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7/09 03:30:11
Name 눈시BBbr
Subject 해군, 고대부터 현대까지 - 후편

영국 해군 군가 "Heart of Oak"


나폴레옹호, 1850년 진수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초기의 기선은 한계가 명확했으니까요. 속도가 크게 차이나는 건 아닌데 석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범선이야 식량만 있으면 추가보급 없이 세계일주할 수 있었죠. 특히 군함의 경우 외륜식은 너무 커서 맞기도 쉬웠고 공간도 너무 차지했습니다. 어차피 바다를 지배했던 영국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죠. 하지만 영국에 밀리던 프랑스는 열심히 개발에 들어갑니다. 스크류(프로펠러)가 개발되면서 성공하게 되죠. 영국은 여기에 놀라 기선 개발에 집중했고, 경쟁이 계속되죠. 이렇게 기선이 발전하면서 석탄을 보급할 수 있는 거점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져갔습니다.

대포의 발전도 계속돼서 이제 쏘기만 해도 적함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게 됐죠. 함포를 잔뜩 실은 부유 포대(추진 능력이 없어서 - -a)는 적 항구를 봉쇄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갔습니다. 이에 프랑스는 다음 테크를 시도합니다. 최강의 화력과 최강의 방어력, 여기에 자체추진까지 가능한 배였죠.


라 글루와

최초의 철갑함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걸로 영국을 이기려고 했습니다만...


HMS 워리어

영국은 더 무시무시한 놈을 만들어버렸죠. 무려 1만톤에 가까운 철갑함 워리어였습니다. 뭐 정작 얘네들이 맞붙진 않았지만요. (...) 의외로 그들끼리 맞붙은 것은 미국의 남북전쟁에서였습니다.


남군의 철갑함 마나시스호 (...);;;;

철갑함이 등장하면서 해전의 양상은 다시 바뀝니다. 대포가 발전했다 하나 아직 상대의 철갑함을 깨뜨릴 방법이 없었죠. 때문에 고전적인 충각이 다시 등장합니다. 그래도 적선에 갖다박기는 어려워서 첫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죠.

이후 1866년에 벌어진 리사 해전,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군의 철갑함은 이탈리아 해군의 포격을 뚫고 충각으로 큰 승리를 거둡니다. 목조함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얘네들이 빠른 게 아니라서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순 없었습니다. 대양을 건너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순양함이 등장했고, 해전보다 육지에 가깝게 접근해서 공격하고 지상군을 지원하는 모니터함이 등장했죠. 그리고... 잠수함과 어뢰가 등장합니다.


최초의 군용잠수함 터틀

초기의 잠수함은 인원도 적고 동력도 사람이 직접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a 뭔가 안습이죠. 남북전쟁 때 쓰였는데 목표는 적 대형함에 접근해 폭탄을 설치, 폭파시키는 거였죠. 당연히 거의 실패했고, 성공하더라도 그 폭압에 같이 죽었습니다. 뭐 그래도 발전은 계속됐죠.

한편 이런 폭탄을 적선에 몰래 박는 방법도 계속 연구됩니다. 이 폭탄이 적선에 자력으로 갈 수 있다면? 대포와는 달리 적 흘수선을 노리기에 그 효과는 어마어마하겠죠. 1866년에 최초로 발명되니 이게 바로 어뢰입니다.

이런 어뢰를 싣고 적함에 돌격하는 어뢰정이 나왔고 이런 작은 어뢰정에 맞서는 군함이 발명됩니다. 어뢰정을 구축하는(좇아내는) 군함, 구축함의 등장이죠.

그런 가운데서 배는 갈수록 커지고 대포도 갈수록 발전했습니다. 배가 크면 장갑도 더 달 수 있었고, 더 크고 더 멀리 날아가고 더 강력한 대포도 달 수 있었죠. 최소한 적보단 더 크면 말입니다. 대포가 발전하면서 눈으로 조준하기는 먼 거리까지 쏠 수 있었고, 쓰시마 해전 등에서도 교전거리는 멀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구경의 함포는 필요 없었습니다. 그런 건 순양함이나 구축함 같은 배들이 맡아줄 거였죠. 아군의 전함은 적의 전함을 상대하는 데 특화돼야 했습니다. 즉 전함에는 최대한 큰 함포를 최대한 많이 실어야 했죠.


