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3/05/05 03:35:00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스포) 전지(全知)하면서 전능(全能)할 수 있을까? (수정됨)
※ 이 글에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컨택트>, <왓치맨>, <듄: 파트2>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글은 일종의 사고실험으로 전지전능이라는 신과 같은 능력을 다루지만, 종교적인 해석은 거의 없습니다. 댓글에서 종교적인 내용으로 논쟁이 격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지(全知)하지만, 전능(全能)하지 못했던 캐릭터들

흔히 신의 능력을 언급할 때 '전지전능하시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왜냐하면 전지(全知)하면서 전능(全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알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에게 미래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재밌다. 초월적인 존재라 그냥 아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모든 입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게 모든 미래를 알고 있다면, 그는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그는 10초 뒤에 파리가 방충망에 앉았다가 다시 날아갈 것을 알고 있다. 3년 뒤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을 것도 알고 있다. 20년 뒤에 전쟁의 여파로 세계적인 대공황이 일어나 수억 명이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때 그는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든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은 그 미래를 바꾸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결과로 벌어지는 일까지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쩌면 전지한 그가 어떤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핵 재앙과 인류의 종말이 벌어지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수천만 명이 죽고, 수억 명이 고통에 허덕이는 미래가 가장 좋은 미래라고 한다면... 과연 전지한 존재를 전능한 존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만약 그가 알고 있는 최선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바쳐야 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전지라는 그의 능력은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것임을 알면서도 그 미래를 선택해야만 한다. 그럴 때 자신의 능력에 저주를 퍼붓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러한 고뇌는 여러 영화에서 다뤄졌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져스와 타노스가 싸우는 1400만 605가지의 미래를 보았고, 그 중에서 어벤져스가 승리하는 미래는 단 하나뿐이라고 한다. 그 미래가 바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었고, 토니 스타크의 죽음을 대가로 치뤄야만 했다. 만약 그 미래를 본 것이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니라 페퍼 포츠나 스파이더맨이었어도 그렇게 쉽게 단 하나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었을까?

영화 <컨택트(원작: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루이즈 뱅크스는 외계인의 언어를 해석하다 그들의 사고방식까지 습득하게 된다. 그 덕분에 미래-현재-과거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얻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딸 한나가 희귀병에 걸려 죽게 되고, 남편 이안이 그 사실을 알고는 자신과 딸을 떠나게 될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루이즈는 아이를 갖기로 한다.

영화 <왓치맨>에서 닥터 맨하탄은 미래를 내다보는 전지한 존재로 나온다. 그는 자신의 연인이었던 2대 실크 스펙터가 2대 나이트 아울과 바람이 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충격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또한 오지만디아스의 음모를 알게 됐음에도 기꺼이 그 음모대로 움직여 주고, 거짓된 평화를 위해 스스로 악역이 되기로 한다. 끝내는 그 역겨운 평화에 침을 뱉는 로어셰크를 말 그대로 분해해 버린다.

<듄 시리즈>의 폴 아트레이디스는 퀴사츠 해더락이다. 듄 세계관의 메시아 같은 존재로 과거와 미래의 모든 것을 내다보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은 그에게 저주가 된다. 그가 내다 본 미래에서는 퀴사츠 해더락의 존재 때문에 끔찍한 전쟁과 학살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듄: 파트2>의 예고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레이디 제시카: 우리는 그들에게 희망을 줬어.
폴 아트레이디스: 그건 희망이 아니에요!

이들 모두 전지한 존재였지만, 그들은 정해진 또는 정해져야 할 하나의 미래를 위해 나아갈 뿐, 그 미래를 바꾸지 못한다. 바꿀 능력이 없었을 수도 있고, 그 미래가 최선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들은 전지할 뿐, 전능하진 않았다.

전지하기 때문에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심지어 그러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개입한 결과까지 알 수 있다면, 그 존재는 전능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전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걸 넘어서 자유의지가 눈곱만큼도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알고 있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뿐,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지하다는 것은 곧 무능하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유의지라는 허상

여러 과학 콘텐츠를 보다 보면 자유의지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먼저 물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 우리의 상식은 우주의 모든 존재가 같은 시간의 평면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움직이는 물체는 다른 시간의 흐름을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는 시간의 평면이 평행하지 않고 비스듬히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즉, 100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시속 10km로 움직이는 외계인이 있다면 그는 현재의 나와 같은 시간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전의 나와 같은 시간대에 존재하게 된다. 이를 세간에서는 '시공의 식빵'이라고 부른다. 식빵을 자르는 단면이 꼭 평행할 필요는 없다는 발상이다. '시공의 식빵'에 따르면 현재 순간만큼이나 과거와 미래도 현실로 존재하고 있다. 과거는 사라지고,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똑같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고 물리학에서 자유의지의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여러가지 가능성이 중첩인 상태에 놓여 있으며, 그 가능성들 중 하나의 선택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즉, 슈레딩거의 고양이는 죽은 상태와 산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가, 우리가 결과를 확인할 때 다른 가능성이 붕괴되고 하나의 결과로 귀결된다. 다중우주론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이 무수히 많은 우주로 확장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시간이 흐른다는 말은 허상이지만, 그렇다고 우주가 정해진 미래만을 향해 나아가는 운명론적 시공간은 아니라고 말하는 셈이다. 우리에게는 붕괴되지 않은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이다.

