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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0/31 21:43:11
Name Serapium
Subject [일반] [스포/장문주의] 왜 재밌는지 모르겠는데 재밌는 <안도르> 시즌1 중간정산
솔직히 안도르 나온다고 했을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딱봐도 제다이 안나올 것 같아서, 저에게는 비슷한 시기에 예고됐던 <오비완>이 훨씬 기대가 되었죠.

<오비완>을 다 보고, <안도르> 시즌1의 8편까지 보고난 지금은 평가가 반대가 되어버렸네요.

<오비완> : 재미없을 수가 없는데 재미없음
<안도르> : 왜 재밌는지 모르겠는데 재밌음

원래 김칫국 드링킹 거하게 될까봐 가급적이면 완주하고 글을 남기려 하였으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차오르는 뽕을 이기지 못하고 중간정산을 하고자합니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여태까지 보면서 와이프랑 아 이거 좀 몰아서 볼껄, 기다리기 힘들다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왜 내가 빠져들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 겁니다. 휘황찬란한 광선검 듀얼이 나오지도 않고, 압도적인 함대전이 나오지도 않으며,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에 유명인사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끽해야 몬모스마 의원이나 쏘우 게레라 정도가 나오기는 하는데 둘다 유명인사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죠) 심지어 치밀한 구성과 완벽한 연출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루썬이 카시안을 왜그렇게 그 작전에 참여시키려고 무리를 했는지 개연성이 좀 없는 전개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또 시릴 칸 이라는 캐릭터도 예상보다 빌드업이 길어지고 있는데, 빌드업이 길면 기대감도 커지는 지라 약간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왜 재밌을까요. 왜 이렇게 빠져들고 다음화가 못내 기다려지는 걸까요.

제가 생각하는 첫번째 이유는 배우들의 열연입니다. 초반부터 나오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몬모스마 의원의 연기(연출?)는 정말 압도적이라 생각합니다. 표정과 손짓 하나하나가 진짜 제국치하의 반제국주의 정치활동을 보고있는 기분입니다. 분명히 은하제국 수도의 사교 파티장인데 시릴칸이 카시안 잡으러 총들고 뛰어다니는 장면보다 훨씬 더 긴장감이 넘치거든요. 루썬이라는 캐릭터 또한 압도적입니다. '제국이 슬금슬금 교묘하게 통치세를 확장하는 걸 보고 이대로는 사람들이 무감각하게 제국 지배를 인정하게 되버릴 것이라는 판단하에 시민들이 고통받게 될걸 알면서도 잠자는 사자의 수염을 뽑아버리는 선택을 함'이라는걸 몇마디 말과 분위기만으로 꽉차게 표현합니다. 특히 쏘우게레라나 몬모스마 의원과 티키타카 주고받는 장면은 훌륭한 각본이 훌륭한 배우의 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외에 카시안의 양모도 출연 비중은 작지만 양아들에 대한 사랑과 제국에 대한 혐오 사이에서 고뇌하는 연기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급안된 수많은 배우들도 특별한 구멍없이 괜찮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두번째 이유는 사실 첫번째와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 연출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것은 연기 역량 그 자체도 있겠지만 각본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 <고요의 바다> 초반부에 나왔던 대사같은 것들은 제아무리 연기파배우라도 살리기 쉽지 않죠) 게다가 제작진이 죄다 스타워즈 팬들인지 세심하게 살펴보면 찐팬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알다니 작전성공후 탈출 중에 죽은 네믹은 그 씬 자체가 로그원의 K2SO가 죽는 씬에 대한 오마쥬(https://screenrant.com/andor-episode-6-k2so-nemik-rogue-one-reference/)입니다. 각본 뿐만 아니라 영상미도 드라마라곤 믿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 모르겠는데, 모두가 감탄하는 6화의 유성우 장면도 물론 훌륭하지만, 소품과 배경 하나하나가 각자의 기능이 있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제국보안국 내부는 강박적일 정도의 무광 무채색 톤을 써서 경직된 엘리트주의를 묘사하는게 마치 나치나 KGB를 보는 느낌이고, 루썬의 수집 유물들 중 지나가듯이 보이는 것중에는 시스 홀로크론, 칼리코리 등 팬들을 설레게 하는 것들이 무수히 지나갑니다. 또한 1~2화는 캐릭터 구축 및 배경설명 등의 이유로 좀 지루할 수도 있지만 대신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리게 하는 영상미가 그 자릴 채워줍니다. 정말 영상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시청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스타워즈 팬 이긴 하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마블 시리즈에 비하면 솔직히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국의 역습>은 비할데 없는 걸작이지만 그게 도대체 몇년전입니까. 그런데, 정말로, 스타워즈 IP에서, 작품성으로도 내세울 수 있는 걸작이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만달로리안>도 걸작이긴 했지만, 영상미 라는 측면에서는 <안도르>가 한 수 위인것 같네요.

