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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5 20:32
(이를테면) 르누아르나 램브란트 같은 과거 거장의 ‘미발견 신작’을 만들어낸다는 최고 수준의 위작 전문 화가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음악은 제 영역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커버 연주자 또는 커버 작곡자는 지금도 있지 않나요? 예를 들어서 ‘너무너무 음악적 역량이 뛰어난 너훈아’ 같은 존재를 상상해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런 작품으로 원작자의 아우라를 즐길 수 있느냐… 라는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철학적이라기보다는 개인 취향의 문제로 느껴지네요. 아들과 보조작가가 쓴 듄 속편을 듄으로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것처럼요. AI가 쓴 독마새나 싱숑(아무 작가 이름이나 썼습니다)이 쓴 독마새나 마찬가지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요. 아예 인공 초지능이 인류의 상상력을 벗어난 범주 자체가 다른 창작을 해버리면 얘기가 다르지만, 이미 있었던/있는 사람의 작업을 ‘비슷하지만 다르게’ 흉내내는 문제라면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반드시 낫다고 할 수 없겠죠. 창작이란 정답이 없는 문제니까요.
23/04/06 02:43
커버를 할 필요는 없죠, 연주의 영역은 그냥 같은 데이터를 재생하면 되는 것이고요. 창작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창작자 본인이 썼을 곡을 AI가 재현한다는 거니까요. AI는 작가 본인의 데이터로 만드는 거니까 이를테면 클론 이영도가 쓰는 독마새인거죠. 호불호가 갈린다면 이영도가 써도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 나왔을 것이고.. 비슷하지만 다르게가 아니고 똑같은 데이터로 다르게 쓴다는게 포인트입니다. 본인이 쓰는 거랑 똑같을텐데 아들이랑 보조작가랑은 아예 결이 다르죠.
23/04/09 18:46
제 말은 AI 재현이 "본인이 쓴 거랑 똑같다"라고 말씀하신 게 엄밀히 말해 수용자 쪽의 믿음의 영역이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서 5년 후에 슈퍼 챗지피티가 독마새를 썼는데, 이영도 작가가 '이거 내가 구상했던 거랑 전혀 달라요. 내 글 아닙니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반면 '충분히 발달한 AI가 있다면 이영도 작가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한 그런 상황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게 멍멍이개님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고요. AI가 이영도를 뛰어넘는 작가가 되는 건 차라리 쉽지만, 이영도 작가 개인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대체하는 건 훨씬 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정보량 측면에서 봐도 이영도 작가의 기존 작품만으로 그에 대한 모든 것을 학습할 수는 없습니다. 이영도 작가의 뇌를 뉴런 단위로 분석해서 통째로 스캔하지 않는 한 말이죠.
23/04/09 19:30
전 블라인드 테스트로 구분할 수 없다면 내적 가치는 똑같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쓸 생각이 아예 없어보이는 타자의 독을 마시는 새 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훨씬 있어 보이고요..
23/04/09 21:01
블라인드 테스트로 구분할 수 없어도 그냥 진품이기에 좋다는(즉 브랜드를 소비하고 싶은 거라면) 것은 그냥 NFT시장이랑 다를 게 없지 않나 싶습니다. 원작의 아우라를 말씀하시길래 그 아우라를 AI가 쓴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다면 다를게 뭐냐는거죠. AI의 작품에서는 아우라를 못 느끼겠다면 블라인드 테스트로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고요. 그러나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NFT붐이 한번 더 불 수도 있겠네요...
AI에게 직업을 위협받는 게 인간이 할 수 없어서가 아니잖습니까.
23/04/09 21:08
아 저는 오히려 원작자의 오리지널리티에 크게 관심은 없습니다. 그냥 수용자 입장에서 즐기면 된다는 입장이고요.
제 말은 멍멍이개님이 말씀하신 서비스, 즉 작품의 내적 가치는 지금 당장 인간들도 훌륭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베토벤 10번 교향곡을 AI가 작곡했다고 그게 “충분히 능력있는” 인간 모작 작곡가가 흉내내 만든 것보다 더 오리지널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근거는 작품 내적인 게 아니라 AI 기술에 대한 리스너의 신뢰뿐이라는 거죠.
23/04/09 21:11
근데 저라면 '충분히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신뢰하기보단 AI의 분석을 믿을 것 같습니다. 액셀 냅두고 굳이 암산에 기댈 필요가 없죠. 암산의 결과가 엑셀만큼 정확할 수 있겠지만 계산기보다 사람을 더 신뢰할 이유가 있을까요?
23/04/06 07:30
맨 앞쪽의 6번, 9번 같은 것은 단순히 AI가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와 인간 감각(+뇌)의 연결이라는 문제가 풀어져야 가능할 것 같긴 하네요 흐흐
23/04/06 12:56
맞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가상세계를 꾸밀 때 사람이 일일이 무한에
가까운 오브젝트를 만드느니 AI라면 답이 되지 않을까... 해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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