 이동했습니다. 한 40표 될 겁니다.
특히 3번 당에게 "종북 빨갱이"라는 알고보면 참 어처구니 없는 프레임이 안 붙었다는 건, 한국 정치 전체에서도 꽤나 큰 소득인거 같습니다.
이데올로기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합니다.

이런 사실들을 가지고서 몇 가지 정리를 나름 해보았습니다.

1. 국민의 당, 어쨌든 한국 정치는 진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국민의 당의 안티이고, 솔직히 새누리가 220석 가져가도 되니까 국민의 당이 0석이기를 바랬습니다.
안철수가 책 낼때부터 별로였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박근혜보다 더 나라에 도움이 안 될 인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3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국민의 당의 필요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야겠습니다. 앞서서도 썼지만 안철수한테 종북 빨갱이라고는 아무도 안 부른다는 점도 꽤나 큰 자산이고요.
이데올로기, 진영 논리를 넘어선 전략적 선택이 가능한, 꽤 힘이 있는 집단.
앞으로 국민의 당은 국민들을 꽤 많이 실망시킬 소지가 충분하지만(시끄러우면 국민들은 실망하는거 같아요), 어쨌든 앞선 이유만으로 국민의 당은 한국 정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2. 야권 승리의 의외의 공신, 기독 자유당.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방식은 천 년전에나 통할법한 천박한 생각이고, 기독자유당에 발을 걸친 목사들의 탐욕이 싫기 때문에 기독 자유당에 대한 비토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보입니다. 하지만, (한 석도 가져가지 못했으니까) 기독자유당+기독당으로 여권의 표를 3% 가깝게 가져왔다는 것은 유의미한 일입니다. 특히 기독자유당이나 기독당 같은 경우는 목사님이 설교 시간이나 광고시간에 이야기하는 말에 넘어가서 투표하는 보수기독교인들이기 때문에 거의 다 1번 표입니다. 비례에서는 이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지요.
그리고, 앞서 국민의 당과 마찬가지로 전략적 선택이 가능한 집단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집단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큰 공을 세웠습니다. (어차피 한 석도 못 가져왔으니까요.)
종교가 이익집단이 아니라면, 종교의 이름으로 사회참여는 가능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한국 기독교가 천박한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을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기독자유당 및 기독당의 어르신들이 천 년전에나 통할법한 제정일치의 꿈을 내려놓으시고, 예수의 가르침에나 충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S - 보수기독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pgr이기 때문에 많은 목사들이 그 놈이 그 놈으로 보이겠지만, 70년대부터 보수화되어온 기독교인(박정희의 시대를 그리워하는)와 90년대 이후에 보수화되어온 (민주화항쟁 시대에는 반정부였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부정하지 않는) 기독교인, 그 동안 공산주의에 대한 부정으로 같은 표(1번)를 주어왔더라도 나름대로는 다른 세력입니다. 저희 교회에서 앞서와 같은 일이 일어졌다는 것이 저런 반증이기도 하구요. 물론 그런 분들의 표 대다수가 5번 혹은 핵무장 등으로 갔다는 건 머리 아픈 일이지만요. 그리고 공산주의에 대한 적대감을 이슬람과 동성애로 돌리는 등 이상한 짓들을 연발하시는 것 등... 아직 갈 길이 무지하게 멀었지만, 믹스견도 견종따라서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부분을 적어봤습니다.


3. 박근혜의 자충수, 통합진보당 해산
젊은 사람들에게 빨갱이 드립이야 헛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노년들은 실제로 그런 뉴스를 종편에서 보면 걱정하고, 우리교회 교인들 같은 경우는 통성기도 하고 그럽니다. 이 나라를 지켜달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통합진보당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참 좋은 꽃놀이패였습니다.
그동안에도 아쉬우면 계속 물어뜯었고요.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황금알을 넣는 가위의 배를 갈라버리는 짓을 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총선때는 빨갱이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죠. 대신 진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는게 함정이지만요.
사실 이슈는 다르지만 이야기하는 것은 같습니다. 이데올로기.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강했던 이유도 이데올로기를 선점했기 때문인데, 이제는 이데올로기가 통하지도 않을 뿐 더러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이데올로기에 대한 피로도를 극도로 증가시켜왔습니다. 그 덕에 이데올로기로 인한 효과가 감소한 것이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봅니다.
통진당 해산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지금도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진보는 그들을 따라다니는 종북 프레임을 어느정도는 떨쳐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의당의 정세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은 진보의 소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박근혜에 대한 위기감으로 정의당을 지지하고 싶은 사람들이 더민주를 찍고있고, 게다가 현재 야권 당수들이 정의당 및 진보 세력에 호의적이지 않은 암울한 현재를 버텨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르겠죠.
기본적으로 박근혜는 자신의 정권 이후를 생각하지 않는거 같습니다. 집권 여당을 자신이 장악하여 영원토록 왕노릇하기만을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향후 여권에는 매우 큰 악재입니다.



