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는 동안 만약 혼자 극장에 있었다면 감탄사와 환호를 보내면서 봤을 것 같은 영화네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1편에서 '코믹스 스타일'을 영화로 잘 이식했다. 는 표현을 쓸 수 있다면, 이번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는 '만화에서 가능한 것', '만화라서 할 수 있는 것'을 잘 이식했다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멀티버스'를 이렇게 간단하고 화려하게 그려낸 영화는 없었다고 단언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네요. 그림체, 세계관 모든 측면에서 멀티버스를 이렇게 강렬하게 그려낸 영화는 없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림체는 이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내에서 과감하게 배경을 날리고 색채로만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면들이 말 그대로 대단합니다. 굳이 감성적인 대사나 음악, 혹은 다른 요소 없이 그림과 배경 만으로 승부를 보고, 그 장면들이 제대로 직격합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강렬하고 뛰어납니다.


아쉬운 점이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일단 첫째로, 1편에서 정말 좋아하는 'Leap of Faith'와 어울리던 곡  같은 킬링 트랙, 혹은 임팩트 넘치는 씬이 없다는 단점도 있고, 기본적으로 멀티버스 개그 내지 멀티버스 이야기가 스파이더맨 팬, 혹은 조금 더 넓게 봐도 영화를 챙겨 본 사람들을 겨냥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파고들어가면 팬을 위한 영화의 느낌이 들고, 그 지점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클리프행어가 될 거라는 얘기를 전혀 모르고 간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웠지만 '여기서 끝이라고?' 싶으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가 너무 즐거웠습니다. 1편의 대사를 빌려오자면 "얼굴이 아니라 손을 봐야죠."를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고 해야할까요. 강렬한 시각적 효과와 몇 가지 반전과 흔들기를 통해서 다음편이 너무나도 궁금해진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물론 2편이 나왔을 때 이걸 제대로 풀지 못하면 평가가 같이 떨어질 수 있겠지만,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다른 세계에 떨어진 (그것도 완전히 반대 상황의!) 스파이더맨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고 궁금해집니다.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그걸 장점으로 잘 가려낸 작품이라고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