반면, 뇌과학에서는 자유의지가 허상이라는 점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결과가 존재한다. 신경생리학자 벤자민 리벳은 독특한 실험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에게 버튼을 준 뒤, 버튼을 눌러야겠다고 느낀 순간의 시간을 확인하고 버튼을 누르게 한 것. 이때 참여자들의 뇌파를 측정했는데,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참여자들이 버튼을 눌러야겠다고 인지하는 것보다 0.4초 전에 이미 뇌가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8년 존-딜런 헤인스는 이 실험을 MRI 장비를 통해 더 정교하게 진행했는데, 그 결과는 더 놀라웠다. 버튼을 누르기 무려 10초 전부터 뇌에서는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심지어 참여자가 왼쪽, 오른쪽 버튼 중 어떤 것을 누를지 예측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의 인식과 의지가 작용하기 전에 이미 뇌가 우리에게 행동하도록 명령을 내린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책 <운명의 과학>에서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은 발언이 나온다.

"나는 자유의지를 믿지 않습니다. 우주는 결정론적이에요.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써 내려가는 주체가 아닙니다. 모든 것은 그보다 앞선 무언가에 의해 야기되는 것이니까요."

"현실은,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말이 파리나 박테리아 수준으로 자유의지가 없다는 정도가 아니라, 설탕 한 줌이 자유의지가 없는 수준으로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은 우주 어디에서나 같고 그 법칙은 자유의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미래가 완결되어 있기에 시공의 운명이 정해져버렸다면, 우리가 설탕 한 줌과 다를바 없이 정해진대로 움직이는 단백질 인형에 불과하다면... 이것이 모두 사실이라면 전능은 불가능한 일이다. 의지가 없는데 전능해봤자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전지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해진 미래가 존재한다면, 그 미래를 알아낼 방법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뭘 선택할 수 있을까?

자유의지가 없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큰 고민거리였다. 한 10년 전부터 고민했던 것 같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노력해야 할 까닭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의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 그런 허무주의는 아니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내 의지와 인식으로 결정할 수 없더라도,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여전히 내 의지와 인식에 따르기 때문이다.

내가 아내에게 청혼해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것은 어쩌면 정해진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혼생활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결혼생활을 지옥이라고 여길 수도 있고, 천국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아내의 잔소리를 애정어린 걱정이라 해석할 수도 있고, 끔직한 구속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나는 그 중에서 항상 더 행복한 방향으로 해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까지도 이미 뇌에서 결정해 놓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즉 뇌가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가능할 것이다. 뇌는 계속 변한다. 무언가를 반복하면, 그 일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신경의 고속도로를 놓는다. 그렇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고, 긍정적인 습관을 반복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긍정적인 생각의 루트가 고속도로가 되어 내 의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테니 말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이런 말을 남겼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좌우된다." 빅터 프랭클은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끔찍할 정도로 무기력한 환경에 놓였었다. 전능은커녕 현실을 바꿀 능력이 조금도 허용되지 않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그는 자유를 누렸다. 바로 반응할 자유다.

<컨택트>에서 루이즈 뱅크스가 딸의 죽음을 알면서도 딸을 낳기로 결심했던 그 마음을 과거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비록 딸을 잃더라도,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에 묻어야만 하더라도 딸과의 추억을 만들 수 있기에 감사하다고 여긴다면... 루이즈는 그런 마음으로 딸을 낳는 미래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10-29 11:56)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선화
23/05/05 05:56
수정 아이콘
전능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라는 사고실험이라면 굳이 전지를 전제하지 않아도 전능이라는 속성 그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지 않나 싶네요.

아래의 자유의지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긴 한데, 뇌가 이미 결정해두었다는 것이 자유의지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되는 게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개체로서 인간이 무언가를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느끼더라도 실제로 이는 이미 뇌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다, 라는 얘기인데 제가 느끼기로는 그 뇌에 의한 결정이 자유의지 그 자체가 아닐까 싶거든요.

종교얘기를 해보자면 개신교에서는 이런 결정론이 있었죠. 자신이 천국에 갈지 말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그런데 결론은 [그러니까 막 살아도 된다]가 아니라 [그런데 자기가 구원받을 것인지는 죽은 뒤 하느님 앞에서만 알 수 있으므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는 결정론과 자유의지가 딱히 충돌하는 건 아니겠지요..
실제상황입니다
23/05/05 07:21
수정 아이콘
그럼 그 뇌에 의한 결정은 어디서 오나요?라는 게 자유의지 부정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인간은 주체가 아니라는 거죠. 세상 만물에 주체 따위는 없고 모든 것은 객체이며 모든 것은 환경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인과적 결정론이죠. 이를 초월하는 근원적 행동 원인을 상정하는 것은 이원론이고요. 그래서 자유의지를 사실상 영혼론이라고도 합니다.