드레드노트급, 배수량 만팔천톤

+) 전함은 애초에 뜻이 싸우는 배고 이전의 주력함들도 전함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함이라 하면 드레드노트급을 필두로 한 배들을 말하죠.

주포와 부포를 고르게 설치하지 않고 가능한 한 강한, 동일한 성능의 주포를 최대한 많이 탑재했고, 그 주포는 모두 함교의 명령으로 쏘게 됩니다. 그것도 일제사격으로 말이죠. 그런 계산은 모두 함교에서 하고, 탄착군은 적함에 맞춰져 있습니다(협차). 그럼 이론상 몇 발은 맞겠죠 -_-a 곡사에 포탄이 적함까지 가는데 시간이 걸리고, 적함도 회피기동을 할테니 그걸 다 계산해야 했습니다. 탄도학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했죠.

영국의 드레드노트급을 시작으로 전세계는 전함의 개발에 집중합니다. 적보다 더 크고 단단한 군함, 적보다 더 강한 대포... 거함거포주의가 대두됐죠. 전함은 지금의 핵무기처럼 전략무기로 취급됐고, 전함의 수가 곧 그 나라의 국력이었습니다.

... 그러니 아까워서 못 쓰죠 (...) 돈만 먹는 아까운 괴물, 하지만 적국이 계속 만드니 우리도 계속 만들어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전함들을 너무 많이 만들진 못하고 순양함에 전함급의 화력을 부여하는 순양전함(배틀크루저요)이 유행했죠.


주력 전함끼리 싸운, 유일한 함대결전은 1차 세계대전의 유틀란트 해전밖에 없습니다. 양측이 44척이나 되는 드레드노트급 전함을 동원한 해전이었죠. 의외로 우세했던 영국군이 집니다. 이걸 가른 건 양쪽의 데미지 컨트롤이었죠. 영국군은 속사를 위해 포탄과 탄약을 잔뜩 쌓아놓은 반면 독일군은 이걸 최대한 막았습니다. 영국군은 이런 탄약의 유폭으로 큰 피해를 입은 반면 탄약고에 맞아도 재빨리 유폭을 막아냈죠. 그래도 독일군의 피해 역시 만만치 않았고, 이후 영국 해군에 다시 덤비지 못 합니다. 대신 잠수함으로 통상파괴에 주력했죠.

이걸로 측면뿐 아니라 갑판의 방어력도 중요하다는 전훈이 남았고, 순양전함은 역시 방어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 역시 알게 됩니다.

이후 세계 2위를 자랑하던 독일 해군은 소멸됩니다. 해전은 아니었습니다. 자침이었죠. 1차 대전의 패전으로 영국군은 독일 해군을 억류, 군항 스캐퍼플로로 옮깁니다. 승전국들은 이들을 자국 해군에 편입하고 싶어했죠. 특히 큰 피해를 입은 프랑스가요.

하지만 독일 해군은 해수밸브를 열고 자침합니다. 전함만 12척에 순양전함 5척, 순양함 8척, 구축함 50척이었죠. 이렇게 독일해군은 소멸합니다.

자, 이렇게 세계 2위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군함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죠. 전쟁도 끝났으니 복구도 할 겸 이젠 평화를 노래할 때였습니다. 어느나라든 해군은 끝없이 신형 전함을 요구하고 있었고, 이를 잠재워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나만 멈추면 안 됐죠. 하지만 혼자라면 모를까 모두가 함께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거였습니다.

1921년, 워싱턴에서 사상 최대의 군축조약이 맺어집니다. 영국-미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간에 맺어진 조약이죠.

