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 저는 공교롭게도 대통령과 출퇴근의 시공간이 겹칩니다. 다시 말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공관에서 나와 용산 대통령실로 향하는 그 시간대에 저 또한 남산1호터널과 한남동과 한남대교를 거쳐 경부고속도로 진입합니다. 반대로 그가 용산에서 나와 한남동 공관으로 들어가기 위해 경찰들이 한남오거리 일대를 통제하는 그 즈음에 저도 집에 가기 위해 그 일대를 지나갑니다.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꽤 긴 시간동안 경찰이 도로를 막고, 언제나 많은 차들이 오가는 그 일대는 당연히 정체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누가봐도 VIP를 태웠을 것 같은 차량들이 줄을 지어 공관 쪽으로 유턴해서 들어갑니다.
- 최근 언론은 요청에 따라 대통령의 근태에 관한 내용을 기사로 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위 사진의 출근시간에 근거하여 제가 본 바에 따라 추산해 보면, 대통령은 평균적으로, 그러나 꽤 규칙적으로, 하루에 11~12시간 정도를 근무지에서 보내고 공관으로 돌아옵니다. 아마도 퇴근시간이 너무 늦어지니, 점심과 저녁도 그곳에서 먹고 올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의 기준을 따르면, 이 경우 휴식시간이 1시간 30분 빠지게 됩니다. 결국 대통령은 일주일 평균 근로시간으로 9.5 ~ 10.5 * 5, 약 50시간 정도를 일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 물론 주말에도 대통령은 일정을 가지고 움직이며, 그 시간도 노동이라면 노동이니, 실제 근로시간은 그보다 더 길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부분을 고려한다 해도, 현 대통령은 제가 본 어떤 거대조직의 장 중에 가장 일을 적게 하는 사람입니다. 하다못해 대기업 임원도 하루에 10시간 정도밖에 일하지 않는다 하면 자리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사진 2.
-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최근에 산불 골프 논란을 해명하며, ‘30분 일찍 퇴근해 골프연습장에 갔다’라는 사실에 대해 위와 같이 반문했습니다. 요컨대 ’30분 일찍 퇴근하는 것 정도로는 조퇴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소위 ‘유도리’를 주장한 것입니다.
-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일개 사기업에 다니는 일반인이 회사에 저런 이야기를 하며 무단으로 일찍 퇴근한다면, 그 사실이 발각되는 순간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여지가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일선의 공무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결국 김진태 도지사는 유례없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라고 사과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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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소위 ‘주69시간제’는,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어떤 면에서는 일리가 있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기존과 거의 차이없는 노동 환경에서 유연화만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럴 리가 없다는 대중의 불신입니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개혁안이 제대로 굴러가리란 기대는, 노측이든 사측이든 아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 더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개혁을 주장하는 정부 측에서마저 그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주5일제는 80년대부터 논의가 진행되어오던 제도였지만, 오랫동안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실행되지 못하다가, 2003년 ‘공무원 월1회 주5일제’를 시행하며 비로소 사회로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 물론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특히 중앙부처 공무원의 노동 강도는 굉장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개혁이라는 화두를 던진 이들은 이 고생하는 일선의 공무원이 아닌, 선출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러므로, 주69시간제를 마주하는 일반 시민들은 결국, [왜 나를 더 힘들게 일하게 하려는 저들은 나보다 힘들게 일하지 않는가?]란 질문을 던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 저들의 시도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