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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23 11:48:09
Name 스핀
Subject [분석] 알제리전 후기 - 전술의 완벽한 실패
저는 일개 축구팬으로써 어디까지나 이 글은 제 '주관적'인 넋두리임을 밝힙니다..

저는 오늘 알제리전을 시작전부터 그리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었습니다. 오히려 러시아전은 몰라도 알제리전은 어려울 거라고 애시당초 생각했습니다.

한국과 알제리의 평가전들을 쭉 보면서 대패를 예상했지만 저번 러시아전을 보고, 벨기에와 알제리의 경기를 보고 조심스레 무승부의 가능성도 보고 바랬지만 결과는 뭐 오늘 보시다시피 참담했죠.

이유가 궁금하시면 제가 이건 따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실점장면부터 짚고넘어가면 첫번째 실점과 두번째 실점 모두 수비와 키퍼의 합작품이죠.

첫번째 실점장면에서 둘중 한명이 좀더 타이트하게 몸싸움을 걸었더라면, 골키퍼가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서 각도를 줄이거나 공을 처리했더라면 많은 if가 붙는 실점장면 이였습니다.
두번째 장면도 마찬가지죠. 누군가 그 선수를 프리하게 두지만 않았다면 골대 밖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고, 골키퍼가 공의 낙하지점 판단을 잘했으면 쳐낼 수 있었겠죠.(두번째 실점은 전 키퍼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정성룡의 잘못은 그의 잘못만이 아니라 홍명보 감독의 그동안의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정성룡이 그동안 평가전에서 문제를 보여온게 명백했다면 다른 골키퍼도 시험해봤어야 합니다. 그냥 한두경기 내보내는 것 이상으로 말이죠. 정성룡 말고 김승규 골키퍼나 이범영 골키퍼가 나와서 잘했을지 못했을지는 제껴두고 골키퍼라는 포지션에 분명 '문제'가 있었는데 '경쟁'은 없었습니다. 이운재 골키퍼가 2002년 월드컵에서 그렇게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김병지 키퍼와의 경쟁이 있기에 가능했었다고 봅니다. 그 결과가 고스란히 월드컵에까지 나타난 것입니다.
전 세계 그 누가 경기를 봤어도 오늘 한국의 골키퍼가 대회에서 가장 구려보였을 겁니다.

센터백 듀오에 대해선 많은 말을 하고싶진 않네요.. 전 그둘이 지금 한국이 낼수 있는 그나마 최적의 센터백 듀오라고 보거든요. 청대때부터 호흡을 맞춰왔었고 요근래 시점에서 대안도 딱히 있는게 아니라.. 오늘 초반 두 실점이후에 집중력도 잃고 멘탈이 그냥 나간듯 보였습니다. 중앙수비는 특히 선수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둘간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포지션이라 '홍정호나 김영권 대신 곽태휘를 썼어야한다!' 이런 말은 하고싶지 않네요. 이게 그냥 한국 수비의 현실이죠. '피케-라모스'가 왜 '마르체나-푸욜'보다 못했는지가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수비에 문제가 있으면? 다른 부분에서 이를 메꿔야하고 바로 이에 대해서 오늘 제 아쉬움을 토로하려 합니다.

벨기에 vs 알제리 경기의 전반은 OME 그 자체였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이 안나지만 20분 넘어서까지 양팀이 슛팅이 하나도 없었죠. 하지만 전반을 본 한국인이라면 내심 쾌재를 불렀을수도 있습니다. 지루하디 지루한 45분이였지만 양팀의 특징과 약점이 45분동안 적나라하게 드러났었습니다. 두 팀 모두 미드필더진과 수비라인이 공을 가지고 있는 상대선수의 공간을 2~3명씩 압박하면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서로 슛팅하나 못해보고 미드필더에서 치고박고 패스미스가 나고 그랬었죠. 알제리는 물론 벨기에의 조직력은 엉망이 되었었습니다. 벨기에가 그렇게 맥을 못추었던 배경에는 알제리 선수들의 활동량에 있었습니다. 오버페이스를 한다고 느낄정도로 알제리 선수들은 많이 뛰어다녔습니다. 압박수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런 알제리 선수들의 활동량에 있었고요. 그 결과 후반에 알제리는 체력저하로 인해 자신들의 약점을 드러내면서 결과는 1:2로 역전패 당하게되죠. 그러면서 알제리 수비수들의 '제공권'에 문제가 있다는 약점도 노출하게 되죠.