모든 신규 주력함의 건조는 10년동안 중단하며 건조중인 주력함 역시 모두 폐기, 5개국은 각기 협의한 비율(5:5:3:1.75:1.75)로만 보유하기로 합의한 것이죠. 여기에 주력함과 보조함들의 배수량과 함포구경에도 제한이 가해졌구요. 이걸로 어마어마한 양의 군함이 폐기됩니다.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은 내용의 맹점을 이용했죠. 특히 항공모함으로요.

1930년에는 이런 점을 보완한 런던 군축조약이 진행됐고 1차까지는 성공했지만 일본은 이를 거부, 34년에 탈퇴합니다. 다시 경쟁이 시작됐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죠.

유럽에서는 큰 해전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독일에서 비스마르크급을 만들긴 했지만 영국 해군을 상대할 엄두를 못 냈죠. 뭐 노르웨이에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영국이 긴장하긴 했지만요. 굳이 하나 꼽자면 영국군이 항복한 프랑스 해군을 공격한 것(캐터펄트 작전) 정도? (...) 프랑스 해군이 독일군에 편입되는 걸 막아야 했으니까요. 덕분에 비시 프랑스에서 영국을 많이 미워했죠.


대신 독일 해군은 잠수함으로 통상파괴에 주력합니다. 그 유명한 유보트죠. 이 시기의 잠수함은 지금에 비하면 잠수가 가능한 배 정도로 함포도 달려있었지만 이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봅니다. 은밀성은 그 때나 지금이나 잠수함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으니까요.

연합군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선에 호위함대를 붙였고, 레이더와 소나가 발전합니다. 여기에 히틀러가 해군에 영 미적지근했고 결정적으로 독일군의 암호 에니그마가 해독되면서 형세가 바뀌죠. 그래도 처칠을 떨게 만들 정도로 활약하긴 했습니다. 되니츠 제독이 주장한 울프팩(늑대떼) 전술이 유명하죠.


엔터프라이즈

새로운 시대는 지구 반대편에서 시작되죠.

일단 비행기가 발전합니다. 1차대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말이죠. 유럽의 해전에서는 이게 크게 중요하진 않았습니다. 비행장에서 출발해도 상대의 영토를 공격할 수 있었으니까요. 애초에 항모는 전함의 보조로 인식됐구요.

하지만 태평양은 좀 달랐죠. 왠만한 나라 몇 개만큼의 거리를 가도 적을 보기도 힘든 곳이 태평양이었습니다.

일본 해군은 항공모함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항공기만으로 적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었고, 그 유용성은 바다에서도 다르지 않을테니까요.


명품 불쏘시개(...) 제로센

일본군은 진주만에서 미군에 큰 타격을 입혔고, 남방작전을 개시합니다. 미국은 전함을 10척을 잃고 수세에 빠졌죠.

하지만 미군에겐 판옥선, 아니 항공모함이 남아 있었으니...

미군도 이를 통해 항모의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아니 일단 남은 게 항모밖에 없었죠 - -; 반면 일본군은 자기들이 새 시대를 열어놓고도 여전히 전함을 주인공으로 하는 함대결전사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니 그 전에 일단 미국에 전쟁을 걸었다는 것 자체가 -_-;

미국이 혼란을 추스리고 반격을 개시하면서 본격적인 항모를 중심으로 한 해전이 벌어집니다. 산호해 해전에서 항모간의 전투가 벌어졌고, 일본 해군은 미 항모를 격멸하기 위해 미드웨이로 들어가죠.


그리고 운명의 5분...

여기서 일본은 항모 4척을 잃습니다. 항모보다 중요한 건 일본에 많지도 않은 숙련된 조종사들을 다수 잃었다는 것이죠. 이후 과달카날 전투를 거치면서 미국이 주도권을 잡게 됩니다. 일본군은 전함은 아까워서 투입하지도 못 하고 소모전을 계속 했고, 이런 소모전은 미군이랑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죠. 아니 애초에 미국과 전쟁이란 걸 할 수 있나 싶지만요.