"현실은,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말이 파리나 박테리아 수준으로 자유의지가 없다는 정도가 아니라, 설탕 한 줌이 자유의지가 없는 수준으로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은 우주 어디에서나 같고 그 법칙은 자유의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즉 위에서 언급된 그 자연의 법칙이란 달리 말해 유물론인 것이고요. 인간은 사실 인간이 아니라 기계란 거죠.

그 종교 얘기 저도 좀 해보자면, 그러니까 결론은 [막 살아도 된다]가 아니라 막 살지 말지 열심히 살지 말지까지도 다 결정돼 있다는 거고요. 그냥 너는 그럴 만한 인간으로 태어났고 지금도 그렇게 생성되어가는 중이다는 이야기인 거죠.
23/05/05 07:41
수정 아이콘
라플라스의 악마가 보기에는 결정되어 있겠지만 실제 현실은 양자역학과 같은 랜덤성이 있기에 완전히 하나의 길만 있게 결정된 것은 아니죠

물론 랜덤성이 있다고 그것이 곧 자유의지가 있다는 말이 되는것도 아니긴 하지만요
실제상황입니다
23/05/05 07:5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위에서 언급된 그 종교 얘기에서는 완전히 하나의 길만 있게 결정된 것이죠.
물론 세부적인 루트는 다를 수 있지만 천국에 가고 말고는, 더 정확히는 천국에 갈 만하게 살고 말고는 정해진 사항입니다.
(전지성 개념에 따르면 사실 세부적인 루트도 다를 수 없지만요)
그와는 별개로 제가 첫문단에서 거론한 것은 결정론이냐 비결정론이냐의 차원이 아니고요.
자유의지 부정론은 결정론을 함의한다기보다는 유물론을 함의하는 거죠.
TheLasid
23/05/05 07:06
수정 아이콘
전지, 전능, 전재 소위 신의 3속성은 신의 한계나 모순성을 드러낸다기보다는 인간의 논리와 사고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마다 다 전지, 전능, 전재를 정의하는 방식이 다르고, 특히 각 영역에서 시간이라는 속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모순 즉, 설정 출동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논리적인 영역에서 볼 때 전지와 전능은 굳이 서로 엮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모순적인 개념입니다.

나는 전능하므로 그 무엇도 날 해칠 수 없다 vs 나는 전능하므로 모든 것을 부술 수 있다.
: 말 그대로 모순이죠.

나는 전지하므로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안다 vs 나는 전지하므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과 그 확률을 안다.
: 전지성의 정의는 세계관과 앎을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지성에 관해서는 특히 할 말이 많습니다만, 결국 결정론, 비결정론, 확률론, 운명론 등등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 다르니 합의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연역적인 지식과 귀납적인 지식을 같은 층위의 지식으로 볼 수도 없다는 문제도 있고요.
본문에서 언급하신 퀴사츠 해더락은 선조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지닌 존재이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져스와 타노스가 싸우는 1400만 605가지의 미래"를 보고 온 존재죠.
저는 이 둘이 모두 전지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어쨌든 이들이 미래를 아는 방식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설령 둘 중 하나가 전지하다고 하더라도 둘 모두가 전지할 수는 없을 거예요.

아침부터 재미난 글을 읽어서 좋았습니다 :)
마스터충달
23/05/05 13:51
수정 아이콘
즐겁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이런 걸로 얘기 나눠보고 싶지만 피지알 아니면 그럴 곳이 없어서 ㅜㅜ

퀴사츠 해더락과 타임 스톤의 차이를 논의해보는 거 재밌을 것 같네요. 찐 덕후 논쟁이네요 크크크
나폴리
23/05/05 07: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내용 초반의 전지전능한 존재가 미래의 비극을 바꾸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것부터 인간의 오류 아닐까요? 그러한 미래도 그 존재가 그렇게 설정한 것일테니까요
23/05/05 07:18
수정 아이콘
저는 슬프게도 자유의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내 뇌가 느끼는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 조차

DNA수준으로 결정되어 있는 느낌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하는...
실제상황입니다
23/05/05 07:25
수정 아이콘
그 노력뿐 아니라 환경을 바꾸려고 하는 그 의지와 정감조차 결정돼 있는 거죠.
23/05/05 07:38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주제 재밌게 잘 봤습니다.
자유의지에 관한 실험결과는 놀랍네요.
인민 프로듀서
23/05/05 08:46
수정 아이콘
내가, 네가 살아갈 길은..이제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하늘에 의해 [완벽하게 결정]되어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완전히 자유]롭다.

