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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27 10:10:42
Name Tenri
Subject [기타] 벨기에 전 후반 & 이번 월드컵 감상...
사실 전반은 졸면서 봐서 잘 모릅니다. 데푸르 퇴장 나오자 벌떡 일어나게 된;;...

- 자신감 없어보이는 모습

공격시 선수들이 공간이 생김에도 슛이 아니라 패스나 돌파를 선택하더군요. 벨기에가 퇴장 후 당연히 공간을 주지 않고 선수비 후역습을 택할게 뻔히 보임에도 그런다는걸 보면 얼마나 자신감이 상실되어있는지 알거 같습니다. 근데 자신감만 상실되어있으면 모르겠는데, 움직임도 둔하더라요. 마치 내가 얘를 제치고 들어가겠다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들어간다는 듯 어설픈 돌파만을 시도하고, 패스도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듯 떠넘기기 식의 패스가 많았습니다.

사실 지금 대표팀에서 그렇게 돌파가 되는 선수는 손흥민 한 명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벨기에가 아무리 우리나라 전력 분석을 안했다고해도 모를 수가 없는 일이죠. 자연히 손흥민에게는 다른 선수보다 더 강한 견제가 들어간 상황이었습니다. 즉, 손흥민을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손흥민에게 주는게 전부가 아니라 손흥민이 아니라 나라는 선택지도 있다라는걸 벨기에 선수들에게 떠올리게 해야하고, 그래야 손흥민에게도 틈이 생기겠죠. 이번 경기에서 그걸 한건 이근호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그 둘이 수아레즈-카바니도 아니니 둘이 공격하라 할 수는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생각나는게 이청용과 구자철인데, 후반들어 느낀게 이 두 선수가 유달리 지쳐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체력이 없다기보다, 힘에 부쳐하는거 같더군요. 생각해보면 그래요. 2부리그를 씹어먹고 올라와도 1부리그에서 통할까 말까하는게 EPL인데 몇 년 째 2부리그에서 특출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 이청용도 이제는 그냥 2부리그 선수로 봐야겠죠. 구자철 역시 주전에서 밀려난지 꽤 되었고요.

- 누구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두 선수가 계속 주전인 이유는 어쨌든 할 때는 할 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구자철의 경우는 항상 느끼는거지만 안 그래보이는 선수가 참 격정적입니다. 경기력도 그에 따라 왔다갔다 하고요. 헌데 이런 선수는 상대가 강하면 바로 바닥이 나오죠. 그렇다고 둘을 빼고 가야하느냐...는 또 모를 일입니다. 아시아 수준에서는 어떻게 먹힐 선수들이니. 다만 적어도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나라 공격력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대 골수는 1골, 많아야 2골 정도이라는 건 다시 증명되었죠. 2002년에도 못 넣은 3골이니...

헌데 언제부터인지 선수나 지도자나 여론이나 갑자기 공격이 너무 쉬운듯이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선수들의 이름값이 좀 올라갔으니 말이죠. 해외파 중용 논란도 결국 그런 인식의 연장선 아닌가 싶어요. 문제가 생겨도 항상 '누구'의 문제라고만 보고요. 직설적으로, 전 기성용이나 구자철 자리에 이명주를 썼다고 경기가 180도 바뀌고 그럴거라고 보진 않습니다. K리그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 정도 레벨의 선수들이라면 경기에서 누가 잘하고 못할지 예상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차전은 박주영을 쓴걸 어떻게 이해했는데, 2차전은 납득할 수 없더군요. 이게 38라운드인 리그라면 몇 경기 지켜볼 수 있지만 월드컵은 자칫 세 경기면 끝인 대회니까요. 이런 홍명보 감독의 '의리'는 어쩌면 홍명보 감독이 클럽 축구의 수장을 해본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럽축구처럼 못하면 밀려나고 짤리는 냉혹함보다는 국가대표의 명예와 헌신 같은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할까요. 때문에 홍명보 감독은 본선 1차전까지 보면서도 그래도 박주영이 잘할거라고 너무 쉽게 결론을 지어버렸습니다.