미군은 열심히 쇼미더머니를 갈겼고 항모는 물론 온갖 군함들을 찍어냈습니다. 그냥 양만 많았던 게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무기와 전술을 개발해 갔죠. 레이더가 발전하면서 일본은 더 이상 기습을 못 하게 됐고, VT 신관(근접신관)으로 강력한 대공망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진형은 항모를 중심으로 대공에 특화된 원형진이 만들어집니다. 만들기 어려웠지만 레이더와 통신의 발달로 완성할 수 있었죠. 한편 잠수함들은 열심히 통상파괴에 나섰구요.


미 해군 군가 "Anchors Aweigh"(닻을 올려라)


이렇게 항공모함의 시대, 미국의 시대가 열립니다.

현대 해전에서 항공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항모 소속의 해군항공대가 아니더라도 육지에서 공군이 해군을 지원해줘야 하죠. 소련의 경우 수상함 전력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었기에 근해에서 대규모 공군으로 미국에 맞서려 했습니다.


... 음?

전투기만이 아니죠. 조기경보기는 공군은 물론 해군에게도 더 넓은 시야를 주었고,


P-3C

대잠초계기는 대잠부터 약하게나마 대함공격도 가능하죠.


슈퍼링스

헬기가 발전하면서 해군에도 적극 도입됐구요. 무기부터 각종 장비 탑재는 고정익기에 비해 부족했지만 수직이착륙과 호버링의 힘이 컸습니다. 왠만큼 큰 군함에는 헬기 한두척을 탑재해 정찰, 대잠, 대함용으로 쓰죠.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뭐라고? -_-;

이렇게 헬기가 중요해지면서 헬기 다수를 탑재한 헬기 모함도 나옵니다. 소형 항모를 개조하기도 하고 영국은 수직이착륙기 해리어를 쓰면서 개념이 좀 애매해지긴 했죠. 거기다 상륙함의 발전으로 미군은 왠만한 상륙함은 헬기 모함 수준입니다. 아니 헬기 모함이 아니라 그냥 항모 수준이죠. 독도함에는 대체 언제 헬기가 탈지 궁금해지는 부분이군요.

헬기는 상륙작전시 공중수송 및 지상군 지원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미 해병대는 오랜 경험을 통해 상륙전 교리를 확립했고 무시무시한 돈빨로 그걸 가능하게 했죠. 헬기부터 공중부양정(호버크래프트) 등의 발전으로 상륙전도 예전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뭐 아직 이런 걸 다 쓸 정도의 상륙작전은 다행히도 없었지만요.

하나 더 짚어볼 것은 무기의 발전입니다.


전함은 바다에서 퇴장합니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반면 효과는 갈수록 줄어갔으니까요. 여기에 다른 배들도 함포는 최소화하고 다른 쪽으로 진화했죠. 물론 항공기가 있었지만 함포의 화력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함포의 화력을 대체할 무기가 나타났죠. 아니 항공기의 무기도 아예 바꿔버렸군요. 유도 가능한 로켓, 미사일이었습니다.


하푼

1967년, 이스라엘의 구축함 에일라트가 이집트 해군 고속정이 발사한 스틱스 대함 미사일에 침몰합니다. 충격이었죠. 미사일 몇 방으로도 큰 군함을 격침시킬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소련은 미군에 맞서 다수의 함대함, 공대함 미사일을 개발합니다. 미국부터 서방도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이를 막을 방법을 궁리했죠. 한두발 막는 정도로는 안 됐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오는 적 미사일을 탐지하고 최대한 빨리 요격해야 했습니다.


세종대왕함

이렇게 해서 나온 게 이지스죠. 적의 항공기와 대함미사일을 탐지, 추적, 요격하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 이 모든 것을 통합지휘하는 시스템입니다. 유럽의 강대국들도 이런 시스템을 자체개발했구요.

창과 방패의 대결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함미사일은 더 사정거리 길고 탐지가 어렵게 진화하고 대공시스템은 이걸 최대한 빨리 찾고 많이 요격할 수 있게요. 근데 역시 창 쪽이 좀 앞서가는 것 같긴 해요. 만약 대함대간의 해전이 벌어진다면 양 쪽 다 쏘고 양 쪽 다 못 먹어서 공멸하는 일이 벌어질지도요 (...)