만화책 배가본드에서 나온 대사이지만, 그 핵심은 스피노자의 철학과 일치합니다.
자유의지에 관하여...스피노자의 에티카 추천드려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것 같습니다 ^^
실제상황입니다
23/05/05 08:52
수정 아이콘
그런데 재밌게도 그런 인식의 대표주자가 바로 기독교입니다. 모든 것은 정해져 있고 그 정해진 값을 향해 나아가는 식으로밖에는 행동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 값들을 수행하는 것은 너니까 너에게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뭐 그런 식. 양립가능론과 기독교 예정론은 세계관은 달라도 자유의지와 관련된 논리만큼은 놀랄 만큼 닮아 있습니다.
인민 프로듀서
23/05/05 09:12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동일한(?) 결론인데 스피노자는 그 논증에 수학적 증명을 시도하고 신을 배제했으니, 종교에 무관심하거나 신학적 배경을 배제하고 생각하려면 스피노자가 읽어볼만한 텍스트일것 같습니다. 교황청이 빡쳤던 이유도 이해가 되고 흐흐...

사실 만화방에서 배가본드 보다가 저 대사 읽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서, 자유의지에 대해서는 만화책 보라고 얘기합니다 크크크
실제상황입니다
23/05/06 12:32
수정 아이콘
아마 그 만화책 천번 읽어도 모를 거예요. 왜냐면 대부분의 인간은 그걸 자유롭다고 느끼지 않거든요. 자유의지 부정론이 괜히 대세인 게 아니죠. 저는 기존 논리체계의 틀로 보면 간단해지는 문제라고 봅니다. 자유의지 같은 것은 없다는 걸로 말이죠. 굳이 자유의지에 대한 개념을 부자연스럽게 수정하는 대신.
aDayInTheLife
23/05/05 09:0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종교적 분위기랑은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 이런 거 볼 때마다 결정론과 비 결정론쪽 논쟁이 먼저 생각이 나서 댓글을 달아보면…
개인적으로 전지=전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특정 확률로 드러날 뿐이지 (확률론적) 결정론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일련의 과정을 안다고 그걸 빗겨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비유적으로 말하면 날아온 궤도를 그리면 앞으로 날아갈 궤도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변수들을 일일이 계산할 수 없기에, 인간의 두뇌로는 결정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여기에는 언급이 없지만 자기 실현적 예언에 대한 명작 sf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떠오르네요. 흐흐 소설이든 영화든요!
마술사
23/05/05 09:08
수정 아이콘
예를들면 시뮬레이터를 설계한 개발자의 경우
시뮬레이터에서 어떤 개별 변수들의 일어날 확률을 미리 정해뒀지만 그런 개별변수들이 모여서 어떤 결과를 낼지는 모르는 상태죠. 그리고 시뮬레이터가 돌아가는중에도 개별변수값을 조정할수 있지만 다른변수들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는 모릅니다 이런정도면 전지전능한걸까요? 시뮬레이터 내에서는 신이라고 부를수있을까요?
사나없이사나마나
23/05/05 09:17
수정 아이콘
조금 이해가 안 되는데, 전지한 거와 전능한 것이 왜 모순인가요? 본문의 예시에 수천만 명이 고통받고 수억 명이 죽어나가는 게 전능하지 않다고 하는데 이게 전능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지 않나요? 전지전능하다는 건 신이라 부를만 하고, 그 존재가 제가 생각하는 불행을, 어떤 사람이 생각한 불행을 고쳐줄 능력도 되겠지만, 그게 그 불행을 고쳐줘야 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일인 것 같은데요.
전지하다고 전능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게 전지하다고 전능할 수 없다는 것마저 방증하는 건 아니죠. 본문의 예시는 애초에 전지전능한 인물들이 아닌데 전지전능에 대한 해석에 대한 예시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지 않을까요?
인민 프로듀서
23/05/05 09:18
수정 아이콘
진짜 쓸데없는 여담인데, 예전에 '브루스 올마이티'라는 영화가 원제 그대로 개봉했거든요.
영어원제를 음차하는걸 굉장히 싫어해서, 차라리 "[전지전능 브루스] 이 정도의 제목으로 개봉하는게 맞다, 그래야 직관적으로 영화 제목만으로 이해도 더 잘되고" 라며 얘기했는데.
친구가 "요즘 애들은 전지전능보다 올마이티라고 쓰는게 더 잘 알아들을거다" 라고 반문하더라구요 크크크크
Mephisto
23/05/05 10:09
수정 아이콘
그정도는 아닐겁니다.
애초에 영어,한자 공부를 많이해서 그 단어를 알고 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주변의 사용빈도가 중요한건데 전능,전지란 단어는 올마이티에 비해선 접할 확률이 높은 단어거든요.
프로듀서님의 친구가 말씀하신 단계가 되려면 이 글에 달리는 댓글에도 올마이티라는 단어가 등장해야 하는데 없죠....
마스터충달
23/05/05 13:57
수정 아이콘
브루스 갓갓갓갓이 요즘 스타일 아닐까요? 크크크
인민 프로듀서
23/05/05 18:50
수정 아이콘
크크크킄 제목 좋네요!!
김연아
23/05/05 09:31
수정 아이콘
카리나는 신이고 전지전능합니다
23/05/05 09: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 전지전능이나 삼위일체 같은 말은 네모난 삼각형이란 말처럼 언어의 조합일 뿐 의미가 없는 말인 것 같습니다.