- 도박에 가까운 축구

뭐, 다른 나라도 그런 경우가 있죠. 예를 들면 벨기에의 베르마엘렌의 경우 소속 클럽인 아스날에서는 철저하게 잉여자원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벨기에에서는 어쨌든 경기에 나오니까요. 헌데 이런 선수들은 어쩔 수 없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도박수로 분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감독으로서의 홍명보는 그동안 그 도박수가 계속 먹혔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특히 박주영의 기용은 홍명보 감독의 도박수 중에 가장 큰 성공이었죠. 물론 그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라고 봅니다.

허나 두 가지를 생각해야합니다. 하나는 그것이 안 먹힐 경우에 어떡할건지 바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박은 여러번 할 수록 결국 잃게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무래도 경기를 여러번 하는 클럽축구에서 쉽게 알 수 있는거겠죠. 예를 들면 황선홍 감독의 경우, 작년 포항이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우승을 하고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온갖 칭송을 했지만 정작 황선홍 감독 본인은 그래도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다 말했습니다. 몇 경기가 아닌 한 시즌을 치르니 느낄 수 밖에 없는 고충을 아는거죠.

홍명보 감독은 딱 그와 반대였습니다. 오늘 경기는 결국 김신욱과 이근호를 썼지만, 이번에는 교체카드를 김보경과 지동원으로 썼죠. 즉,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이라는 도박수가 실패했지만 김보경과 지동원이라는 도박수는 계속 유효하다 판단한 겁니다. 윤석영이나 정성룡의 기용 역시 요즘 좀 못해도 국대오면 잘하겠지라는 생각을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이들이 특별히 못했다 이런걸 떠나, 국가대표 감독만 하며 그렇게 도박적인 수를 던져오던 감독의 경험이 월드컵 본선에까지 그대로 투영된게 아닌가 싶네요.

수비 문제도 그런게 있지 않을까 합니다. 흔히 우리는 감독이 수비조직력을 잘 갖추었다는 말을 쉽게 말하는데, 솔직히 비전문가 입장에서 그걸 어떻게 하는건지 가장 알기 힘든게 이거 아닌가 합니다. 그만큼 감독으로서의 경험이나 전문성이 필요하겠죠. 특히 수비는 무엇보다 안정이 중요하니 기복없는 플레이가 중요한데,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보여준 수비는 잘할때와 못할때가 극명했고, 이는 결국 실전에서의 다양한 경우를 해결할만한 감독의 능력이나 경험이 부재한거 아닌가 싶습니다.

- 축협은 그럴 줄 몰랐을까

근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런 감독은 애초에 축구협회의 인선과정에서 걸러지기 마련입니다. 솔직히 저같은 장삼이사도 아니고 축구인들인데 그런 문제가 있을 줄 몰랐을거 같지는 않거든요.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이 되었다는건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거겠죠. 인맥이나 파벌 같은 얘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조금 벗어난 얘기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 어려운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봅니다. 하나는 연봉 문제고, 다른 하나는 권한의 문제입니다. 왠지 이 문제와 연관되어 있지 않나 싶더라요.

즉, 연봉을 많이 주지 못하니 오는 감독은 이름값이 떨어지고, 그러다보면 여기저기서 간섭이 들어오게 되니 권한이 약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연봉을 많이 줘서 데려오자니 돈 문제는 둘째치고 이름값이 성적을 말해주진 않죠. 카펠로처럼. 결국 축협이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려면 줄 수 있는 연봉 하에서 고만고만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뒤 여기저기 들어오는 간섭을 막아줘야 합니다. 하지만 축협이 그런 뒷바라지를 제대로 한 적 있을까봐요. 물론 이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성의 문제라 봅니다.

