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어서 인생선배님들이 많이 계신 피지알에 여쭙습니다.
삶의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스스로의 한계가 된다는 느낌을 요즘 받고 있는데요.

저는 늘
정보 수집 (학습테크트리 파악) -> 실행 -> 실패 -> 원인분석 -> 재실행 -> 성공
-> 얻은 교훈의 일반화 -> 경험내용은 기억에서 삭제하고 일반화된 내용만 기억

이런 순서로 학습을 해왔는데요. 어떤 분야에 입문하든 초기학습에서는 늘 메커니즘이 매우 활발히 돌아가고, 실패에 대한 원인분석이 즉각적으로 되어서 그런지, 뭘 배워도 남들보다 빨리 배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정도 숙련도를 쌓는 순간부터 급격하게 정체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쌓아온 수많은 경험들이 오히려 추진력있게 무언가를 시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 기분입니다. 무언가 주변의 조언을 들어봐도 다 내가 해본 일인데 안되더라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찌감치 포기하게 되더군요.

또, 갖고있는 경험데이터를 들을 구체화시키고 일반화 시키는 시도를 많이 하다보니 머릿속에는 일반화된 결론만 남는데 그 결론끼리 충돌하여 오히려 혼란스럽고 우유부단한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최근에 롤하면서 느낀 생각을 한번 이야기해보면,

다리우스로 나서스를 상대하는데 상대 정글 람머스가 보이지 않는다. (과거 경험 1 : 후반챔에게 초반 견제를 안하면 후반에 뭘 해도 지더라, 과거경험 2 : 이속형 정글을 상대할때는 와드를 잘 해도 라인을 밀면 당할 수 있다.)
=> 두 경험이 충돌하여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음.

아마 사실 저런 경험1과 경험 2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두가지를 절충할 수 있는 방안이 있겠지요. 과거 경험 2에서는 사실 라인을 밀어서 당한것도 있지만 피관리를 못해서 당한 것도 있을거고, 과거경험 1에서는 후반챔이 활약하기 좋은 조합이라는 사실도 있을지도 모르구요.

그래서 일반화의 단계를 훨씬 구체적으로 해보자. 하는 시도를 해봤는데, 예) 람머스 정글을 상대할때는 피관리가 안되거나 와드를 안하거나 우리 정글러가 봇에 머무르거나 람머스가 빠른 기동신을 올릴경우 라인을 밀면 당할 수 있다.
구체화된 내용의 종류가 너무 많고 복잡하여 일일이 암기가 불가능해서 실전에서 써먹지를 못하겠습니다.



이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쌓은 경험이 오히려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경험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면 모든것을 다 기억할 수 없어서/ 추상화하여 기억하면 그들끼리 충돌이 너무 심해서.

그러나 경험의 일반화를 포기하고 그저 직관에 의존하여 판단을 내렸더니 성장하는 느낌이 전혀 안들더라구요. 학생때로 따지면 아무 생각없이 문제풀고 틀리면 틀렸네 맞으면 맞았네 하고 아무 생각없이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기분입니다.

이런 딜레마에 빠질때 어떤식으로 극복하셨는지 알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