- 뇌과학이나 생물학쪽 얘기를 들어보면
어차피 시각이나 청각 등을 통해 얻는 정보라는 건 뇌가 나름대로 재가공한 정보일 뿐 현실 그대로가 아니고
사고라는 건 언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는 거고, 뇌는 나름의 환상과 착각을 만들어 제공하는 거고...
그러고 보면 나라는 건 뇌가 만든 가상현실, 매트릭스 안에 갇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뇌는 개체들이 생존하여 유전자를 퍼뜨리게 하기 위한 실용적인 가상현실을 제공해주는 역할?
(그리고 매트릭스가 있다면 그 밖 역시 또다른 매트릭스가 아닐지 알 수 없을 거고,
그렇게 무한겹의 매트릭스가 있을 수도 있을 거고)

자유의지나 매트릭스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
어차피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매트릭스가 아닌 현실을 사는 것처럼 살겠죠.
그렇지 않게 살아본 사람이 있을까요.
비오는일요일
23/05/05 09:59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전지와 전능을 어떻게 정의하고 증명할 것인가.
인류의 총합보다 나으면 전지, 전능인가.
언젠가 인류가 우주를 증명하면 전지에 닿았다고 표현할 수 있으려나요.
하아아아암
23/05/05 10: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예전에 본문의 뇌과학 실험결과를 보고 자유의지에 대해 한참 고민해봤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자아, 의식이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예전에 일기장에 적은 글을 옮긴 것이 문체가 어색한데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아, 의식 혹은 자유의지라는 것은, 뇌가 만들어낸 허상, 혹은 뇌(신경)의 결정을 비추는 거울이나 모니터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인 뇌를 비춘다는 것에서 본질이 아니라고 할 것이 있을까? 그 자체로 본인 뇌를 비추기에, 본질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뇌가 선택한 것과, 의식이 선택한 것이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뇌는 환경에의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의식이란 것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환경 변수를 입력받고 있다. 즉, 의식이란 뇌에 대한 입출력 장치 같은 것이면서 결국 뇌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좁은 의미의 뇌의 작용이란 무의식의 영역을 말하지만 광의적으론 의식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실험에 따르면 의식(혹은 사고)은 직접적으로 특정한 선택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서실 사유의 결과를 무의식에 피드백하여 미래의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간접 선택) 이를 생각하면 결론적으론 내 의지로서 선택이 가능하다, 혹은 자유의지가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결론에 따르면, 사유하는 것이 즉 나를 정의하게 된다.

그리고 니체의 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를 다시 떠올려보게된다.



충달님의 "해석"이나, 빅터 프랭클의 "반응할 자유" 와도 닿아있는 사유였던 것 같아 남겨봅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3/05/05 10: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입출력을 말씀하셔서 저도 첨언하자면요. 사실 뇌의 작동도 내외적 변수를 입력받은 출력일 뿐이라는 거죠. 그게 허상인 자아가 바로 나다!를 시전할 순 있어도 그 허상인 자아가 주체적이다! 자유롭다!는 시전 불가능한 이유고요. 물론 뭐 위에서 나온 얘기처럼 양립가능론자나 기독교 예정론자마냥,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행동을 수행하는 것은 너이기 때문에 하여튼 책임은 있는 것이다 식으로 말하자면 그럴 수도 있긴 합니다만 보편적인 삘과는 동떨어져 있죠. 그래서 (본문 동영상에서도 스쳐지나가듯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만) 약한결정론 같은 건 재정의된 자유의지라는 비판을 받는 편이고요. 요컨대 우리는 입력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입력 행위를 한다고 착각하는 그 모든 선택들은 사실 입력이 아니라 출력이란 거죠. 따라서 우리는 통제를 할 수 없는 거고요. 따라서 우리는 자유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그게 인과율이 지배하는 유물론적 세계인 거죠.
단비아빠
23/05/05 10:17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보면 좀 답답한게 전능의 범위를 너무 좁게 잡아요.. 물리법칙과 시간의 인과를 거스르지 못하는게 무슨 전능입니까....
마스터충달
23/05/05 13:33
수정 아이콘
전능할 수 있지만, 전지하는 바람에 시간의 인과를 거스르지 못함. 요게 제가 생각한 전지와 전능이 양립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실제상황입니다
23/05/05 13:40
수정 아이콘
그래서 기독교에서 예정을 말하는 것이긴 하죠. 예지가 있다면 그것은 예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의미입니다.
즉 시간의 인과 자체가(거기에 함축되어 있는 목적성이) 전능자의 뜻이란 말입죠 유신론적으로 보면.
마스터충달
23/05/05 13:47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저는 예정되었다는 것 자체로 목적성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생각이 정리되어 좋네요 흐흐
실제상황입니다
23/12/15 07:03
수정 아이콘
이 댓글을 이제야 보게 되어 늦게나마 답변을 드리자면요.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쯤 되면 예정되었다는 게 필연적으로 목적성이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한 예정으로 가득 차 있는 세계, 즉 결정론적 세계를 만든 게 신이니까요. 그래서 예지예정보다 이중예정을 훨씬 논리적이라고 하죠
꿀꽈배기
23/05/05 10:26
수정 아이콘
전지 전능은 본 적 없지만 주변에서 무지하고 무능한건 좀 많이 보긴 하네요. 크크크
답이머얌
23/05/05 16:46
수정 아이콘
근데 남들도 나를 그렇게 본다는 점에서...
VinHaDaddy
23/05/05 10:26
수정 아이콘
자유의지에 관해서 생각할 때 테드 창의 [우리가 해야 할 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23/05/05 10:57
수정 아이콘
저도 그걸 인상깊게 읽었는데!