자 여기서 질문하나 해보겠습니다.
이 경기 뭔가 비슷한 경기가 떠오르지 않으세요? 네. 바로 코트디vs일본 전입니다.
전반의 양상은 좀 다르지만 (이는 일본은 조직력과 패스를 밑바탕으로 하고 알제리는 개인기를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데에 기인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양상은 비슷하죠. 한쪽이 전반에 왕성한 활동량으로 이득을 가져오며 위협적인 장면과 득점상황을 만들고 후반에 체력저하로 인해 급격히 활동량이 줄어들며 1,2선의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고 수비는 '제공권'에서 문제점을 드러낸다.
어때요? 굉장히 비슷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알제리에 대처했어야 했을까요. 우선 알제리 수비진이 '제공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박주영' 카드 보다는 '김신욱'을 기용하는게 맞았습니다. 뭐 많은 분들도 모든 능력이 김신욱이 지금의 박주영보다 좋다는 것을 아시겠고 이는 후반에도 드러났죠. 제가 김신욱 카드를 꼭 써야 했던 이유를 덧붙이자면 역시 그의 '제공권'과 왕성한 '활동량과 체력'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전반을 수비적으로 임할거면 김신욱은 박주영보다 훠얼씬 좋은 카드입니다. 활동량도 뛰어나 상대를 압박할 수 있고 루즈볼 경합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고 그외에 세트플레이 방어시에도 굉장히 좋고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선수였습니다. 왜 김신욱을 안썼는지 글을 쓰면서 분노를 느낍니다 후...

김신욱과 세트로 나올만한 선수를 꼽자면 박주호 선수였습니다. 박주호 선수의 컨디션은 며느리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고 홍명보 감독만 알고 있으니 박주호 선수의 컨디션이 경기를 뛰어도 지장이 없을정도라고 가정을 하겠습니다. 윤석영 선수가 경기를 보신분이라면 수비는 수비대로 안될뿐더러 오버래핑후 돌파도 잘 안되고 크로스도 잘 안되는걸 아실겁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죠. 만약 박주호 선수가 나와서 왼쪽을 좀 더 휘저어주고 김신욱 선수나 손흥민 선수에게 양질의 패스를 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음은 구자철 선수입니다. 홍명보 감독이 구자철 선수에게 어떤 지시를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만약 러시아전처럼 알제리전 전반을 치룰것이였다면 구자철 선수의 오늘 전반활용은 분명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전반만 보면 러시아전보다 오늘 경기가 더 타이트함이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감독이였다면 저는 구자철 선수를 뒤로 더 내리고 개처럼 뛰게 만들었을 겁니다. 물론 리그에서 구자철 선수가 공격적인 플레이로 빛을 보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건 분명 팀게임이고 전반에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올거였다면 제대로 했어야죠. 그렇다고 구자철이 수비적인 홀딩 역할을 수행못하냐? 그것도 아닙니다. 물론 수비력이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뛰어난건 아니지만 청대시절에도 혼자 꼭지점에서 홀딩 서본적도 있었고 중앙에 놔도 문제가 전혀 없는 선수입니다. 오늘도 실제로 가장 많이 뛴 선수가 구자철 선수죠.

한국 수비진이 많은 문제가 있다면 미드필더진과 협력해서 실수를 최소화 하거나 수비에게 가기전에 중원에서 싸움을 이기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습니다.또 수비적으로 운용할거면 전방엔 손흥민 선수 한명이 있으면 됩니다. 김신욱 선수는 유기적으로 움직이고요.
전반은 9백으로 가고 후반은 경기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전술 운용이 필요했던 경기였습니다.
강팀들이 아닌 많은 언더독들이 괜히 수비적인 롱볼 역습축구를 구사하는게 아닙니다. 선수들의 기술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어 구사하긴 하지만 실제로 약팀들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 가장 실리적인 전술중 하나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아르헨티나도 이란의 10백축구에 맥을 추질 못했었죠.(메멘) 물론 퀘이로스 감독의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기도 했지만 90분동안 아르헨티나보다 이란이 더 위협적인 장면이 오히려 많았었던게 아이러니한 경기였습니다. 이란의 레자 선수가 골을 몇개나 만들뻔했죠.
우리도 역습상황에서 레자선수와 같은 역할을 할 수있는 손흥민 선수도 있고요.
상대가 제공권에 문제가 있기에 롱볼 축구의 효과는 배가 됩니다. 긴 패스 하나로 여러 위험 상황을 만들어 낼수도 있고 그로 인한 세트 플레이 득점도 가능하죠.