이런 상황이니 전함이 다시 돌아오기는 힘들 겁니다. 공격은 공군이, 미사일이(토마호크 같이) 해 주니까요. 유일한 장점은 더 싼 값에 상륙지원포격을 해 줄 수 있다는 것 정도인데 (그래서 미 해병대는 전함을 원하죠) 그래도 너무 비싸죠. 이후 레일건 같이 시대를 넘는 함포가 실용화 된다면 돌아올 수 있겠습니다만.

일반 수상함들은 다양한 목적을 가진 구축함과 이들을 호위하는 호위함, 그보다 작은 초계함으로 나뉘게 됩니다.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일본은 좀 -_-;) 왠만하면 이렇게 분류되죠. 연안방어는 주로 고속정이 맡죠. 바다의 치안은 해경이 맡구요. 나라꼴이 완전 엉망이 아닌 이상이야 이렇게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게 살 겁니다. 옛날의 포격전도 연안에서의 분쟁에서나, 그것도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게 최대한 조심해서 나오구요.

또 다른 발전은 바다 속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안중근함

잠수함은 더 이상 "잠수 가능한 배"가 아닙니다. 유선형의 설계 등으로 바다 속에서 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죠. 하지만 아직 부족했습니다. 디젤 엔진으로는 오랜 잠항이 불가능했고, 수면까지 올라가서 산소를 받아 충전해 줘야 했습니다. 현재는 AIP라는 게 개발돼서 더 길어졌지만, 여전히 부족하죠.


노틸러스 "굿모닝 USA. 본함은 원자력으로 항해중이다"

이를 해결해 준 것이 원자력이었습니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거의 무한한 잠항을 가능하게 해 줬죠. 잠수함의 크기도 더 커졌고,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목욕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구요 (...)a 뭐 여전히 잠수함 승무원들은 힘들게 살지만요. 아무튼 적에게 들키면 숨어야 되는 재래식 잠수함과는 달리 어뢰를 쏴도 어뢰보다 더 빨리 도망갈 수 있게 된 겁니다. 소음은 아무래도 재래식 잠수함에 밀리겠지만 그걸 덮을 장점이 너무나 컸죠.


어뢰의 발전도 계속됐죠. 하늘을 나는 컴퓨터 미사일처럼 바다를 가르는 컴퓨터입니다. 유도기능을 가지게 됐고 위력도 속도도 갈수록 빨라졌죠. 요격이 가능한 미사일과 달리 어뢰는 바다 속으로 와서 탐지도 요격도 어렵습니다. 흘수선 아래를 노리고 용골을 파괴하기에 한 발로도 대형 군함을 확실히 격침시킬 수 있죠. 직접 맞지 않더라도 폭압(버블제트)으로도 격침이 가능하구요. 격기만 장치나 어뢰 요격 어뢰도 개발되고 있긴 하지만요. 러시아에서는 쉬크발이라는 200노트의 미친 속도를 가진 어뢰도 개발했습니다. 무유도긴 하지만요. 계속 개량하고 있긴 한다던데...

이 잠수함을 잡기 위한 노력도 계속됩니다. 소나의 성능은 계속 향상되고 대잠 전력도 강화되고 있죠. 하지만 한 순간만 놓쳐도 막대한 피해를 낼 수 있습니다. 소련은 미국에 맞서기 위해 잠수함에 집중합니다. 다른 나라들도 수상함 전력을 보완할 잠수함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죠. 북한을 빼면 주변국의 수상함 전력에 밀릴 수밖에 없고, 그걸 채워줄 건 잠수함입니다. 이래서 한국 해군은 잠수함 전력을 꾸준히 증강시키고 있으며, 호시탐탐 원자력 잠수함도 노리고 있죠.