제 결론은 결정론적 세계에서 자유의지가 없다는 시스템적인 결론과
내 삶에 선택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결정은 서로 논의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네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데브스]라는 드라마에서 보면 모든 것을 정확히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만들었지만 그걸 보고 다르게 행동한다면?
모든 것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이 틀린걸까요 사실은 자유의지가 존재하는 걸까요?

대부분의 루프물은 스토리 진행을 위해 뭔가 하나씩 불완전하게 설정하죠.
볼 수 있는 미래의 조각이 제한적이라거나. 그래서 뭔가 주인공이 착각을 해서 결과적으로 예고된 미래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되죠.
모든 것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모순되는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23/05/06 00:36
수정 아이콘
모든 것을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생각한 것이 착각이고

불완전한 예측을 보고 불완전하게 예정된 것과 반대로 행동하며 나는 자유의지가 있구나 라고.
생각하도록 설계....?
이민들레
23/05/05 10:41
수정 아이콘
전지전능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르게보면 전지전능하면 닥터맨하탄의 마지막처럼 아무것도 할필요도 의지도 없어진다고 봅니다. 여튼 전지전능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100프로 전지전능이 아니라 전지전능에 가까운 존재라고 봐야죠. 타노스가 전지전능하다면 절반을 날리지 않고도 모두 행복하게 할 수 있었겠죠.
아케이드
23/05/05 11:30
수정 아이콘
종교학적인 전지전능은 좀더 제한적인 의미로 봐야죠
신이 전지전능하다는 것은 자신이 만든 우주에 한정해서 전지전능인 것이지, 자신이 포함된 우주를 포함한 개념은 아닐거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시뮬레이션 우주를 만들어내었다면 그 우주에 관한한 전지전능할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창조자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해 전지전능하다는 의미는 아닐거라는 겁니다
포인트가드
23/05/05 12:12
수정 아이콘
글의 주제와 완전 일치하진 않지만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가톨릭인 중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생각과 줏어들은 얘기들 적고 갑니다
반박시 여러분들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는 사실 난제니까요



신이 악을 막을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는가? 그렇다면 신은 전능하지 않다.

신이 악을 막을 능력은 있는데 의지가 없는가? 그렇다면 신은 선하지 않다.

신이 악을 막을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는가? 그렇다면 이 세상의 악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신이 악을 막을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는가? 그렇다면 왜 우리가 그를 신으로 불러야 하는가?

이상 에피쿠로스의 역설


그리스도교에선
이를
신이 악의 성질을 갖는다가 아닌
완전한 선으로서의 전지전능한 신이 있고
악도 존재한다

신의 영역엔 악이 없고
악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어둠이 빛이 있는 곳엔 들어설 자리가 없다)

원죄를 지어 선과 악이 혼재된
인간은
그래서
신을 믿어야한다
(신과의 일치를 지향)

라는 원리

그러면 나머지 의문점은
원죄와 자유의지

여기선 관념론적 도돌이표 의문이 발생합니다

왜 신은 악을 멸절하지 않는가
왜 신은 인간이 원죄를 짓지 않게 창조하지 않았는가
로봇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서 만들어서?
왜 그럼 신은 신과 같이 원죄를 짓지 않는 완전히(상징적 텍스처인 창세기에서 선악과를 안따먹도록) 흠결없이 만들지 않았을까 such like God

이에 대해 명쾌한 관념적/이성적 논리로 답변하시는 신부님 여태 한 분도 없었습니다

아니 답변하시려는/이해시키려는 의도 자체가 다 없으셨고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하고 웃으시더라구요

한 학사님(가톨릭 신학대생)분이 저에게
무슨 얘기 하려는지는 공감하는데
그에 대한 정답은 각자의 몫임을 전제하시고
신이 또다른 신을 창조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하시면서 그런건 어쩌면 순리 자체이신 신의 본성과 배치되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셨다 합니다
물론 학사님 스스로에게도 명쾌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근사치라고 할까요

그러면서
그리스도인에게는
인정과 선택/불인정과 거부
둘로 나뉘어서
신앙이라는 선택을 해야한다라는

심플하게 생각하시기로 마음 먹으셨다고


신앙생활의 초기는 좀 허술해보일 순 있어도
점점 성서의 가르침 예수님이 설파한 사랑에 매료된다고
그걸 믿고 바라며 신부님이란 직을 택한거란
말씀을 하신 기억이 있네요

