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금새 이런생각들이 들더군요.

  '600개 라는데.. 이거, 저거, 요거, 조거 다 있을까?'

  '티비에 연결하면 오락기 느낌은 안나겠는데... 컴퓨터로 마메게임하는것과 뭐가 다른거야?'

  '조이스틱 별로인거 같은데...'

물론 이 월광보X를 기반으로 모니터를 달아 오락기 형태로 나온 제품도 있었지만,

이미 제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든 생각은 저만 이렇게 생각치는 않을거 같다는 거였지요.

그래서 검색을 했더니, 많은 수는 아니지만 가정용(?)오락기쪽에도 능력자들이 있었습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고가의 일제 오락기통을 구입하여 집에 떡하니 들여놓은 사람도 있었고,

손재주 좋은 사람들은 스스로 기통을 제작하여 정말 신박한 오락기를 만들어놓은 사람도 있었지요.

소프트웨어적으로는 '하이퍼스핀'이라는 프로그램이 여러 버젼으로 있었는데,

게임 선택 화면에서 해당 게임의 플레이 영상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어머, 이건 만들어야해!'라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릅니다.

때는 2016년 여름. 제작에 착수합니다.

나름의 구상을 하고, 인터넷으로 목제와 오락기부품 (조이스틱, 버튼, 케이블, 커넥터, 코인기 등등)을 주문하고,

창고에 박혀있던 컴퓨터 부품과 21인치 모니터를 조합하여 얼기설기 만듭니다.

마감은 방문을 보수하려고 사 둔 나무무늬 시트지로 대충...

좀 더 계획적으로, 멋진 물건을 만들어보자는 일념에 회사에서 이런 루팡짓을 합니다.

<이래뵈도 최첨단 도면 프로그램 Excel로 만든겁니다.>

다시 인터넷으로 목제와 오락기부품 (조이스틱, 버튼, 케이블, 커넥터 등등)을 주문하고,

창고에 박혀있던 컴터 부품과 27인치 모니터를 조합하여 얼기설기 만듭니다.

목제에 시트지를 입히고,

예쁜 못도 새로 사서 조여주고

조이스틱, 버튼, 컴퓨터 등을 설치하였지요. (만들때 사진을 꼼꼼히 찍어놓지 않아, 말로 대충 퉁 칩니다.)

인터넷 여기 저기서 찿은 사진으로 출력물을 만들어 붙이고,

아크릴로 조이스틱부와 상단 로고를 마감처리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2호기가 탄생하였습니다.

사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설정이 인고의 작업이었습니다.

키 매칭하고, 버튼을 누르면 별다른 조작 없이 바로 게임 선택화면이 뜨고...

뭐 이런저런 설정들이 꽤나 복잡합니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고수가 있으며, 이정도는 씹어드시는 수준의 고수도 있을테지요.

하지만, 퇴근후 다섯살짜리 큰놈과 땅따먹기 한게임 정도면, 저는 족합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도전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