시울프함

잠수함의 특징은 언제 어디서 나타나 어떻게 공격할 지 모른다는 겁니다. 기회만 잘 잡으면 어뢰 몇 발로 적 함대를 괴멸시킬 수 있습니다. 미사일 탑재도 가능해지면서 그냥 잔뜩 쏘고 빠질수도 있죠. 이 미사일에 핵을 탑재한다면?


러시아 아쿨라(타이푼)급

여기에 특화된, 아니 이것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전략원잠입니다. 이들의 임무는 적을 정찰, 공격하거나 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출항 후 시간 떼우다가 돌아오는 것 뿐이죠. 하지만 이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적국은 공포에 떨어야 합니다. 이들이 가진 건 핵무기가 탑재된 탄도미사일이었으니까요. 이들만으로 적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핵공격이 가능합니다.

지상에 전개된 핵무기는 정말 잘 하면 사전에 파괴가 가능합니다. 특히 선제핵공격을 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바다는 아직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곳입니다. 바다 깊숙한 곳에 숨은 전략원잠을 모두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며, 이들 중 하나라도 살아남았다면 보복 핵공격이 가능합니다. 그 누구보다 강력한 핵 억제력을 갖춘 존재인 것이죠. 미국의 오하이오급과 러시아의 아쿨라급 외에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도 이런 전략원잠을 보유합니다. 설령 자국이 핵공격으로 멸망하더라도 적국과 동반자살할 수 있게요.

인류멸망에 가장 가까울 존재이자 인류멸망을 지키는 이들입니다.

--------------------------------------------------------

현대에 해전이 일어날 경우 하늘은 물론 바다속에서도 전투가 벌어질 겁니다. 면을 넘어서 3차원의 입체적인 전투가 벌어지는 거죠.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피해도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거구요. 다행히 강대국들간의 전쟁은 아직까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미소간의 신경전이나 포클랜드 전쟁 같은 비교적 작은 전쟁들이 벌어졌을 뿐이죠. 이런 역사나 현재 각국 해군의 모습을 본다면 참 재밌기는 합니다만... 이들이 정말 맞붙게 된다면 그건 결코 재밌지 않을 겁니다.

+) 그리고 군비경쟁이 일어나기 가장 쉽고, 우발적인 교전이 벌어지기 쉬운 곳이 바로 동아시아죠.

그렇다고 해군을 포기할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느 나라든 자국의 바다를 지키고, 해상무역을 지켜야 되니까요.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기존의 함들이 노후화되는데 새로 안 만들수도 없는 거구요. 그저 적정선을 지켜주길 바랄 따름이죠.


뭐 요새는 다국적 해군이 모여서 상선을 보호하는 훈훈한 장면도 볼 수 있긴 합니다만 (...)a

이상, 해군의 역사를 마치겠습니다. _-)/~

손 놓고 있던 본편들은...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ㅠ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8-12 09:48)
* 관리사유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iAndroid
13/07/09 03:37
수정 아이콘
결국에는 '핵'으로 귀결되네요.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습니다만...
그래서 미국이 그렇게 ICBM 요격기술에 목매는 상황이겠지만, 그 기술이 나오면 거기에 대응하는 미사일의 발전이 또 이루어지겠지요.
불대가리
13/07/09 03:42
수정 아이콘
빠른 2부 감사합니다.

선 추천 후감상
Starlight
13/07/09 03:47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3/07/09 04:12
수정 아이콘
우와아아앙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tannenbaum
13/07/09 04:25
수정 아이콘
해군 출신이라 그런가 이번글은 왠지 막 정감이 가고 그럽니다???
홍승식
13/07/09 06:05
수정 아이콘
문명에서 함정들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다가 최상위급인 미사일순양함과 항공모함, 잠수함은 업그레이드가 안되죠.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핵미사일도 핵잠과 미사일순양함에만 실을 수 있구요.