왜란 의문보다는 삶에서의 열매를 맺는거에 신앙생활의 방점을 두어라 저는 그런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명쾌함을 좋아하는 인간 중에 하나지만
이 부분은
살면서 각자 답을 찾아내는게
결국 맞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23/05/05 12:47
수정 아이콘
"신이 또다른 신을 창조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 말씀하시는 주제와는 상관없는 내용인데,
저는 '의미'라는 말이야말로 의미가 있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신이 없다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신이 있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목적이 있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나' '목적이 없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나'
'영원한 행복이 있다고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남보다 우월하지 못한 삶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남보다 우월한 삶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식으로 말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이런 말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게 과연 무슨 뜻일까, 뭔가 내용이 있는 말인가,
그냥 '나는 그게 좋다/싫다' '나는 그걸 받아들이고 싶다/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다르게 하는 것 뿐일까, 라는 등의 생각이 들어요.
아무무
23/05/09 18:32
수정 아이콘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제가 들은 답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답은, 인간의 부족함이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죄가 있어야 선이 있고,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으며, 미움이 있어야 사랑이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로 이야기 해도 같습니다.)
만약 어느 세상에 사랑만 있다면, 인간이 사랑이 무언지 알 수 있을까요? 빛만 있는 세상에서 어둠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 있을까요?

즉,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기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인간이 신의 사랑과 자비, 구원 등의 개념을 알려면 필연적으로 이에 반대되는 개념이 필요하고, 결국 인간에게 사랑을 주려면 인간은 부족한 존재(즉 서로를 미워하는 존재)로 창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무한도전의삶
23/05/05 12:26
수정 아이콘
뭔가 스피노자의 철학 같네요.
-안군-
23/05/05 12: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종교에서의 '전능'은 철학적 의미의 전능과는 다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고대인들은 신이라는 존재를 왕들의 왕, 군주들의 군주 정도의 개념으로 본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상 누구도 그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는 그런 존재 말이죠. 말 한마디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권능을 가졌다는 뜻이고, 그런 의미에서 성경에서 '신의 말'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죠. 그래서 신의 말을 전하는 사람들을 선지자라 부르며 존경했던 것이고요.
이후 그리스/로마의 철학적 소양이 깊었던 사도 바울은 그 철학적 이해와 유대교/기독교의 신론을 결합해서 교리를 만들어내게 되고, 그 모양은 '이데아'와 매우 흡사합니다. 인류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어떤 이상 같은거죠. 그리고 그 이데아의 결정체를 예수라 생각해서 그러한 가르침을 소아시아 지역에 전파하죠.
어쩌면 전능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매몰돼서, 원래의 뜻이 지워져버린 그런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달은다시차오른다
23/05/05 13:26
수정 아이콘
전지하면서 전능하다는 것은 과연 존재가치가 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이미 태어난 이후부터 끝이 어떤지 알고 있다는 건데..
구마라습
23/05/05 13:26
수정 아이콘
철저하게 인간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전능하지 않다고 느끼는 거겠죠.
인간흑인대머리남캐
23/05/05 13:29
수정 아이콘
그냥 약속일 뿐인 단어 쪼가리에 매몰되어 인간 중심적인 해석과 논의에서 오는 한계입져 인간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하지않고 바닥 부스러기와 다를바 없는 걸로 본다면 전지전능은 충분히 양립가능합니다 그걸 받아들이기 싫을 뿐이지
abyssgem
23/05/05 13:5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존재 자체로 전지전능은 가능할 지 몰라도 (순수한 가정입니다) 인간의 감각 그 자체가 불완전하므로 그 전지전능을 보고 느끼고 확신할 방법은 없지요.

그럼 전지전능한 존재가 그 전능한 능력으로 인간에게 완전한 전지전능을 보여주고 느끼게끔 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할 수도 있긴 한데... 그 전지전능한 존재가 뭐가 아쉬워서 고작 인간에게 그런 수고를 들여야 하는데? 라고 해 버리면 그만.

또 전지전능한 존재라면 애초에 시간과 공간 인과율에 구애받지 않을텐데, 그런 존재를 인간이 인간의 관점에서 '그 존재는 ~~~를 알 수 있고 ~~~도 할 수 있는데 왜 ~~~렇게 안 함?' 이라고 항변해 봐야 무의미하죠. 인간이 생각하는 '안다'나 '한다'고 하는 행위는 결국 시간과 인과율에 귀속된 것이고, 그 시간과 인과율 자체를 주재하거나 아니면 시간과 인과율도 그 존재의 일부에 불과하다면 인간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예를 들면 소설의 내용과 세계관은 작가가 창조하는 것이니, 작가는 소설의 창조주이자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설 속에서 제 아무리 강력하고 위대한 먼치킨이 나와봐야 작가가 나가리 시키면 그만이고, 작중의 시간 흐름도 작가가 고쳐 쓰면 그만이니까요. 그 소설 속의 인물이 작가보고 '당신은 왜 전지전능하면서 이런 고통과 불합리를 용인하는가? 그러니 전지전능한 신 따위 없다!' 라고 항변해 봐야 아무 의미가 없지요.

