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이미지만 유머게시판에 올릴까 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웃음이 나는 내용은 아니라서
키보드에 얹은 손꾸락들에게 생각의 흐름을 맡기고
자게에 글을 씁니다.

총 6분여 가량의 영상 내용 중
이미지는 4분 분량을 떠온 내용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를 읽어보셨나요?
인간에게 자극과 쾌락이 얼마나 무서운 요소인지를
주제로 하는 스릴러인데요,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뇌>를 읽으면 누구나 떠올리는
인간 문명의 종점, 즉
모두가 더 강한 자극과 쾌락에 미쳐서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로 가는 길목에
이 디지털 마약이 있지 않나 싶어집니다.  

문득 아이들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유튜브 숏츠는 가끔 보고
틱톡이나 릴스는 아예 켜 본 적이 없습니다만
식당이나 대중교통 이용할 때
자녀 데리고 계신 부모님들이
아이들 눈앞에 영상들 틀어두시는 건 자주 봤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꼭 쇼츠, 릴스, 틱톡은 아닐 수 있겠네요)

잊을 수 없는 광경이 있는데요,
SRT를 타고 성남에서 부산으로 출장 가는 길이었습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앉아있던
젊은 어머님과 엄마에게 안겨 있는 두어 살 남짓한 아기가 있었어요.
애를 재워야겠다 싶으셨는지 어머님이
재생되고 있던 태블릿 영상을 끄고 아이를 토닥이시더라고요.
그러자 3초도 안 되어 아이는
온 기차 객실이 떠나가라 울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앉아있던 아버님도 아이를 달랬지만
울음과 고함은 그치지 않았죠.
그렇게 1분도 못 버티고 항복한 부모님은
다시 아이 앞에 태블릿을 두고 영상을 켜 줬습니다.
그 즉시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다시 화면에 빠져들더군요.

이 아이와 그 또래들은 앞으로도 그렇게 영상물에 빠져들겠죠.
숏츠, 틱톡, 릴스 등 보다 더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접하면서부터는
점점 역치, 그러니까
감각세포에 흥분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한의 자극의 크기가 낮아질 것이며,
책을 비롯하여 자극이 약한 매체들은 아이에게서 점점 멀어질 것입니다.

사실 아이들뿐만이 아닙니다.
남말 할 것 없이 저부터도 요새 책이 잘 안 읽혀요.
대학생 때만 하더라도 공강 때면 도서관에 짱박혀서
소설도 읽고 에세이도 읽고 만화도 읽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했는데
지금은 미쳤다고 책을 읽습니까,
남는 시간에는 핸드폰으로 우마무스메 말딸 육성하느라 바쁩니다.
예전에는 대여섯 시간짜리 폰게임 포커 홀덤 대회도 진득하니 참가하고 그랬는데
(판사님 저는 플레이머니로만 게임합니다.
백수라 게임에 쓸 돈이 없어요 OTL)
이제는 그렇게 오랜 시간 가만히 버티는 게 힘들어요.
분명히 게임을 하는 중인데도 지루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읽을 책들을 책상에 쌓아두고
한 권씩 빼고 또 한 권 채우고 하시면서
저와 동생에게도 추천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 아버지께서 병원 신세 오래 지시고
그 옆에서 모친이 간병하시면서부터는
각각 지지하시는 정치 진영 스피커들이 나오는 유튜브 쇼츠,
그리고 투자 관련 영상들만 들여다보고 계십니다.
피터 린치 같은 대가들의 책을 드려도 거들떠보지를 않으세요.

건강한 식단, 효과적인 운동 등
육체적 건강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어느새 누구나 알고 있고,
그저 귀찮아서 실행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정신적 건강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사회적으로 대두되겠구나 싶어집니다.

사실 정신적 건강에 대한 담론들은
아주 옛날부터 우리 옆에 있었습니다.  
종교가 대표적이죠.
저는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밖에 모르는 종교알못인데다
딱히 믿는 신도 없어서 깊게 쓰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시간이 갈수록 마음의 평화를 찾는
사람들도, 그리고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산업들도 많아지겠구나 싶습니다.

이미 제가 구직 활동하고 있는 영역인
HRD, 조직문화에서도
기업을 위한 회복탄력성, 심리상담, 마음챙김을 비롯하여
조직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서비스들, 컨설팅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더라고요.

얼렁뚱땅 마무리하자면
사람이라는 동물은 진화의 단계 자체가
짧은 것, 빠른 것, 자극적인 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어진 것이 분명합니다.
근데 그런 요소들은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영상의 말미에도 나오지만,
세상의 자극들이 갈수록 더 격해지고 강해지기 때문에
이런 자극들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자칫 잘못하다가는 가속 노화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일상에서 접하는 육체적 유해 요소들은 물론
정신적 유해 요소들로부터도 멀어져야겠어요.

남들에게 뭐라 할 것 없이
저부터 다이어트 꾸준히 하고 있듯이(현재 -22kg!)
정신 건강을 위한 실천을 하나라도 해 봐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생각나시는, 추천하시는 정신 건강을 위한 작은 실천들을
댓글로 달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가.
뇌과학하는 친구가 이런 말을 해 주네요

쇼츠 등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예를 들면
안구 운동 연구해서 어떤 기전으로 자극을 보여줘야 제일 광고 등 돈이 나올만한 걸 오래 보나 뭐 이런 거

이런 연구는 일반적으로 게임에서는 하지 않는 걸로 압니다. 게임도 뇌에 자극을 주고 심한 경우 중독 등으로 해를 끼친다지만, 이런 연구는 아예 궤가 달라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