부디 마무리를 잘해서 제가 똥글을 싼 것이 아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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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connect
22/10/31 21:52
수정 아이콘
제가 블루레이도 소장하고 있는 본 시리즈의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유튜브 소개를 보고 디즈니 결제를 해야하나 고민했던 안도르네요.
Serapium
22/10/31 22:27
수정 아이콘
스타워즈 색깔의 본 시리즈 느낌도 납니다! 강추드립니다
배수르망
22/10/31 22:46
수정 아이콘
알다니의 눈은 진짜 자세를 고쳐앉게 하더군요 대박..
Serapium
22/11/01 01:10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잘모아서 빵 터트리는 모습!
근데 전 놀랍게도 그 뒤로 더 흥미진진해지더라구요
배수르망
22/11/01 09:21
수정 아이콘
7화 8화가 아직 디플에 안떠서 기대중입니당
강나라
22/10/31 22:47
수정 아이콘
디플에 최근에 생각보다 재밌는 작품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디플 인지도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는게 좀 안타깝더군요. 정려원 주연의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나 형사록 같은 작품들은 최근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작품들보다 훨 낫더라고요.
Serapium
22/11/01 01:10
수정 아이콘
오.. 둘다 안봤는데 시간되면 한번봐야겠네요
테란해라
22/10/31 22:57
수정 아이콘
안도르 나름 잼나게 보고있는데, 주인공 말고는 별로 기억나는게 없네요. 처음에 살인부터 이상하고 행성 빠져나가는것도 이상하고 그 다음 돈훔치고 튀는것도 이상하고.. 그냥 보다보면 볼만한데 잘만든것같지는 않아요. 결국 그래서 로그원으로 이어지는거라는것만 생각하고 보고있네요.
Serapium
22/11/01 01:11
수정 아이콘
네.. 저도 초반부엔 좀 그랬는데 재미가 지수함수로 증가합니다!
테란해라
22/11/01 09:09
수정 아이콘
돈훔치고 튀는게 7화까진데요..
Serapium
22/11/01 10:03
수정 아이콘
아 그러네요. 그럼 취향이 아니신듯...
돈훔치고 튀는건 그냥 이 반란군에 끼고싶지않다 난 벌만큼벌었으니 조용히 살고싶다 이런 무사안일주의 아닐까요? 애초에 그 판에 별로끼고싶어하지도 않았으니까요.
파인애플빵
22/10/31 23:13
수정 아이콘
만달로리안 보다 재밌다니 이거 너무 기대 되네요 자야 되는데 못자고 일단 1화 볼려고 합니다. 저는 보바펫 까지도 만족 하다가 오비완 설마 처음에만 이렇겠지 하고 계속 보다가 실망해서 안도르는 스킵중 이였거든요
Serapium
22/11/01 01:15
수정 아이콘
엄...음... 한가지 말씀드릴게 있는데 길로이가 3화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3화까진 보셔야 재미가 느껴질거고, 6화까지보면 오오 잘만들었는데? 싶으실겁니다. 위에도 살짝 언급하긴했는데 초반부는 좀 지루하긴하거든요. 저는 세계관 묘사가 충실해서 맘에들었지만요.
22/11/01 08:50
수정 아이콘
요즘 스타워즈는 이상한게 집이 폭삭 내려 앉아서 벽에 대충 지붕 만들고 불 피워 놨는데 이게 아늑함 200% 이런 느낌입니다.
메인 스토리는 산으로 가서 중요한 서사들에서는 재미보다는 분노가 느껴지는데 만달로리안이나 안도르 같은 이야기들은 재미있어요.
Serapium
22/11/01 09:07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묘사가 찰지시네요 확실히 망한집이긴하죠... 안도르 암만 잘만들면 뭐합니까 어차피 시퀄엔딩..
22/11/01 11:02
수정 아이콘
몇일전 테일즈 오브 제다이 나왔습니다. 클론워즈 보셨다면 이거 꼭 보세요. 아소카 스토리는 소설 아소카하고 좀 설정 충돌이 있는데도 강추입입니다. 너무 짧아서 불만일 정도. 카운트 두크흑화 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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