홍명보 감독은 그런 축협의 입장에서 가장 쓰기 좋고 책임질 일 없어 좋은 감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국내파 감독이라는 것 자체가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왠지 조만간 홍명보 감독 경질되고 국내파 감독 누가 바로 선임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인지 요즘 유명 선수들이 은퇴하고 잡는 진로 중에 종종 보이는게 행정가입니다. 물론 이들이 축협을 개혁하겠다 이런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어느정도 인지는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국내리그의 발전 같은 문제도 있겠지만요.

재밌는게, 홍명보 감독 역시 원래 은퇴 후 진로를 그쪽으로 잡았었다는 점입니다. 이영표 해설이 보여주는 MLS 진출 후 은퇴, 행정가로서의 진로는 홍명보 감독이 먼저 보여준거죠. 그럼에도 국대 코칭스태프의 자리라는건 그런 홍명보조차 한 번 호랑이 등에 타면 내릴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이제 모두 끝났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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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현.
14/06/27 10:36
수정 아이콘
손흥민을 전담마크하다시피 반 덴 보레(여자친구말로는 대머리털보)가 붙더군요. 타이트하게 계속 붙으니까 양쪽 바꿔보기도 했지만.. 이근호 들어오니 체력빠진 손이 아니라 이근호에 붙고.. 오늘 벨기에 에이스였다고 봅니다.
14/06/27 10:40
수정 아이콘
정말 잘 붙어다니더라요...손흥민이 아직 나이도 어리고 하다보니 좀 체력낭비를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홍수현.
14/06/27 10:43
수정 아이콘
체력도 대단하고... 사실 한국이 침투패스를 아름답게 구사하긴 힘들고, 전의 두경기도 손흥민의 돌파에 많이 기댔는데 쉽지 않더군요. 여자친구가 축구에 문외한인데도 저 대머리털보 왜안떨어지냐고... 가나도 호날두 상대로 전담비슷하게 붙이던데 벨기에 전략의 핵심이었습니다. 공격이야 개인기로...
바닷내음
14/06/27 10:50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월드컵도 끝나고 했으니 ..

이제 월드컵이 국가대표팀의 목표라면 다른 자잘한 동아시아컵대회니 무슨 컵이니 다 제쳐두고 월드컵을 위한 실험/팀 다지기를 했으면 합니다.
누구를 감독으로 선임하든 그 감독을 전폭 지원해주고 진득하게 4년을 믿고 맡겼으면 하네요.
도중에 나오는 5:0 패 한일전패 상관없습니다. 최종목표를 위한 과정이라면 말이죠.

올해 월드컵의 실패가 단순하게 선수들, 홍감독의 실책일수도 있지만 범인이 보기에도 그들이 일을 하기가 힘들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토양이 가장 문제라고 봅니다.

비리며 파벌이라는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는듯한 축협을 두고 이게 쉽게 해결될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 세대가 죽기전에 KFA 호랑이마크위에 별을 다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기 힘들것같네요.
제가 참
14/06/27 11:07
수정 아이콘
크크 만약 한일전에서 0:5로 패한다면 못 살아날듯..크크
아(?)물론 댓글에 쓰신내용은 별개로 쓰신거 알고 있습니다!
바닷내음
14/06/27 12:24
수정 아이콘
크크...근데 전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한후 본선 토너먼트에서, 혹은 월드컵 직전 평가전 등에서 패배한 것만 아니면 받아들일수 있을것같습니다.
화성거주민
14/06/27 11:45
수정 아이콘
조광래 감독 썰려나간 것을 보면 절대 불가능합니다. 조광래 감독을 선임한 것은 축협이 야심차게 4년을 보고 장기적인 국대의 체질개선의 일환으로 삼은거였는데 삿포로 참사 이후에 흔들흔들하더니 국대가 월드컵 탈락이 확정 안되었음에도 일방적으로 경질 당했죠.