이렇게 함정의 역사를 보니 다시금 문명이 땡기네요. ^^
(며칠 뒤에 새 확장팩이 나오는 것은... ㅠㅠ)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Je ne sais quoi
13/07/09 07:31
수정 아이콘
출근길에 잘 읽었습니다 이제 잠시 쉬시고 본편도.... ^^;
13/07/09 08:35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13/07/09 09:33
수정 아이콘
저 비싸디 비싼 이지스도 미해군에선 그저 잔반처리용(...)
미해군의 대공방어는 기본적으로 전투기(뭐?!)가 위협을 일소하니 말입니다
아...밸런스붕괴...

물론 탄도미사일 방어에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긴 하지만요
설탕가루인형형
13/07/09 12:17
수정 아이콘
역시 해군은 멋있어요...
Siriuslee
13/07/09 15:03
수정 아이콘
워싱턴 군축조약 - 태평양전쟁까지를 정리하다가 너무 볼륨이 커져서 포기한적이 있지요.
(한줄정리 USS 엔터프라이즈가 짱이시다)

역시 글 쓰는것도 능력인거 같습니다. 흐흐
철학의힘
13/07/09 23:43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ㅠㅠ
산적왕루피
13/08/12 16:47
수정 아이콘
참고로 후반부에 나온 '타이푼 잠수함'은, 잠수함 주제에(?) 헬스장, 수영장, 음악실(심지어 드럼,기타도 칠수 있는!), 식물류를 키울수 있는 식물실...등등이 있는 어마어마한 괴물 잠수함입니다...
anic4685
13/08/12 20:58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해군이라면 거함거포주의를 부활시킬겁...(76Km짜리 주포라던지...응?!)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404 8월 9일 87,000,000원 빚을 지다 [123] 17850 13/07/30 17850
2403 무협을 금(禁)해야 하는가 [15] tyro11604 13/07/27 11604
2402 자전거 타는 스튜어디스와의 헌팅... [183] '3'21819 13/07/26 21819
2400 [LOL] "한타력"의 수치적 분석. (+ 나진소드 1경기 용앞 한타 살펴보기) [30] 찬공기9733 13/07/21 9733
2399 [야구] 신이 내린 타자, 이치로 [76] 민머리요정18797 13/07/18 18797
2398 피라미드 다녀온 이야기 [50] 파란무테13634 13/07/17 13634
2396 남자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209] 감모여재24862 13/07/12 24862
2395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으로 돌아보는 ‘폭풍’ 홍진호 [63] 한니발109348 13/07/11 109348
2394 과학 vs 유사 과학 [129] OrBef16663 13/07/10 16663
2393 컴퓨터 부품 선택 가이드 - 입력장치 [50] Pray4u12460 13/07/09 12460
2392 해군, 고대부터 현대까지 - 후편 [14] 눈시BBbr9860 13/07/09 9860
2391 해군, 고대부터 현대까지 - 전편 [10] 눈시BBbr11192 13/07/09 11192
2390 [PGR21] 추게의 주인은 누구인가? [75] 감모여재10944 13/07/08 10944
2389 '남아일언 중천금'과 '기성용' [37] 피터피터10984 13/07/05 10984
2388 강희제 이야기(13) ─ 북에서 이는 바람 [4] 신불해8758 13/07/04 8758
2387 제4회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 후기 (+ 사진 추가) [65] 이재균10635 13/07/04 10635
2386 연왕 주체, 불가능한 싸움을 승리로 이끌다 ─ 정난의 변 [17] 신불해12003 13/07/02 12003
2385 서양의 전열 보병 [53] 눈시BBbr23955 13/07/02 23955
2384 [LOL] 이것이 클라스다. 정소림 캐스터의 클라스에 취하네요. [69] 유라15540 13/07/01 15540
2383 케이팝의 아이돌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의 팝시스템에서 왔습니다 [25] 카랑카14090 13/06/29 14090
2382 강화도 조약, 문을 열다 [9] 눈시BBbr7183 13/06/29 7183
2381 공자가 인육을 먹었다는 '공자 식인설' 의 진실 [14] 신불해25798 13/06/28 25798
2380 강희제 이야기(12) ─ 해신 [5] 신불해7918 13/06/27 791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