4. 이번 선거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청와대 책상을 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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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타이어
16/04/14 17:28
수정 아이콘
청와대 책상의 내구도는 이미 20분동안의 시험 타격으로 검증된거라서 크게 걱정안해도 될듯 합니다.
지나가는회원1
16/04/14 17:28
수정 아이콘
그 분께서 책상을 내려치는 빠와가 다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크크
예쁘면다누나야
16/04/14 17:28
수정 아이콘
청와대 책상 불쌍해....5년만 대통령 해봤으면 좋겠...아. 이게 아닌가.
지나가는회원1
16/04/14 17:29
수정 아이콘
지금보단 나을테니 나쁘지 않은데요???
타마노코시
16/04/14 17:28
수정 아이콘
4번을 보아하니 가구업체 흥하려나요.. 주식으로 한샘 밀어봅니다..크크
지나가는회원1
16/04/14 17:30
수정 아이콘
솔깃한데요? 주갤분들 여럿 사실듯
타마노코시
16/04/14 17:32
수정 아이콘
아시죠? 주갤러는 주식 빼고....
지나가는회원1
16/04/14 17:32
수정 아이콘
그래서 사겠죠?
Sgt. Hammer
16/04/14 17:32
수정 아이콘
우리 엄마가 5번 찍었더라구요 크크크
한석도 안 나왔으니 착한투표 인정합니다
지나가는회원1
16/04/14 17:32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강동원
16/04/14 17:36
수정 아이콘
종교가 이익집단이 아니라면, 종교의 이름으로 사회참여는 가능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한국 기독교가 천박한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을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기독자유당 및 기독당의 어르신들이 천 년전에나 통할법한 제정일치의 꿈을 내려놓으시고, 예수의 가르침에나 충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절절히 공감합니다.
지나가는회원1
16/04/14 17:5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종교가 종교로써 제 기능을 할 때 사회참여에 대한 목소리도 떳떳할텐데 그 길이 참 머네요.
피아니시모
16/04/14 17:38
수정 아이콘
전 사실 새누리당보다도 기독자유당이 더 무섭더라고요..
선거 홍보물을 아버지가 밤에 갖고 오셔서 같이 봤다가 기겁을 했었네요--;;
예쁘면다누나야
16/04/14 17:40
수정 아이콘
정말 되는줄 알고 식겁했습니다. 아니 왜 여길 찍어주는거야...
지나가는회원1
16/04/14 17:41
수정 아이콘
확실히 광기가 서려있죠. 진보쪽인 민중연합당이나 (구)통진당 도 공보보면 무섭긴 마찬가지입니다.
다행이라면, 그래서 주류가 될 일이 없다는 거겠죠.
저도 에이 설마... 했는데 다행히 안 됐어요.
cadenza79
16/04/14 17:46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2항은 그리 큰 영향은 없었습니다.

이양반들 지역구에는 후보 낼 수준이 안되구요.
19대에도 1.2%, 18대에도 2.6%를 먹었던 정당이라서요... 비례대표에서는 사실상 상수입니다.
지나가는회원1
16/04/14 17:54
수정 아이콘
어느정도 동의하고 사실 예상했던 의견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매 총선마다 하나씩 등장할 상수겠죠.
하지만 저번 총선보다 조금 더 유의미해졌다고도 생각을 합니다.
1.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맞물려서
2. 기독자유당에 저번과 비교해서 큰 목사들이 좀 더 많이 붙었습니다. (명단을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이름 들으면 알만한 목사들이 더 많이 추가되었습니다. 저번에는 없었던 장경동 목사라던가... 그리고 청년들 사이에서 찬양 사역 장소를 빌려주는 것으로 꽤 유명한 모교회도 추가되었습니다.)
3. 그리고 총회 차원에 홍보가 있었습니다. (저번에는 목사들 권장사항이었다면 이번에는 공지사항으로 바뀌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투표하라기보다는 이런 정당이 있다는 것을 광고해달라 정도? 선거법 위반이긴 할텐데 자세한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원체 법을 무시하고 사는 양반들이라서요)
4. 제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가지고 쓰다보니, 저번에 안 넘어간게 이번에 넘어갔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장 큰 원인이야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맞물려서지만요.

저는 19대에 기독당의 비례가 2.1%라고 보고서 이 글을 썼는데... 1.2%였나요?
메루메루메
16/04/14 18:05
수정 아이콘
종교 정당이 생기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는 생각하되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교인들만 해도 인구가 꽤 되는데 그 사람들을 대표하고 싶다면 나올 수도 있겠죠. 제가 가지는 부정적 생각은 제가 무신론자이기에 나오는 거구요. 그러나 기독자유당은 종교 정당인 점 자체는 괜찮다고 넘겨줘도 여전히 문제였죠. 골 때리는 공약들... 한 명이라도 당선될까 무서웠습니다. 기독자유당 한 명 비례 배출은 새누리 180석쯤의 공포였어요.
지나가는회원1
16/04/14 18:15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공약이 너무 골 때렸고, 속셈이 너무 드러났어요. 가장 무서운건 표 때문이 아니라 100% 진심이라는 점이고요.
전 새누리 200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독자유당의 투표율보고 더 쫄았습니다. 새누리 180보다도 더 큰 공포였습니다.
거믄별
16/04/14 18:45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진짜 이번 총선에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음모론으로 생각하면 선거가 시작하기 몇 개월 전부터 위성 - 이라고 쓰고 탄도탄 발사체 실험 - 발사하고 수시로 미사일 발사하고
도발, 협박을 계속했던 상황에서 종북부터 대북 관련 이야기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분명 등장했을 프레임인데 필리버스터로 인해서 공천과정이 너무 빡빡했을까요?
새누리당이 잘 써먹던 종북 프레임과 대북 관련 이슈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새누리당 열성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가는회원1
16/04/14 21:22
수정 아이콘
이거만큼은 김종인의 공이 아닐까 싶어요. 안철수와 김종인에게 종북 프레임 및 대북 관련 이슈는 효과가 없으니까요
16/04/14 20:36
수정 아이콘
현재가 암울한데 의석수가 늘었..
지나가는회원1
16/04/14 21:19
수정 아이콘
사실 정의당은 잘 몰라요... 이번 총선의 결과가 여야 할 것 없이 우클릭을 선호한다는 사인이니 진보가 암울해보여서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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