조광래 감독이 경질당하면서 했던 말이 '팀이 이제 완성되어가고 있는데.........'라는 아쉬움의 토로였습니다. 설사 레바논 쇼크 이후에 잘 안풀려서 월드컵을 못 갔다고 하더라도 조광래 감독을 유임시키며 한번의 싸이클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서 경험이라도 축적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여론의 압박에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2년여의 시간 동안 비상체제로 쫓기다가 지금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거죠.
바닷내음
14/06/27 12:22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홍명보 감독의 선수 기용방식에는 저 또한 의문점이 많지만..
1년 가지고 이 감독이 선수 선별이며 전술 확립 및 그 전술을 실제로 수행할 선수들에게 탑재시키는게 거의 불가능 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대가 매일같이 연습하는 클럽팀도 아니고...

그래서 으리로 불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선수들과.. 그리고 자신이 이미 해놨던 전술을 고집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의 전술을 모르는 선수면 잘하는 선수도 녹아들지 못할테고 익숙치 않은 새로운 전술은 현재보다 못한 수비구멍을 만들수있을테니까요.

이번에 홍감독이 물러나든 유임하든 다음 4년은 꼭 한 감독이 48개월을 꼭 채우는걸 보고 싶군요.
책임을 묻고 욕하는건 기회가 있고 나서야 fair하지 않을까요.

축협의 행보가 지금과 다를바가 없다면 평생 월드컵 언저리에서 선수나 국민이나 희망고문 당할거 같네요.
14/06/27 13:28
수정 아이콘
그만큼 여론의 포화를 대신 맞아줄 사람이 필요한데 힘들겠죠...다만 개인적으로 어쨌든 아시안컵까지는 홍명보 감독으로 갔으면 싶은게 있습니다...일종의 선례 때문에라도...
바닷내음
14/06/27 13:54
수정 아이콘
아시안컵이 내년인가요. 아시안컵이 랭킹관리에서는 월드컵 다음으로 좋겠지만 랭킹보다는 역시 경험치 같은 실리를 택하는게 좋을것같네요..
우선 여론부터 4년 기다려주는 참을성이 필요한듯도 싶네요.
아이뽕
14/06/27 17:03
수정 아이콘
국가대표와 클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 시즌 맨유도 모예스 감독을 장기적인 팀 리빌딩의 적임자로 선택했지만 팬들이 요구했던 최소수준에도 훨씬 못미치는 최악의 결과와 함께 각종 레코드를 때려부수며 풋볼지니어스라는 조롱과 함께 경질되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A대표팀 감독의 자리는 훨씬 더 위태롭다 생각됩니다. 당장 아시아에는 상대적으로 만만한(?) 팀이 많이 있는데 이 국가들을 상대로 변변치않은 경기결과를 가져온다면 여론은 분명 차가워질것입니다.

저도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감독을 믿고 기회를 준다면 좋겠지만 여론이 들썩이지 않을 만큼의 최소수준은 유지해야 자기 목숨줄이 위태롭지 않을테니... 무작정 리빌딩의 형태로 장기계약의 형태가 유지되기는 힘들것이라 생각됩니다.
14/06/27 11:38
수정 아이콘
그래도 오늘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본것 같아 다음 월드컵을 기대해봅니다.
14/06/27 13:29
수정 아이콘
손흥민이 4년 뒤 전성기일텐데 그 때 과연 팀이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호날두도 결국 팀이 안되면 안되는 거니...
난나무가될꺼야
14/06/27 13:34
수정 아이콘
보통 축구보면서 교체에 의문점가질때가 많지않은데 오늘은 김신욱 나갈때 손흥민 나갈때 좀 의아하더군요 저 둘을 대체 왜 빼는거지.. 싶었습니다
14/06/27 13:43
수정 아이콘
그 둘 대신 들어온게 김보경, 지동원이었으니 특히 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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