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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5/29 01:09:38
Name VinnyDaddy
Subject [유머] (241992 관련) 사여단급 워게임썰 짧게 풉니다.
워게임썰 간단하게 풉니다. 저는 포병여단 사령부에서 근무했습니다. 작전병은 아니라 널럴하게 지켜볼 수 있었죠.
이걸 쓰는 이유는 사령부 워게임이라고 해서 그 꼬라지가 정상일 리 없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아마 을지급은 아니고, 군단급 훈련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0.
사령부도 전투태세가 걸리고 지휘소이동 훈련을 합니다.
개인군장도 싸야하고 처부 짐도 꾸려야 합니다. 아비규환입니다.
고참들에게 들은 얘기라 신빙성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여단본부가 제 시간에 지휘소이동을 성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고,
훈련할 때마다 전투불능 판정을 받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짐꾸리는 꼬라지 보면 그럴 거 같긴 합니다...

#1.
"어? 저기 전선 빈 거 아냐?"
"맞는 것 같습니다 여단장님"
"야 뭐해 6xx대대 전진시켜서 저기 먹어!"
(잠시후)"...여단장님, 판정결과 6xx대대는 북한군 기갑여단을 만나 전멸 판정을 받았습니다."
여단장님 대노, 어떻게 된 일인지 당장 원인규명을 하라고 역정냄. 얼마 후 빡친 작전참모 왈.
"어떤 x끼가 여기 기갑여단 표시 떼버린거야?!"
...네, 이등병이 작전지도 부대 표시 꽂다가 실수를 했던 거 같습니다... 실전이었으면 몇백명이.. 덜덜덜...

#2.
포병은 좌표를 알아야 쏠 수 있습니다.
좌표를 따는 방법 중에 특수부대를 적진으로 침투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진으로 특수부대를 침투시키면 일정 비율로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포병여단과 특수부대는 훈련이 끝나는 날까지 무수한 표적을 획득하여 우수한 전과를 올렸습니다.
나중에야 그 비결이 밝혀졌는데,
특수부대 파견 인원을 1명으로 하면 소수점 버림 처리가 안되어 1명이 그대로 살아온다는 거였습니다(!).
나중에 그 버그가 고쳐졌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3.
훈련을 하다보면 간혹 상황이 주어집니다.
예를 들면 "지휘소에 적 화학탄이 낙하하고 있다" 뭐 이런거요.
상황전파를 들은 저는 침착하게 옆구리에 찬 방독면 주머니로 손을 넣었습니다.
방독면은 없고 배고플 때 먹으려고 짱박아둔 빵 봉지만 만져지더군요.
몰래 자리를 피해 천막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저 말고도 열명 남짓한 고참들이 '너도냐'하는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더군요.
아 물론 감독관에게 들키지는 않았습니다만,
전쟁나면 죽겠구나 싶은 장면이었습니다.

#4.
공세로 전환한 시점이었는데 적의 방어가 너무 완강해서 전선이 교착상태에 처할 위기였습니다. 그때.
(따르르릉)
"여단장님, 군단 특공대입니다. 전선 교착을 풀기 위해 강하작전을 하려고 하는데, 연막탄을 쏴 달랍니다"
잠시 고민하던 여단장은 곧 예하 몇 대대에게 연막탄을 쏠 것을 지시합니다. 잠시후.
예의 특공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연막이 너무 두꺼워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답니다!"
참모님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야 지금 바람이 북서풍이니까 1분만 기다려보라 그래!"

#5.
결론적으로 강하작전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전선을 교란시키고 기갑부대가 그 틈을 타 쭉쭉 밀고 올라갑니다.
이대로면 군단의 직전 목표인 평양 공략도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작전의 성공으로 기분이 좋아지신 군단장님이 치하하기 위해 여단 지휘소를 방문하셨습니다.
그때 (그 특공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전화가 왔습니다.
"병력 피해가 너무 큽니다. 무의미한 희생 어쩌고.."
갑자기 군단장님이 "야 바꿔봐" 하십니다. 그러더니
"야 너 누구야 (경례소리와 관등성명) 야이 xx야 군단장이 까라면 까야지 얻다대고.."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한참 욕 섞은 질타를 하신 군단장님이 우리 여단장을 보며 말합니다.
"야 포병"
"넷! 준장 OOO"
나지막한, 그러나 권위있는 한 마디.
"갈겨!"

그래서 열심히 갈겼고 군단은 작전목표를 달성했다는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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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마스터
15/05/29 01:21
수정 아이콘
포병이었던 저도 #2 를 보니 떠오르는게 있네요.
역시 좌표 획득을 하는 꽁수(?)인데요. 대충 적군이 있을만한 위치 곳곳에다 포를 살짝살짝 쏴보고 적군 피해 표시가 뜨면(워게임의 맹점?) 거기에다 왕창 갈기는 방식이었죠.
실전에서도 쓰는 방식이라고 하던데 이름을 잘 모르겠네요 흐
VinnyDaddy
15/05/29 01:35
수정 아이콘
오오 그것은 타초경사(打草驚蛇)...! 유서깊은 전술이 워게임에도...! 흐흐
강동원
15/05/29 08:51
수정 아이콘
해병대 워게임 참여했는데 전투 개시 1시간만에 투입 1개 사단 12,000명 중 절반 죽었습니다.
전쟁나면 무조건 튀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ㅠㅠ
15/05/29 09:40
수정 아이콘
BCTP훈련 팩스병으로 파견나가서 한달간 꿀좀빨아봣던 경험자입니다.
#2와 비슷한 경험인데요, 저희대대가 예비훈련 초기에는 전쟝시작하자마자 임진강 다리끊기고 남쪽으로 건너가지 못해 전멸판정 받는일이 다반사엿습니다 (그리고 맨날 연대장에게 작살나는 작전장교니뮤ㅠ)
근데 어느날부턴가 도하100%성공하더군요, 알고보니 대대장과 운전병 둘만 남쪽으로 보내고 본대는 끝까지 싸우다가 부대합치기로 순식간에 워프시키는 버그를이용하고 있더군요
The xian
15/05/29 10:19
수정 아이콘
역시 어느 게임이나 버그악용이 문제입니다.
죽어라해볼꺼다
15/05/29 18:56
수정 아이콘
왠지 저랑 같은 군단소속 같네요. 전 그 군단 예하 여단출신입니다. 재밌게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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