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pgr 대표는 못되고... 하여간 성인 ADHD 증상을 가진 유저, 오늘도 등장했습니다. 월루 최고에요.

1. 월루 하는 김에 생각나서 쓰는 이번 글은 제목대로, 당신의 정신건강은 안녕한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쓰게 된 부분도 있는데, 일단 이 얘기를 하려면 제가 ADHD 판정을 받았던 올해 3월로 잠시 돌아가야 합니다.

2. 당시 저는 근 2년 가까이 제대로 된 일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걸 스스로 알고는 있는데 '왜? 못하겠는거지?' 싶을 정도로 스스로도 왜 이러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3개월동안은 일도 안하고 돈 쓰는 것만 했으니 말 다했죠. 하다하다 이러다간 우울증이 아닐까... 싶어서 집 근처 정신건강의학과를 가게 됐습니다.

3. 그래서 병원에 가서 우울증 자가진단이라던가 알콜의존증 자가진단 등 이것저것 해봤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안높더라고요? 특히 전 술을 용량 대비 맛없어서 안먹는 사람이라 알콜의존증하곤 거리도 멀었고요. (이런 이유로 안먹는다고 하니까 전에 같은 직장에 계시던 분이 정말 예상치도 못한 답이라고 웃으신게 생각나네요. 흐흐) 그러면서 의사쌤과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ADHD가 아닐까, 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1시간동안 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제가 아는 성인ADHD가 똬악 나온거죠.

4. 저의 경우, 이 성인ADHD가 동반하는 증상들이 저를 좀먹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100% 동반한다! 까진 아니지만 높으면 30%정도는 수반되는 증상들이 몇몇 있는데, 저랑 관계있던 증상들은 강박증세, 불면증, 무기력증, 광장공포증(지금도 좀 남아있는데, 어릴 때는 심했습니다), 우울증에 아슬아슬하게 안되는 수준의 우울감 정도였죠. 특히 우울증상 같은 경우 ADHD와 관련 없이 태어난 천성 자체가 삶에 대해 건조한 면이 있는데, 제때 ADHD를 교정하지 못한 채 성인으로 자라서 그동안 사회에서 겪은 일들 때문에 더 그런 면이 높은 편이라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게 점점 더 심해져서 우울증 직전까지 왔던 거였고...

5. 현재는 많이 나아진 편이고, 의사쌤도 "처음 진료받으러 오셨을 때는 꽤 심각해 보일 정도로 우울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약으로 교정되서 훨씬 나아졌다"고 하실 정도로 의욕이 생긴 상황입니다. 특히 저의 경우 전에 살짝 밝힌 적 있지만 이전에도 정신건강의학과를 간 적이 있는데 그 때는 ADHD를 못잡았어요. 당시 받은 MMPI 검사 결과가 사회에 나름대로 적응한, 조금 소심한 면이 있는 성격 정도로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성인ADHD가 얼마나 잡기 힘든 증상인지 대략이나마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6. 지금은 너무 의욕적이라서 예전에 벌여둔 일 수습하느랴고 진땀빼고는 있지만, 그래도 올해 상반기를 돌아보면 인간의 꼴은 아니었던 건 맞는 거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무기력했던 구간이었는데 이렇게나마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만 ADHD 약이라는 거진 평생의 동반자(+약값)을 얻은 건 좀 뼈아프긴 하네요.

7. 그래서 묻습니다. 여러분의 정신건강은 지금 괜찮으신가요?