제가 크게 느낀건 이정도입니다. 선수기용 때문에 화가나고 전반에 결과가 그대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지기도 바랬지만 손흥민 선수가 후반에 뛰는걸 보고, 분을 못이기는 장면을 보고 벨기에전은 꼭 이겨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침 벨기에도 주전 몇명을 제외한채로 경기에 임한다고 하니 금요일에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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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이주
14/06/23 12:00
수정 아이콘
분석적이고 좋은글이네요.
예외도 많이 있겠지만
좋은 선수는 좋은 지도자가 되기 힘든 거 같아요
제 생각엔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서
지극히 소신을 밀어부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몸놀림과 선수성향에 대해서 일개 국민인 저보다
홍 감독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국내/외에서 선수 기용에 대한 말들이 나오는데
안타깝네요..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2012년에 김두관 전 지사가 대선후보가 되었다고
가정했을 때의 어리숙함과 준비부족을
이번 대표팀에서 봤다고 생각합니다.
진작에 준비하고 2018월드컵을 준비했으면
홍 감독에게도 다른 평가가 내려졌을 것 같네요.
홍 감독의 아집이 적절하지 않았지만
홍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었다고 봐야겠죠
비판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임기라던가
선수 선발에 대한 권리 등 권한과 시간은
좀 더 주는게 장기적으로 한국축구에 더 나아보입니다.
14/06/23 12:23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위대한 선수가 위대한 지도자까지 되는건 참 어려운것 갈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대감독은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시간을 주는게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느낍니다.
Korea_Republic
14/06/23 12:04
수정 아이콘
김신욱이 선발명단에 없는걸 보고 오늘은 안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말씀하신대로 알제리는 벨기에전에서 제공권에서 취약했고 역전패를 당하는 빌미가 되었습니다. 오늘 경기 후반전에도 알제리 수비진은 제공권 싸움에서 김신욱 선수에게 힘 한번 제대로 못쓰고 탈탈 털렸죠. 러시아도 분명히 한국이 어떻게 김신욱을 활용했는지를 연구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이미 스위스, 그리스, 러시아 같은 장신 수비진이 가득한 유럽팀들 상대로도 검증된 김신욱 선수이기 때문에 벨기에전에서 반드시 선발 기용이 필요하다 보지만 홍명보 감독은 아무래도 박주영 카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14/06/23 12:27
수정 아이콘
오늘 경기를 보고 홍감독이 느낀점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주영이 다시한번 나온다면 저는 감독에대한 기대를 아예 저버릴것 같습니다.
곧내려갈게요
14/06/23 12:21
수정 아이콘
일개 축알못이지만 제가 생각했던것과 비슷한것 같네요.
김영권 홍정호보다 나은 수비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수비진의 스피드가 느려서 뒷공간이 털린건 어쩔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안고가야할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그 약점을 보완 할 수 있는 전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없었죠.

박주영에 대한 근거를 알 수 없는 믿음은 언제쯤 떨쳐버릴까요.
14/06/23 12:33
수정 아이콘
오늘 경기에서 개인기 좋은 알제리 선수들에게 협력, 압박수비로 대처하지 않는것을 보고 패배를 직감했습니다. 라리가 에서도 개인기가 뛰어난 편인 페굴리 브라히미를 러시아전처럼 우리 선수들이 맨투맨식의 마크를 하려하다니..
전술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죠
전영소년
14/06/23 12:40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생각은 주심의 경향이 카드를 남발한다는 분석이 많아서인지. 몸싸움에 굉장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그애 비해 알제리는 초반에 필요 이상으로 몸으로 제압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 움직임은 성공적으로 이어졌지요.
14/06/23 13:55
수정 아이콘
이번 국대가 특히 그점이 많이 지적받았엇죠. '너무 터프하지 않아서 문제다.' 선수들이 너무 다들 젠틀하게 축구할려고 해요. 그렇다고 공을 이쁘게 차는건 아니고...크크
데프톤스
14/06/23 13:21
수정 아이콘
좋은 분석글이네요~
14/06/23 13:5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더 길게 잘 쓰고싶었지만 제 생각이 맞는지 확신이 안서는것도 있어서 글을 쓰면서도 저의 입축력은 아직 멀었구나 느꼇습니다..ㅜ
홍수현.
14/06/23 13:47
수정 아이콘
저도 구자철 선수 활용이 내내 좀 아쉽달까..
KBS해설이었던거 같으넫 구자철 선수 포지션 자체가 원래 가장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포지션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기록에 많이 뛴다곤 나오는데 공격적인 부분이건 수비적인 부분이건 임팩트가 거의 없더군요...
공격할 땐 전체적으로 너무 볼을 받으려하고.. 전반에 실점을 어이없게 다 주니까 측면 풀백들이 상대 공격수 무서워서 잘 올라와주질 못해서 숫자가 너무 무조건 부족하기도 했구요. 수비가 전체적으로 문제가 보이더군요..
14/06/23 14:05
수정 아이콘
그쵸. 유동적으로 활용했어야 했는데 구자철이 너무 애매했습니다. 공격으로 올려버리면 중원싸움 밀리면서 수비가 위태위태해지고, 수비를 하자니 공격쪽에서 주멘을 믿을수 없고
14/06/23 14:56
수정 아이콘
그동안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지만 포항의 센터백 듀오 김원일 김광석 조합을 한번 시험이나 해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첫번째 실점은 경합에서 졌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두번째 실점은 박스안에 9명인가가 수비를 하고 있었는데 헤딩하는 알제리 선수를 아예 마크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공만 멍하니 보다 그냥 골 먹더군요. 분명 수비 조직력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수비라인이 약해서 뒤를 신경쓰다 미드필더들의 압박이 제대로 안된건지
미드에서 제대로 싸워주지 못해서 수비가 펑펑 뚤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선수들의 폼에 문제가 있었고 이는 홍명보 감독의 유연하지 못한 전술과 함께 알제리전 참사를 부른게 아닐까 합니다.
14/06/23 18:43
수정 아이콘
두번째실점은 첫번째실점으로 인해 세트플레이 상황에서의 집중력 결여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도 세트플레이시 한명씩 붙잡고 마크하려 했겠지만 집중하지 못해 한 선수를 놓쳐 버린거죠. 전 세트플레이 실점은 수비진도 문제지만 여러가지 이유들이 기인하는거라고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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