쓰다보니 마치 전지전능한 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숭배해야 한다는 종교인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 전 무종교에 불가지론자라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전지전능을 인간이 인간의 틀 안에서 재단해서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를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순수하게 이론적으로만 가정한다면 전지전능은 충분히 가능하고 별다른 모순 없이 양립할 수 있다는 생각이예요. 물론 그걸 믿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이고요.
23/05/05 15:21
수정 아이콘
전지전능을 논할때 하나의 시공간만 존재하고 그중에서 선택해야한다고 하면 미래를 알면서 바꿀수 있냐 없냐 등의 모순과 비극이 생겨나게 되지만
무한대의 시공간이 태초부터 동시에 존재한다면 그 모순은 사라지지 않나요?

예를들어 무한한 메뉴 조합이 가능한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돈이나 먹을수 있는 양의 한계때문에 한가지 메뉴만 선택해야한다고 하면 비극이 생겨나겠지만,
돈이 무한하고 내 위도 무한하다면 그냥 아무때나 아무거나 골라 먹으면 되겠죠. 심지어 아이스크림 가게자체도 문닫을수 있게하는 힘이 있다면.. 전지전능은 성립 할 수 있지 않나요??

그냥 단순한 사고실혐을 해보았습니다.
23/05/05 17:52
수정 아이콘
결정론적 세계관의 핵심전제는 모든 구성요소와 인과가 확정되어있어야한다는건데, 확률의 세계인 양자역학처럼 난수가 발생하는 영역이 있지 않을까요.
만약 자유의지와 관련해서도 이런 랜덤한 변수가 존재한다면, 흔히 말하는대로 자유의지가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오롯한 무언가도 아니지만 완벽한 허상이라고 보기도 어려워지는게 아닐까 한번씩 생각해봅니다.
23/05/06 10:22
수정 아이콘
전지는 전능에 포함된다고 보고, 전능은 그 자체로 모순되는 면이 있죠
퀀텀리프
24/11/02 23:33
수정 아이콘
시스템 관리자 모드를 뜻하는 말인 것 같음.
이론적으로 시스템관리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할수 있지만
서브관리자도 많고 사용자도 많으면 실행 할 수단은 있어도 실행 할 수 없는 것도 많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728 [PC] 가정의 달 기념 삼국지 조조전 모드 이야기 [44] 손금불산입7824 23/05/24 7824
3727 전기차 1달 타본 소감 [111] VictoryFood7987 23/05/21 7987
3726 나의 주식투자답사기, 손실로 점철된 짧은 기록 [58] 숨결7293 23/05/18 7293
3725 초등자녀를 둔 부모가 자기자식 수학과외하면서 느낀점 몇가지 [88] 오타니7476 23/05/17 7476
3724 [역사] 그 많던 아딸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떡볶이의 역사 [47] Fig.17375 23/05/17 7375
3723 [똥글] 사도세자 입장에서 바라보기 [50] TAEYEON15316 23/05/15 15316
3722 비혼주의의 이유 [75] 소이밀크러버15769 23/05/15 15769
3721 아주 소소한 취미.jpg [37] 아스라이15142 23/05/13 15142
3720 [PC] 정치적 올바름과 스카이림 [40] 이선화14867 23/05/09 14867
3719 사진40장.jpg [45] 이러다가는다죽어14976 23/04/18 14976
3718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 번역(의역) - 1부 [36] 김유라13639 23/05/08 13639
3717 요리는 아이템이다. [49] 캬라13169 23/05/06 13169
3716 (스포) 전지(全知)하면서 전능(全能)할 수 있을까? [51] 마스터충달13111 23/05/05 13111
3715 아내 이야기 1 [41] 소이밀크러버13097 23/04/25 13097
3714 [역사] 평양냉면 vs 함흥냉면 / 냉면의 역사 [70] Fig.112942 23/04/20 12942
3713 40대 중반. 인생 2라운드의 두려움. [48] 한글날만기다려15768 23/04/24 15768
3712 정신재활중인 이야기 [8] 요슈아14354 23/04/24 14354
3711 보드게임 25종 사진과 세줄평 [68] 소이밀크러버14695 23/04/20 14695
3710 질문게시판의 답글이 이렇게 좋은 기능을 합니다. [19] 대단하다대단해14011 23/04/20 14011
3709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22] Fig.113769 23/04/12 13769
3708 [역사] 맥도날드가 근본인가? / 햄버거의 역사 [43] Fig.115571 23/04/08 15571
3707 당신은 10분안에 해결할수있습니까? [50] 똥진국15948 23/04/04 15948
3706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으면서 느낀 점 [23] 오후2시14726 23/04/03 1472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